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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발표, 5년 후 그려질 장애인의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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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이하 ‘제5차 계획’)이 지난 3월 5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된 제19회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최종 발표됐다. 2022년까지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에 걸쳐 시행되는 이번 5차 계획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이뤄지는 포용사회’를 비전으로 △복지·건강 △교육·문화·체육 △소득·결제활동 △권익증진 △사회참여기반 등 5대 분야, 22개 중점과제, 70개 세부과제로 구성된다. 특히 “장애인의 목소리가 빠졌다”는 지난 제4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의 지적사항을 보완해 장애계와 관련 전문가 등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시도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5차 최종 계획안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못하고 있다.

 

‘등급제 폐지’ 등 장애계 주요 이슈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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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제19회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는 보건복지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등 소속 14명의 정부기관 위원과 13명의 민간위원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심의하고 확정한 제5차 계획에서 무엇보다 비중 있게 다뤄진 사안은 ‘장애등급제 폐지’로, 정부는 지난해 10월 장애등급제 폐지 세부추진방안 마련을 위해 장애계가 참여하는 장애등급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6차례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종 제5차 계획에서는 기존 ‘장애등급제’를 대신해 장애인의 욕구와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적 욕구조사’를 2019년 7월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등급제 폐지 외에도 5대 분야 중 하나인 복지·건강 분야에서는 탈시설과 의료 관련 이슈가 포함됐다. 시설거주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온 후 지역사회에 자립할 수 있도록 중앙과 각 시도에 ‘탈시설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공공임대주택과 자립정착금을 지원한다. 또 중증장애아동에 대한 집중적 재활치료를 위해 권역별로 ‘공공어린이재활의료기관’을 설립하는 한편,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를 도입해 중증장애인의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2021년까지 ‘장애인 건강검진기관’을 100개소로 지정 운영한다.

소득·경제활동 분야에서는 최저임금적용제외 대상을 최소화해 장애인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한편, 장애인 소득보장을 위해 ‘장애인연금 기초급여’를 2018년 9월 최대 25만 원에서 2021년 최대 30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교육・문화・체육 분야에서는 특히 작년에 논란이 뜨거웠던 서울 강서구 지역 특수학교를 포함해 22개교 특수학교와 1,250개 특수학급을 확충하고, 특수학교 용지확보와 설립이 용이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 이외에도 장애인 사회참여를 위해 현재 19% 저상버스 보급률을 2021년까지 42%로 확대하고,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시외버스 모델을 개발하는 등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강화한다.

 

세부 추진방향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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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계획이 최종 확정되기 전, 작년 1월부터 5월까지 장애인단체를 중심으로 ‘제5차 종합계획 과제안’ 마련을 위한 기초연구가 진행됐다. 이 안을 바탕으로 정부는 최종 제5차 계획 수립을 위한 절차를 밟았고, 그 결과 그동안 장애계 뜨거운 감자였던 등급제와 탈시설부터 교통, 교육, 접근 등의 이슈가 상당수 담겼다. 하지만 이슈별 세부내용과 방향에 대한 장애계의 입장은 다소 회의적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은 “제5차 계획의 비전 문구에서처럼 장애계 오랜 숙원이던 ‘탈시설’이 이번 장애정책에 주요 기조로 설정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장애계가 제출한 기초연구의 세부내용까지 최종안에 100% 그대로 반영된 사안은 30% 수준에 불과하고, 이외에는 적거나 크게 수정이 됐다”고 말했다.

