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자키 히토미 씨가 이야기하는 직업재활시설의 장수 비결
일본의 제도권 안에서 진정한 공생을 꿈꾸다 / 특별기획
본문
나카자키 히토미 씨는(61세) 일본의 사회복지법인 공생심포니의 대표이사이자 자폐성장애 아들을 둔 장애 부모이다. 그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본의 사회복지제도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삶을 모색하여 살아왔으며 장애 인권 운동에서 시작해 지금은 일본 전국 매출 10위 안에 드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을 운영 중이다.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청춘을 바쳐 이곳을 키워온 그는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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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생심포니를 만드시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A. 저는 원래 건축을 전공했었고 대학 졸업하고 나서는 일반 기업에서 회계 관련 일을 오래 했었어요. 그러다 결혼을 하고 장애 자녀를 키우며 고민이 많던 시기에 지금은 돌아가신 중증장애인 카도와키 씨가 작게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 ‘감바따’를 만나게 됐습니다. 여기서 도움도 위로도 많이 받고 자연스럽게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감바따는 쿠키를 다른 데서 사 와서 파는 형식으로 운영했는데 그러다 보니 수익이 안 나고 경영상 어려움이 생기더라고요. 직접 만들어서 파는 게 낫겠다 생각해서 지금의 법인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1996년도부터 지금의 간바쿠키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회사에서 했던 일이 법인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Q. 법인을 운영하면서 보았을 때 90년대 초창기와 비교해 지금의 일본 복지제도는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하시나요?
A. 그렇다고 봐야죠. 그때는 장애인단체에 지원금이 거의 없거나 적었고 휠체어 탄 사람이 가게에 들어가면 거부당하고 지하철도 못 타는 시기였어요. 그런데 지금 저희 법인이 받는 보조금이 약 1억 8천만 엔(한화 약 17억 3천만 원)정도 되니까 확실히 좋아진 건 맞습니다. 보조금이 늘어나면서 좋은 인재들을 많이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중 하나에요.
Q. 일본의 직업재활시설 보조금은 어떤 항목들이 지원되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의 경우, 인건비 보조금이 직급별로 차등을 두어 지급하게 되어 있는데요.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요?
A. 보조금은 비장애인 인건비 항목 비율이 가장 큽니다. 이 항목으로 장애인에게 지출될 수는 없어요. 장애인 인건비는 오직 직업재활시설의 판매 수익금으로만 지급이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직업재활시설의 판매 수익금이 높아진다고 해도 비장애인 직원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장애인들의 임금을 높이게 되지요. 직급이나 직무별 테이블을 정부에서 제시하고 있진 않고요. 인건비 항목 전체가 통으로 주어집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경영자의 능력이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좋은 직원을 뽑으려면 임금을 올려줄 수 밖에 없죠. 그래서 한편으로는 인건비 등 경영상의 문제가 생겨서 직업재활시설들이 문을 닫고 장애인 이용자들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되는 상황들이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Q. 그렇다면 비장애인과 장애인 직원의 임금 차이는 어떻습니까?
A. 시급으로 따지면 장애인이 30엔 정도 더 적게 받는 편입니다. (8시간 기준 240엔, 한화로 계산하면 월 약 5만 원 정도의 차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차이가 있다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것이 부양 수당과 같은 것들을 장애인과 비장애인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이 있는 장애인 직원의 경우, 가족이 없는 비장애인 직원보다 월급이 더 많아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비장애인 중에서 사업별로 책임자급의 직원은 장애인 직원보다 월급이 더 많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들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임금이 거의 비슷한 수준일 수도 있고요.
Q. 그렇다면 직무평가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직무평가 기준은 서로 같은가요 다른가요?
A. 다릅니다. 장애인의 경우에는 본인의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와 일상적인 생활과 자립을 위해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요. 비장애인의 경우, 쿠키를 만드는 기술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와 장애인 직원들을 지원하는 방식에 대한 역량 위주로 평가합니다. 이곳에서 일한 경력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평가 항목들이 늘어납니다. 장애인 직원의 평가 기준이 처음엔 밥을 먹고 나서 정리하는지 여부 정도였다면 그 다음엔 일하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 타인에게 질문하는지와 같은 내용들이 추가됩니다. 직무 평가 결과에 따라 월급을 깎진 않고요. 좋은 평가를 받은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줍니다.
