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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21대에서 해결되지 못한 장애계 과제

2024 총선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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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는 임기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장애계는 보다 구체적인 권리실현과 촘촘한 복지지원 및 예산 확보를 위해 다양한 입법운동을 펼쳐왔다. 그 결과, 정신장애인의 복지서비스 확충을 위해 장애인복지법안이 개정되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안이 통과되었으며 장애인등편의법이 개정되어 건축물의 편의시설 설치의무 비중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5월 29일까지가 임기인 21대 국회는 곧 다가올 22대 총선 준비에 돌입하면서 사실상 ‘휴업’ 상태다. 장애인들의 기대와 염원을 담은 수많은 법안들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며 5월 29일 시점으로 자동폐기될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나라 법률안은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찬성을 받아 발의할 수 있으며 정부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제출할 수 있다. 발의된 법률안은 보건복지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20개로 구성된 상임위원회에 제출되며 국회소관위원회는 법률안을 상정하고, 전문위원이 검토 및 심사한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는 상임위원회에서 넘어온 법률안에 대해 법률 체계 및 형식 등을 심사하며 국회 본회의로 넘긴다. 본회의에는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 대상이며 법률안 상정, 심사보고, 질의토론을 거쳐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이 출석·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안은 정부로 이송된다.
 
3월 13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총 413개의 장애 관련 법안이 제출되었다. 그중 56개의 법안이 원안가결 및 수정가결 되었고 77개가 대안반영폐기 되었으며 4개의 법률이 철회되었다. 즉, 총 276개의 법률안이 21대 국회에 계류되어 있으며 그중 256개는 소관위심사상태로 20개의 법률안은 접수만 되어있는 상태다.
 
256개 법률안 모두 장애와 관련되어 있으나 일부 영역에 한정되거나 중복된 내용을 담고 있어 <함께걸음>에서는 장애인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신규 법안을 중심으로 내용을 분석해 보았다. 이에 따르면 소관위심사 상태에 있는 법률 중 신규 법안은 17개, 장애인복지법 개정법률안은 61개 그리고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법률안은 20개로 총 98개의 법률이 계류되어 있었다.
 
98개 법안이 계류 상태에 놓인 것은 필요하지 않은 내용이어서일까? 아니면 22대 국회의원 선거라는 여야의 총력전에 희생되는 것일까? 이에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98개 법안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았다.
 
먼저 신규 법안 중 장애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은 장애인 복지지원을 시혜적 관점에서 기반하고 있는 현행 장애인복지법을 넘어 보다 장애인의 권리를 법률로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1년 9월부터 11월까지 장혜영, 김민석, 최혜영, 이종성 의원이 각각 발의하였다.
 
해당 법안은 여·야 모두 법안을 발의해 장애인복지 체계를 바꿀 중요한 내용으로 보이지만 각 발의안의 내용이 큰 틀에서는 유사하면서도 탈시설에 대한 시각, 장애인표준소득 신설 여부, 단체 소송 반영 여부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내용 차가 있다.
 
관련하여 장애인복지법 일부법률개정안 및 장애인기본법안 이름으로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계류되어 있으며 지난 11월 23일에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중 ‘장애인권리보장법안’과 ‘장애인복지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두고 여야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한 끝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로 재회부된 상황이다.
 
장애계에서는 장애인복지법의 한계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이미 20대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나 세부 내용에 대한 의견 차이로 법률 제·개정을 못하는 상태다. 남은 임기 기간 동안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통과되지 않으면 법률안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장애계는 국회 법률안 제출까지 수년간 공들여 왔던 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인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2023년 4월 20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대표발의로 장애인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이 발의되었다. 여·야가 합심하여 51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장애인 학대범죄를 구체적으로 정의해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고 수사와 재판 절차상의 지원을 강화하여 법무부가 장애인의 사법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례법에서는 장애인 학대를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가중처벌 규정을 두었다. 특히 법정대리인 등 장애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에 대해서는 가중처벌 규정을 두어 기존에 학대행위자에게 보호의무가 있거나 피해자가 행위자에게 의존하는 관계인 경우, 소극적으로 양형기준을 적용했던 관행을 근절하고자 했다.
 
또, 법안에 ‘장애인 인신매매 죄’를 신설하여 노동착취나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범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친족상도례나 공소시효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대폭 강화하기도 했으며 ‘고발인 이의신청권’을 복원시켜 장애인 학대를 고발한 제3자도 경찰수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대피해를 경험한 장애 유형 중 70% 이상이 발달장애인인 점, 2017년부터 3년간 장애인 학대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장애인에 대한 신체적·경제적 착취 피의자의 42%만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이 법안은 조속한 통과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으나 ‘법안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법제사법위원회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장애인평생교육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장애인평생교육법, 장애여성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장애여성지원법, 장애인체육 진흥과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한 장애인체육진흥법, 시청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청각장애인 권리보장법, 내부장애인의 복지를 위한 신체내부기관 장애인 권리보장법, 장애인 가족 복지 증진을 위한 장애인가족지원법안 등이 여전히 계류되어 있는 상황이다.
 
