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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외면 받는 장애인, 언제까지 주변에만 머물러야 하나?

22대 총선을 돌아보며

본문

 
지난 4월 10일, 4년마다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22대 총선)가 끝났다. 22대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구 의원 254명과 비례대표 의원 46명은 2024년 5월 30일부터 2028년 5월 29일까지 의정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22대 총선 결과 254개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61곳, 국민의힘이 90곳,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 진보당이 각각 1곳에서 당선되었다. 46명을 선출하는 비례대표의 경우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14석, 조국혁신당이 12석, 개혁신당이 2석을 배정받게 되었다.
 
장애인 당사자 중에는 총 3명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더불어민주연합 서미화(비례 1번) 당선인, 국민의미래 최보윤(비례 1번) 당선인, 국민의미래 김예지(비례 15번)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거대 양당이 여성 장애인 후보를 비례대표 1번으로 추천하고, 국민의미래 김예지 의원이 최초로 장애인 비례대표 재선의원이 된 것은 장애인 정치 세력화 측면에서 큰 성과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정치 영역에서 장애 주류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장애인 투표권 측면에서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함께걸음> 5·6월호에서 22대 총선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진단해 보았다. 
 
선거 과정 진단
➀ 공천 과정 문제 없었나?
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을 위해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창당하여 30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내세웠다. 구성은 민주당 추천 후보 20명과 진보당·새진보연합 각 3명, 연합정치시민회의 국민후보(이하, 국민후보) 4명이다. 1번부터 20번까지는 민주당의 선 순위 후보 10명과 진보당·새진보연합·국민후보 10명이 배치되었고 21번부터 30번까지는 민주당 후 순위 후보 10명이 배치되었다.
 
22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3월 12일 민주당이 발표한 후보 20인 중에는 장애인 후보를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선출 과정에서 여성·복지·장애인·청년 분야에 지원한 장애인 당사자가 모두 탈락한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부대변인을 맡았던 청각장애인 유튜버 박은수 씨는 당초 당선권 비례대표 후보로 최종 선발되었다가 최고위원회의 번복으로 공천이 취소되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박은수 씨는 자신의 SNS에서 과거 청각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자신의 신체가 드러나는 화보 사진을 찍고 공개한 것이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공천 심사 과정에서 장애인에게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하였지만 공천을 받은 장애인 당사자는 없다. 지역구에 출마한 최혜영 의원 역시 경선에서 패배하며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공개오디션을 통해 추천된 시각장애인 당사자 서미화 당선인만이 더불어민주연합의 유일한 장애인 후보였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4명의 장애인 당사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했다. 최보윤, 이소희 변호사가 각각 비례대표 후보 1번과 19번을 받았고, 김예지 의원(15번)도 다시 비례 공천을 받았다. 김광환(28번)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은 공천 갈등 이후 재의결한 명단에 추가로 포함됐다.
 
총선 결과 국민의미래에 18석이 배정되며 최보윤 변호사와 김예지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게 되었다. 국민의미래는 가장 많은 장애인 당사자를 공천했지만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다. 새롭게 공천된 당사자 후보 모두 법조계 인사로 특정 분야에만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도 성명서를 통해 장애 대중과 오랫동안 인권 활동해 온 인물의 부재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➁ 장애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국민후보 경선 과정
생방송으로 공개오디션을 거쳐 4명의 국민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1차 서류 심사에 통과한 12명의 후보 중 시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 당사자가 포함되어 있었으나 경선 현장에서는 이들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웠다.
 
공개오디션은 총 12명의 후보가 6분간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국회의원 후보를 선출하는 공개오디션인 만큼 공정한 경쟁을 위해 모든 후보가 동일한 조건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장의 모습은 모든 후보에게 동일한 조건이 주어졌는지 의문이 남는다.
 
△ 지체장애인 후보자의 프레젠테이션 모습 ⓒ오마이TV
 
공개오디션 현장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단상은 철저히 비장애인 중심으로 준비되어 지체장애인 후보는 양팔에 목발을 걸치고 한 손에 마이크를 든 채 힘겹게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낯선 공간에서 청중의 위치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 후보는 주변 환경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제공받지 못했다.
 
