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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초점] 정치경제학적으로 본 장애우복지법, 고용촉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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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기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심의조차 받지 못하고 보류되었던 장애우복지법과 고용촉진법이 또 다시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돼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들은 지난해와 달리 정부제출안까지 나와있어 이번 회기 내에서의 통과가 어느 정도 예상되고 있으며 이는 이들 두 법안의 제정이나 개정을 더 이상 미루거나 회피할 수 없다는 시대적 요구와 장애우들의 압력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가 어찌 보면 지루할(?) 정도로 이 두 법안을 문제시하는 것은 이들 두 법안의 올바른 입법이야말로 그 동안 생존의 사각지대에서 인간 아닌 인간으로 천대받아 왔던 4백만 장애우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경제적 토대를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81년 유엔의 "세계장애자의 해" 제정 때문에 급조된 이들 법안이 장애우의 삶과 활동영역이 확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기만적이고 허구적인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고 지난 수년간 각종 장애관련 단체나 모임들이 가두집회, 단식농성, 공청회개최 등을 통해 이들 허구적인 법안의 개정과 새로운 법안의 재정 등을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을 벌여왔으나 실질적으로 얻어낸 것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참담한 결과는 우리사회를 움직이는 지배구조의 논리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80년 봄 5. 17을 통해 집권한 5공 정권은 역대의 "경제성장"이라는 구호 대신에 "복지국가건설"이라는 새로운 구호를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의 전국민의료보험실시, 최저임금제, 의료보장제도 등 이른바 "3대 복 정책"이 실시되기 전 까지는 선전적 차원 이상의 의미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정치경제학적 관념에서 볼 때 사회복지제도의 성립과 발전은 가장 추상성이 높은 차원에서 자본의 발달정도(자본의 축적정도)와 노동자가 중심이 된 계급역량의 정도로 볼 수 있으며 이 두 가지 보편적 변수를 축으로 각 국의 역사적 특수성이 작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사회보장제도가 그 실시에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어야 하고 이것이 결국은 자본의 잉여가치의 누출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자본측의 입장에서는 그 비용이 부담이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투자의 의미를 갖거나 자본주의체제 자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기본경비의 성격을 갖지 않는 한 제도의 실시에 대해 반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국가로 하여금 자본측의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고 운영과정에 자본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쉬운 형태를 택하도록 강제하게 된다.

이러한 지부구조의 논리, 곧 잉여가치 극대화의 논리는 가치 창출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이들 소모적인(?) 법안의 제정이나 개정을 거부할 더 이상의 명분을 찾지 못하게 되자 이제 이들 법안의 내용을 유명무실한 것으로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자신들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변질시키기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입법과정에서 정부여당에 의해 자행 될 장애우복지법과 고용촉진법의 의도적 훼손에 대응하기 위해 양 법안에서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는 핵심적인 사항들을 점검해 보기로 하자.

<1. 장애우 복지 법>
첫째, 그동안 몇 차례 산발적인 분석에서도 드러났듯이 이들 법안이 지닌 가장 큰 한계는 이 법이 법으로써 갖추어야 할 현실지배력 곧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선언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장애우 복지 법 12조, 13조를 보면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타 공공단체는 심신장애자의 자활지원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시설의 일부를 심신장애자로 하여금 우선하여 이용하게 할 수 있다." 및 "도로·공원·공공건물·교통시설·통신시설 기타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자는 심신장애자가 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설비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라고 되어 있다.

바로 이점이 자본의 논리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법조문 중 "∼하게 할 수 있다."와 "∼하게 노력하여야 한다"는 선택적 유보조항과 권고 조항이 "∼하도록 하여야 한다"와 "∼을 갖추어야 한다"는 강제조항으로 바뀌어지지 않는 한 그 밖의 모든 조항은 있으나 마나한 것이다.

<복지부 설치의 불가피>
둘째, 현재 운영되고 있는 보사부 재활과 등의 빈약한 행정구조로서는 날로 증가하는 장애우 문제의 근원적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직접 관장하는 독립 부서로써 "복지부"의 설치가 불가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여전히 국무총리 산하에 장애우 복지에 관한 시책을 종합적으로 심의,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 위한 "심신장애자 복지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위원회가 관계 행정기관에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권한을 부여  함으로써 적극적인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리 없는 정부의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다.
또한 장애우의 생계보장을 위해 담배·인삼 등 전매품 판매, 우표 류 판매업 등을 우선 지정해 주는 것으로 생색을 내고 있으나 이러한 조문이 생겨나게 된 배경에는 현실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장애우의 취업차별을 전제로 하는 것일 뿐 고용촉진법의 강력한 시행 등으로 장애우의 정상적인 사회참여가 보장된다면 위와 같은 시혜 적인 조문은 더 이상 필요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적인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정부는 "장애자의 날" 제정이나 의료재활 차원의 체육활동이 아닌 단순한 행사로서의 체육대회 개최 등으로 자본으로부터 소외된 장애우의 불만을 무마하는 기만적인 정책을 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고용 촉진법>
이러한 자본의 논리와 장애우의 권리투쟁은 고용촉진법에서 첨예한 대립을 노출하게 되며 장애우의 사회참여에 대한 욕구가 커질수록 이에 대한 자본의 반발도 거세 이 법을 사문화 하기 위한 갖가지 공작(?)이 진행되고 있다.
첫째, 정부는 법안의 제정 이유에서부터 고용촉진법을 단순히 "장애우의 고용문제 해결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전제해 이 법의 장애우의 복지 향상을 위한 방법으로서의 제도가 되지 못하고 복지를 떠난 노동문제의 차원으로 격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둘째, 정부의 이 법안에 대한 사문화 의지는 고용비율과 벌칙조항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야당에서 제시한 고용비율은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대개 "정부·공공 기관은 100분의 2이상", "1백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100분의 3이상"이라는 하한선으로 나타냄으로써 그나마 확대의지(?)를 보인데 비해 정부여당은 "100분의 7이하"라는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사정에 따라" 한사람도 뽑지 않아도 되게끔 법적인 장치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고용 율을 위반함에 있어서도 단지 몇 백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해 오히려 자본으로 하여금 고용기피를 유도(?)하는 듯한 인상까지 주고 있다.

