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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 초안 리뷰 ①

UN CRPD NGO연대 활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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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적이고 교차적 차별에 고통 받는 장애여성과 장애아동

Leave no one behind

(p)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 견해, 출신 국가, 민족, 토착지역, 사회, 재산, 출생, 연력 또는 그 밖의 신분에 따라 복합적이거나 가중된 형태의 차별의 대상이 되는 장애인이 직면한 어려운 상황에 대하여 우려하며, (q) 장애여성과 장애소녀가 가정 내외에서 폭력, 상해 또는 학대, 유기 또는 유기적 대우, 혹사 또는 착취를 당할 더 큰 위험에 직면해 있는 경우가 많음을 인정하고, (r) 장애아동은 다른 아동과 동등하게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완전히 향유하여야함을 인정하고, 이를 위하여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의 당사국이 약속한 책무를 상기하며,... -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전문 중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하 CRPD)은 복합적(multiple discrimination)이고 교차적(intersectional discrimination)인 차별 상황에 놓여 있는 장애여성과 장애아동의 권리에 대하여 특히 강조하고 있다. 모두에 언급한 CRPD 전문의 (p), (q), (r)항뿐만 아니라, 모든 조항의 원칙이라 할 수 있는 ‘제3조 일반원칙’의 (g)남녀의 평등, (h)장애아동의 점진적 발달 능력 및 정체성 유지 권리에 대한 존중과, 본문 제6조(장애여성), 제7조(장애아동), 그리고 일반논평 제3호(장애여성과 장애소녀)와 제7호(협약 이행과 모니터링 과정에서의 장애아동을 포함한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반복적으로 강조해 언급하고 있을 만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는 차별을 야기하는 ‘장애’와 ‘여성’ 또는 ‘아동’ 그리고 ‘여성과 아동’이라는 조건이 이들이 겪는 차별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복합차별) 있고, 이 두 가지 이상의 차별 조건들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형태로 이들을 불가피한 차별 상황(교차적 차별)에 처하게 하고 있음을 CRPD는 명확하게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합적이고 교차적 차별에 처한 사람들은 이주민이나 소수장애인도 있지만, 장애여성과 장애아동은 CRPD 본 조항에서 세부적이고 반복적으로 다룰 만큼 차별에 취약한 대표적인 대상이다.

물론 CRPD 제정 당시, 장애여성과 장애아동을 독립된 별도 조항의 대상으로 규정하자는 주장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독립된 조항으로 다룰 경우, CRPD 전반에 장애여성과 장애아동이 주류 대상으로의 위치를 갖지 못한 채 특정 조항의 내용에만 한정적으로 언급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특별히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음에는 뚜렷한 합의가 있었으므로, 장애여성과 장애아동의 권리는 마침내 전문, 일반원칙, 일반논평 등을 통해 모든 조항을 관통하는 범이슈적(cross-cutting) 조항임이 강조되면서, CRPD의 독립된 조항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남녀 평등의 원칙 “제6조 장애여성”

대한민국의 CRPD 비준 이후 2011년 처음으로 제출된 제1차 국가보고서에는 제6조(장애여성)의 권리 보장을 위한 조치로 장애인복지법 ,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여성발전기본법」 등을 시행하며 교육, 고용 등 모든 측면에서 장애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당시 장애인당사자 단체로 구성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이하 NGO보고서연대)는 민간보고서를 통해 국가보고서에서 언급한 법률들은 예산도 제대로 뒷받침 되지 못한 채로 시행되었고, 실제로 효과성도 없었음을 각종 통계와 사례로 증명하였다.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장애여성의 주된 이슈가 되고 있는 성폭력, 가정폭력, 인식부재 등의 현실과 정부의 안이한 대처를 적나라하게 지적하였다.

당시 NGO보고서연대는 민간보고서에 국가보고서만으로는 CRPD위원회가 파악할 수 없는 국내의 장애이슈를 매우 구체적으로 담아 제출함으로써 최종견해를 이끌어 냈고, 이는 민간보고서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NGO보고서연대의 노력으로 CRPD위원회는 △장애 관련 법률과 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을 주류화할 것 △장애여성을 위한 특화된 정책을 개발할 것 △성폭력·가정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 장애인지적 관점을 도입하는 등 거주시설 내·외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애여성에 대한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 △장애여성의 선택과 필요에 따라 적절한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것 △장애여성의 임신 및 출산기간 동안 그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 등을 제1차 최종견해에 담아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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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GO연대에서 장애아동을 위한 정책시행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발표한 성명서

제2-3차 국가보고 전 CRPD위원회의 쟁점목록(LoIPR)도 제1차 최종견해와 의견을 같이 했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제2-3차 국가보고서를 통해 ① 장애인복지법 제7조 및 제9조에서 국가가 여성장애인의 권익보호를 위한 정책을 강구할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산후조리도우미 지원, 출산비 지원 등 장애여성을 위한 별도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 ② 장애인활동지원, 장애인보조기구 지원 등의 장애인 대상 사업에 대해 양성평등기본법 제16조에 따라 성인지 예산을 실시하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러한 국가보고서의 답변에 대하여 우리 민간보고서는 네 가지 주요 이슈를 통해 대응할 예정이다.

