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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격차, 왜 항상 반복되는가. 앞서가는 기술과 뒷북치는 접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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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무인화 시대
언택트 시대의 산물
 
무인의 시대가 도래했다. 사람이 있었던 곳에 점차 기계가 대신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차표를 판매하던 안내창구는 모두 사라지고 커다란 기계 두 대가 들어섰다. 영화관에는 표를 파는 직원보다 표를 구매할 수 있는 키오스크 수가 훨씬 더 많아졌다.
 
‘여기 라면 하나 주세요~’라고 외쳐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직접 라면을 골라 결제한 후 끓여 먹고 치우기까지 해야 하는 셀프 매장을 이제는 길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약 53만 6천대로, 2년만에 2.5배 넘게 급증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가장 많은 매장 수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리아는 전체 매장의 70% 이상에 키오스크를 설치하였다.
 
무인화 열풍은 단순히 외식 업계만의 흐름이 아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공개한 키오스크 운영대수(추정치)에 따르면, 영화관·공연시설은 2021년 2,281대에서 2023년 2,656대로 키오스크 설치를 확대했다. 교통시설 역시 2021년 9,382대에서 2023년 1만1,802대로 키오스크를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병원에 설치되는 키오스크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 밖에 통장을 관리할 때도,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도, 행정복지센터에서 증명서를 발급할 때도 키오스크와 마주하게 된다. 더욱이 무인 카페, 무인 세탁소, 무인 반려동물용품 판매점 등 무인점포가 늘어나는 사회에서 키오스크와의 대면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점주의 입장에서 무인 서비스는 최저 임금 인상으로 나타난 경영 부진의 돌파구가 된다. 2024년 기준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며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급은 206만 원꼴이다. 이는 키오스크 1대당 최소설치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키오스크 확산이 외식업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쓴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용을 아끼는 측면도 크지만 종업원 교육에 드는 시간, 갑자기 그만두는 등 고용 불확실성, 대인 업무상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측면까지 고려할 때 키오스크의 효용이 높다”고 분석했다.
 
무인화는 사업주 뿐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편리함과 효율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와 같은 비대면 주문 방식이 큰 인기를 얻는 이유도 소비자가 매장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크게 줄이고 대면 주문의 불필요한 대화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키오스크를 더 선호하는 이유로 ‘대기시간이 짧아서’가 87%, ‘처리 시간이 짧아서’가 60%, ‘직원과 대면하지 않아서’는 28%로 집계된 바 있다. 개인주의 확산에 따른 비대면 형태의 언택트(untact) 소비 트렌드,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 가능 인구 감소는 무인화를 거스를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무인 서비스의 발전이 모두에게 혜택을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비대면 보다 대면 서비스가 익숙한 몸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갈 수 밖에 없는 몸들
 
“손이 아예 저 위까지 닿질 않아요. 누굴 부르지 않으면 주문을 못해요.”
 
“기계에만 음성 장치 달아놓는다고 상책이 아니에요. 무인가게에 중요한 안내문은 다 점자로 안 되어 있잖아요.”
 
“복잡해요. 골치 아파. 그냥 포기! 사람 있는 데 가서 주문하면 되지. 여길 뭐하러 와!”
 
무인점포 매장을 이용해보려 하였으나 ‘실패’한 자들의 목소리다.
 
지난 10일 기자는 발달장애인 정광호 씨(가명, 47세)가 라면과 커피를 판매하는 무인점포에서 주문하는 과정을 함께했다. 광호 씨는 무인점포도, 키오스크 사용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 무인라면기계를 조작해 보는 광호 씨
 
광호 씨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다양한 종류의 라면이 진열되어있는 곳으로 바삐 걸어갔다. 신라면 한 개를 집어 들더니 바로 봉지를 뜯어 즉석라면 기계 옆에 비치된 그릇에 면 사리와 스프를 넣고 기계에 올려두었다. 그러고는 ‘시작’버튼을 눌렀다. 보통 즉석라면 기계는 면 종류에 따라 ‘M1(일반 면)’, ‘M2(볶음면)’, ‘M3(두꺼운 면)’ 세 가지로 버튼이 구분되고 면 종류 버튼을 먼저 누른 뒤 ‘시작’버튼을 눌러야 물이 나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관련 안내문이 기계 상단부에 붙어 있었지만 광호 씨는 ‘시작’버튼만 연달아 눌렀다. 안내문을 한번 읽어보자는 기자의 제안에 광호 씨는 ‘M1, 시작, 일반면’이라고 안내문에 적힌 글씨를 소리 내어 읽어본다. 그러고는 또다시 ‘시작’버튼을 누른다.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물이 나오지 않자 광호 씨는 가게에 있던 라면 기계 4대를 다 번갈아 사용해보았다. 기계를 툭툭 쳐보기도 하고 “아 이거 진짜 사람 미치네. 왜 안 나와 이거? 이상하네. 물이 왜 안 나와 이거?”라고 혼자 화를 내보기도 한다. 그러나 기계는 묵묵부답이다.
 
