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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기획대담] 장에우운동 어떻게 가능한가.

본문

본지에서는 장애우 운동 논의 확산을 위한 1차 좌담회를 아래와 같이 기획, 마련하였다.
참석자는 가급적 장애 쪽의 일선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을 선정하였음을 밝혀둔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대체로 개략적인 장애우 운동의 상황과 방향, 전망이 언급, 제시되었다.
체제에 좀더 본격적인 논쟁으로 장애우 운동의 이론 틀을 확고하게 세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이 날 참석해 주신 분들과 논의된 주제는 다음과 같다.

일시 : 1989년 8월 18일 오후 3시
장소 : 장애우 권익문제연구소 사무실
참석자
강동석-시인, 여디디야 선교단 대표
한덕연-장애자재활협회 홍보부 근무
사남이-명동성당청년연합회 봉사모임 하누리 회장
신용호-전국지체부자유 대학생 연합회 상임 위원장
사회 : 김정열-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논의된 주제
1. 장애우 운동의 현 상황, 문제점, 인식, 특수성 등에 관하여
2. 현 상황 인식 하에서 바람직한 장애우 운동을 어떻게 전개해야 하는가에 관하여
3. 장애우 운동의 주체세력, 보조세력, 동조세력의 상호관련에 대하여
4. 장애우 운동에 있어서 청년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떠한 일을 해내야 할 것인가에 관하여
<편집자주>

사회 : 현재 우리나라에는 4백만의 장애우가 살고 있습니다. 이들 장애우들이 스스로의 권익 회복을 위하여 떨쳐 일어난다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 사료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장애운동이 감정적으로 흐르거나 대안 없는 당위성만을 반복하는 문제점들을 지양돼야 합니다. 장애우 문제를 운동으로 풀려갈 것인가, 복지로 해결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양자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은 한국 사회의 전체 상황과 연관시켜 이해되어져야 하리라고 봅니다.
오늘은 한국재활협회에 계신 한덕연 선생님, 시인이신 강동석 선생님, 명동성당청년연합회 소속 「하누리」의 사남이 회장님, 전국지체부자유대학생연합회(이하 전지대연) 신용호 상임위원장님, 이렇게 네 분을 모시고 장애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좌담회를 하겠습니다.  그러면, 먼저 장애운동의 현 상황과 장애우에 대한 인식문제, 장애우 운동의 특수성 등과 같은 실태에 대해 전지대연의 신용호 상임위원장님께서 말씀을 해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신 : 저희들이 보편적으로 운동이라 했을 때 그것은 사회의 비합리적인 부분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들을 그 사회 구성원들이 주체가 되어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장애운동은 장애의 모순, 즉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인 혜택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장애우들의 문제 극복을 위한 목적 지향적인 움직임을 말합니다. 이제까지의 장애운동은 많은 문제들이 산적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상적이었을 뿐 본질적인 접근은 없었다고 봅니다. 이것은 외부의 방해요소도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우리 장애우들 스스로의 움직임이 없었고 있었더라도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이고 피상적인 해결에 치우쳤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러면 그 동안 장애운동은 나약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는가? 그랬다면 원인은 무엇인가? 를 생각해 보게 되는데 한마디로 이념과 조직의 부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회자 님이 말씀하셨듯이 지금까지의 장애운동은 청원 적이고 시혜 적인 차원에서 머물렀던 것이 사실입니다. 장애문제를 이념과 조직을 기반으로 하는 관점에서 풀어 보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도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해결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저희들은 이러한 장애운동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정리하여 확고한 이념의 정립이 없었고 정립된 이념을 바탕으로 하는 조직이 없었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념과 조직의 문제를 전체 사회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운동들과 마찬가지로 장애운동도 하나의 사회적 산물로 인한 움직임이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이해되어져야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올바르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저희들은 미흡하나마 이론을 정립했고 이에 공감하는 단체의 필요성을 느껴 동조하는 몇몇의 조직들을 갖추어내는 작업을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80년대 초부터 실천을 해오면서 장애운동에 도식적으로 많이 이용한 부분이 노동운동이나 도시빈민운동, 농민운동이었는데 장애운동에는 특수성이 있다보니까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이것은 장애우들만이 갖는 특수성, 즉 장애정도나 장애 유형별, 교육수준, 가정환경 등 개인 사정에 따라 다양한 형태들이 존재한가는 것이지요. 이것에 대한 고민이 앞으로 많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육, 취업 및 의료 등의 부분에 있어서도 장애 계층에 대한 소외 문제는 심각합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와 사회복지단체들의 올바른 운영 등이 요구됩니다. 이상 현재의 장애우운동의 실태를 말씀드렸습니다.