<공단의 정치적 중립보장>
셋째, 장애우고용 전문기관의 일원화와 정치적 중립성보장을 위해 공단의 규모와 권한을 강화해 공단으로 하여금 고용문제를 직접 담당하도록 해야하며 정부는 공권력이 수반되는 최소한의 집행절차에만 관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공단이 설립될 경우 일반행정직 공무원은 법 집행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공단은 직업재활을 위한 기술적 업무를 담당하는 역할 분담으로서의 사업의 효율적 수행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이원화 논리는 공단 설립 후 조성되는 막대한 재원을 정부측에서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또한 공단의 운영을 맡게 될 임원 선정에 있어서도 국방부가 거의 군 출신으로 구성되는 것이나 경제관련부처가 경제전문가로 구성되는 것 등과 마찬가지로 전문적 역할을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전적으로 장애우들로 구성되는 것이 오히려 법의 실효성이나 운영의 효율성에 있어서 바람직함에도 장애우 복지 문제의 다양성이라는 미명 하에 제도적으로 장애우의 진출을 방해하고 있다.

이는 최근 많은 장애우가 스스로의 권익에 눈을 뜨고 이를 되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이들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세력이 공단의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헌 조치이다.
넷째, 직업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해고의 예고와 최저임금제의 실시가 필요하다.
정부는 해고의 신고와 관련해 해고한 사실을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했으나 이는 전혀 쓸모 없는 조항이다.
따라서 해고의 신고로는 장애우의 직업안정을 보장 할 수 없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바에 따라 해고의 예고가 있을 경우 그 "해고의 예고를 신고"하도록 해야한다.

또한 해고 이유를 심사해서 해고사유가 장애우라는 이유 때문일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차별금지조항 및 최저임금제 적용에 관한 아무런 규정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학적 분류기준인 중증, 경증이라는 개념을 적용 차별대우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안은 고용주들이 장애우를 차별대우하고 최저임금을 지급하여도 무방하다는 합법적 근거를 제시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
이밖에도 장애우 고용지원 금의 지급, 고용촉진기금의 설치, 운영 등 모든 면에서 정부는 자본의 대변자로서 철저한 경제논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사회보장 정책>
이처럼 자본주의사회 일반에서 사회보장정책이 지니는 기능은 경제적 측면에서는 노동력재생산에 있고, 정치적 측면에서는 계급투쟁을 약화시키기 위한 회유에 있으며, 이데올로기적 측면으로는 자본주의사회 자체의 재생산을 위한 이념적 기반을 제공하는데 있으며 특히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국가기구의 지배논리를 보장하는 정당성 확보를 위해 사회보장정책을 이용하고 있다.

절대다수 장애우의 생존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최소한의 법적 보장 장치인 복지법과 고용촉진법이 허구적이고 선언적인 내용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사회복지정책에 대한 규범주의적 분석 시각은 자본주의 사회의 사회보장정책이 사회구성체간의 기본모순이 현시화 됨으로써 나타난다는 총체적인 시각의 분석을 하기  보다는 주로 개별 제도 자체의 분석과 총체성이 결여된 단순한 제도 개량만을 시도하는데 그쳐 사회보장정책이 자본주의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제도적으로 수용할 수 있으며 "평등"과 "복지"를 추구할 수 있다는 선험론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관점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장애우복지법과 고용촉진법이 사회체제 모순의 산물이며 "위로부터의 개량 화"가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져온 생존권투쟁의 결과 얻어진 국가 권력으로부터의 "양보 책" 즉 "아래로부터의 개량"임을 인식하고 이제는 법안 제정의 요구를 넘어선 실질적인 내용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복지정책이나 사회보장제도가 부분적으로 노동운동의 성장으로 인한 자본과 노동간의 갈등 심화로 정책입안의 동기가 만들어졌으며 각각의 정책 예를 들어 의료보험과 최저임금제 등이 실시되는 시기가 민중운동이 고조되었던 시기와 일치하고 있으며 바로 이 점이 사회복지나 사회보장정책이 지니는 정치적 의미를 말해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장애우고용촉진법"과 "장애우복지법"역시 장애운동의 성숙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 두 법안의 내용은 결국 현 단계 장애운동의 수준과 자본의 역학관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장애현실의 정확한 분석에 기초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의 쟁취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자본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법으로 변질되어 오히려 장애우의 생존을 위협하는 합법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전흥윤 기자

작성자전흥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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