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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무장애 관광의 방향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 ⑥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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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이란 무엇인가? 대게 여행과 혼용해 사용하는 관광은 영어로 ‘Tourism’이다. 1936년 국제 연맹(Legue of Nations)에서는 외래 관광객을 “적어도 24시간 동안 외국을 여행하는 사람”으로 정의했고, 이후 1945년 국제연합(United Nations)에서는 최대 6개월의 체류기간을 포함해 정의를 개정했다. 한편 1941년, 훈지커(Hunziker)와 크래프트(Kraft)는 관광을 “영주권을 갖지 않고 수입활동과 관련 없는 비거주자의 여행과 체류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과 관계의 합”이라고 설명했고, 1976년 영국관광학회(Tourism Society of England’s)는 “관광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거주하고 일하는 장소 바깥의 목적지와 각목적지에 머무르는 동안의 활동에 대한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움직임이며 모든 목적을 위한 움직임을 포함한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관광(Tourism)이란, “일상생활권에서 벗어나 휴식·위락·스포츠·지인 방문·업무·연구·종교· 건강 등의 구체적 목적으로 일정기간 타지에서 체류하며 소비 행위를 한 후 다시 거주지로 회귀하는 활동”이다. 관광은 목적이 분명한 여행(travel)이며 거주지로의 회귀가 전제된다. 관광과 여행은 어떻게 다른가. 여행은 일상생활권에서 벗어나는 ‘이동 현상’만을 특징으로 하며 어떠한 목적이나 동기를 전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여행은 관광의 필수 조건일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럼에도 관광과 여행이라는 단어는 혼용돼 사용된다.

그렇다면 무장애 관광(barrier-free tourism)은 무엇인가? 무장애 관광은 현재 접근가능한 관광(accessible tourism)으로 명명되는 보편적인 관점보다는 다소 협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무장애 관광과 접근가능한 관광의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고 있으며, 일부 선진 국가에서도 접근가능한 관광이 무장애 관광이나 포용 관광(inclusive tourism)등으로 혼용된다. 따라서 본 칼럼에서 말하는 무장애 관광 역시 접근가능한 관광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달시(Darcy)와 딕슨(Dickson)은 무장애 관광이란 “이동, 시력, 청각 및 인지능력을 포함한 접근의 요구사항을 가진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설계된 관광 상품, 서비스 및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형평성과 존엄성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활동 및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영유아, 장애인, 노인과 함께 여행하는 사람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그대상이다”라고 했다. 즉, 무장애 관광은 신체적 장애나 연령에 관계없이 관광지 관광 상품 및 관광서비스를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다.

앞서 관광의 개념이 보다 행위 중심적이었다면 무장애 관광은 보다 대상 중심적이고, 인본주의적인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의 바탕에는 바로 여행이라는 본질적 행위와 관광이라는 목적을 이루는 과정에 있어 특별한 접근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며, 이러한 요구를 지닌 관광객 또는 소비자가 그동안 간과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인식하는 무장애 관광

2015년 세계관광기구(UNWTO)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프라 개선, 정보통신의 발달, 시설 및 기타 관광 결정 요인 등의 개선으로 무장애 관광을 원하는 관광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무장애 관광 인구는 다중고객(Multi-Customer)으로 관광약자 1명에 평균 1.5명의 동반 관광객이 따르게 돼, 무장애 관광이 기존 관광 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관광약자를 위한 개선과 전환으로 관광지의 윤리적 이미지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측면과 윤리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며 불평등을 해소하는 등 전 세계 관광산업이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sim)의 목적에도 부합한다.

 

국내 무장애 관광의 변화

정책적 변화

국내 무장애 관광은 몇 년 전과 비교하였을 때 상당 수준 개선되고 있다. 과거에는 관광약자인 장애인 또는 노인의 관광, 혹은 여가향유권에 대한 인식이 거의 전무했다. 특히 중증장애인이나 사회적 취약계층의 경우 기관을 통한 단체 여행 지원 등 시혜적 형태의 관광이 활발했고, 이 과정에서 개인의 욕구는 간과됐다. 2000년대 후반 장애인 및 저소득층을 위한 관광 지원 법령을 토대로 기관 중심의 지원 사업들이 존재했으나, 사업 종료 후 사회적·정책적 발전을 이루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2014년 「관광진흥법」 개정과 한국관광공사에서 실시한 열린관광지(무장애 관광지) 조성사업을 필두로 다시금 무장애 관광이 각광받으며 현재 전국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17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관광활동’이 차별 금지 항목에 추가됐고, 같은 해 「장애인복지법」에도 관광활동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지원과 의무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면서 무장애 관광 정책 발전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2018년 서울특별시는 무장애 관광도시 조성 계획을 위해 5년 동안 예산 150억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열린 관광 환경, 즉 무장애 관광지 조성 예산을 2018년 24억에서 2019년 40억으로 확대한다. 이처럼 무장애 관광의 첫걸음에 이러한 정책적 변화가 있었고, 이에 발맞추어 각지자체들 역시 관련 조례를 재정하거나 관련 사업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펼치고 있다.

