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좌담] 장애우 언론의 위상을 정립한다.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기획좌담] 장애우 언론의 위상을 정립한다.

본문

열악하기만 한 이 땅의 장애 현실에서 장애우 언론의 바람직한 위상정립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본지는 장애 해방을 갈구하며 이 땅의 장애우들의 입과 눈으로서 현 장애우 언론의 실태와 성격, 사명과 역할을 점검해 보고 장애우 운동과 장애우 언론의 접목 및 향후 장애우 언론의 방향설정에 관한 좌담을 마련한다.

일시 : 1989년 9월 22일
장소 : 정립회관 상황실

<참가자>
정우영- 주간 장애인 복지뉴스 편집인
김근원- 월간 밀알보 편집인
방귀희- KBS 내일은 푸른하늘 방송작가
(5:35∼6:00, KBS AM 710 KHZ, FM 98.7MHZ)
사회- 이태곤(본지기자)
정리- 황윤선(본지기자)

▲이태곤- 작금의 우리 사회를 정보사회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면 바야흐로 우리는 지금 매체의 풍요 속에서 흥청거리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언론의 자리 매김이 절실한 이 시점에서 행여나 이 땅의 장애우들이 풍요 속의 빈곤을 느끼지 않나 우리는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장애우 언론은 마땅히 이 땅의 장애우가 하나가 되어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는 데 복무해야 할 사명감이 있다고 보아집니다. 이 같은 사실을 전제하면서 우선 장애우 언론 각 매체의 현 실정과 성격을 정리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애인복지 뉴스의 정우영 기자 님이 먼저 장애우 신문의 현 상황과 성격을 정리해 주시지요.

▲정우영- 신문 매체로는 저희 장애인복지뉴스가 처음인 것 같은데 앞으로는 세 개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장애자 신문이 다시 대구에서 출발하고 있고 세계장애자신문이 더 나올 예정입니다. 장애우 신문의 독자층이 한정되어 있고 독자층 자체도 잠재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현실에서 세 가지가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어쨌든 신문은 방송과는 별개라 치더라도 잡지나 회보보다는 숫자가 적은 것 같습니다. 어려움은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영세하다는 것들, 재정 문제가 뒤따르지만 유지여부는 각자의 노력 여하에 달린 것 같습니다. 현재 장애우 신문의 실태는 그 정도가 되는 것 같고 성격은 제가 전문 언론인도 아닌 입장에서 얘기하기가 좀 곤란한데 우선 방송과 비슷하게 시의 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보를 적절하게 신속히 전달하고 다양한 정보들을 실어야 되겠지요.
다른 매체도 마찬가지지만 신문은 단순히 객관적인 어떠한 사실만을 나열하는 그러한 입장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이 궁극적으로 담아내야 할 문제는 사실을 전제한 진실을 전달하는데 있다는 인식 하에 신문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태곤- 장애인복지뉴스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정우영- 글쎄요, 총체적 평가는 아직까지는 안 내려져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중간점검을 해봐야 할텐데 신문을 여유 있게 내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자체적인 평가도 사실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김근원- 저희 밀알보는 80년 3월부터 발행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거르지 않았죠. 이번 9월호가 통권 115호 Work 됩니다. 저희 밀알보는 두 가지 입장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철저하게 기독교 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계몽적 성격을 강화하면서 현재 6000부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1979년 밀알선교단 창립 이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장애우 문제를 소리하며 대변해 왔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원래는 계몽적인 측면이 강했는데 아무래도 해나가면서 선교 쪽을 강화하게 되더군요. 다행한 것은 독자들이 밀알보를 통해 희망과 위로를 받고 인격에까지 변화를 얻게 되었다고들 말하곤 합니다. 적은 페이지이지만 최대한대로 많은 것을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방귀희- 독자층을 넓히려면 선교지로서의 성격을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요?

▲이태곤- 그래도 현 장애우 회보 중에서는 가장 대표적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여론을 들었습니다. 그러면 다음은 방귀희씨 말씀을 들어보죠.

