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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함께 연주해 나가자’ 기관 간 유기적 연계로 제도권 내 공생을 모색하는 공생심포니

공생심포니 / 특별기획

본문

 
공생심포니는 일본 시가현 오쓰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회복지법인으로, ‘공생(共生)’, ‘공동(共同)’, ‘공육(共育, 함께 기르고 배운다)’을 핵심 이념으로 삼고 있다. 다양한 장애가 있는 이들이 고립되지 않고 일하고 배우며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기 위해 공생심포니는 지역 내에 다채로운 노동공동체와 문화공간을 유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들이 운영하는 기관으로는 간바컴퍼니, 마치카도 프로젝트, 공생오피스, 해피밀, 크레오칼리지, 펀템포, 화이트클럽, 나카마호텔 등이 있다. 공생심포니는 1986년, 뇌병변장애인 5명이 함께 시작한 무인가 작업소에서 시작되었다. 당시만 해도 장애인을 위한 체계가 충분치 않았기에 당사자들이 스스로 ‘일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며 삶의 자립 기반을 구축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그렇게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일하고 살아가는 실험을 지속해 온 이들은 2004년에 사회복지법인 ‘공생심포니’로 정식 인가를 받으며 조직 기반을 다지게 된다.
 
이후 장애인 복지와 고용에 기여한 바를 인정해 국회의원, 오사카 도지사 등의 표창도 여럿 받고 있다. 공생심포니의 이름은 ‘인생을 함께 연주해 나가자’는 의미이다. 다양한 악기가 각자의 소리를 내어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심포니처럼, 하나의 악기가 빠져도, 하나의 악기만 튀어도 미완의 음악이 되는 교향곡처럼 모두 동등하게 힘을 합쳐 인생을 연주하자는 것이 이들의 핵심 목표이다.
 
공샘심포니가 운영하는 기관들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행정 과정도 증가했는데, 공생심포니는 ‘공생오피스’라는 행정 전담 사무실을 개설해 각 기관에서 해야 하는 행정과 회계 작업을 한데 모아 처리하고 있다. 덕분에 이곳에서 각 기관의 정부 보조금 신청, 문서 작성과 보고 등 모든 행정 절차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간바컴퍼니의 경우에는 규모가 커져 예외로 자체 회계팀을 두고 있다.
 
간바컴퍼니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작업장, 함께 일하는 간바컴퍼니
 
간바컴퍼니는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생산 구조를 설계한 쿠키 제조, 판매 사업장이다. ‘첨가물 없는 쿠키’, ‘국산 밀가루 사용’, ‘오가닉 재료’라는 원칙 아래 건강한 간식이라는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 매출을 1억 4천만 엔(한화 약 14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는 전국적으로 보아도 손에 꼽히는 규모다. 재료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품질에 타협하지 않는데, 이 이유는 ‘건강한 음식을 만들자’는 공생심포니의 기준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라고 한다.
 
 
현재 33명의 장애인 근로자가 정규 인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모두 취로계속지원 A형 고용으로 평균 임금은 12만 4천 엔(한화 약 124만 원)이다. 장애인 근로자 중에는 지적장애인이 가장 많다. 비장애인 근로자는 상근직 5명, 파트타임 9명이다.
 
간바컴퍼니는 비장애인만 할 수 있는 작업은 애초부터 도입하지 않으며 모든 근로자가 동등한 조건에서 업무에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청소나 기계 관리처럼 까다로운 작업도 장애인 근로자가 직접 맡는다. ‘장애가 있더라도 정해진 안전 수칙을 지키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이곳의 기준이다. 간바컴퍼니가 하루에 사용하는 밀가루만 약 15~20포대(포대당 15kg)에 이를 정도로 생산 규모가 큼에도 철저한 위생과 품질 관리를 바탕으로 신뢰를 받고 있다. 위생복, 마스크, 모자 착용은 기본이며, 옷에 묻은 먼지와 신발의 흙을 제거할 수 있는 장비도 갖춰 청결을 더욱 강화하고 있었다. 이 덕분에 외부에서 위탁생산(OEM) 제작 의뢰도 받고 있다.
 
