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지난 지금 수치는 늘었지만 본래 취지와 목적은 사라져…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30년이 지난 지금 수치는 늘었지만 본래 취지와 목적은 사라져…

기획 / 장애계 30년 전과 오늘

본문

고용의무 사업체 장애인 30배 증가
제도와 예산, 시설 모두 크게 늘었다
 
 [일할 권리 외침 30년, 함께가 아닌 따로의 역사기사에서 이어진 기사입니다. 】
 
우선 장애인 고용을 둘러싼 외형적 수치는 크게 달라졌다. 장애인고용기금은 3,588억 원에서 1조 6,081억 원으로 약 4.5배 늘었다. 고용의무사업체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는 51,766명에서 245,184명으로 약 5배가량 증가했으며 직업능력개발훈련 수료생도 141명에서 2,826명으로 20배 늘었다. 현재 4,405명의 장애인 근로자가 사업체에서 근로지원인제도를 이용해 일하고 있다. 직업재활시설은 2002년 194개소에서 2024년 815개소로 4배 이상 늘었고, 2007년 도입된 표준사업장 제도는 현재 873개소로 확대됐다. 고용의무 사업체 장애인 고용률도 1.1%에서 3.21%로 높아졌다. 장애인 임금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79만 원에서 206.5만 원으로 늘었다.
 
출처: 2025년 상반기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2025 장애인통계, 2000년 장애인 실태조사,
2000년 장애인근로자 실태조사, 2000년도 장애인고용촉진기금운용계획안,
2025년도 장애인고용촉진기금운용계획안, 장애인직업재활시설통계,장애인 표준사업장 활성화 방안 연구(2021)
 
 
의무고용률 올라도 경제활동참가율은 줄어
소득의 절대적 수치 늘었지만, 격차는 그대로
 
절대적 수치는 늘었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고용률이나 중증장애인 등 장애인들의 고용 여건이 개선되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47.8%에서 2025년 35.6%로 줄어들었다. 복지일자리와 공공일자리 등에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비율이 늘었음에도 경제활동참가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또 같은 자료에 의하면 장애인 비정규직 비율은 67.6%로 우리나라 평균 비정규직 비율보다 2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30년 전 전면 개정된 특수교육법으로 특례입학제도가 도입되면서 고학력의 전문능력을 갖춘 장애인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장애인들이 종사하는 직업은 여전히 단순노동에 그치고 있다. 2025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취업자 중 31.3%가 ‘단순 노무 종사자’였으며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는 8%에 머문다. 이는 전체 인구 취업자 중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의 비율인 23%와 비교하면 크게 밑도는 비율이다. 장애인이 진입할 수 있는 일자리의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18년 당시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도입을 위한 토론회 모습 ⓒ함께걸음
 
△ 보호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장애인들 ⓒ함께걸음
 
더블카운트·부담금 감면, 고용 늘리는 유인이 됐는가
중증장애인을 위한 제도는 늘었지만, 실효성은 물음표
 
2000년 이후 중증장애인을 1명 고용하면 장애인 2명을 고용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더블카운트, 중증장애인과 여성장애인을 고용하면 부담금을 감면하거나 고용장려금을 우대하는 제도, 지원고용제도 등이 새롭게 마련되었다. 제도의 취지는 분명했다. 중증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직무코치를 붙여 일반사업체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었다. 일반사업체 내 중증장애인 고용을 늘리고자 하는 취지다.
 