▲방귀희- 1981년에 세계장애자의 해를 맞이하여 방송매체에서 처음으로 장애우를 대상으로 방송을 내보내게 됐습니다. 옛날에는 대상방송을 시시하지 않았는데 라디오 매체가 텔레비전 매체에 밀리다보니 대상방송을 실시하게 된 것 같습니다. 마침 세계장애자의 해도 있고 아무래도 국영방송이니까 장애우 대상이라는 대상을 하나 설정해서 내일은 푸른 하늘이 생기게 된거죠. 그때가 81년 4월 6일입니다. 30분이라는 짧은 방송시간이지만 그 영향력은 크다고 봅니다.
성격이라면 전파방송이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사안에 국한시키지 않고 모든 대상을 다 흡수할 수 있다는 건데, 서울뿐만 아니라 산골 구석까지, 어떤 특정한 기관에 수용된 장애우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재가 장애우 들에게까지 침투력이 강하다는 겁니다. 침투력이 강한 대신 신문 잡지보다는 아무래도 집중, 고정력이 떨어집니다.

▲이태곤- 방송에서 주로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방귀희- 일단 방송은 재미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교육을 위한다거나 특정한 사람들의 취미를 위한다거나 소재를 국한시킬 수는 없습니다. 어떤 날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본인의 목소리를 직접 취재해서 방송하기도 하며 게시판이라고 해서 짧게, 짧게 안내사항 및 소식을 전하기도 합니다. 장애우들의 수기를 읽어주고 이 프로를 통해 많은 장애우들이 서로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장애우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지식이나 상식을 접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제가 언급한 것들은 저희 방송 뿐 아니라 신문, 회보, 잡지 등에서도 다루지만 방송은 타 매체와는 달리 금방 참여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태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저희 함께 걸음을 잠시 언급하자면 애초에 이 책을 내기 시작했을 때부터 운동성을 지향하고자 했기 때문에 현재 주로 다루는 대상도 장애우들이 처한 구체적인 문제점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면 다음 주제로 현재의 장애우 현실에서 장애우 언론의 사명 내지 역할에 대해 얘기 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제 생각을 말씀드린다면 장애우 언론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의 하나로 저는 기존 일반 언론들의 우리 장애우에 대한 왜곡된 인식의 파행성을 들겠습니다. 사실 인식개선 운운 하지만 오히려 일반 언론들은 아직까지도 장애우를 열등한 인간, 동정을 베풀어 보호해 줘야 할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보아집니다. 이런 실태에서 장애우 언론이 장애우들의 입이라는 전제 아래 사명이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전반적인 장애우의 현실이 굉장히 열악하다고 생각되는데, 장애우 언론이 과연 무슨 소리를 내고 어느 관점에서 욕구를 대변하고 어느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장애우들의 현실변혁의 의지가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김근원- 우리가 지속적으로 장애우 권익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긴 했으나 아직은 본격적인 궤도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단계인 것 같습니다. 다른 일반 사람들에게 보기 좋게 전달되었기보다는 어떠한 타령이나 호소에 그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의 일반 사회에서 장애우를 보는 시각이 아주 낙후되어 있다는 증거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귀희- 언론의 역할이란 어떠한 사실을 전달하고 강한 영향력으로 상대방의 반응을 얻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행히도 지금 현재로는 함께 걸음이나 장애인복지뉴스가 일반 신문들에 비해 영향력이 훨씬 못 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장애우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되겠지요. 시설문제나 인권유린 문제 등을 사람들에게 알리면 누군가가 그 것을 읽고 작용을 해야 하는데 대상 층이 현재는 너무나 한정되어 있다고 봅니다. 때문에 저는 어떤 면에선 장애인복지뉴스가 상당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장애우가 처한 현실, 장애우의 외침을 그대로 반영해 주면 일반사람들에게도 널리 전달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언론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언론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신경 쓰게 하는 방향으로 장애우 언론이 나아가야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방송 매체는 신문, 잡지와 달라서 활자매체 만큼 언론의 성격을 지닐 수 없습니다. 방송은 선택해서 듣는 것이 아니라 흘려 듣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문이나 잡지에서 영향력을 크게 발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태곤- 내적인 측면에서 장애우들을 대변한다는 입장에서 장애우 언론의 연대성의 문제도 제기해 보았으면 합니다. 가령 어떤 특정한 사안을 공동으로 문제 시 한다든지 하는 활동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방귀희- 각자 신문이나 잡지 회보들이 너무나 자기네 주장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연대감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정우영- 사회인식이나 일반 언론의 장애우관이 왜곡되어 있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 문제는 그동안 장애우들 자신의 주체적 움직임이 극도로 미약했기 때문에 제 삼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장애우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불가능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라고 보면 장애우 언론의 여할 중의 하나는 장애우들의 주체적인 의식을 견인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물론 장애우 언론은 언론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속성 -정보전달- 외에 장애우 언론이 갖는 특수성들을 더해야 하겠지만 우선은 장애우들을 의식적으로 끌어 올려 조직화 해낼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가령 저희 신문의 경우 창간 목적이 모든 장애우들을 조직화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의 그러한 수단으로서 창간된 것이지 결코 언론이라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진 않았습니다.
일반언론 상품들처럼 언론을 내세운 다음 구체적인 내용들을 만든 것이 아니라 장애우 문제라는 기본적 토양 위에서 과연 무엇이 바람직한 신문의 역할인가를 숙고해 왔습니다.