생산 계획은 ‘하루에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는 원칙으로 짠다. 처음부터 무리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해 모든 구성원이 정해진 할당량을 끝마치는 경험을 공유하려는 것이다. 간혹 수주생산 주문이 기존보다 많이 들어와 최대 생산량을 초과하게 된다면 무리해서 생산을 감행하기보다는 과감히 거절하기도 한다.
 
근로 시간은 개인별로 다양하다. 어떤 이는 3~4시간만 일하고, 어떤 이는 오후 6시까지 일하는 등 유연한 근무 환경이 조성돼 있다. 메뉴 개발은 전담 직원 2명이 맡고 있으며, 외부 의뢰를 받아 제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쿠키 반죽을 떼고, 모양을 만들고, 오븐에 굽고, 상품성을 확인하는 작업까지 모두 분업 체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이루어진다.
 
주방에는 완장을 찬 직원이 있는데 이 직원은 다른 근무자가 어려움을 겪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상담이나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 직원이 모든 생산 과정을 지휘하는 것은 아니며, 특별한 상황에서만 완장의 역할이 발휘된다고 한다. 평소에는 각자가 맡은 일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자주 호출되지는 않는다.
 
해피밀
공생심포니의 밥상을 책임지는 주방, 해피밀
 
해피밀은 공샘심포니 법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한 끼를 책임지는 곳이다. 각 시설과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먹는 점심 도시락을 만들고 배달한다. 외부 시설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급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누구나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씹기 어렵거나 삼키기 힘든 이들은 위한 특별식도 마련된다. 연간 매출은 약 3억 7천만 원에 이른다.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먹는 이의 상황과 필요를 세심하게 고려해 식사를 고민하고 있다.
 
화이트클럽
청소를 통해 사회와 교류를 잇다, 화이트클럽
 
화이트클럽은 공생심포니 내 기관 중 유일하게 취로계속지원 B형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공생MALL 내부와 다양한 수주처의 청소하는 일을 한다. 14명의 지적장애인이 근무하고 있으며, 근로자는 하루 평균 5시간 정도 일한다. 급여는 월 4만 5천 엔(한화 약 45만 원) 수준이다. 청소 요청은 개인 고객부터 기업까지 다양하게 들어오며 수주처는 약 300곳에 달한다. 이들은 당일 오전 공생MALL에 모여 업무 내용을 공유하고 각자 파견지로 출발한다. 발달장애인 2~6명당 비장애인 1~2명이 동행하는 식으로 팀은 꾸려진다. 청소 내용이 다르고 장소별 이동이 필요한 업무 특성상, 사전 조율과 팀 간 협업이 중요하다.
 
펀템포
중증장애인의 일상은 이곳에서, 펀템포
 
의료적 지원과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낮 시간 활동하며 지내는 펀템포는 한국의 중증장애인주간보호센터와 유사하지만, 신장 투석이나 호흡기 관리 등 의료적 지원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펀템포에는 풀타임 간호사 한 명과 파트타임 간호사 두 명이 있으며, 일하는 스탭 대부분은 일본의 개호복지사(한국의 요양보호사 자격증에 해당)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14명의 장애인이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장애인과 지원자의 비율은 약 1.4:1로 세 명의 장애인에게 두 명의 지원자가 배치되어 밀도 높은 지원이 이뤄진다.
 
크레오칼리지
장애인이 자립할 힘을 기르는 공간, 크레오칼리지
 
크레오칼리지는 ‘장애인의 도전과 자립’을 목표로 하는 지적·자폐성장애인을 위한 4년제 교육기관이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고교졸업 후 대학 진학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만든 곳으로, 비록 대학(칼리지)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학력 인정은 되지 않는다. 입학은 만 26세까지 가능하고,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한 18세 전후의 학생들이 입학한다. 크레오칼리지는 장애인이 비장애인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활동의 내용도 당사자에게 실수하고 모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당사자가 그날 하려던 일을 다 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존중한다.
 
