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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촉진단 이야기 : 모두가 편한 마을을 만들자

[특집]은평구의 장벽없는 마을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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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함께걸음> 12월호에서는 특집 코너로 ‘장벽없는 마을만들기’를 소개했다. 이번호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 2017년부터 3년 동안 장벽없는 마을만들기 주민촉진단으로 활동해온 김태숙(다문화가정), 박성준(장애인) 두 분의 인터뷰를 준비했다. 주민촉진단으로서 이들이 생생하게 경험한 이야기를 통해, 장벽없는 마을만들기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접해보고, 은평구뿐만 아니라 다른 구, 다른 시, 다른 도까지 전국으로 장벽없는 마을만들기가 이어지길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본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주민촉진단으로 활동하면서 장벽없는 마을만들기의 필요성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그냥 여기저기 방문해서 알리고 홍보하는 것보다, 그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당사자가 직접 해당 상점을 이용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주는 것이다. 그냥 ‘말’로만 홍보를 하면 귀찮아하고 건성으로 흘려들을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 ‘고객’으로 이용과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면 그 필요성을 알리는 데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더 나아가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도 편하다는 것을 알려줄 수도 있다.

김태숙 “주민촉진단으로서 방문한 상점들은 가는 곳마다 ‘사장님 안 계세요’, ‘점장님 안 계세요’, ‘나중에 전화할게요’ 하면서 이것(장벽없는 마을만들기)을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 표정이 역력했어요. 그런데 불고기를 주메뉴로 파는 어떤 식당이 있거든요. 이곳을 제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과 함께 방문한 적이 있는데, 경사로가 없어서 식당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웠어요. 아니 불가능했다고 해야겠죠? 그걸 보신 식당 사장님이 경사로를 설치하는 등 꼭 장벽없는 마을만들기에 동참해야겠다고 하시며 적극적으로 신청하셨어요.”

박성준 “여기 근처에 만두집이 하나 있어요. 거기 단골 고객 중 시각장애인이 있거든요. 그 고객이 메뉴를 제대로 볼 수 없으니까 식당 입장에선 늘 아쉬움이 컸던 차에 이 사업을 알게 되어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덕분에 그 뒤부터는 시각장애인 고객에게 점자 메뉴판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죠. 이렇게 당사자의 사례를 통해 장벽없는 마을만들기의 필요성을 직접 느끼게 하고,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주민들이 이 사업에 대해 조금 더 생각을 깊게 하도록 해주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장벽없는 마을만들기와 함께 요즘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각종 복지관, 장애인 단체에서 장애인 편의시설 조사·점검을 통해 그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며 계속 시행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김태숙 “이미 오픈해서 운영 중인 곳은 우리 주민촉진단이 방문하면 ‘중간에’ 가는 것이 되거든요. 이미 완성된 공간인데 중간에 경사로나 손잡이 등을 다시 만들고 시공을 한다는 게 건물주나 사장 입장에서는 그리 탐탁지 않을 거예요. 차라리 식당을 낼 때 ‘처음부터’ 경사로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을 강화하면 어떨까요? 경사로를 만들지 않으면 식당을 오픈하지 못하게 하면 좋겠어요. 이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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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촉진단 김태숙 씨

시작부터 경사로 등 편의시설을 제대로 설치한다면 이용하는 고객은 물론, 건물주나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중간에 따로 시공을 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니까 정말 편할 것 같아요.”

박성준 “사실 요즘 보면 상점들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 같아요. 길은 뭐 거기서 거기인데, 상점들은 업종 자체가 바뀌어서 건물을 다시 디자인하는 경우도 있고, 건물의 주인이 바뀌는 경우도 있어서 일일이 (경사로 설치 등에 대해)다시 설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거죠. 원래는 경사로가 있었는데 건물이 철거되면서 함께 없어지기도 하고, 경사로가 외부에 노출되어 있으면 유지하는 게 힘드니까 보수같은 것도 해야 하는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상점 입장에서도 좋은 사업이라고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공사를 해야 하고 그런 기간들이 있으니까 꼭 이렇게 해야 하나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무엇보다도 이렇게 (경사로를 만든다고)한다고 장애인 고객들이 얼마나 많이 방문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까 선뜻 내키지 않아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경사로를 만든다고 오히려 계단의 폭이 줄어드는 건 아닌가 우려하기도 하고···”

박성준 씨의 말을 들으니 얼마 전 한 저상버스 기사의 발언이 떠올랐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저상버스의 수를 늘리자는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모든 시내버스를 저상버스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저상버스 기사는 그동안 버스를 운행하면서도 정작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저상버스를 타는 것을 본 건 1년에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였다고 한다. 장애인이 이용하기 위해서 만든 건데, 정작 장애인은 제대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상버스로 휠체어가 탈 수 있는 공간 확보를 위해 괜히 좌석의 수가 줄어드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던 기억이 났다.

박성준 “저상버스의 경우와 일맥상통이죠. 냉정히 보면 여기 상점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한번에 이용할 수 없는 곳이 많거든요. 한두 명이 이용하고 하니까 매출에 크게 영향을 주는 건 아닌데, 식당 입장에서는 장애인 고객이 오면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점자메뉴판을 제공해야 한다거나, 경사로는 있는데 문과 연결이 되지 않았다거나, 문이 자동문 시스템이 아니라거나 등등 신경을 써야 하는 거죠. 장사를 하는 입장이니까. 그래도 이렇게 하면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걸 꾸준히 알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은평구에서 전국으로 확대되길

주민촉진단의 활동은 연차로 따지면 3년이지만, 장벽없는 마을만들기는 지난 호에서도 소개했듯 이보다 훨씬 역사가 길다. 그만큼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을 텐데, 은평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하려고 하지 않을까. 분명히 다른 곳에서도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전국으로 활성화시켜야 할 움직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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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촉진단 박성준 씨

박성준 “은평구에서 2016년 보행환경개선사업이 시작됐는데, 이게 주민참여예산사업이었거든요. 그러다가 정식으로 은평구청 장애인복지과 소관사업이 되어 지금의 주민촉진단을 만든 거예요. 이렇게 당사자뿐만 아니라 공무원들도 이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꾸준히 사업을 해올 수 있었던 겁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하려고 시도하는 것을 보니까 일단 당사자의 참여도가 낮더라고요. 은평구는 당사자 조직이 잘되어 있어서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인력풀이 있는데, 다른 지역은 특정 센터나 복지관 한 곳의 힘으로만 이루어지다 보니까 관공서와의 연계에서 차이도 있죠. 그지역을 바꾸기 위해서는 장애인 관련 단체뿐만 아니라 환경개선을 생각하는 단체들과의 연합, 주민들과의 연대도 꼭 필요합니다.”

김태숙 “우리 주민촉진단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과 조선족 이주민, 주부, 대학생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요. 그만큼 장애인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죠. 주민촉진단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아는 다른 다문화가정 분들은 한국어를 잘 못하니까 상점을 이용하고 싶어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거든요. 그럼 상점 입장에서는 언어장애로 생각하기도 해요. 그러니까 꼭 장애인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은평구처럼 주민들 쪽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우리의 마을’이라고 생각하며 움직인다면, 다른 지역도 은평구처럼 조금씩 장벽없는 마을이 되어가지 않을까요?”

작성자글과 사진.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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