▲이태곤- 장애우 언론의 역할이 현실에서는 이와는 반하는 현상들이 일어나는데, 예를 들어 장애자신문 등 기존에 있었던 여러 장애우 언론매체들이 창간되었다가 나름대로의 욕심이 채워지지 않으면 금방 폐간해 버리는 과정에서 뒤따르는 부작용 역시 매우 심각하다고 봅니다. 장애우 언론이 사명감도 없는 사람들의 노리개로 전락하고 만 것 같은 비애감을 어쩔 수 없이 느낍니다. 어떻습니까 구체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들을 해 보죠.

▲김근원- 그것은 신문이나 잡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 일을 맡은 사람들의 자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질이 되어있지 않으니까 즉흥적으로 생각을 해 가지고 시작을 했는데 결국 타산이 맞지 않으니까 폐간해 버리는 부작용을 낳는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장애우 언론이 뿌리를 깊게 내리려면 여기에 참여하고 종사하는 분들의 자질이 먼저 갖추어져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정우영- 저는 조금 다른 입장인데요. 언론매체를 만드는 사람들의 자질 문제도 중요하겠지만 그러나 보다 근원적으로는 언론의 왜곡된 장애우 관을 조장하는 사회적 편견, 사회구조가 바로 그와 같은 문제점을 낳은 것 같습니다. 장애우를 대상으로 하는 사기 사건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것은 한국 사회가 갖는 문제점에서 비롯되는 것들로 성이 상품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장애우라고 상품화되지 않는다. 그렇지는 않거든요. 장애우 역시 상품화의 대상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바로 오늘날의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방귀희- 요즘 우리 주위에 많은 일간지 월간지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장애우 역시 장사의 한 대상이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요즘 가장 성황을 이루는 산업이 노인들을 위한 여러 시스템을 마련해 주는 회색산업이라는데 여러 선진국에서도 복지개념을 넘어선 이런 대상 산업이 상품화되고 있는 흐름을 감안해 보면 머지않아 장애우 산업이라는 얘기도 나오지 않을까 보아집니다. 가까운 대만만 해도 장애 관련 언론 매체가 60여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장애우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쉽게 동정의 대상이 되어 상품적 가치가 높고 하나의 산업의 충분한 대상이 되기 때문이죠. 아까 말씀들 하신 부작용을 끼친 장애우 언론들은 순수하게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스폰서를 받아내기 쉽다고 생각들을 했어요. 사명감이나 목적의식이 없었고 자질도 물론 없었고요.

▲이태곤- 장애우 문제가 이처럼 몰지각한 비장애우들에 의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왜곡되어 이용당하는 상황에서 이제 우리 장애우 스스로가 문제점들을 풀어 나가려는 질적인 변화를 추구하는데 있어 앞으로 창간되는 매체들도 되도록 장애우들 손으로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나 문제는 재정적 뒷받침이 열악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인데 지속적으로 한 매체가 커나가지 못하고 계속 또 다른 형태로 넘어가고 또 다시 시작하는 이러한 시행착오들은 앞으로는 지양되었으면 합니다.
▲정우영- 저희 신문만 하더라도 얼마나 정확하고 바른 기사를 전달하느냐에 있어서 내용 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힘이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상품 사회를 전제로 한다면 내용이나 독자층에게 있어서도 상품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전제됩니다. 솔직히 저희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부분은 아직까지 미흡합니다. 방귀희 선배님이 말씀하셨듯이 하나의 유통수단으로서의 상품의 가치라면 문제가 없겠는데 악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에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예로 비장애우가 장애우를 상품화한다는 사실이 이 사회구조에서 정상적인 자본주의 윤리로써 하자가 없다면 문제가 적겠지만 장애우 스스로가 상품화를 이용하여 왜곡되어 진다면 문제가 큽니다. 정상적인 유통관계에서의 제대로 된 상품의 역할이 재정적인 문제에 있어 어떠한 타결 책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태곤- 이제 장애우 운동과 장애우 언론의 바람직한 접목에 대해 이야기 할 차례입니다. 비록 소수지만 젊은 장애우들은 이제 장애 문제를 장애우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입각해 그동안의 굴종과 체념을 벗어 던지고 떨쳐 일어서고 있습니다. 이 과정들을 우리는 장애우 운동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장애우 운동에서 장애우 언론은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비교적 외부압력에서는 자유롭지만 어느 만큼 기층 장애우들의 욕구를 대변하고 있는가가 중 차대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아집니다. 여러분의 장애우 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하신 지요.