사회 : 전지대연의 역사발전과정과 현 장애실태에 대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장애문제에 대한 말씀이나 신용호 상임위원장님의 말씀을 들으시고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십시오.

현 : 평소에 생각했던 바를 말씀해보겠습니다. 저는 장애운동의 특수성을 장애계층의 다양성이라는 관점보다는 다른 시각에서 보고 싶어요. 장애운동의 큰 난점이기도 한데 결국 최종의 목표가 사회적 통합이라고 할 때 그것을 목표로 하면서 수단은 장애우들에 의해 조직되어졌고 장애우들로 구성되고 통제되어지는 그런 조직에 의해서 목표가 달성된다는 점이죠. 이것은 목표와 수단 사이의 모순이며 바로 특수성이 되는 것이죠. 제가 보는 장애우들의 현 상황과 실태에 있어서의 문제점은 이론적인 틀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아까 60·70년대의 장애운동이 청원 적 시혜 적 차원에서 진행되었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장애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고 봅니다. 재활복지를 크게 나눠 사회환경체계를 변혁시키는 문제와 장애우 체계자체를 변화시키는 문제, 또 사회 구조적 변혁을 추구하는 동시에 장애우들의 현실적 요구에 맞는 물질적 서비스를 추구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청원 적이고 시혜 적이라는 것은 물질적 측면을 겨냥한 것이겠는데 이것도 장애우들의 운동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사회 : 청원문제가 나왔는데 측은지심 즉 청원이라는 것이 나쁜 의미로써가 아니라 이제까지의 장애운동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고 앞으로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는 뜻으로 얘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이것은 잠시 후 운동 면에 대한 부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으면 합니다. 사남이 회장님께서는 장애우들과 직접 접촉하면서 활동하고 계신데 그러한 과정에서 특히 느끼신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사 : 전지대연 상임위원장님 말씀을 들으면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에는 장애우 봉사 단체로 초기에는 구체적이기보다는 단순하게 돕는다는 차원에서 시작했습니다. 실제적으로 구체적인 활동을 하면서 우리가 단순하면서도 피상적이며 감정적인 의식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면 자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참 봉사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냐 라는 고민을 하게 됐죠. 그리고 이론정립의 시급함을 느껴 다방면에서 자료를 찾아보고 실제로 장애우들과 접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방법들을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저희들은 봉사의 출발점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는데 하나는 기독교 적 사랑이고 또 하나는 사회 운동 적 측면입니다. 기독교 적 사랑에서 출발하는 봉사는 자선이라는 말과도 맥을 같이하는 동정적이고 시혜 적인 부분이 강한데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사회 운동 적 측면에서의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즉 봉사라는 것도 사회의 제반 상황들을 살피면서 보다 바람직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부분 운동의 차원에서 행해져 사회적 통합이라는 장애운동의 목표에 접근하려는 나름대로의 노력이 있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지금 많은 봉사 단체들이 있는데 그들 자체의 활동에만 매몰되지 말고, 사회 운동 적 차원으로 일보 전진하여 운동성 내지는 의식을 성숙시켜 사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법들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 : 여러분들께서 미리 장애운동에 관한 부분까지 말씀을 해 주시고 있는데 그러면 장애운동에 고나해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했으면 합니다. 장애우 운동을 장애우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제반 여건 속에서 자신들의 권익을 지켜내고 나아가 사회가 안고 있는 전반적인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려는 의식의 흐름이라고 정의를 내리시는 분도 있습니다. 장애운동의 최종목표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평등하게 산다는 것은 비장애우보다 많은 행복을 누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들보다 적은 양의 노동을 하겠다는 것도 아닌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통해 행복하게 살겠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현 상황 하에서 바람직한 운동은 어떻게 전개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의견을 나눴으면 합니다.

강 : 저는 우리의 현 사회를 바라보면서 많은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이 사회가 지탱되고 있는 사실이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많은 문제들 중에서도 비장애우들과 장애우들의 작은 사회가 지니는 모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편적인 예로 비장애우들은 임금과 근로조건의 문제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장애우들의 경우는 적은 임금이라도 받아주는 곳이 없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장애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애운동은 좀더 실질적이고 현실에 부응하는 형태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장애운동을 생각함에 있어 아쉬운 것은 다방면의 사회운동이 많다보니까 당연한 권리 주장을 하는 장애우들의 운동이 왜곡되어 보여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장애운동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념의 부재와 미약한 조직력은 시급히 보완되어 확고한 자리 매김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운동을 함에 있어서 정보라는 것은 각 조직 및 단체들간의 긴밀한 연계와 이를 통한 실태파악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또 장애우라는 단어가 없어질 정도의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근본부터 밝히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하겠습니다.