또 계획에 구체적인 목표치나 방안이 드러나지 않아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조직실장은 제5차 계획이 많은 연구와 논의과정 속에서 나왔음에도 여전히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세부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애인의 자립’과 ‘포용사회’를 강조하는 슬로건이 이번 제5차 계획과 함께 발표됐다. 하지만 지난 제1~4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돌아보면, 과거에 내걸었던 슬로건을 지금 가져다 써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이는 지난 슬로건 달성을 목표로 한 세부 계획들이 제대로 설정되지 못했고, 또 이행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계획이 구체적인 내용을 담기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여성이나 아동 등 타 분야 종합계획에서는 특정 국제협약의 권고기준 등이 목표치로 제시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UN장애인 권리협약의 내용을 거의 담지 못하고, 심지어 이 협약을 ‘검토한다’는 수준의 내용이 담긴 이번 장애인종합정책과는 상당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번 계획으로 장애인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목표치 설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외에도 조현수 실장은 이번 계획의 주요사안인 등급제폐지와 관련해 발표된 내용 역시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해서는 민관협의체가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지만, 장애인 당사자의 삶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만한 구체적 방안이 부재하다. 특히 소득과 고용서비스 부분에서는 2022년이 돼서야 시행한다는 계획인데, 과연 지난 정부부터 예산타령으로 밀린 사안이 문재인정부 임기 말에 얼마만큼 완성도를 보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당사자 요구와 동떨어진 내용 담기기도

한편 이번 제5차 계획 최종안에 대다수 장애계와 또 장애 당사자의 요구내용으로 보기 어려운 내용들이 일부 반영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제5차 계획 기초연구 과정에 참여한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동석 정책위원장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의견개진 과정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지만, 유일하게 발달장애영역에서는 당사자의 참여를 끌어내기 어려웠다. 특히 발달장애인 직업재활 쪽에서 이용자인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아닌 제공기관인 시설 단체의 의견이 주로 반영돼, 사업이나 실무자의 근로환경 개선의 방향으로 계획에 포함됐다”면서 “당사자 회의에 이들이 참여하는 것이 과연 맞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특수교육분야에서는 강서구 특수학교 사태의 여파로 구체적인 특수학교 확충방안을 마련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보였지만, 거의 대다수의 장애계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용석 실장과 조현수 실장을 포함한 많은 장애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장애인 교육정책이 최종적으로 지향해야 할 통합교육의 방향과 역행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용석 실장은 “장애학생의 고립을 부추기는 특수학교와 통합학급의 확충이 아닌, 진정한 통합교육의 방향을 면밀히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등급제 폐지와 관련성이 높아 지난 기초연구과정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 활동보조 영역에서도 장애계 입장과는 전혀 동떨어진 내용이 반영돼 비난이 제기됐다. 제5차 계획에서는 ‘로봇을 활용한 장애인 돌봄서비스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이동석 위원장은 “검증되지 않은 기술보다는 기존 인력에 같은 예산을 쓰는 것이 서비스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훨씬 실효성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현수 실장 역시 “그것만으로 중증장애인의 일상생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정말 잘못됐다”고 덧붙이면서 “정작 주요 요구사항이던 24시간 지원이나 개인부담금 완화 등의 사항은 전혀 반영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의미 없는 내용일 뿐”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계획 끌어갈 전담 컨트롤타워 필요

앞선 지적사항에서 일맥상통하듯 장애계에는 이번 제5차 계획이 지난 계획들과 마찬가지로 계획뿐인 계획에 그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때문에 발표된 계획들이 앞으로 어떻게 이행될지에 귀추가 주목될 전망이다.

조현수 실장은 5년 단위의 범정부 종합계획이 연속성이 떨어지고 정권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여성, 아동 등 타 분야 종합정책과 같이 ‘UN장애인권리협약’ 내용이 중장기적으로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현수 실장은 “지금까지의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실효성이 미미했던 것은 계획별 연속성이 떨어졌던 원인도 있다. 장애인종합정책과 UN장애인권리협약의 연계성을 강화해 큰 틀에서 앞으로의 장애인 정책이 협약의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아직까지 추상적인 제5차 계획이 앞으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의지를 가지고 계획을 이끌어 갈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기초연구 과정에서 대통령 직속의 ‘국가장애인위원회’를 설치하라는 요구사항이 있었지만 결국 반영되지는 않았다. 조현수 실장은 “대통령 직속 기관 설치 유무에 앞서 중요한 계획을 총괄할 수 있는 책임주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는 그 핵심주체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로 돼 있는데, 적어도 이 계획을 주도적으로 끌어갈 힘이 있는 수준에서 논의되고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작성자정혜란 기자  sousms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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