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쉴 수가 없다. 폭염, 장애인의 생명을 위협한다
기후위기와 장애
본문
폭염은 우리의 일상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농촌에서는 고온과 과도한 일조량으로 작물의 생육이 저하되며, 가축 폐사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사람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는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가 운영된 이래로 가장 이른 시기인 7월 7일에 응급실을 방문한 온열질환 누적 환자 수가 1,000명에 도달했으며, 지난해보다 18일이나 빠르게(7월 8일)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또한 30도가 넘는 기온이 9월까지도 유지되며 끈질기게 괴롭혔다.
폭염으로 우리 사회에 불안과 걱정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장애인들은 어떻게 하루하루를 생활하고 있을까. 이번 기획에서는 기후위기로 찾아오는 불편 중에서도 대표되는 폭염이 장애인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장애 유형별로 살펴보는 동시에 우리나라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화상장애인, 이식 피부 땀샘 없어 땀 배출 안 돼
녹아내린 신체, 쿨토시·양산도 쓸 수 없어
18년 전 가스 사고로 온몸의 86%에 화상을 입은 화상장애인 정인숙 씨는 여름이 두렵다고 한다. 정 씨는 목 뒷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피부에 화상을 입어 목 뒷부분으로만 땀을 배출하고 있다.
“피부이식 수술을 받으면 그 자리에는 땀샘이 생기지 않아요. 땀 배출이 원활히 안 되니까 진짜 말도 안 되게 힘들죠. 한여름에는 밖에 나가면..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어요. 피치 못할 일정이 있는 게 아니라면 외출 자체를 안 하려고 하죠. 나가더라도 잠시도 바깥에 있지 않으려고 동선을 생각해야 돼요.”

△ 화상으로 인해 변형된 정인숙 씨의 손
“피부이식을 받은 부위는 회복력이 없어요. 그래서 피부가 한 번 타면 회복이 안 되거든요. 가끔가다가 화상 입으신 분 중에 이빨만 보일 정도로 까만 사람을 본 적 있으실지 모르겠는데, 그게 그래서거든요. (…) 보통 사람들은 피부가 타거나 잡티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선크림을 바르잖아요. 화상 장애인들도 선크림을 바르면서 관리해 줘야 하는데, 손이 이러니까 바르기도 어렵고, 씻어내기도 어려워요. 그러니까.. 그냥 가리고 다녀야죠. 방법이 없어요.”
정 씨는 남들이 하는 쿨토시나 냉감마스크, 더위에 좋다는 옷도 알아봤지만, 번번이 좌절해야 했다. “저 같은 경우는 사고로 손가락 마디에 있는 연골이 녹아서 손 모양이 변형됐고, 귀도 녹아서 모양이 없어졌어요. 제가 귀가 남들 같지 않으니까 냉감마스크도 착용 자체가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손이 이러니 양산이나 이런 걸 드는 것도 어려움이 있고요.”라며 말을 이었다.

△ 더위로 인한 어려움을 설명하는 정인숙 씨
정 씨는 현재 중증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기초생활수급 자격으로 정부의 에너지바우처 제도와 장애인 도시가스 요금 경감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화상장애의 특성상 시원하고 쾌적한 환경 유지가 중요해 에어컨, 선풍기, 제습기 등 에너지 사용이 많아 현재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현실이라고 전했다.
지체장애, 그늘로 가고 싶어도 이동 속도 느려
보조기기로 인한 땀띠와 피부 손상까지 유발
경추 손상으로 목 아래가 마비되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오성윤 씨는 휠체어를 타고 내릴 때, 차량에 타고 내릴 때마다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오 씨는 “운전할 때 휠체어를 넣고, 저를 태우고 하는 데 아무리 짧아도 10분 정도는 걸린다고 봐야 해요. 근데 요즘같이 덥고 습한 여름에는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엄청 힘들어하죠. 온몸이 흥건하게 젖은 모습을 보며 심정이 상당히 복잡해요. 그렇다고 저는 편한가요. 저는 햇빛을 그대로 맞고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마다 더워 죽을 것 같죠.”라며 전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면 활동지원사와 오 씨 모두 힘들다.
그러나 햇빛을 피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덥고 습한 기후에 오 씨의 몸은 시름시름 앓는다.
“제가 장애로 복압이 없어서 말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늘 복대를 차거든요. 더욱이 제 직업이 강사라서 복대를 꼭 차야 해요. 근데 그 부분이 여름이면 땀띠가 그렇게 나요. 그렇다고 이 복대를 안 하자니 그럴 수도 없고.. 그냥 땀띠는 나게 두고, 차라리 연고를 바르든지 해야 하죠. 어쩔 수가 없어요. 어쩔 수가.”
