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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 관광 소비자, 복지 수혜자가 아닌 소비자로서 접근 필요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 ④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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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장애인들의 관광 관심도는 크게 증가했다. 각종 무장애 관광 콘텐츠가 생산되는 것은 이러한 관심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그동안 무장애 관광은 공공기관 및 실제 관광 소비자인 장애인을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 및 공유가 지속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민간 시장에서도 무장애 관광의 핵심 소비자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가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여행박사의 일본여행 에어카텔 상품과 두리함께 여행사의 제주도 장애인 여행 패키지 상품이다. 또 인문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여행상점에서는 수화언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이 여행 호스트가 되어 함께 해외여행을 하는 상품도 선보였다. 기존의 무장애 관광에서는 정형화된 상품이 없었지만, 무장애 관광의 수요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 정형화된 상품이 관광 시장의 틈새를 공약하고 있다. 민간 시장의 이러한 움직임은 매우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산업은 새로운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이를 대비하고자 한다면 과연 실제 소비자들은 어떠할까.

 

무장애 관광의 발전

먼저 무장애 관광의 소비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단하게나마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UNWTO(국제관광기구)를 중심으로 21세기의 관광 화두는 ‘지속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이다. 이는 지속가능한 발전 또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관광 개념에 도입한 것으로, 다음 세대를 위하여 필요 이상으로 자원을 훼손하지 않고 현 세대의 욕구에 부응하는 수준에서 관광지를 개발하고 이용하자는 취지다. 대표적으로 생태관광과 공정관광이 있으며 최근에는 접근가능한 관광 등 관광 산업을 경제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관광이라는 대전제 하에,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은 대개 평등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언급된다. 장애 유무나 연령, 성별에 따른 차별 없이 누구나 관광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는 1980년 UNWTO 마닐라총회에서 최초로 소개된 ‘관광의 접근성’에서 출발했다. 본래 UNWTO 및 유럽에서는 무장애 관광(barrier-free tourism)보다 상위 개념이라 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 혹은 접근가능한 관광(accessible tourism)의 철학을 기반으로 비장애인 관광객과 동일한 수준으로 관광을 할 수 있도록 환경 및 정책을 개선하려고 각기 노력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모두를 위한 관광보다는 협의적 개념이라 할 수 있는 무장애 관광(barrier-free tourism)으로 환경적 장벽을 없애는 수준으로 논의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이 요구되겠지만 제도나 산업적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인 만큼 이 역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흔히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에서는 장애인의 사회참여나 은퇴 이후 노인세대의 생활이나 지역 활동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모두를 위한 관광 정책이 빠르게 적용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무장애 관광 환경이 장애인 정책과 관광 정책, 나아가 국토교통과 관련된 모든 정책과 연관되어 있어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 더딘 속도에도 불구하고 관광 산업에서 무장애 관광 상품으로서 반응하는 데는 관광 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분위기를 감지했기에 불과 3~4년 전엔 찾아보기 힘들었던 정형화된 상품과 서비스가 출몰하기 시작했을까. 이는 핵심 소비자의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유추할 수 있다.

 

소비주체로서 장애인 관광객

우리나라 무장애 관광의 핵심 행위자, 즉 관광객은 장애인이다. 그리고 이들은 무장애 관광 산업에서 크게 두 가지의 두드러진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 번째는 무장애 관광의 소비 주체로서 특별한 니즈가 해소되면 비장애인 관광객과 상이하지 않은 형태로 관광한다. 두 번째는 무장애 관광을 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인식하여 복지 수혜자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이다.

소비 주체로서 장애인 관광객은 비장애인 혹은 일반 관광객과 유사하다. 단, 이들의 특별한 요구가 해소될 경우에 말이다. 사실 이러한 관광이 앞서 UNWTO에서 선포한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의 취지에 부합하는 형태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본인들의 관광 행위를 저해하는 요소가 제거 및 보완되면 충분히 자유롭게 여행을 할 주체적 소비자이다. 예컨대, 무장애 객실 정보를 파악해 가족들과 여행하는 장애인이나,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기차로 ‘내일로 여행’을 떠나는 장애학생과 그 친구들이 그러하다. 이들은 관광에 대한 소비력이 갖추어져 있으며 시장의 탄력적 가격에 대응할 수 있다. 이들은 물리적 장벽이 해소된다면 언제든지 관광을 할 수 있는 주체적인 사람들이다.