첫째, 장애여성 정책 실시를 위해 우선시되어야 하는 장애여성 관련 통계 구축조차 3년마다 실시되는 장애인실태조사 일부에서만 진행되고 있으며, 성인지 정책으로 시행되는 대부분의 제도들이 지나치게 양육·출산에만 집중되어 있어, 생애주기별 어려움을 간과하고 있는 점. 둘째, 장애여성의 고용률은 여전히 전체 여성 고용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업률 또한 장애남성의 실업률에 비해 높으며, 취업을 했더라도 평균 소득은 93만원에, 77.8%가 비정규직의 형태라는 점. 셋째, 2019년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면서, 장애여성의 재생산권은 타의에 의한 강제불임이나 낙태 종용으로 더욱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으나,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한 대책에 여전히 소극적인 점. 넷째, 만연하는 장애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등에 대해 정부가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장애여성을 위해 장애인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피해를 입는 장애여성에 비해 그 수는 매우 적고 물리적·심리적 접근성, 운영인력의 장애감수성 등도 보장되어 있지 않는 점에 대해 작성하였다.

이 밖에도 아이돌보미서비스의 문제점, 전담의료기관 접근성 등도 지적하였다. 또한 제17조(개인의 완전함 보호), 제23조(가정과 가족에 대한 존중), 제25조(건강권) 등에서도 장애여성의 이슈는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당사국 심의가 있을 때까지 이슈 발굴, 자료조사, 사례 제보 등을 통해 장애여성 당사자의 경험과 의견이 담긴 민간보고서 작성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아동 최대 이익의 원칙 “제7조 장애아동”

CRPD 제1차 국가보고서는 ‘장애여성’ 조항과 마찬가지로 ‘장애아동’ 조항에 대하여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영유아보육법」, 「아동복지법」, 「청소년기본법」, 「초·중등교육법」 등의 법률 근거와 함께, 저소득 가정에 지원되는 재활치료 바우처를 언급하며 장애아동의 권리를 적극 존중·증진·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보고했다. 하지만 국가보고서에서 언급한 각종 법률은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아니거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적 구호에 불과한 실효성 없는 법제도일 뿐이다. 무엇보다 CRPD위원회에서 요구하는 장애아동의 참여, 그들에 대한 인식개선 내용은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NGO보고서연대가 작성한 제1차 민간보고서 역시 ‘장애아동’ 조항에 대한 내용이 다뤄지지 않아 제1차 최종견해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의 장애정책이 성인장애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장애아동이 장애인정책의 사각지대에 처해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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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정책과 대안포럼 정책박람회'에서 장애여성과 장애남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다행스럽게도 CRPD위원회는 쟁점목록에서 ‘장애아동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였고, 정부는 이에 대해 제1차 국가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여러 법을 예로 들며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선언적이거나, 장애아동을 특별히 언급하는 특화된 체계는 아니므로, 적절한 답변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NGO연대의 의견이다. 따라서 NGO연대는 장애아동의 권리를 근간으로 하는 실효적이고 긴급한 정책 현안에 대하여 모두 네 가지 이슈를 지적하였다.

첫째, 장애아동의 비율이 비장애아동 대비 0.8%임에 비해 전체 아동학대 사건 중 장애아동 대상의 학대 비율은 2.1%에 달한다. 모든 아동학대 문제와 마찬가지로 가해자는 주로 부모이며, 친권자라는 이유로 다시 부모에게 돌아가 재학대 당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장애아동 특성에 맞춰진 쉼터는 단 한 곳도 없다는 점. 둘째, 자폐성 장애의 진단이 상당히 늦고, 정밀 진단에 여러 도구가 사용되는데,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진단명이 달라질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 셋째, 권리 중 놀 권리도 장애아동에게 중요한 권리이지만, 장애아동의 놀 권리는 무시되기 십상이고 그 어떠한 법률에도 ‘접근 가능한 놀이터’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 넷째, 장애아동의 실종사건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발달장애인지원사업을 비롯한 복지사업, 커뮤니티 케어 선도사업, 심지어는 장애인안전종합대책과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에도 장애아동 혹은 발달장애인 실종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제7조 장애아동 조항 외에도 CRPD는 제23조(가정과 가족에의 존중), 제24조(교육) 등의 조항에서도 장애아동의 참여와 구체적인 권리의 보호를 다루고 있다. NGO연대는 앞으로도 장애아동이 처한 복합적이고 교차적인 차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보고서 보완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NGO연대의 노력은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아동권리협약을 통해 심의하고 권고한 장애아동에 대한 최종견해를 포괄하는 작업으로 이어질 것이며, 아동인권단체와의 긴밀한 교류와 연대를 통해 실현될 것이다.

장애여성, 장애아동이 처한 복합적이고 교차적인 차별 상황은 그들 당사자만의 차별적 상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당사자 전체의 차별 상황과 맞닿아 있는 사회적 현상임을 직시함으로써 당사국 심의 전략 수립의 모멘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여성’, ‘장애아동’이 곧 ‘우리’이며, ‘우리’의 목소리는 반드시 제네바 유엔 사무소에 울려 퍼질 것이다. A Voice of Our Own(당사자의 목소리로)!

 
작성자글과 사진. 김소영/장총련 국제협력 담당  mysywor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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