목발을 사용하는 지체장애 당사자 김효진 씨도 비슷한 불편을 겪는다. 김 씨는 목발 사용을 위해 골반 부위에 상체를 지탱해 주는 보조기기를 착용한다. 이 보조기기가 있어야 하체에 지탱력이 생겨, 목발 사용과 이동이 가능하다.
△ 휠체어로 이동하는 오성윤 씨(왼쪽), 김효진 씨가 착용하는 보조기기의 모양(오른쪽)
김 씨는 “여름에는 이 보조기기가 닿는 피부가 습해지니까 피부가 약해지고, 결국 상처가 생기고 곪아요. (…) 상처가 회복되려면 기본적으로 건조한 상태로 유지하고, 다른 무언가와 닿지 않아야 하잖아요. 근데 이게(보조기기가) 저로서도 일상생활과 직결되니까 안 할 수가 없는 거죠.”라며 토로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목발을 사용하면서 남들보다 느리다 보니까 남들 5분이면 갈 거리를 저는 10분이 걸려요. 뙤약볕에서는 1분 1초가 힘든 거 아시잖아요. (…) 그렇다고 저는 남들이 더위 피하려고 찾는 자구책도 못 써요. 양산을 쓰고 싶어도 손이 자유롭지 못하니까 안 되고.. 아, 지난 번에 한 번은 햇빛을 가리고 싶어서 챙 넓은 모자를 쓴 적이 있는데 주위에서 ‘공주병이냐’, ‘어디 피서 가냐’하면서 놀리더라고요. 그때부터 신경도 쓰이고 그러죠..”라며 주위 시선에 대한 상처도 내비쳤다.
국가의 지원 정책에 대해 오성윤 씨는 “난방비, 냉방비 지원이 기초수급자 중심으로만 이뤄져 있으니까 그렇지 않은 장애인은 배제돼요. 저 같은 경우도 경제 활동을 하다 보니까 받을 수 있는 게 없어요. 좀 더 세분화해서 지원하면 어떨지 싶죠.”라며 소득수준에만 집중된 국가 지원 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오 씨는 소득수준에 따라 에너지바우처 등 지원 정책에 모두 탈락되었다.
정신적 장애, 약물 부작용으로 체온조절 어려워
자해 늘어 일상생활 루틴 깨지고, 가족 부담 커져
흔히 더위는 몸으로 느끼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십상이다. 그러나 자폐성장애나 정신장애와 같이 정신적인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도 더위는 심각한 어려움을 가지고 온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아버지 권유상 씨는 “더운 날이면 아들이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으려고 힘쓰고, 아무 데도 가지 않으려고 하고.. 여름에 특히 통제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에어컨을 잠시라도 끄고 있으면 손가락을 피가 날 정도로 깨물면서 자해하고, 덥다고 소리 지르고 난동을 부려요. 그야말로 돌발행동을 하죠.”라며 토로했다.
또 “아들이 체중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밖에 나가려고 하지를 않으니, 문제도 더욱 심각해지고, 엄마가 여름옷을 대신 준비해 줘도 결국 자기가 원하는 긴팔옷이 아니면 안 입고.. 힘들죠..”라며 고충을 밝혔다.
중학생 나이의 자폐성장애 아들을 둔 부모 백가흔 씨는 “저희 아들이 무던한 편이기는 하지만, 최근 몇 년 여름에는 ‘덥다’고 되게 자주 말하기도 하고, 집에 있을 때는 에어컨을 자기 손으로 꼭 트려고 그래요. 평소 싫어하는 활동을 해야 할 때 날씨가 좋은 날이면 몇 번 설득하면 넘어오는데, 더운 날이면 절대 싫다고 고집하고..”라며, 더운 날 특히 루틴에 대한 강박이 심해진다고 전했다.
정신장애 당사자 이정하 씨는 “약물 부작용이라는 게 알려진 것들 말고도 훨씬 복합적인 이유로 생기기도 해요. 그중 하나로 체온조절의 어려움도 생기더라고요. 더위, 습도에 더 취약해져요. 남들이 체감하는 30도가 제게는 더 높고 힘들게 느껴진다고 생각하시면 어떨지 싶어요. 그리고 올라간 체온이 내려가기까지 되게 오래 걸려요.”라며 어려움을 꼽았다.