△ 무인라면기계 시작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물이 나오지 않자 기계를 두드리는 모습
 
기자의 도움으로 M1 버튼을 누른 뒤 시작버튼을 누르자 뜨거운 물이 나왔다. “아 이제야 나오네 물이. 이제야.” 원래대로라면 라면이 익을 때까지 3분을 기다려야 하지만 광호 씨는 시작 버튼을 누른 지 3초 만에 물을 다 받자마자 자리로 라면을 가지고 갔다. 즉석라면기계가 냄비라면을 대신 하는 기계인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3분을 기다려야 물이 끓고 라면이 익는다는 기자의 설명을 듣고 광호 씨는 다시 기계로 라면을 가져갔다. ‘시작’버튼을 몇 번 더 누르다가 M1과 시작 버튼을 함께 눌렀다. 그러자 뜨거운 물이 다시 나오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광호 씨는 “아 이거 진짜 돌겠네. 포기 포기! 안 하겠습니다. 끝!”
 
광호 씨는 모든 과정이 지친 듯 “아 그냥 일반 저기 가는 게 낫지. 그게 낫지”라고 중얼댔다. 어디를 말하는 거냐고 묻자 “그냥 라면이요~ 라고 말하면 알아서 라면 주는 데 거기. 거기가 낫지. 여긴 헷갈려 헷갈려”라고 답했다.
 
광호 씨는 같은 매장에 있는 커피 자동판매기기를 이용하면서도 비슷한 말을 반복했다. 해당 기기는 일반 커피 자판기와 달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기계에서 자동으로 나오는 컵을 받은 다음 얼음을 채우고 마지막으로 음료를 받는 시스템이었다. 컵과 얼음 그리고 음료가 나오는 위치가 모두 달랐다.
 
‘기계에서 컵을 빼십시오’, ‘컵에 얼음을 적당히 채워주세요’ 등 기계에서 안내 음성이 반복적으로 나왔지만 광호 씨는 자동으로 나온 컵을 기계에서 빼지 않고 음료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1분 정도가 지난 후 컵을 빼서 얼음을 채워야 한다는 기자의 말에 광호 씨는 얼음 받는 곳으로 컵을 옮겼다. 한 번만 눌렀어야 할 버튼을 2번 눌러서 얼음이 넘쳐버렸고 바닥에는 얼음이 쏟아졌다. 당황한 광호 씨가 얼음을 치우고 분주한 사이에 ‘이곳에 컵을 놓아 음료를 받아주세요’라는 음성안내멘트를 연이어 반복하던 기계는 커피를 내보냈다. 기계는 광호 씨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 얼음이 넘쳐 흘러 당황하는 광호 씨의 모습
 
광호 씨는 무인점포에서 물의 양이 2배가 된 불은 라면을 먹어야 했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돈을 내고도 마시지 못했다. 광호 씨에게 이 무인시스템을 한번 이용해보았으니 혼자서 가끔 이용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호하게 답했다. “아니요. 사람 있는 곳이 좋지. 훨씬 편하지. 말만 하면 다 되니까.”
 
자동화된 시스템이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애 당사자들에겐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기술은 빠르게, 접근성은 느리게
뒷북치는 배리어프리 정책에 장애인도, 소상공인도 힘들어
 
올해 1월 28일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에 따라 약 15평 이상의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장애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설치해야 한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음성인식, 화면 확대, 음성 안내 등의 기능을 갖춰 장애인들이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됐다. 만약 해당 사업장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설치되지 않을 경우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는 상황이라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기도 하다. 무인화로 인한 키오스크의 보급은 장애인은 물론 소상공인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상태다.
 