무장애 관광을 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인식하는 경우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의 일환으로서 각종 기관 및 단체에서 무장애 관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무장애 관광 아래 장애인 관광에 해당하지만 복지관광에도 해당한다. 실제로 이러한 복지관광 수요가 현재 우리나라 무장애 관광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소비자로 보아야 할지 대상자로 보아야 할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물론 결론은 당연하다. 개인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행위의 주체라면 그들 역시 소비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들이 참여하는 사업의 주체인 기관이나 단체가 무장애 관광이라는 시장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주체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가격과 무장애 관광 산업 발전

관광 시장의 서비스 가격은 매우 탄력적이다. 특히 항공이 동반된 여행에서 항공권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하느님이나 가능한 일이다. 시쳇말로 ‘항공권은 지금 이 순간이 최저가이다’라고 할 정도로 가격 변동이 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단체 소비자가 항공권 예산 편성을 ‘최저가’로 하게 될 경우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상상해 볼 수 있다. 숙소라고 다르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성수기와 비수기 가격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돌 정도다. 휴가철에는 바가지 쓰기 싫어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항공과 숙소뿐만 아니라 무장애 관광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교통은 더욱 심각하다. 일반적인 전세 버스의 경우 1일 임대료가 약 20만 원~25만 원선이다. 물론 조금 더 비쌀 수 있다. 이러한 전세 버스가 성수기를 맞게 되면 40~48만 원선으로 가격이 급등한다. 한편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리프트 버스는 평소 45~40만 원선이었다가 지난 동계 패럴림픽처럼 극성수기의 경우 80~100만 원까지 가격이 급등했다. 당시만 해도 100만 원 이상을 줘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품귀현상이 불기도 했다.

이처럼 관광 시장 자체의 가격 변동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가’만 검색하여 소비를 하겠다고 한다면 질 낮은 서비스를 받게 되고, 어려움은 결국 실제 관광행위를 하게 되는 장애인, 즉 사업의 대상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더불어 특별한 니즈가 요구되는 관광객의 경우 이에 따른 부가적 비용 발생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실제 서비스를 진행해야 하는 사업 주체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일례로 여행 상품 구성에 따른 수수료 발생이 불합리하다고 한 경우도 있었다. 국내여행 서비스 수수료는 1인 기준으로 몇 천 원 수준이다. 사업 주최 기관·단체는 공익적 목적이겠지만,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는 원가 비용 외 발생되는 마진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사업의 취지가 공익적이기 때문에 이를 판매하는 사람에게 공익성을 요구하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다.

사실 이러한 태도는 무장애 관광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실제로 여행사들이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광지 조사를 하고 제휴 호텔, 항공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즉 초기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함이며,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전문 여행 상품은 특별한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가 동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비자로서 그들의 전문성과 가치에 대해 충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을까.

 

무장애 관광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

‘장애인 여행사가 왜 더 비싸’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원가 비용이 대형 여행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더 낮추고 싶어도 낮아질 수 없기도 하지만, 더 많은 고객이 있어야만 박리다매로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즉, 더 많은 장애인들이 무장애 관광을 즐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다. 또, 무장애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들은 틈새시장의 공급주체들이다. 이들은 영세하기 때문에 흔히 우리가 아는 H, M투어처럼 서비스를 대량생산하기 어렵다.

소비자는 그냥 싼 가격에 여행하면 좋은 것일까? 물론 저렴한 가격에 동일한 서비스를 받는다면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은 20세기형 관광 행위로 가이드 도급 문제, 질 낮은 여행코스, 쇼핑 강매 등의 부작용으로 발현돼 왔다. 저렴하기만 한 무장애 관광을 요구하게 되면 이러한 부작용을 앓기도 전에 무장애 관광 산업은 도태되어버릴지 모른다.

이제 지속가능한 관광 철학을 바탕으로 무장애 관광 소비 주체로서 어떤 인식을 품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고민해 볼 차례다. 조금 비싸더라도 친환경 관광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도급 관광을 거부하는 가이드를 지지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소비다. 그렇다면 무장애 관광 소비자로서 단순히 관광 환경 개선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의 태도를 가져야 하지는 않을까.

작성자글과 사진. 홍서윤/ (사)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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