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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 관광, 해외 사례의 적용 가능성 거버넌스 구조의 필요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 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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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UN) 산하의 국제관광기구(UNWTO)는 관광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 7월 온라인 플랫폼을 출시했다. 이는 관광 부분의 지속 가능한 개발 참여를 촉진하기 위함이며, 17개의 SDGs는 파트너십을 통해 2030년까지 빈곤 퇴치, 불평등 퇴치, 기후 변화 해결 등을 주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앞서 SDGs는 우리나라 관광정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중심과 해외관광객 중심의 관광 산업이 공정관광·가치관광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북촌과 같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논의되는 지역과 관광 산업의 상생 등 지속 가능하면서도 윤리적인 산업 발전을 위한 각계각층의 변화 흐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협력적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거버넌스 구조

관광 분야에서 SDGs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는 바로 환경세나 관광세다. 일부 글로벌 호텔 기업의 경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데 동참하기도 하고, 장기투숙객의 객실 청소를 격일로 진행하는 등 서비스 구조를 바꾸기도 했다. 극단적인 예로는 필리핀 보라카이 섬의 폐쇄 조치도 있다. 관광객 폭증으로 배수시설이 원활하지 않은 해변에 오염이 심각해 일정 기간 섬을 폐쇄하는 방식이다. 이제 관광은 더 이상 소비중심적일 수만은 없으며, 윤리적 가치와 올바른 소비를 지향하도록 수요자와 공급자가 함께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중 무장애 관광은 UNWTO SDGs 중 10번째 불평등 해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역사를 따라가 보면, 1980년 UNWTO 마닐라 총회에서 시민에게 관광할 권리와 국제사회는 시민들에게 실용적·효과적·차별 없는 관광 접근 제공의 의무가 있다며 ‘관광의 접근성’ 개념을 소개했고, 1991년부터는 장벽 해소 및 정보·교육을 위한 초기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이후 1999년 산티아고 13차 총회에서는 ‘세계 관광 윤리 강령(The Global Code of Ethics for Tourism)’을 채택하며 관광에 대한 보편적 권리를 언급했다(제7조). 2005년 총회에서는 1991년의 선언을 개정하며 ‘모두를 위한 접근 가능한 관광(Accessible Tourism for All)’을 채택했고, 2011년 이후에는 실제적인 접근 가능한 관광 실현을 위한 조직과 협력 사업을 지금까지 추진해오고 있다.

국제적 수준에서의 협약은 주요 국가의 변화로도 연결되는데, 무장애 관광과 관련해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바로 UNWTO와 ONCE 재단, 그리고 ‘유럽 접근 가능한 관광 네트워크(European Network of Accessible Tourism, ENAT)’의 삼자협약 체결이다. 이 협업적 구조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속해있지만 ‘모두를 위한 접근 가능한 관광 실현’을 목표로 각 분야·산업의 노력이 한 테이블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핵심이다. 앞서 ENAT은 유럽 전역에 접근 가능한 관광과 관련된 모든 민·관 조직과 단체, 개인 사업자 및 글로벌 기업 등이 조직돼 공통의 목표를 이행하고 있다. 가장 핵심은 관광지 및 관광 서비스의 접근성을 향상하는 부분이지만, 때로는 케이스 스터디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해 균형적 발전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관광지의 환경 변화는 물론 제도적·정책적 변화로 이어진다.

일례로, 베니스의 곤돌라는 유명한 관광 체험 상품이지만 그동안 휠체어가 탑승할 수 없었다. 하지만 ENAT을 비롯해 유럽 전역에 접근 가능한 곤돌라를 설치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과 협조는 결국 휠체어가 탑승 가능한 곤돌라를 설치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소비자인 관광 약자와 전문가, 관련 기업과 관광산업, 공공기관 전반이 공통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협력을 시도했다. 즉 변화 과정을 만들어내기 위한 이해당사자들이 전문성과 기술을 공유하면서 협력적으로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구조가 바로 거버넌스 체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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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구조의 국내 적용 가능성

국내 무장애 관광 정책이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도 이 거버넌스 구조는 필수적이다. 그동안 유럽, 미국, 일본 등 여러 선진국의 사례를 표방하고 국내에 벤치마킹하기 위한 시도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과연 한국적 상황에 완벽하게 적용 가능한지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무장애 관광, 혹은 접근 가능한 관광은 크게 관광과 복지로 분절화 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거버넌스의 의미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해당사자들 간의 교류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협력적 구조를 수립하는데 여전히 한계가 있다.

정책 발전과 적용에 필요한 무장애 관광의 거버넌스 구조는 크게 4단계로 진행돼야 한다. 정보 제공, 정보 교류, 참여·자문, 참여 확장이다. 이 4개 단계는 투명하고 활발해야 하며, 공통의 목표를 지향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전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1단계 정보 제공은 각 이해당사자가 지닌 정보와 전문적 지식을 하나의 논의구조 속에 올려놓는 방식이다. 즉, 이해당사자(장애인 및 노인 단체, 여행사, 호텔업, 항공업, 공공기관 등) 사이의 정보량이나 질이 다르므로 우선 각자의 보따리를 풀어 논의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2단계 정보 교류는 하나의 테이블 위에 던져진 정보를 공유·교류하며 이슈 발굴 및 특히 우선순위의 의제 설정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다.

3단계는 참여·자문으로 설정된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다. 베니스 사례를 보면, 접근 가능한 곤돌라 설치를 위한 각 분야의 이해당사자들 참여가 활발했다. 주요 소비자들은 곤돌라 설치를 요구했고, 해당 지역의 민관 조직은 곤돌라 설치 가능성을 논의했다. 기술을 가진 기업이나 이해관계자들은 프로모션으로 곤돌라 설치를 이슈화 했고, 관광지의 접근성에 공감하는 유럽 전역 및 전 세계의 시민·민간조직·공공기관이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위 과정에서 4단계인 참여확장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무장애 관광 정책 발전을 위해서도 거버넌스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이 구조는 위계적이지 않아야 하며, 수평적이어야 하고 파트너십으로 인지돼야 한다. 물론 복지 관광 형태로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과거처럼 장애인 여행 보내주기 사업과 같은 시혜적·위계적 방식은 고루하다. 관광 약자를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들이 참여해야지만 니즈(needs)를 분명히 충족해 새로운 정책과 산업의 방향성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무장애 관광의 해외 선진 사례를 결과적으로 도입하거나 벤치마킹하기보다는, 선진 무장애 관광 정책의 ‘과정’을 도입하는 것이 대한민국 무장애 관광 정책 발전에 가장 우선돼야 한다. 수평적 구조 속에서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거버넌스 구조야 말로 정책 발전의 증폭기 역할을 할 것이며, 향후에는 대한민국 고유의 무장애 관광 정책이 선진 해외 사례로 선례를 남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작성자글과 사진. 홍서윤/(사)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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