앞서 이슈광장에서 대중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기술 설계단계부터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모든 사용자의 특성을 고려한 보편적 설계원칙이 적용되었다면 어땠을까? 장애인을 배제한 기술이 보편화된 후, 뒤늦게 장애 접근성을 고려한 기술이 등장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서왕진 의원(조국혁신당)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비의 70~80%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홍보가 부족해 아직까지 많은 소상공인들이 이를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2024년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59대만 설치된 반면, 일반 키오스크는 600대 이상 보급됐다.
 
일부 소상공인은 이미 일반 키오스크를 설치한 상태에서 배리어프리 기능을 추가 신청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미 정부 정책으로 일반 키오스크 설치 비용을 지원받은 경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지원금은 추가 신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의 정책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장애 당사자와 소상공인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보급될 때마다 장애인의 접근성은 후순위로 밀려나다 보니, 결국 기존 기술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패턴이 반복된다.
 
△2016년 당시 경남지역의 장애인 단체가 ATM 접근성 모니터링을 하는 모습(사진제공.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ATM 기계가 보급되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1979년 조흥은행이 일본에서 수입해 명동지점에 설치한 것이 국내 ATM 역사의 시작이었다. 이후 1993년 국내 기업이 ATM을 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보급되었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키패드나 음성안내 기능이 갖춰진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2010년이 되어서야 금융감독원이 시각장애인용 ATM 도입을 권고했고, 점자 키패드가 적용된 ATM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장애인을 위한 CD/ATM 표준 보고서’는 2018년 7월에야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에서 만들었다.
 
그 사이 지체장애인들은 ATM 부스 자체에 휠체어 접근이 어렵거나 입구에 턱이 있어 이용 자체가 제한됐었고 시각장애인들 역시 음성 안내 지원이 되지 않아 타인의 지원 없이 혼자서 기계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했다.
 
자동화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장애인은 언제나 ‘나중에 고려되는’ 대상이 된다. 처음부터 모든 사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이 발생한 후에야 보완하는 방식이 반복된다. 이에 따라 장애인은 수년간 기술의 혜택에서 소외되고, 이미 도입된 시스템을 수정하는 부담은 소상공인들이 떠안는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법안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모든 짐을 떠안기 전에 중소기업벤처부 등 관계부처에서 예산을 마련하거나 소상공인들에게 미리 알려줘서 단계적으로 로드맵을 밟아나갔다면 좋았을텐데 남의 일처럼 뒷짐지고 선제적 대응을 하지 않아서 지금은 수습하는 것에 그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 키오스크 만들 때부터 배리어프리 기능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요. 무조건 좋은 기술이라고 해서 다 갖다 쓰는 게 아니라 기술을 상용화 시키는 단계에서 정부가 장애나 사회적약자들의 편의성을 고려했으면 이렇게 장애인, 소상공인들, 키오스크 제조사들이 다 힘들어지는 상황을 면했겠죠”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사후약방문적 대처가 장애인과 소상공인의 갈등을 부축이고 장애인을 불편하고 번거로운 존재로 인식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정하고 그 주를 장애인 주간으로 설정하는 등 장애인식 개선을 형식적이고 선언적으로 기념하기보다 대중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장애와 접근성 문제를 인식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만드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되지 않을까.
 
사후약방문 아닌 선제적 접근성 보장 정책이 핵심
한국의 제도는 어디까지 왔나
 
해외에서는 이미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의 경우, ‘ADA(미국 장애인법)’에 따라 모든 공공시설과 서비스에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키오스크도 예외가 아니다. ‘접근성 디자인 표준 (ADA Standards for Accessible Design)’ 준수를 위해 미국 내 공공기관과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및 점자 키패드를 갖춘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있다.
 
이 법에는 민간 및 공공에서 제공하는 기계의 설치장소, 작동부, 개인정보 보호, 음성 출력, 입력, 기능키, 디스플레이, 점자 안내, 스크린 등 세세한 부분까지 장애인의 접근성을 차별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령, 설치장소는 평평한 땅에 해야 하고 그 크기는 가로 1.2m 이상 세로 76m 이상이어야 하며 터치나 소리로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유럽에서는 디지털 기기, 전자상거래 플랫폼, 공공 서비스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특정 접근성 표준을 충족하여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유럽 접근성 법(European Accessibility Act)’이 올해 6월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이 법은 유럽 시장에 제공되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되며 독립된 시험인증기관의 인증을 통해 접근성 요구사항에 대한 적합성을 입증해야 하며 이는 제조사·수입업자·유통업자 등 모든 주체가 의무를 갖는다.
 