 

지역적 변화

제주특별자치도가 ‘관광약자의 접근가능한 관광환경 조성 조례’를 제정하며 제주관광약자접근서안내센터가 도입됐다. 이어 대구와 경주, 부산에서도 관광약자를 지원하는 공공사업이 실시됐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이 대개 복지적 성격이 강하여 실질적으로 관광의 고유성을 나타내지 못한 한계가 있다. 예컨대, 관광지 편의시설 조사와 관광 정보 제공 중심의 사업이 진행되기는 했으나, 실제 관광객에게 필요한 정보와 관광 서비스를 제공 받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관광에서 프로모션을 빼놓을 수 없음에도 지역의 무장애 관광지를 적극적으로 프로모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장애 관광지의 매력도를 확인하기 어려웠으며, 지역의 무장애 관광 특성을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에서 보다 복지사업에 가까웠다.

접근성 향상을 위한 관광지 편의시설 조사 등의 핵심적인 사업뿐만 아니라 무장애 관광 사업의 확장성이 필요했다. 이에 2018년 개관한 서울시무장애관광지원센터는 무장애 관광지 DB구축과 매체를 이용한 프로모션, 관광인들을 위한 매뉴얼 제작 등 다차원적인 사업을 실시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관광이나 복지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무장애 관광의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그 결과로 도시재생과 지역공동체(협의체), 스타트업 등 지역사회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지역의 무장애 관광에 대한 논의와 조직화를 시작했다.

 

산업적 변화

무장애 관광의 지역적·정책적 변화의 감지와 더불어 산업적 측면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포착된다. 최근 2년 사이 대한항공은 어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이동약자 탑승객의 필요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게 했고, 일부 호텔 등에서도 장애인 객실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N포털의 트렌드랩을 통하여 ‘장애인 객실’의 검색정도를 확인해보아도 2016년 11월과 2018년 11월을 비교하면 일부 시즌에는 검색 정보가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이 뿐만 아니라 제주도 장애인전문여행사 ㈜두리함께가 등장하면서 관광약자의 제주도 관광 풍도를 변화시키며 최중증장애인의 관광도 가능해졌다. ㈜여행상점에서는 지체·청각장애인을 호스트로 내세운 여행 상품을 내놓았고, ㈜여행박사에서는 무장애 일본 여행 가이드북 발간을 시작으로 무장애 일본 온천 여행 상품 등 일본을 타깃으로 한 무장애 해외여행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무장애 관광 산업은 주로 장애인 고객을 타깃으로 서비스와 상품이 구성된다. 그러나 무장애 관광 소비자가 장애인에서 노인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장애 관광 상품에 대한 일부 문의와 구매자 중 노인 밑 노인가족구성원의 비중이 상당 부분 차지하는 것으로 보아 더 세분화되고 관광객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필요하다.

 

관광약자의 변화

현재 우리나라에서 무장애 관광객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전무하다. 관광객 실태조사 내에도 무장애 관광에 관련된 내용이 없으며, 무장애 관광의 주요 관광객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인 ‘매표’ 역시 많은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복지카드나 신분증을 토대로 관광약자임이 확인되면 일반 관람객과 달리 발권하지 않는다.

관광약자가 주로 어떤 관광지와 문화시설을 이용하는지, 어떤 시즌과 어떤 시간대에 주로 이용하는지 등 다양한 통계 정보를 놓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나라 무장애 관광객의 특성을 파악해야함에도 이를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무장애 관광은 수요보다는 예측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과거와 달리 관광약자들은 스스로를 소비자로 인식하고 있다. 물리적 제약으로 관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여러 정보가 이러한 심리·정서적 장벽을 해소한다. 지인을 통한 입소문과 더불어 일부 접근성이 좋은 관광지 정보를 담은 온·오프라인 콘텐츠, 무장애 관광 상품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훨씬 더 많은 장애인과 관광약자들이 관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관광을 여전히 복지사업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남아있어 관광산업의 영리 주체와의 갈등이 야기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는 하지 않고 무장애 관광 정보만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정보는 기업이나 회사의 판매 전략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관광약자 혹은 소비자들로 곤혹을 치른 업체들이 빈번하다.

