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가 아닌 진정한 정치세력화를 모색하다 - 영주시장 예비후보 우창윤 인터뷰
기획 / 장애인 정치참여권
본문

비례대표를 통해 열려온 장애인의 정치 참여가 이제 지역구 공천 도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소아마비로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아온 한 건축가가 이제 지방정부의 수장이 되겠다고 나섰다. 우창윤 더불어민주당 영주시장 예비후보는 도시의 ‘턱’을 낮추는 설계에서 출발해, 이제는 사회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바꾸기 위한 정치에 도전하고 있다.
그의 도전은 단순한 개인의 정치 참여를 넘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고 지역권력을 형성하는 ‘정치세력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함께걸음>은 우 후보를 만나 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하게 된 배경과 그가 그리고 있는 ‘모두를 위한 도시’에 대해 들었다.
Q. 건축을 전공하고 정치에 참여하게 된 이유와 배경이 무엇인가요?
A. 저는 어릴 때 소아마비가 있어 지금까지 60년 넘게 장애인으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주변에서는 약대를 권유하기도 했지만, 저는 제 자신을 작은 세계에 가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고, 도시의 ‘턱’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건축을 선택했습니다.
대학생 시절에는 학내 민주화를 위해 총장실을 점거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다른 학생들은 구치소로 연행됐지만, 저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반성문만 쓰고 풀려났습니다. 그 경험은 저에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현실’을 강하게 인식하게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소아마비와 교통사고로 중증장애를 갖게 된 김순석 열사가 1984년 서울 시내의 턱을 없애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한 사건이었습니다. 그의 외침은 제 삶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이후 도시설계일을 하면서도 실제 접근성을 개선하도록 거래처들을 꾸준히 설득해 왔습니다. 그러다 핸드사이클을 시작하며 다른 장애인들과 어울리면서, 물리적 장벽뿐 아니라 체육시설 이용 거부와 차별·편견 같은 사회적 장벽이 더 큰 문제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정치라는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시의원 비례대표로 활동하였습니다.
Q. 이번에는 지방의회 비례대표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장 공천에 도전하시게 되었는데요.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시게 되었는지요?
A. 제가 직접 시민들을 대변해서 정책을 집행하는 일에 도전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의회에 있을 때는 주로 남이 하는 것을 간섭하고 견제하고 모니터링하는 역할들을 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여 지방의회의원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를 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정치를 우리의 사회적 공동자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 그 전략을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여기서 제 전문성인 도시건축을 살려서 모든 사람들을 위한 도시를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는 지역에 대한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제 고향인 영주를 포함한 지방 도시들이 수도권에 비해 더 큰 격차를 겪고 있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었고, 그 변화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영주로 내려와 영주시장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Q. 장애인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정당 차원의 지원이 있었나요?
A. 제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현재 제도적으로는 일정한 지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천 과정에서 장애인에게 30%의 가산점이 주어지고, 공천심사비 300만 원을 면제해주기도 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내야 하는 기탁금도 50%감면 혜택을 받아서 저는 현재까지 선거 예산을 100만 원만 낸 상황입니다. 이런 장치는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은 좋은 후보자를 발굴하는 일입니다. 비장애인의 경우에는 정당이 적극적으로 인재를 찾고 정치 참여를 독려하지만, 장애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장애인단체라든지 장애계를 찾아가서 공천 공고 과정에 대해서 알리고 발굴하는 과정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결국 저처럼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정치에 들어오게 되는 구조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장애인 정책에 대한 연구와 발굴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현재 정당은 장애인 정책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거나 축적하기보다는, 장애인 후보자가 제도권에 들어왔을 때 그 사람이 알아서 만들어야 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인이 정치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 들어올 때까지 정책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게 됩니다. 장애인 정책은 특정 개인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열어두고 의견을 수렴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선거 때가 되어서야 ‘좋은 정책이 없냐’고 묻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Q. 지금 한창 선거운동을 하고 계신데,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A. 선거운동을 하면서 느껴지는 시민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긍정적입니다. 물론 ‘힘들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지만, 장애에 대한 인식 자체가 이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고 느낍니다. 특히 영주는 고령 인구 비율이 높다 보니 장애를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장벽들이 있습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후보는 물리적 접근성 때문에 유권자를 만나는 데 제약이 있어요. 예를 들어, 가게에 턱이 있으면 들어갈 수 없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보고 저에게 와달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환경 자체가 정치 참여의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저와 함께 선거운동을 하는 동료들 역시 저 때문에 같은 제약을 경험하게 되는 점에서 미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것을 선거운동 시간을 더 주는 등 ‘특혜’로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사회 전반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도적 배려를 넘어서, 인재 발굴, 정책 연구, 그리고 접근 가능한 환경 조성까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Q. 후보님께서는 영주시에서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으신가요?
A. 영주시를 유니버셜디자인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유니버셜디자인은 단순히 ‘장벽을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BF인증과 같은 배리어프리 제도와 다른 점이기도 하지요.
제가 만들고 싶은 도시는 이동, 숙박, 먹거리, 공공서비스가 끊김이 없이 연결되는 도시입니다. 이중 하나라도 막히면 그것은 유니버셜한 도시가 아닙니다.

영주에서는 특히 구도심을 재편해 ‘콤팩트 시티’를 만들고자 합니다. 도보 5분 내에 의료, 공원, 생활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고, 고령화에 대응하는 주거 정책도 함께 추진하려 합니다.
그러나 제가 장애가 있다고 해서 지역 정치를 ‘장애인만을 위한 정치’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유권자의 다수는 비장애인 시민이기 때문에, 장애인 정책만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으로는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일반 시민을 위한 정책과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맞물려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정책의 유니버셜화’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집단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자연스럽게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Q. 정치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A. 사회에 불만이 있으면 어렵다고 밖에서 이야기하지 말고, 직접 정치 안으로 들어오셨으면 합니다. 지금은 장애인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는 시대가 아닙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해야 합니다. 두 사람만 모여도 정치세력화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 결국 변화는 안에서 만들어집니다. 장애인은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2년마다 정치 교체 시간이 계속 돌아가니까, 장애인단체 차원에서 더 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 역량과 세력을 키울 수 있는 장애인 아카데미라든지, 이런 장들을 많이 형성해주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글과 사진. 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