한 : 아까 신위원장님이 60년대와 70년대의 장애운동이 시혜 적·청원 적이었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사회적 운동으로까지 발전되지 못한 이유가 조직과 이념의 부재라고 하셨는데 저도 그 의견에 동감입니다. 장애운동의 현 시점에서 제일 큰 문제는 지식의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장애운동의 세계적 흐름이라든지 장애운동의 철학적 기반이 되는 이론체계 등의 부족이 되겠지요. 이런 면에서 볼 때 청원 적·시혜 적 차원에서 머물러야 했던 것은 그것을 권리로서 주장하기 위한 기반인 철학적 이론 체계가 부족 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제가 생각하는 장애운동의 특수성과 연관시켜 장애운동의 방향성도 아울러 말씀드리겠습니다. 특수성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사회적 통합을 이룸에 있어 장애를 가진 장애우들만이 주체가 되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장애운동에 크게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장애우총연맹의 발족이었습니다. 장애우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각종 정책이나 서비스 프로그램의 계획과정에서부터 장애우들이 직접 참여하고자 애쓰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 장애를 발생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인식하고 이러한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현상은 바람직하며 앞으로 장애운동을 통해 활성화되어 확산되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사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기독교 적 사랑에서 출발했던 종전의 감정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사회 운동 적인 측면의 활동으로 변신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문제들을 제기하고 분석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고 여기서 정리된 해결방안들을 실제 활동 속에 적용시켜 개선점 내지는 지향점들을 다시 재분석 평가 실천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체들 상호간에 더 잦은 교류를 통한 정보 교환도 수반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사회 : 장애운동에 관한 말씀들을 해주셨는데 장애운동의 최종 목표라 할 수 있는 평등한 삶을 어떤 식의 접근으로 달성시켜야 할지를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 : 앎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우가 4백만이라고 하는데 모순된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자체가 장애우들에게 대한 계몽기간이 짧았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장애운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장애우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깨닫고 운동의 필요성을 몸소 느끼게 할 수 있는 매개물이 있어야 합니다 요즈음 장애인 복지 뉴스가 그 역할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듯 한데 그 자체가 너무 영세 적이기 때문에 모든 장애우들에게 고루 전달되고 있지는 못한 듯 합니다. 평등한 삶이라는 목표에 달성하기 위한 첫 단계는 다양한 간행물을 통해서 현재 장애우들의 사회적 위치와 장애우들 스스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알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두 번째는 먼저 깨달은 장애우들이 자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주위의 장애우들에게 그 필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작업이 있어야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작업이 있어야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뜻을 같이 한 연후에 우리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조용히 싸우는 것입니다. 즉 어떤 문제에 부딪혀서 끈질기게 뜻을 이루어야겠다는 겁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우리의 목표인 평등한 삶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 : 저는 그 접근 방법을 운동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장애우 운동은 권리로써 행해져야 합니다. 이렇게 주체의식을 갖고 행해지는 장애운동이 바람직한 형태일 것이며,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어 사회정책에 반영되고 법제화되었을 때 그로 인하여 전국의 4백만 장애우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주어질 것입니다. 또한 풍부한 인적 물적 토대 위에서 복지 서비스 체계도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회 : 운동이라는 부분에 대한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고 계신데 여기서 운동의 행동체계에 대한 문제도 함께 풀어 가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하여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의견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한 : 제가 생각하는 장애는 이렇습니다. 장애우 체계와 이 체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체계가 있겠는데 이 양 체계간의 상호작용이 서로 적합하지 못할 때 이것을 바로 장애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휠체어를 탄 장애우가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건물에 들어갈 수 없는 경우 그것은 장애우만의 문제도 아니고 사회환경체계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바로 양 체계간의 상호작용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저는 이 양 체계간의 상호작용을 적합하게 하는 것이 재활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를 발생시키는 여러 체계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주어진 상황에 알맞도록 개입시키는 것이 재활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는 장애운동을 재활운동이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런 문제는 장애우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거든요. 서로 서로의 상호작용이 잘못됐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통합의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자기 체계의 기능을 마치 전체 사회체계가 장애우를 위해서 재활복지를 실시하는 것인 양 오해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자기 체계자체에 결함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서 하는 행위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즉 자기 체계의 필요에 의하여 개입하려는 노력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장애운동은 자아 실현과 사회 참여를 위해서 필요한 모든 재 자원을 획득하려는 움직임이고 사회 전체 측에서는 전체의 필요에 의해서 개입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러므로 장애 문제를 해결하려는 운동은 장애우만이 운동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되고 장애우 체계와 사회환경체계가 공동 주체가 되는 재활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 : 저희들이 말하는 장애운동에서 장애우들이 주체가 된다는 것은 다른 비장애우들을 배척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에 대해 오해가 없으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장애우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의식에 있어서 장애우들의 요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복지 단체에서 주최하는 행사의 경우 장애우가 중심이 되어 참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여지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지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장애우 체계든 환경체계든 그것을 누가 해결해주고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겠죠.