▲방귀희- 기존의 장애우 운동이 뜻을 모은 소수의 힘으로 이끌려 나가 저변 화대가 이루어지지 않아 모든 장애우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장애우 중에서도 소수의 지식층만이 느끼고 추진해 나가는 과정은 밑으로부터 점차적으로 확대되어 올라오는 운동과는 달리 호응을 얻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언론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면서 독자들이 또는 시청자나 청취자들이 생각하게끔 이끌어주는 것이지 결론을 지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 우리 장애우 언론들은 자기네가 거의 결론까지 내려주고 있어요. 그리고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사를 외면하게 되죠. 그래서 저는 장애우 운동과 언론에서 언론이 앞장서서 선도할 의무는 있지만 그들의 생각을 주입시켜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이태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장애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는 장애우 스스로의 주체적인 운동밖에 없다고 생각되는데요.

▲방귀희- 아니죠, 그 스스로가 몇몇만의 스스로였죠. 그 저변 확대가 점차적인 것이 아니라 주도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따라오라는 식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김근원- 장애우 운동이 좀 더 객관성 있게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품위를 지녔으면 합니다. 작년에 어느 단체에서 내세운 요구조건들은 너무나 객관성을 상실한 터무니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장애우는 버스 요금을 내지 말라는 등 이런 것들을 보면서 저희 밀알보가 전달하기에 어려운 경우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정우영- 장애우 운동이라고 한다면 주로 젊은층이 나서고 있고 내용적인 면에 있어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경향인데 괴리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한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장애우 운동에 있어서 궁극적인 목표는 얼마만큼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있다고 봅니다. 저희 신문 같은 경우는 장애우 문제 해결의 한 수단으로서 위상이 저희 신문이 특수한 영향력을 띄지 않나 그렇게 봅니다. 독자층을 대상으로 생각했을 때는 독자들의 사회의식 정치의식 같은 미비한 구석을 이끌어 내는 것이 저희 신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장애 대중들의 외침을 여론으로 이끌어내려는 노력과 동시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장애우 운동과 언론의 연계성을 올바로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태곤- 방송에 있어서는 어떻습니까. 이러한 장애우 운동의 문제가 나가고 있습니까?

▲방귀희- 방송의 특성상 솔직히 다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김근원- 내일은 푸른하늘 프로그램이 어떤 논평의 기능이 있다고 하면 다루어질 수 있겠지만 주로 이 방송에서는 따뜻한 정과 오가는 이야기들을 전달하려고 하는 특수성이 있어서겠죠.

▲방귀희- 물론 어떠한 경우 예를 들어 장애우가 당하는 불이익들을 꼬집어 고발하는 뉴스 형식으로 전할 수는 있으나 어떠한 주장과 방법에 대한 옭고 그름을 평가 내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정우영- 소위 언론의 중립성이라는 것들이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하는 기능에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사실 속에 내재되어 있는 진실을 보려는 노력이 참 언론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보통 기사가 방송으로 나간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압니다. 그것이 방송의 특수성이고 구조적인 한계가 아닐는지요.

▲이태곤- 그러나 장애 쪽의 언론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볼 때 다른 일반 언론들과는 달리 일정정도 당파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중요한 점은 우리 언론의 참신한 시각과 장애문제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현 장애우 운동에서 장애우 언론은 우선 경제적인 것을 넘어서는 억압의 복합적인 현실에 대한 강조, 제도를 둘러싼 장애우 운동에 부여되는 우선 순위, 그리고 예시적인 장애 해방의 과제를 제시하려는 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봅니다.