그러나 중증장애인 고용률은 21.8%로 경증장애인(39.9%)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고용률도 25년간 23.8%에서 23.4%로 정체되어 있다. 1990년대 1·2급이 중심이었던 중증장애 범위가 2019년부터 3급 장애인까지 모두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확대되면서 경증장애인이 대거 중증장애인으로 전환되었지만, 고용률은 여전히 정체상태다. 이는 사실상 중증장애인들의 고용이 오히려 줄어든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중증장애인 고용에 따른 부담금 감면과 장려금 지급은 단기 고용 후 수급을 반복하는 악용 사례를 낳기도 했다.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통합 고용은 옛말
장애인만 모여 일하는 분리 고용 증가해
 
장애인고용정책은 장애인들이 직업생활을 통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가능한 개방적이고 통합적인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초기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일반 사업체에 근무하는 장애인 수를 늘리기 위해 사업체의 고충을 청취,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실태조사와 연구 등을 실시하며 통합고용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은 통합고용을 위한 조사나 연구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장애인들만 모여 일하는 직업재활시설은 2002년 194개소에서 2024년 815개소로 4배 이상 늘었고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등이 늘어났을 뿐이다. 또 발달장애인 취업자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발달장애인 취업자의 22.6%가 직업재활시설에, 13.5%가 표준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취업자의 74% 이상이 비장애인 없는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직업재활시설 실태조사(2022)’에 따르면, 직업재활시설에서 전이된 근로장애인 중 일반사업장으로 이동한 비율은 35.4%에 그쳤으며 훈련을 마친 장애인의 36.6%는 동일 시설 내 근로장애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직업재활시설은 경유지가 아니라 종착지가 되고 있다.
 
기업은 장애인 고용 대신 돈으로 해결
연계고용·표준사업장으로 우회로 고용
 
연계고용제도는 기업이 직업재활시설이나 표준사업장에 도급하고 생산품을 구매하면 고용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표준사업장은 일반 고용의무사업체가 장애인에게 특화된 근무 환경을 갖춘 사업체나 이를 자회사를 만들어 운영할 경우 이를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이들 제도는 도입 초기부터 일반 사업체에 취업할 수 있는 장애인들이 연계고용 시설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와 기업의 장애인고용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우려는 3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되었다. 표준사업장 인증업체가 매년 증가 추세로, 2026년 현재 873개로 늘어났다.
 
늘어나는 직업재활시설, 모호한 정체성
경영난으로 노동의 가치보다 자동화 선택
 
2000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으로 일반 사업체 고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이 보호된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직업재활시설이 법제화되었고 중증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직업재활을 실시하도록 했다. 이를 계기로 직업재활시설은 2024년 기준 815개소로 늘어났지만, 정체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직업재활시설 내부에서도 장애인복지시설인지 아니면 임금을 제공하는 사업체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직업재활시설은 최저임금을 적용받게 되면 경영난에 봉착하게 돼 일부에서는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자동화로 전환하거나 값싼 해외제품을 수입해 재판매하는 등의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 그래서 장애계에서는 직업재활시설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중증장애인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한 30년 전
보호와 재활의 관점 고착화, 장애인 배제
 
30년 운동의 한복판에 있었던 조 교수의 회고는 출발점과 한계를 동시에 짚는다. “중증장애인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나오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그들도 일할 수 있다는 걸 알려야 했던 거죠.” 보이지 않던 이들을 세상 밖으로 불러내는 것, 그것이 30년 운동의 출발점이었다.
 
동시에 “너무 장애인을 노동능력이 부족하고 훈련의 대상으로만 고정한 것, 보호와 재활의 관점을 고착화한 것이 아쉬워요. 장애인이 배제되는데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 부족, 사업주의 인식 문제 등 여러 사회구조적 배경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더 밀고 나가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라며 덧붙인다.
 
30년 전 장애계가 양분돼 때론 거리에서 때론 토론장에서 격론을 벌이며 만들어진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통계상의 고용률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일반사업체의 문이 실제로 열리고, 장애인이 그 안에서 함께 일하는 통합 고용을 지향했다. 중증장애인도 직업재활시설에서 직업훈련과 적응훈련을 통해 일반사업체로 전이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통합 고용을 지향하는 장애인고용 정책은 원칙과 방향을 잃고 끊임없이 현실과 타협해 왔다. 조 교수의 이야기처럼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것이 어렵다는 일반 업체들의 주장에 당당히 맞서 싸우기보다 연계고용과 표준사업장 운영과 같이 일반 사업들에 우회로를 제공, 장애인고용이행률을 수치상으로만 높여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역시 일반 사업체의 고용 확대를 위한 조사나 연구 등에 손을 놓은 지 오래다.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 장애인 고용 앞으로의 30년을 위해 시대적 흐름에 맞춰 고용구조의 변화를 모색하자
 