Q. 한국의 많은 직업재활시설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작업장에 자동화 기계를 들여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구소에서 운영했던 리드릭은 효율과 철학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장애인의 노동 참여를 더 높이기 위해 기계를 최소한으로 두었는데 결국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최근에 폐업을 해야 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A. 저희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공장에 기계가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최소한으로 두었죠. 기계 설비 비용이 600만 엔에서 많게는 1천만 엔(한화 약 58~96만 원) 정도 드는데요. 기계를 들이면 생산량은 확실하게 높일 수 있겠지만 장애인들의 일자리가 줄기 때문에 기계를 비싸게 들이는 돈으로 인건비를 더 늘리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오히려 기계 사용을 최소한으로 하다 보니까 판매 전략을 세울 때 ‘핸드메이드 쿠키’인 점을 더 내세울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한국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일본은 그런 제도가 없어서 저희가 계속 정부에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Q. 매출을 꾸준히 높게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A. 사람들은 기존의 것들에 금방 싫증을 냅니다. 쿠키나 과자류는 더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들은 계속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고요. 또 대기업이 할 수 없는 것들 중에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개별 브랜드화입니다. 대기업은 일정 규모 이상이 아니면 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그것보다 작은 규모의 회사가 자체적으로 쿠키, 답례품 등을 만들고 싶다고 하면 저희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브랜딩을 해주는 전략을 취한 것입니다.
Q. 많은 직원들을 관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어떤 리더가 되고자 노력하시는지요?
A. 직원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려합니다. 그들에 대해 많이 알고 있죠. 가정사에도 관심을 두고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고요. 제가 모든 직원들을 다 케어할 순 없기 때문에 각 사업의 책임자가 팀을 잘 이끌 수 있도록 돕기도 합니다.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때도 모르는 사람을 채용하기 보단 공생심포니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뽑으려고 해요. 같이 일했던 공무원들 중에 공생심포니로 온 사람들이 한 6명 정도 있어요. 공무원으로 일할 땐 못했던 것들을 하니까 더 잘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앞으로도 저는 제도 안에서 공생의 가치를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더 확산시켜나갈 생각입니다.
Q. ‘공동련’을 통해서 사이토, 미타 씨와 여러가지 활동들을 함께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계기로 이들과 함께하게 되셨는지, 현재는 어떤 관계를 맺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A. 공생이라는 철학에 모두 동의하고 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 점이 저희 관계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사이토 씨는 제가 일반적인 형태의 직업재활시설을 운영하려고 할 때마다 길을 바로 잡아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복지시스템 안에서 장애인을 ‘이용자’의 위치로 두는 것이 사실 편하고 쉬운 방식인데 공생하는 삶이 무엇인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해주신 분들입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활동하는 방향성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을 텐데요. 서로 오랜 시간 함께 해왔기 때문에 절대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관계입니다.
Q. 공생심포니의 미래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나카자키 씨 개인으로도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지금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과거엔 제가 낮에 쿠키를 만들고 밤늦게까지 행정 일을 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편해졌죠. 지금 제가 일본 전국의 직업재활시설에 자문하는 역할도 많이 하고 있는데 일본도 세계적인 동향의 큰 움직임을 받는 나라이다 보니 앞으로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보조금 예산이 감소하는 것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겠죠. 개인적으로는 제가 이제 사업에서 한 발 빠지고 책임을 많이 안 지려고 합니다. 젊은 직원들을 서포트하면서 격려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일을 줄이고 여행을 다녀야 직원들도 그렇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 공생심포니의 건물, '공생MALL'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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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취재. 이미정 편집장, 김영연·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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