소관위 심사 상태인 장애인복지법 개정법률안은 총 60개다. 계류 중인 개정안의 내용으로는 △LPG차량 지원제도 복원, △의료기관 내 수어통역사 배치, △시각장애인 보행지도자 자격 체계적 관리, △장애인식개선교육 미실시 기관 과태료 부과, △중복장애인 복지서비스 제공 근거마련, △‘장애 예방’ 표현 시정, △장애인개발원 명칭 변경(장애인진흥원), △도시철도 운송사업자 운임감면 비용 지원,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업무범위 확대(피해자 보호 및 사후관리 강화), △장애인 보조견 입장 거절 행위 처벌 강화, △의지·보조기사 면허제도 변경, △장애인복지시설 안전사고 대응체계 구축, △장애인학대신고의무자 범위 확대(간호조무사, 금융회사의 장, 표준사업장 사업주 및 근로자, 근로지원인), △장애영향평가 실시 근거 마련, △장애특성을 고려한 실시간 교통서비스 안내, △장애인학대 소멸시효규정 완화, △장애인복지시설 내 CCTV 설치 의무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강한 조정력 부여, △생산품 우선구매 대상 추가(특수학교 기관), △거주시설 아동·청소년 자립지원체계 확충, △장애인 부모에 대한 아동 양육비 지급, △장애인 학대범죄 및 성범죄자 취업제한 기관 확대(장애인표준사업장, 평생교육시설, 피해장애인 쉼터, 아동지원센터, △장애아동 학대 대응체계 마련, △학대피해장애인쉼터 사회복귀 강화 및 자립지원금 마련, △중증장애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의무제공, △서비스지원종합조사 시 장애인 편의지원체계 마련, △거주시설 운영 시 국유 및 공유재산 대부 근거 마련, △장애인학대사건 변호사 선임 특례 규정, △한국어더빙 제공 의무 대상 확대(민간사업자 방송프로그램), △장애인등록 대상 확대 등이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 장애인의 복지체계를 확충하기 위해 법안 발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은 의미가 있으나 장애인 보조견 관련 법안 6건, 소멸시효 관련 법안 4건 등 유사·중복 내용의 법안이 다수 계류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소위 ‘법안 발의 실적’을 채우기 위해 내실보다 정량적 부분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안 개정안으로는 △국가 행사 개최 시 사전 요청 절차 없이도 수어통역 및 문자통역 편의지원이 제공될 것, △장애인 영화관람권 확대를 위해 편의지원 의무조항에 영화상영관 경영자를 추가할 것, △비대면 금융거래 시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할 것, △금융거래 시 자필서명이 어려운 시각장애인 등을 위해 녹취와 같은 대안적 방안을 고려할 것, △사설 체육시설 내 장애인 편의지원 규정을 확대할 것, △키오스크 단말기 등 제조업자에도 접근성 고려 의무를 부과할 것, △장애인도 체온계 등 방역기기에 접근 가능하도록 할 것, △OTT서비스에 폐쇄자막, 수어통역, 화면해설 접근을 의무화할 것, △승강기 내 점자 및 음성안내 설비 설치를 고려할 것, △장애 개념을 인권위법과 일치시킬 것,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 내 수어통역사 배치를 의무화할 것, △공익소송일 경우 소송비용을 면제시킬 것, △공공기관의 온라인 홍보 시 접근성을 고려할 것, △장애인에게 불필요한 요금제와 단말장치를 명확한 설명 없이 판매하지 않도록 할 것, △자동차 보험 상품 가입 시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 △장애를 고려한 키오스크를 보급할 것, △출판물에 대한 장애 접근성을 보장할 것, △한국어 더빙을 장애인 시청 편의서비스로 규정할 것 등의 내용이 있다.
 
이 중에서도 모든 법안이 의미가 있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금지된 차별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제기된 소송에서 소송의 공익성 등을 고려해 패소한 당사자의 소송비용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은 특히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
 
현행 민사소송법은 패소한 당사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은 장애인 차별구제소송과 같은 '공익소송'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그러나 경제력이 부족한 사회적 약자에게 패소 시 과도한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의 재판청구권을 크게 제약한다. ‘남소방지'가 목적인 '패소자부담원칙'이 공익소송의 걸림돌이 되는 실정인 것이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5년이 지났음에도 차별구제소송이 20여 건에 불과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염전노예 사건'의 피해 장애인들은 공익변호사들의 도움으로 2015년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노동착취를 당한 장애인들을 방기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었지만 패소로 인해 피해 장애인들은 신안군청이 지출한 변호사수임료 등 약 690여만 원을 납부해야 했다. 이후 시민사회의 규탄 및 청구 철회 요청으로 신안군은 추심을 포기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장애계에서는 꾸준히 ‘패소비용 감면’에 대한 목소리를 제기해오고 있다.
 
 
계류된 법안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본 결과, 장애인의 구체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근거로 필요한 내용이 상당수 존재했다. 특히 몇몇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통과되길 염원하며 장애계가 끊임없이 입법부의 문을 두드렸지만 여야의 대립이 장기화되고 이해관계자와의 충돌이 지속된다는 이유로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도 중요하지만 남은 임기 동안 21대 국회의원으로서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마쳐야 한다. 지금 해야 할 일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차기 국회의원이 되길 꿈꾸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5월 29일, 남은 임기까지 장애계 염원이 담긴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또한 21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기록을 차기 국회의원들이 이어 나갈 수 있도록 국회기록보존소에 일관 이전, 보관해야 한다.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20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국회의원 168명 중 14명이 국회기록보존소에 의정활동기록을 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지난 4년간의 기록이 물거품 되지 않도록 의정활동의 기록과 고민을 국회기록보존소에 이전해 22대 국회에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성자글. 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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