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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장애인권교육의 시작

어깨동무문고 5주년 기념 컨퍼런스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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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문화재단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014년부터 어깨동무문고라는 이름으로 매년 동화책을 발간해 왔다. 그리고 올해 5주년을 기념하는 컨퍼런스가 지난 5월 2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렸다. 주제는 ‘동화로 만나는 장애인권교육, 그 효과와 발전방향’이다.

 

동화에서 자라난 편견

‘콩쥐팥쥐’, ‘백설공주’ 등 동화 속 아동 학대 가해자의 전형은 계모다. 현실은 어떨까. ‘2016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연 아동학대 가해자가 부모였을 때 그중 55.1%가 친부, 39.4%는 친모였다(계모 2.4%). 아동학대 사건에서 계모가 먼저 떠오른다면 그건 명확한 편견이다. 친부모 여부는 아동학대 사건을 보도하며 포함하는 주 정보다. 가해자가 친부모라면 “자식한테 어떻게 저러지”라며 불가해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반면 친부모가 아니라면 “아무리 자기 자식이 아니라도 그렇지”라며 범행 동기를 지레짐작하고 넘어가기 쉽다. 그렇게 편견은 강화된다. 편견을 강화시킨 보도 방식은 그 자체가 이미 사회가 가진 편견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 편견은 어디에서 왔을까. 동화는 과연 결백할까.

 

장애인이 등장하는 아동 문학의 필요성

문학은 허구다. 그러나 작가가 생각해낸 이상 현실과 무관할 수 없다. 문학은 또한 현실의 독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계모에 관한 편견이 여러 동화에 반영됐고, 동화는 다시 그 편견을 강화했다. 이날 강연한 손홍일 대구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통합 사회를 구축하려면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법제정이나 경제적 지원 못지않게 중요하다. 효과적인 방법은 장애 인물이 등장하는 문학으로 교육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학자 베스 프랭크스(Beth Franks)의 연구 논문 「황금 거위 배 가르기(Gutting the Golden Goose)」로 보여줬다.

프랭크스는 먼저 그림(Grimm) 형제가 취합한 동화중 100편을 골라 장애 인물의 이미지를 분석했다. 장애 인물의 반 이상이 동화의 핵심 인물로 등장했는데 그중 약 40%가 영웅처럼 긍정적으로 그려졌고, 악역은 15%에 불과했다. 그러곤 강의에서 학생들이 인물에 보이는 반응을 수년간 관찰했다. 실험 결과, 그가 수업에서 긍정적 장애 인물의 이야기를 주로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75%의 학생이 부정적으로 묘사된 장애 인물만을 기억했다.

사람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수강생 대부분은 이미 장애인을 부정적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 인식에 맞지 않는 긍정적인 장애 인물은 아무리 많이 언급해도 기억하지 못하고, 기존 인식과 일치한 인물만 기억한 것이다.

연구는 아동 문학의 중요성을 한층 더 보여준다. 아이가 한번 흡수한 것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쉽지 않다. 단순히 장애인이 등장한다고 인권 교육용으로 적합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손 교수는 “장애인을 사실적,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비장애인과 비슷한 면을 부각시켜 장애인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함양시키는 작품을 택해야 한다”며 장애인권교육용 아동 문학의 선택 기준을 제시했다.

 

양은 늘리고 내용은 쉽게

뒤이어 토론이 벌어졌다. 참가자의 공통 의견 하나는 장애와 연관한 동화책 수가 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발제자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어린이를 독립적 존재로 인정해야 동화책이란 것이 있을 수 있듯, 장애인이 등장하는 동화는 장애인을 독립적으로 존재하게 한다는 점에서 양적 확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은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는 동화 비평가 페리 노들먼(Perry Nodelman)을 인용, “자신이 처한 상황과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을 읽을 기회를 빼앗긴 어린이들은, 자신이 비정상이라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며 발제자의 의견에 동의했다.

동화책에 장애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장애인권교육의 시작일 뿐이다.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교육 효과는 미미할 수도 있다. 성명진 발달장애여성연구원‘손잡다’ 원장은 “그림책을 단순히 읽게만 하는 건 효과가 없었지만 후속 활동을 병행하니 장애 수용태도가 증가했다”고 밝혔고, 조영숙 신한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이에 더해 “활동 위주의 교육은 자칫 아이들이 재미난 경험을 한 것으로 여기게 만든다”며 활동 목적 또한 확실히 전달할 것을 강조했다. 또 “인권은 추상적인 개념이니 나이를 고려한 더 쉬운 동화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올해의 어깨동무문고

어깨동무문고는 지금까지 동화책 1만 2,400여 권을 학교, 어린이집 등 3,000여 곳에 전달했다. 또 온라인 교육이나 인권 강사를 학교에 파견하는 등 직접 교육에도 참여했다. 올해부터는 공공도서관이나 일반 서점에서도 볼 수 있도록 시중에 출판할 예정이다. 판매 수익은 어깨동무문고 사업 확장에 다시 투자된다.

작성자글. 배용진 기자 ◉ 사진 제공. 넷마블문화재단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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