1, 2학년 시기에는 커뮤니케이션 수업, 연극, 미술, 서클 활동, 외출 활동 등 모험과 새로운 경험에 중점을 두고, 3, 4학년이 되면 일반 기업 취업을 위해 회사 내 소통 방법, 이력서 작성법, 작업 훈련, 현장 실습 등 실질적인 직업 훈련을 한다. 또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체력과 지구력 향상을 위해 3학년은 직업훈련 중 휴식 시간이 주어지지만, 4학년은 4시간 동안 내내 쉬는 시간 없이 훈련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실제 직장의 환경에 맞게 자신의 패턴을 조절하는 힘을 기르기 위함이다. 1, 2학년은 외부 활동을 통해 여러 문제에 직면하지만, 동행한 스탭은 일체 개입을 하지 않는다. 장애인들이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논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동행한 스탭은 지켜만 본다는 것. 이에 따라 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으나 이런 경험을 통해 조금씩 장애인들이 능동적으로 변하고 성장한다는 것이 크레오칼리지의 설명이다. 2014년 설립된 이곳은 2018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후, 현재까지 50명의 졸업생을 사회로 배출했다.
 
소단오피스
장애인 개인별 맞춤형 지원계획을 수립하는, 소단오피스
 
소단오피스는 장애인서비스 이용 및 생활 상담을 하며, 207명의 등록자가 있다. 이곳에는 전문성을 갖춘 상담 전문 인력이 근무하고 있으며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의 욕구 파악은 물론 필요한 서비스를 제안, 지역 내 관련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장애인 개인 맞춤형 서비스 지원계획서 작성한다. 일본은 장애인이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단오피스와 같은 상담지원서비스를 받고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해야 하므로 장애인이 소단오피스로 내방해 상담받는다. 그러나 장애인의 장애상태에 따라 이동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소단오피스는 직접 장애인이 거주하는 곳을 방문해 욕구파악은 물론 서비스 지원계획을 마련하기도 한다.
 
나카마 호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여 생활할 수 있는 공간, 나카마 호텔
 
나카마 호텔은 당사자가 급히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가정 내 학대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거주할 공간이 필요할 때 머무를 수 있는 임시 거처다. 2층으로 설계되어 있고, 침실 3개, 욕실 1개, 화장실 1개, 주방 및 거실이 구성되어 있다. 정원은 2명이며, 방 하나는 활동지원사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주거 구조를 다르게 설계했다.
 
생활 공간 곳곳에는 비상 상황 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호출벨이 설치되어 있으며, 일부 밖으로 뛰쳐 나가려는 특성이 있는 지적·자폐성의 특성을 반영, 안전을 위해 출입문은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열쇠가 있어야만 열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마치카도 프로젝트
당사자의 이야기가 마을 안으로, 마치카도 프로젝트
 
마치카도 프로젝트는 신체적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을 위한 개호서비스 및 다양한 낮시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직원들이 개발하거나 운영하는 것이 아닌, 마치카도를 이용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제안하여 개설된다.
 
 
모험이라는 큰 주제 아래, 장애인의 이야기를 사회에 전하기 위해 연극을 올리고, 장애에 대한 편견을 해소해 나가고자 인권 교육을 하며, 지역의 유치원과 교류한다.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이며 작은 시도와 경험을 모험 삼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치카도 프로젝트에서 활동하는 뇌병변장애인 고이시 데츠야 씨는 “처음에는 유치원에 갈 때 아이들에게 체험이나 강의를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아이들이 노는 현장에 저희가 함께 어우러지는 방식으로 바꿨죠. 그랬더니 오히려 아이들이 우리를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마치카도 프로젝트에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차량이 있어 당사자 픽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에 자택에서 마치카도 프로젝트로, 오후 4시에서 5시에 마치카도 프로젝트에서 집으로 이동지원을 한다. 점심 식사 또한 제공되며, 기호에 따라 씹기 편한 식사도 선택할 수 있다. 지적·자폐·지체·뇌병변장애인 32명이 이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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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취재. 이미정 편집장, 김영연·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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