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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나올 수 있는 정신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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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註) : 이 글은 지난 2월 25일 시점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3월 5일 0시 기준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은 확진환자 5,766명, 검사진행 21,810명, 격리해제 88명, 사망자 35명이다.


거의 모든 국민들이 코로나19로 인하여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월 25일 오전 9시 기준 감염자는 893명에 이르고 있고, 사망자도 8명에 이르고 있다. 감염자 중 112명은 청도대남병원과 관련이 있고, 이 중 99명은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이다. 정신병동 입원 환자 총 102명 중 3명을 제외하고 모두 감염된 것이다. 또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남병원 정신병동 감염자 중 6명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이미 사망했다. 더구나 산소호흡기나 기계호흡기(에크모)를 이용해 호흡하고 있는 사람도 10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환자 중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15명 내외에 이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신병동 입원환자가 순식간에 집단감염되고 사망자도 많이 나오자, 그 원인에 대한 분석도 한창 이루어지고 있다. 정신병동이 폐쇄병동으로 운영된 것이 대규모 감염의 주요 원인이라는 추정이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또 오랜 입원 기간으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되었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례로 첫 번째 사망자와 관련된 기사를 보면, “20년 이상 이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올해 63세라고 하니, 40대 초반 또는 30대 후반에 정신병원에 들어온 후 중장년기를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보낸 것이다. 아무리 무연고자이고 조현병 질환이 있다고 하지만, 어떻게 정신병동에 20년 이상을 머무를 수 있는지, 또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사회의 힘은 무엇인지 궁긍증이 생긴다.

 이처럼 장기간 입원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오랜 입원 기간으로 인한 부작용(면역력 저하, 삶의 주체성 박탈, 삶의 질 저하 등)보다 입원으로 인한 편익이 더 크다는 것인데, 개인의 삶만 보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입원에 의한 부작용보다 편익이 큰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조현병 환자들이 입원을 하지 않고도 지역사회에서 약을 복용하면서 사는 경우가 있고, 외국의 경우에는 입원병동 자체를 없앤 나라들도 있으니, 입원을 해야만 치료가 더 잘 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입원에 따른 편익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정신병동에 장기입원하는 것을 선호할까? 아마 당사자 개인의 편익보다는 주변인들의 편익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보호 책임이 줄어드는 보호자의 입장에서 보면, 또 자해 또는 타해와 같은 혹시 모를 사고에 불안해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조현병 환자의 장기입원은 사회적 편익이 크다고 여겨질 수 있다. 결국 당사자에게 미치는 부작용은 커질지라도, 주변인들의 편익이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힘없는 당사자의 목소리는 묻히고 힘 있는 주변인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이와 같은 우려 때문에 정신병동에의 입원을 보다 줄이고, 특히 강제입원을 감소시키고자 정신보건법을 개정하여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을 2016년 제정하여 2017년 5월 30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법 시행 이후 입원환자가 줄었다고 말하고 있으나, 법 시행 전인 2016. 12. 31. 기준 입원환자는 69,162명이나, 법 시행 후인 2018. 4. 23. 기준 66,523명으로 입원환자는 불과 2,639명밖에 줄지 않았으므로 실제 법 시행 후 입원환자 수가 감소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 자의입원율이 2018년 4월에 62.9%로 크게 증가하였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자의입원과 동의입원을 합쳐 자의입원율로 계산하여 자의입원이 2배 이상 증가하였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존에 ‘비자의 입원’에 해당하던 ‘동의입원’을 법 개정에 따라 ‘자의입원’에 편입함으로써 나타난 현상일 뿐이며, 환자의 자발적인 동의를 얻어 자의입원을 시킨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동의입원인 경우 환자가 퇴원을 요청하더라도 보호의무자와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의견에 따라 퇴원이 가능하므로 자의입원 유형에 포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2018년 4월의 경우 자의입원율은 45.4%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렇다면 법 시행이전인 2017년 4월 30일 기준 41.8%에서 크게 향상된 것은 아니다. 결국 강제입원을 지양하고 당사자의 판단에 따른 자의입원을 확대하고자 만들어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여전히 타인에 의한 입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입원실태만 보아도 정신병동 입원은 당사자의 편익보다는 주변인의 편익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1>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입원 유형별 비중 현황 (정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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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의입원 유형은 자의입원·동의입원을, 비자의입원 유형은 보호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행정입원(시·군·구청장에 의한 입원)을 뜻함

 

또한 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자 중 두 번째 사망자도 장기간 입원한 50대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11일부터 첫 증상을 보였고, 17일까지 발열과 폐렴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심근경색이 의심돼 환자를 대구 소재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보호자가 대남병원에서 치료받기를 원한다고 밝혀 환자는 청도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환자는 2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대구 시내에 음압병실이 부족해 부산대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물론 폐렴 등으로 인해 자신의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겠지만, 이 경우에도 자신의 편익보다는 주변인의 편익에 의해 많은 부분이 결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보호자들을, 불안해하는 시민들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보호자들도 자신의 삶이 있는데, 누군가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치료 관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우발적인 사건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시민들이 정신질환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정신질환자들이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 시스템의 문제인 것이다. 지역사회 자립 정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정신질환자들은 자의든 타의든 정신병원과 정신의료기관밖에는 갈 곳이 없다. 자의입원을 했다고 해도 정말 병원이 좋아서 갔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고, 타의입원의 경우에도 보호자나 시민들이 악하기 때문에 이루어진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는 상황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에라도 걸려야 정신병원을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신병원의 경우 바이러스 집단 감염의 위험이 높다 보니, 전국의 정신병원을 전수조사하고 방역을 철저히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처방은 단기처방일 뿐이고, 이 사태가 진정되면 반드시 그 원인에 대한 고민을 철저히 해 봐야 한다. 왜 우리 국민 중 누군가는 자신이 원치 않음에도 집단생활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돌봄이라는 것을 전적으로 떠안아야 할 보호자나 불안해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 정책의 실패가 문제인 것이다. 이 실패가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에 의해 사망한 분들이 드디어 정신병원 밖으로 나온 것은 분명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하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사망하지 않으면 정신병원에서 나올 수 없는 우리의 환경은 더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어느 누구도 타인의 통제에 의해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작성자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cowalk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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