▲김근원- 장애우 언론은 여러 문제를 다양하게 취급하되 자신의 목소리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너무 우리들 목청만 높인다는 감이 들지 않도록 기술적인 처리가 필요합니다. 문제를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이렇게 한다하더라도 과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데 객관성을 무시하고 주관적인 편협성에 빠지게 된다면 큰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방귀희- 장애우 운동은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내세우는 제안들이 모든 장애우들, 즉 경 장애우와 중증 장애우를 모두 포함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거든요. 때문에 장애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장애우의 문제를 뼈 속 깊이 인식한 사람들이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자기 의지로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장애우들은 제쳐두고 그 외에 그렇지 못한 장애우들 편에 서서 운동을 해야겠죠. 장애우 계층 내부에서도 시각, 청각, 뇌성마비 등등 서로 자기네 편리만을 내세우며 전체가 되어 힘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여태까지의 현실이 바로 효과적인 장애우 운동을 가로막는 원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김근원- 어떻게 모든 장애우들을, 이 분산된 집단들을 단결시킬 수 있는가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러한 일, 하나로 모으는 일들을 우리 장애우 언론이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태곤- 그것은 장애우 언론의 과제로서 제시될 수 있겠지요. 우리 언론이 장애우 운동을 두둔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인식에는 모두들 동의하실 줄로 압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장애우 언론의 향후 방향설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애우 언론이 장애민중의 언론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당위성은 불변의 원칙입니다.
문제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장애우의 권리와 힘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실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매체를 통해 서로 전달하는 방향으로 장애우 언론이 나아갔으면 합니다. 밀알보는 앞으로 어떠한 방향성을 견지할 계획이신 지요.

▲김근원- 앞으로 모든 장애우들에게 다가가서 선교, 계몽의 역할 이외에도 장애우 인재 개발을 위한 교육적인 측면도 첨가할 예정입니다. 저희 밀알보에서 중계사업중인 장애우의 결혼 문제에서 여성 장애우의 문제까지 점차 확대하여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여성 장애우들을 참여의 장으로 이끌지를 고민하겠습니다. 또한 장애우와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의 장을 위해서, 그러면서도 장애우들을 감싸는 일을 담당하는 밀알보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죠.

▲정우영- 다수의 독자층을 갖고 있는 활자 매체는 우리들의 편집방향 속에서 어떤 곳에다 주안점을 둘 것인가를 나름대로 정하다 보면 독자층이 다양하다보니 그러한 것들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하나로 엮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희 신문이 일반적으로 독자층이 있고 신문의 주도층이 따로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장애대중을 기반으로 한 언론매체라는 기본 원칙들이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주가 되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앞으로는 열려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법론적인 입장에서의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가 저희들 앞에 놓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밝을 수도 있고 어두울 수도 있습니다.

▲방귀희- 저는 단지 방송작가이기 때문에 향후 방향 설정 및 어떻게 하겠다 라는 계획은 KBS의 입장을 따를 뿐이고, 단지 여러분 보다 언론계통에서 치자면 선배니까 우리 장애우 언론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저희 방송은 다양한 청취자 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을 포괄하여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말하자면 흥미위주의 오락성도 무시할 수 없으며 그 외에 장애우들의 목소리를 진실 되게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저희 방송 얘기는 이쯤 해두고 모든 언론들이 그렇듯이 같은 이상과 목표를 가지고 일해 나가지만 현재 우리 장애우 언론의 상황은 너무나 서로 독자적인 것 같습니다. 함께 걸음, 밀알보, 장애인복지뉴스도 역시 자신들의 일에만 중요성을 두는 경향이 있어 조직적인 힘을 모으는데 언론들의 역할을 제대로 과시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왕이면 서로 정보를 전달 교환하며 서로 도울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어느 회보나 잡지, 신문에 무슨 기사가 실렸는지를 서로 선전해 주는 것도 이중의 효과가 있지 않겠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장애우 언론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미 기존의 장애우 언론매체들이 암암리에 서로를 견제하고 돕지 않고 있거든요. 80년 초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장애우 언론에 비하면 지금은 상당히 발전된 수준에 와있다고 볼 수 있는데 양적인 부분만 발전했지 질적인 수준은 사실 아직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는 걸 보면 이젠 그러한 문제점을 서로가 알리고 보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이태곤- 장애우 언론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치열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장애우 언론에 종사하는 우리들이 얼마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장애우들의 욕구나 권익을 대변해 줄 수 있는가를 항상 고민하면서 장애우 언론을 활성화시켰으면 합니다. 그럼 이만 좌담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랜 시간 정말 감사했습니다.

작성자황윤선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과월호 모아보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8672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태호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