시각장애, 더위에 '헥 헥' 거리는 안내견이 걱정
미안함에 긴장 속 홀로 외출, 사고 위험 높아
안내견 보행을 하는 양주혜 씨는 또 다른 고충을 전했다. 양 씨는 “여름에는 안내견이 잠시 몇 분만 이동해도 엄청 ‘헥헥’ 거리고.. 횡단보도나 이런 뜨거운 바닥에서 잠깐 기다려야 할 때는 ‘종, 종’ 제자리걸음 하면서 되게 힘들어하더라고요. 요즘 날씨가 워낙 습하니까 햇빛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다를 바가 없고.. 미안하고 안쓰럽죠.”라고 말했다.
△ 양주혜 씨가 안내견 주미가 더워하자 컨디션을 확인하고 있다(출처. '시시각각' 유튜브 캡쳐)
안내견 견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골든리트리버는 겉 털과 속 털 두 겹으로 털이 나는 종으로, 털 사이의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체열이 쉽게 오르고 외부 열기도 빠르게 흡수되어 더위에 더욱 취약하다.
안내견이 힘들어하는 것이 느껴지자 양 씨는 차라리 스스로 불편을 자처한다. “주미(안내견)한테 미안해서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폭염 특보가 있는 날에는 주미 없이 혼자 나가요. 지팡이를 짚고 가거나.. 제가 방법을 찾아서 이동하죠. 안내견 없이 다니려면 긴장이 많이 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까.”라며 심경을 전했다.
CRPS 환자, 에어컨, 제습기 동시 사용 필수 불가피
장애등록과 높은 소득기준, 정책 지원 사각지대 놓여
극심한 더위에도 김소민 씨는 선풍기조차 틀지 못한다. CRPS 당사자인 김 씨는 “(선풍기는) 애초에 틀 생각도 못 해요. 아주 작은 바람도 그 통증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극심해요. 에어컨도 간접적으로 공간의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만 사용하고 있어요. 남들이 더위를 피하려고 사용하는 방식이 저에게는 안 통하는 거죠..”라며 허탈해했다.
극심한 더위에도 김 씨가 그저 더위를 감내하는 이유는 CRPS의 증상에 기인한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불리는 이 질환은 신체의 한 부분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며 발생 부위가 매우 예민해져 바람이 불거나 옷깃에 스치는 가벼운 접촉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곤 한다. 이러한 어려움이 여름이면 더 커진다.
“CRPS가 기압에 되게 예민해요. 압이 높아지면 통증이 커져요. 근데 최근에 여름이 되게 습해졌잖아요. 습한 날씨가 되면 고통이 커지고.. 결국 종일 제습기를 가동해야 할 정도로 습도 조절에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생기죠. (…) 에어컨이랑 제습기랑 다 틀다 보니까 전기세 걱정이 없는 건 아닌데, 당장의 고통이 너무 심하니까 그런 것까지는 생각도 못 하죠. 일단 살고 봐야 하니까..”
김 씨는 “CRPS 환자들은 신생아와 비슷해요. 하루 종일 집에서 생활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살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신생아 가구에는 출산가구 전기요금 할인제도와 같이 전기세 감면혜택이 있는데 CRPS 환자에게는 그런 게 전혀 없거든요. 장애등록도 까다롭고...” 라며 국가 지원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호소했다.
실제로 김 씨는 장애인 등록이 되지 않아 장애인 요금 할인 등의 정책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소득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정하는 에너지바우처 등 각종 정책적 지원을 받지 못해 모든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 2021년부터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 대책 시행
이처럼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은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지만, 해결책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위험이 다가올 것이라는 절망적인 예보만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상태다.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고 2023년에는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 대책’을 수립, 2023~2025년간 실시해 나갈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또한,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실태조사와 정책권고 가이드라인 마련 및 고령자 건강관리 서비스, 야외 근로자 기후 적응 수단 개발, 냉·난방 에너지바우처 지급 등을 지급하고 이를 위해 약 2조 1천억 원(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 예산의 9.3%)을 책정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
기존 사업을 기후위기 사업으로 짜집기 포장
그러나 기후위기 정책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기후위기를 예방하거나 기후위기에 취약한 대상자를 발굴,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니라 기존에 각 부처가 진행하고 있던 사업들을 재배치해 내놓은 정책에 불과하다.
기후위기에 따른 취약계층 지원 사업으로 제시했던 고령자 건강관리 서비스, 독거노인·중증장애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선(방문건강관리), 노인단체 지원 등은 복지서비스의 일환으로 취약계층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응급안전안심서비스는 독거노인·중증장애인의 주거지에 센서와 응급호출기를 설치해 위급 상황을 자동으로 감지하며 119에 자동 연결,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기후위기와는 사실상 관계가 멀다.