한 : 그렇죠 바로 이 변혁을 이루어나가는 행동체계는 어떻게 구성할 것이며 그 목표는 어디에 둘 것인가 이런 부분들을 연구해야 되겠지요.

사회 : 그러면 우리가 얘기했던 행동체계는 어떻게 구성해야 할 것인가를 청년의 역할과 관련시켜 말씀 나눴으면 합니다.

사 : 아까 강동석씨가 우선 알아야 되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째는 진실의 문제이죠. 장애우에 대해 왜곡되고 편파적인 시야를 갖는 것도 잘못이고 장애우들 스스로 열등의식을 갖는데 이것도 시급히 청산해야 할 것들입니다. 또 하나는 정치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현 사회에서는 장애우를 마치 기생적인 소비계층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이거든요. 제가 여러 자료들을 보면서 놀란 적이 있는데 통계적으로 선천적 장애우보다는 후천적인 장애우가 훨씬 많다는 것이었어요. 후천적인 장애의 원인 중에 대부분이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인한 것이라고 할 때 현재는 비장애우일지라도 예고 없이 장애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장애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는 것이죠.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발생되는 문제를 어느 한 계층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신 : 우선 일차적으로 가장 시급한 부분은 젊은 사람들이 확실한 연대 구축을 해야 됩니다. 또 기존의 법인이나 시설 또는 임의 단체를 끊임없이 설득해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견인해서 비민주적인 사회제반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합니다. 강동석 선배님의 말씀대로 계몽활동이 미흡합니다. 그런 것은 복지 신문이나 각 단체들의 간행물을 통해서 계속적인 홍보 및 의식화 작업을 해야겠죠. 또 그것을 매개로 하여 조직화 작업도 아울러 할 수 있겠지요. 앞으로는 한국의 장애문제들에 있어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확실하게 해결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 앞으로의 청년의 역할을 정의 입장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비장애우들이 행동체계에 참여하되 이것은 장애우들이 능동적인 주체로 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역할이어야 할겁니다. 이것이 참여이론이라는 것인데 클라이언트(client)가 주최가 되지 않고 참여하지 않은 서비스나 프로그램은 클라이언트(client)생활 양식에 부적합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비장애우들이 소셜워커(social worker)로서 행동체계에 참여할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장애우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그것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제안들, 정보와 지식들을 제공하고 조직화시키는 일을 충실히 해야 되겠죠. 그리고 장애우들 스스로에 의해 통제, 운영되는 독립적인 사회운동 단체가 됐을 때 소셜워커(social worker)는 그것에서 물러나는 것이죠. 하지만 일단 물러나서는 자생적이고 독립적인 단체로 남아 있어야 하는 겁니다. 결국 외부에서 만들어져 내부에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는 여건만 제공하고 실질적인 것들은 내부에서 장애우들 스스로 하게 되는 거죠. 아마도 우리 청년의 역할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회 : 그러면 지금 이러한 것도 이야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대개의 운동을 보면 주체는 누구고 보조세력은 누구며 동조세력은 누구다라고 말들을 합니다. 장애운동에 있어서도 이 세 세력의 구분이 가능한지, 만약 이러한 구분이 가능하다면 주체, 보조, 동조 세력의 구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도 말씀해 주십시오. 어떤 분들은 이 세 세력을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양심적이고 순수한 지식인 등 중산층까지를 포괄하는 대중운동의 형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하십니다.