또, 최저가와 비교하여 무장애 관광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후려치기’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상품과 서비스 가격은 원가를 기준으로 한다. 물론 무장애 관광 상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일반 상품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편의시설 또는 특별한 차량이 필요한 경우가 그러하다. 이러한 제반시설의 이용은 수요가 적기 때문에 당연히 원가가 높고, 높은 원가는 결국 상품가에 반영돼 소비자에게 부담이 된다. 여기서 핵심은, 판매자가 더 이상 가격을 낮출 수 없고, 소비자가 가격의 불합리성을 느낀다면 이는 접근성 부재로 인해 발생되는 추가 요금이므로 시장의 가격이 안정되도록 정부를 통하여 정책적 대책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즉, 판매자와 소비자가 같은 편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논의 외에도 취약계층의 경우 비용이 부담스러워 관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취약계층이 사용 가능한 문화사업바우처, 문화누리카드는 2019년 기준 1년에 8만 원 제공된다. 1936년 국제연맹이 정의에 따르면 외래관광객은 적어도 24시간 동안 외국을 여행하는 사람인데, 너르게 이해해 국내를 24시간 여행하는 것이 관광객이라고 가정해도 8만 원은 여행하기 턱없이 부족하고 비합리적인 금액이다. 문화누리카드는 현재 공연·도서구매·관광을 모두 포괄하고 있지만, 사실상 취약계층의 자유로운 내수관광마저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2%가 여름휴가 시즌, 국내에서 1인당 평균 25만 9천 원을 사용한다고 하며, 근로자휴가지원금 역시 1년에 20만 원을 지원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취약계층이 8만 원으로 제대로 된 관광을 하지 못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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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 관광의 방향성

앞서 무장애 관광의 동향을 살펴보면서 향후 우리나라 무장애 관광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호주의 무장애 관광 비영리 단체인 트래버빌리티(Travability)는 무장애 관광 관련 영리 산업 역시 개별적이지 않다고 하며, 성공적인 접근가능한 관광 전략 구현을 위한 프레임워크 사항을 제시했다.

더불어 부할리스(Buhalis)외(2015)는 무장애 관광이 향후에는 편의시설·교통·관광지·목적지의 개선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건축가·디자이너·경제학 자·국회의원·정책입안자·관광약자·역사학자나 고고학자(문화재 관련)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무장애 관광’을 함께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으며, 공공-민간-비영리 영역의 협치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처럼 무장애 관광은 정책과 산업, 소비자 외에도 다양한 주변 영역의 이해관계자들이 협업하여 ‘무장애 관광’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지향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무장애 관광은 막 출발 지점을 지나왔다. 제도적 명시화라든가 정책적 기틀을 마련한 것은 현 대한민국 무장애 관광의 발전에 구심점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인식적 전환도 발생했지만, 산업적 측면에서도 무장애 관광을 두고 여러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향후에는 보다 심도 있는 발전과 도약을 위하여 여러 이해관계자적 측면을 고려한 공통의 지향점을 현실화해야 한다. 예컨대, 관광객 측면에서의 전략, 산업 측면에서의 전략, 민관 거버넌스 측면에서의 전략, 그리고 이 외 무장애 관광에서 논해야할 건축, 디자인, 문화재 등 다양한 주체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다양한 주체들이 소통을 단절하거나 견제·경쟁하기보다는, 공통의 이해관계자가 되어 관광약자가 더 자유롭게 여행이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한다.

 

참고 자료

· Hunziker, W; Krapf, K (1942). Grundriß Der Allgemeinen Fremdenverkehrslehre (in · German). Zurich: Polygr. Verl. OCLC 180109383

· Darcy, S., & Dickson, T. (2009). A Whole-of-Life Approach to Tourism: The Case for Accessible Tourism Experiences. Journal of Hospitality and Tourism Management, 16(1), 32-44.

· 헤럴드 경제, 국민 82% “여름휴가 국내서” 1인 평균경비는 25만 9천원, 2018.06.27

· http://www.travability.travel

· Michopoulou, E., Darcy, S., Ambrose, I., & Buhalis, D. (2015). Accessible tourism futures: the world we dream to live in and the opportunities we hope to have. Journal of Tourism Futures, 1(3), 179-188.

작성자글과 사진. 홍서윤/(사)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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