현실이라는 미명 아래 뒷전이 된 통합고용
현 제도들 원칙과 방향에 합당한지 검토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 고용정책과 제도가 통합 고용이라는 대원칙과 방향에 합당한지 재점검해야 한다. 현실이라는 미명 아래 원칙이 뒷전이 된 현재 상황으로 앞으로의 30년을 맞이할 수는 없다. 장애인 고용 정책의 원칙과 방향을 다시 검토하고 재설정해야 한다.
 
특수교육 30년의 과제가 통합교육의 내실화라면, 장애인 고용 30년의 과제는 중증장애인을 고용의 중심에 놓는 일이다. ‘우리는 아직 통합교육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는 특수교육 현장의 고백처럼, 우리는 아직 통합고용을 제대로 실현한 적이 없다.
 
또 30년 전 고용 예산이 장애인 고용이 아닌 사업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금은 역으로 통합 고용을 위해 필요한 사업체에 대한 연구나 조사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에 이르렀다. ‘모 아니면 도’라는 극단적인 형태의 정책 전환이 아니라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는 형태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통합 고용과 더불어 필요에 따라 보호고용형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위와 이해로 만들고 보자는 식의 정책 아닌
우려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으로
 
장애계가 대립하여 서로에게 지적했던 우려들이 3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당위와 이해관계로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원칙에 기반하며, 발생할 수 있는 우려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식으로 ‘일단 만들고 보자’며 섣부르게 정책을 마련하기보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성도는 높은 정책과 제도를 만들기 위해 숙의에 숙의를 거치고 최대한 서로 합의를 이루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업체인가 복지서비스인가
직업재활시설의 정체성 논의해야
 
직업재활시설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해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중증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가 생겨나고 그에 따른 임금수준도 올라가고 있다. 반면 직업재활시설은 수익 창출의 어려움으로 최저임금 적용 제외 없이는 경영난을 해소할 수 없는 구조적 취약성을 갖고 있다. 생산성을 요구하는 사업체로 볼 것인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볼 것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AI, 휴머노이드의 발달은 노동생산성의 변화
상시근로자 감소로 고용의무율 제도 한계
 
더불어 로봇공학과 AI 시대를 대비한 장애인 고용정책과 구조를 바꿔야 한다. 로봇공학의 발전으로 고용 분야에서 규정하는 장애인의 범위와 대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이들 산업의 발전은 일반사업체의 상시근로자 수 감소로 나타나게 된다. 또 상시근로자의 감소는 장애인고용의무 인원수의 감소로 직결되는 만큼, 장애인 고용의무율을 기준으로 한 장애인 고용 정책은 앞으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게 된다.
 
이번 호〈함께걸음> 이슈광장에서 “TF팀을 구성한다면 중증장애인 동료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독자들 상당수는 장애 여부보다 “이 사람이 업무를 수행할 역량이 있는가”를 먼저 물었다. 역량이 충분하다면 함께할 수 있고, 역할 없이 형식적으로 포함되는 구조는 오히려 당사자에게도, 팀에게도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다가올 미래를 대비해 장애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기존의 단순 조립이나 가공 형태로 이루어지는 직업훈련이 아니라 앞으로의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직무가 무엇인지 논의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훈련 분야가 무엇인지 선도적으로 개발, 훈련에 들어가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념 논쟁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회를 대비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장애인 고용정책의 구조적 변화를 마련해야 한다. 
 
 
---------------------------------------------------
관련 기사
 
장애계 30년 전과 오늘 [고용] ① : 일할 권리 외침 30년, 함께가 아닌 따로의 역사
 
 
작성자글과 사진. 함께걸음미디어센터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