공개오디션 현장에서는 화자와 청중의 비언어적 소통도 중요하다. 청중과 눈을 마주치는 것과 화자의 제스처는 청중의 관심을 끌고 화자에게 집중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두 장애인 후보는 전 국민 문자투표에서 고득점을 받았지만 현장에 참여한 배심원 심사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장애 특성을 고려한 현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장애인 후보의 발표가 비언어적 소통과 함께 청중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공개오디션은 참여자 전원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선을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동일한 조건만 제공하는 것이 공정한 것일까?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장애인 응시자에 대한 시험편의제공의 내용·방법」 고시를 통해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오디션 과정에서도 장애인 참여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당한 편의 지원에 대한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주변 환경이나 질문자의 위치를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화자에게 환경 설명 제공, 지체장애인이 편한 자세로 발표할 수 있는 환경 제공,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필요시 추가 시간 부여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며 당사자의 요청 시 일정 부분 정당한 편의제공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장애인의 원활한 사회참여와 완전한 포용을 위해서는 당사자의 요청이 없어도 사전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 당사자의 정치참여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도 장애 특성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이루어져야 한다.
 
장애인 투표권 진단
장애인 투표권 문제는 선거철마다 매번 지적 되어왔다. <함께걸음>에서는 지난 401호에서 장애인 참정권 보장 방안에 대해 다룬 바 있다. 하지만 이번 22대 총선에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투표소 1층 설치, 모두가 접근가능한 선거 공보물 발송, 투표소까지 이어져 있지 않은 유도 블럭 문제 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➀ 공보물 다양화의 필요성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보장을 위해 점자 공보물만 제공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2021년 점자 출판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중 점자 사용이 가능한 비율은 9.6%에 불과하다. 점자 공보물 제공만으로는 정보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0년 12월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며 음성·점자 등으로 출력되는 디지털 파일을 담은 USB를 점자 공보물과 함께 받을 수 있게 되었으나 임의 규정으로, 제출을 강제할 수 없다. 일반 공보물에 포함된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QR코드)는 직접 바코드의 위치를 찾기 힘들고 공보물에 이미지 파일이 있을 경우 음성 변환이 불가능하다.
 
21대 국회에서 시각장애 당사자인 김예지 의원이 책자형 선거공보의 내용을 음성·점자 등으로 출력되는 디지털 파일로 전환하여 저장한 저장매체(USB)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계류된 상태이다.
 
점자를 알지 못하는 저시력자의 경우 점자 공보물보다 ‘큰 글자 공보물’을 선호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이나 다문화 가정 구성원에게는 쉬운 언어로 풀어쓴 ‘쉬운 공보물’이 더 도움 될 수 있다.
 
선거권을 가진 모든 구성원들은 후보자에 대해 제대로 ‘알 권리’가 있다.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선거 공보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➁ 완전한 투표권 보장 필요
대만은 투표용지에 후보자 사진이 들어가 있어 글을 모르는 사람도 후보자의 사진을 보고 투표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발달장애인 유권자를 중심으로 ‘그림 투표용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도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또 혼자서 투표하기 어려운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참정권에 대한 정당한 편의 지원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인권위에서 선관위에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라고 권고한 바 있지만, 투표 현장에서 발달장애인이 투표 보조를 받지 못한 사례가 여전히 나타났다. 실제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는 5월 10일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발달장애인 9인의 참정권 침해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장애인 투표권 보장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닌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문제이다. 2년 뒤인 2026년에는 전국지방선거가 열린다. 지방선거는 광역자치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 교육감, 광역의원, 기초의원, 광역비례, 기초비례까지 가장 많은 투표를 해야 하는 날이다. 5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신속히 모든 장애인의 투표권을 보장하는 법률을 마련하여 장애인 유권자가 소중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2대 총선은 끝났지만 2년 뒤에는 전국지방선거가 열린다. 22대 총선 과정에서 나타난 공천 문제와 투표권 보장 문제 해결을 위해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할 때이다. 더 이상 장애인이 선거 때마다 외면받는 일이 없도록 여·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 꽃이기 때문이다.
작성자글. 배상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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