보건복지부 노인복지과 독거노인·중증장애인 응급안전서비스 당담자도 “기후취약계층 보호사업이라고 해서 생긴 사업은 아니고.. 원래부터 진행되던 사업인 거죠. 기후위기와 관련해 특별히 예산을 따로 받는 것도 아니고요. 이 사업이 ‘폭염, 폭설일 때 관리 대상인 분께 개별 전화를 해서 관리·감독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아마 이 점 때문에 적합하다고 판단해서 기후취약계층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어요.”라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취약계층 대상 모호, 행정편의 결정
기초·차상위 소득 기준으로 한정, 사각지대 발생
또 탄소중립기본법에는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취약계층의 구체적인 대상이나 범위 등의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로 인해 현재 누가 기후위기 취약계층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 주무부처인 환경부 담당자는 “현재는 기준이 없는 거죠. 그래도 우선 복지사업들로 진행되던 게 있으니까 사업 진행은 가능한 상태고.. 새롭게 진행할 때도 취약계층 관련 연구 같은 걸 차용하거나 통상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기후위기에도 적용해서 하고 있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2021년 법이 제정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대상과 범위에 대한 심층 논의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며, 행정 편의적 사고로 대상과 목적이 다른 복지 분야 취약계층을 기후위기 취약계층으로 전락시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에너지바우처와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 사업은 물론 지자체별로 시행 중인 ‘친환경 보일러 설치 지원’, ‘여름철 냉방비 지원’ 등 대부분의 정책이 소득에 따라 지원 여부가 결정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오성윤 씨와 김소민 씨처럼 기후위기로 실질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이 소득 기준이 되지 않아 결국 지원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기후위기 취약계층 실태조사도 다양성 한계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른 개별 특성 고려 안 돼
이번 이슈광장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하나의 정책이었던 ‘일회용 빨대 사용 금지’와 관련해 77%에 이르는 시민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장애인의 개별적 특성을 고려해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었다. 다수의 시민이 개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과 서울시에서 각각 2024년과 2025년에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으나 다양한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두 조사 모두 이동 제한성, 경제·환경 취약성 등으로 인해 장애인이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은 인정해 장애인을 조사 대상에 포함했을 뿐 다양한 장애인의 특성은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환경연구원과 서울시 두 곳이 실시한 실태조사 모두 장애를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로 구분해 장애정도에 따른 차이를 고려했으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다양한 장애유형별 고충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장애유형, 장애정도,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의 차이에 따라 기후위기에 대한 체감에 차이가 있으며 그에 따른 정책 지원도 달라져야 한다. 장애인 맞춤형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각 장애인이 실제로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 파악하는 실태조사가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실시되어야 한다.
대통령 직속 기구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56명의 위원 중 장애인 현실 대변할 위원 부재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최고 기관인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소중립위원회)’가 대통력 직속기구로 설치되어 있으며 이곳에는 각 부처 장관을 비롯해 기후 과학, 온실가스 감축, 기후위기 예방 및 적응, 에너지ㆍ자원, 녹색기술·녹색산업, 정의로운 전환 등의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 대통령이 위촉한 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통령이 위촉할 때는 탄소중립기본법 제15조 5항에 따라 아동,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은 후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에 확인한 결과, 현재 2기째인 탄소중립위원회 56명의 위원 중에는 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장애관련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상 기후위기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장애인의 실상을 전달할 창구가 막혀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담당자는 “장애인도 당연히 사회계층에 포함되니 관련 위원이 선출되는 데 문제는 없으나, 법에 장애인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위원회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여하고 있어 장애인 관련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장관의 업무영역은 전 국민의 보건, 위생, 의료, 보육, 복지 등 광범위해 다양한 장애유형별 상황을 일일이 파악하고 있다고 추정하기 쉽지 않다. 또 보건복지부가 다른 것보다 우선적으로 장애인 관련 정책을 제안하고 매회 의견을 개진한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희망고문에 가깝다. 환경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보건복지부 장관이 장애인 관련 논의를 제안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제안해야 하는 것 또한 아닌 현실이다.
당사자들의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지체장애인은 이동 제한으로 냉방시설을 갖춘 장소에 접근하기 어렵고, 시각장애인은 안내견, 지원체계, 대피 등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으며, 자폐성장애인은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른 건강·행동상의 위험을 체감하고 있다. 화상장애인에게는 기후위기가 일상을 마비시키고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을 추가하는 동시에 장애 유형과 정도마다 다른 피해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별도의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 소득 중심의 지원 정책을 기후위기 피해 정도에 따른 지원으로 시급히 전환해 기후위기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 개발을 위한 탄소중립위원회에 장애인 당사자나 장애인 관련 전문가를 민간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실시하는 동시에 장애인 기후위기 대응 위원회를 마련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장애인들이 겪는 기후위기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작성자글과 사진. 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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