강 : 주체세력, 보조세력, 동조세력에 관해서 깊이 생각해본 바는 없지만 항상 존재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우리 장애우들의 목적은 행동을 어떻게 해서 우리의 뜻을 관철시키느냐 인 것 같고 사회의 인식을 고쳐 비장애우들과 함께 살아나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요즘도 집안에서 나오기를 꺼리는 장애우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체니 보조니 동조니 하는 세력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 이르다는 생각도 듭니다. 일단은 더 많은 장애우들을 운동에 참여시켜 뜻을 규합하는 일이 전제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 장애문제의 해결에 있어 편파적이거나 획일적인 방법보다 다각적인 시각에 입각하여 근본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한 : 행동 체계를 주체, 보조, 동조 세력의 상호 관련 속에서 파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첫 째는 클라이언트 (client)체계 즉 실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체계입니다. 물론 장애우를 통합시키지 못한 불통합의 사회 체계도 체계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클라이언트(client)체계가 되겠죠. 둘째는 이와 상호 작용하는 환경체계, 셋째, 이 양측의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체계, 마지막으로 행동체계가 목표로 삼는 타켓 시스템(target system)으로 불 수 있습니다.
사실 현재 저는 행동체계의 구성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말씀을 한번 드려보고 싶은데, 장애운동을 잠시 멈추고 이념과 앞으로의 운동을 전개함에 있어 강력한 무기를 제공해주는 이론체계부터 구축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는 거죠. 제대로의 이론체계도 없이 행동하면 오히려 앞서 행한 장애운동에 역효과를 가져오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예로써 청량리 신망애 재활원의 경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동체계를 구성해야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다음 전략을 수립하고 투쟁해야하지 않았을까요. 결론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어떤 문제든 그와 연관된 체계를 파악하고 해동체계를 영입한 후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 행동한다면 구태여 주체, 보조, 동조 세력의 구분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신 : 한덕연 선생님께서 이론체계부터 세우자고 하셨는데 사실 이론과 실천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천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새로운 이론을 수용하고 다시 재 실천을 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이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장애정책 과정에 있어서 그 전의 문제점들을 나름대로 평가하고 정리한 이론을 가지고 투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운동이 보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발생되는 시행착오들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회사업가들의 참여로 장애우들이 능동적으로 설 수 있게 된다는 의견엔 저도 긍정적입니다. 많은 복지시설이나 단체들이 이러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많은 비난의 소리들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또 그들은 장애운동의 주체도 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장애운동은 장애 현실로부터 출발해야 되고 장애 당사자들만큼 장애의 고통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고통의 근원과 그 고통을 어떻게 제거 해야하는가 그리고 운동을 해야한다고 했을 때 주체로서 누가 나설 것이냐는 것을 논할 때 저는 당연히 장애우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주체들은 미시적으로는 장애우 프로그램으로부터 정책적인 문제에까지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애운동은 최소한의 구체적인 지향점들을 가지고 일정부분에 있어서는 연대체계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지난번의 심신 장애우 복지 법이나 고용촉진법 등의 경우 하나의 목소리로 외칠 수 있는 것이었음에도 이것마저도 한 목소리가 되지 못했는데 이것이 방금 말씀드린 부분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겠죠.

사회 : 주체세력, 보조세력, 동조세력을 염두에 두고 말씀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아픔의 당사자가 고통을 얘기할 것이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요구들을 할 것입니다. 이론체계를 세우고 조직을 만들어야 하며 주체는 누가 될 것인지에 관한 전반적인 흐름들에 대해 말씀해 주신 것 같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못 다하신 말씀이나 재사회 단체들에 대한 바람 등이 있으시면 정리하는 식으로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 이건 건의 사항입니다. 장애운동, 즉 재활운동에 있어서 교과서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기타 운동단체들의 경우는 많은 책을 가지고 있어서 결집력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장애운동에 있어서는 그런 것이 없지 않습니다. 이런 지침이 될 수 있는 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강 : 장애우에 대한 인식이 점점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편견이 심합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장애문제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라 생각됩니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방법들까지 제시할 수는 없지만 홍보 활동을 통한 의식의 변화 등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간행물이나 기타 인쇄물을 적극 활용하여 장애운동의 참여를 촉구하여 그 폭을 넓혔으면 합니다.

사 : 봉사하는 사람들의 의식수준을 높여 근본적인 문제에까지 고민하고 그 해결방안과 근접되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각성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장애우들과 함께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신 : 바램이 있다면 앞으로 장애우 권익문제연구소 측에서 이러한 토론의 장을 많이 마련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함께 걸음」의 발전을 바랍니다.

사회 : 오늘 함께 자리하셔서 고견을 나누어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장애우가 원하는 것이 이 사회에서 빵 한 조각 고기 한 점 더 먹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우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인간적인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평등한 삶인 것입니다. 그리고 장애우를 위해서 일하시거나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도 장애문제를 측인 지심이라는 감 적인 관점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또한 장애문제로 개인의 극복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한국사회 전체 상황 속에서 파악되어 함께 고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정리/조계식 기자

작성자조계식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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