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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일 저런일2]침묵에서 함성으로, 울림터 수화 노래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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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눔아!
눈뜬 놈들도 살기 힘든 세상에서
눈감고 대학까정 나와 뭐가 그리 급해
먼저 죽냐 이눔아.
5일 밖에 안 남은 졸업날
이 에미 대학보자 씌워서
백방, 천방 사진 찍어 제까자더니
이눔, 춘광아…"

막이 오르면 무대 한 가운데 눈이 부시도록 하얀 모시옷을 입은 채 순교자처럼 두 팔을 벌
리고 엎드려 있는 이춘광 열사, 그리고 납덩이 처럼 무겁게 그 위를 떠도는 …그대 잘 가라
/ 세상의 모진 꿈만 꾸다 가는 그대/…그대 잘 가라 꽃상여 타고….
어둠 속에서 숨 죽이고 지켜보던 사람들 중 몇몇의 눈에서 마침내 뜨거운 눈물이 소리 없이
뺨을 적시고 있었다.

그러나 전동차에 머리가 으깨진 앞못보는 한 장애우의 죽음은 이날 온 몸으로 부르짖는 힘
찬 손끝에서 되살아나 굴종과 체념속에 살아가고 잇는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횃불이 되었
다.

지난달 27일 명동성당 허름한 문화관 2층에서는 장애우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노래극
"침묵에서 함성으로"의 막이 올랐다.

지난 몇 해 동안 장애우 문제를 단순한 시혜와 동정의 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인 사회 구조적
모순의 결과로 끌어올린 젊은 장애우들의 모임인 "울림터"가 선보인 이날 노래극은 그동안
이들이 각종 모임이나 거리 공연에서 시도해왔던 개별적이고 산발ㅈ거인 내용을 뛰어넘어
보다 구체적ㅇ로 장애우문제의 사회화를 밝혀낸 새로운 모습의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의 연출을 맡았던 김규성시는 「멀리 심청전의 "심봉사"로부터 가까이 행복한 여자
의 "호섭이"에 이르기까지, 소설·연극·영화·TV 등에서 끊임 없이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
고 있음에도 이제까지 이를 방관해온 우리의 잘못을 꾸짖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히고
「"침묵에서 함성으로"는 왜 장애우들이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는 동정과 시혜를 감수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이제까지의 삶을 거부하고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소개했다.

이날 공연은 민중가요와 더불어 마치 율동같은 힘찬 손말로 관객들의 커다란 호응을 받았으
며 관객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박수와 함께 노래를 따라부르는 등 무대와 관객이 한데 어우
러진 뜨거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1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안에 지체·청각·시각·정신지체 등 각각의 장애우들이 당
하고 있는 차별과 소외가 모두 사회구조의 변혁과 그 변혁을 위한 장애우 스스로의 투쟁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같이 느끼기에는 다소 어려움도 있었다.

함께 합창함으로써 먹을 내린 이번 공연은 매끄럽지 못한 진행과 보다 더 깊은 주제의 해석
에 대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장애문제를 보다 확실히 알
수 있었으며,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장애우 스스로의 의지가 돋보여 좋았다」는 관객의
말처럼 이제 장애문화의 폭과 내용이 장애우들의 주체적 노력에 의해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힘과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수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차별과 소외를 강요해온 제도언론과 부정적인 사회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아니 그
무엇보다 장애우 스스로 자신을 얽어맨 굴종과 소외의 본질을 깨닫고 실천하기 위한 다시
태어남의 장으로써 장애문화 운동의 새로운 이념과 방법들이 좀더 깊이 있게 논의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공연은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남아야 한다.
기필코 살아 남아야 한다.
너의 다리가 되어,
너의 눈이 되어,
너의 귀가 되어,
그리고 너의 양심으로,

우리를 억압하는 것은 비장애가 아니다.
인간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보는 이 사회의 본질적인 모순이다…"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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