우리나라도 제도적 근거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내 접근성 관련 표준으로 ‘한국형 웹 접근성 지침’,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콘텐츠 접근성 지침’,‘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 등이 존재하며 이러한 표준들은 웹, 앱 및 키오스크 등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 관계기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시중에 보급 및 배치되는 여러 형태의 기기들은 최소한의 접근성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키오스크 편의성 향상을 위해 도입한 UI플랫폼
해당 플랫폼에서는 저작권이 없는 UI리소스 등을 제공한다.
 
또 법령적인 근거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능정보화 기본법, 행정안전부의 디지털 정부서비스 UI/UX 가이드라인 등을 근거로 디지털 취약계층이 보다 더 효과적으로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올해 2025년 1월 31일부터 시행된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6조에 따르면 ‘정보통신 또는 지능정보기술 관련 제조업자는 정보통신 또는 지능정보기술 관련 기기 및 소프트웨어를 설계, 제작, 가공할 때 장애인ㆍ고령자 등이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정 장애유형에 치중된 현 표준지침
다양한 장애 유형을 포괄할 수 있어야
 
이처럼 각종 지침과 지능정보화 기본법을 통해 접근 용이성이 규정되어 있지만 장애인들에게 키오스크를 비롯한 각종 정보통신기기는 여전히 불편하고 접근이 어렵다. 이러한 법과 지침이 현실과 괴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검증 기준’은 손 또는 팔 동작 보완, 반응시간 보완, 시력 보완 및 대체, 색상 식별능력 보완, 청력 보완 및 대체, 음성 입력 대체, 인지능력 보완, 깜빡거림 사용 제한, 휠체어 사용자 접근과 관련된 검증 기준을 제시해 놓고 있으나 대부분의 내용이 시각장애인 중심으로 정의되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정보통신기술 관련 기관에서도 고령자 및 다른 유형의 장애를 고려한 관련 표준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2023년에 실시된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도 전국의 만 7~69세의 지체·뇌병변·청각/언어·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만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달장애인 등 정신적 장애인은 배제되어 있다. 디지털 포용 정책 추진 방향 도출에 필요한 기초자료조차 다양한 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상태다.
 
현재 제시되고 있는 접근성 검증 기준이 장애인의 편의도모에 기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현장에서 장애인들이 겪는 실질적 불편은 정작 다른 부분에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기기마다 시작 버튼의 위치가 다르고 사용법이 모두 천차만별인 점, 제한시간으로 인해 기기 조작에 미숙할 경우 완성된 음료나 음식을 먹지 못하는 등 현실에서는 다양한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비장애인 입장에서 장애인의 편의를 이론적으로 고민하고 검증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편의제공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한다. 적어도 검증기준을 만들 때 장애인 당사자들과 동행해 직접 현장에서 기기를 작동해 보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부분들이 간과되고 있다.
 
디지털포용법, 사후약방문식 제도개선의 해결책 될 수 있을까
기술 개발단계부터 장애 고려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제 역할 해야 해
 
정부는 내년 2026년 1월 22일부터 시행되는 디지털포용법을 통해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접근성이 보다 더 선제적으로 보완될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법은 키오스크 설치 운영자 뿐 아니라 기술 제작의 책임이 있는 제조사와 임대업자에게도 접근성 준수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국가기관에서 ‘지능정보서비스 및 지능정보제품을 신규로 도입ㆍ개발ㆍ구축하거나 디지털포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획 및 사업 등을 시행하려는 경우 사전에 디지털포용 영향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명시하였다.
 
한층 진일보한 법이다. 그러나 디지털포용 영향평가를 받는 대상이 ‘디지털포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소관 정책’, ‘국가기관 등이 수행하는 사업 중 디지털포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업’ 등 공공 영역에 한정되어 있어 민간에서 연구·개발하는 단계에서는 ‘배리어프리’ 요소가 반영되기에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결국, 디지털포용법이 시행되더라도 민간에서 개발한 기술이 보급되기 이전에 장애인의 접근성 반영을 충분히 유도하는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장애인 등의 편의를 고려한 디지털 포용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기술 연구·개발단계부터 접근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시행되어야 한다. 민간에서 과학기술 부처 관련 법에만 의존해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다가 향후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해 과태료 등 규제를 받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장애인의 권리는 늘 뒷전이 되고, 이용의 불편함도 온전히 감수해야 하며 기술 개발업체나 소상공인들은 장애를 고려하는 것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 이제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가 함께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드는 것이 당연한 과정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디지털 포용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작성자글. 김영연 기자 / 사진. 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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