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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지금 이곳에선]땅값이 내린다(?)

본문

<천안 등대의 집 사건>

(전문)
장애우 시설이 들어서면 땅 값이 내린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정부관계자가 들으면 귀가 솔깃해질 이야
기 임이 틀림없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듯 실효성 없는 투기대책으로 비난만 사고 있는 이때에 적어도 주민들
주장이 한 치 어긋남 없이 들어맞는다면 부동산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장애우 시설의 집단
이주를 정책적으로 추진해 봄직도 하다.
세상에 장애우들이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니, 자조섞인 한탄
을 하면서 왜 이러한 말도 안 되는 흰소리를 꺼내야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특히 민감한 도시 뿐만이 아니라 농촌에서 조차 장애우 시설이 거부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가 근거없는, 악의에 찬 편견으로 장애우를 거부하는 주민들도 문제지만 주민들에게
동조해서 장애우의 이주 권리를 무참히 짓밟고 있는 행정당국의 무책임한 처사는 더욱 비난
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최근 발생한 천안 등대의 집 사건을 살펴 보기로 한다.   (편집자)

(본문)
<작년 초부터 이전 계획 세워>
 열다섯 명의 정신지체아, 자폐아, 정신질환자들을 위탁 보호하며 공동체 삶을 꾸리고 있는
등대의 집(원장 이연순·천안시 안서동 98-35)이 이전을 좌절당한 내막은 비교적 간단하다.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주며, 1년째 세들어 살고 있는 현재의 방 세칸 짜리 단
독 주택으로는 전국 각지에서 입소 신청을 해오는 상당수의 장애우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름대로 세운 계획인 조기 교육교실 운영과 부름의 전화운영,
나아가 불우노인 수용사업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큰 장소로의 이전이 불가피해서 등
대의 집 원장 이연순씨는 작년 초부터 이전을 위한 준비 작업에 몰두했다.
 때마침 서울 한빛 선교단 및 여러 후원자들이 이연순씨의 취지에 공감, 작년 말 2천만원이
라는 척지 않은 돈을 모아 주었다. 이 돈으로 이연순씨는 12월 중순 충남 천원군 광덕면 대
덕리 대지 664평을 평당 3만7백원에 구입해서 올해 1월 잔금을 치뤘다.
 천안시내에서 차를 타고 30여분을 더 들어가야 닿을 수 있는 속칭 쑥가마라고 불리 우는
이 마을은 주민 거걔가 농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외진 농촌마을로서 유명한 유씨 집성촌이
다. 사전에 이전 장소를 고를 때 주민들 반발을 염려해서 주민들이 많이 살지 않는 곳을 찾
았기 때문에 집지을 땅 주변에 열 두 가구밖에 살지 않는 그 장소는 무리 없이 집을 짓기에
는 최적의 정소였다.
 뜻밖의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올해 4월초부터이다. 4월 5일 서울에서 방문 온 학생
들과 기념식수를 하러 가면서 원생들 수명을 함께 데리고 갔는데 그 모습을 주민들이 보았
는지 며칠 후 땅을 판 당사자인 유인상씨로부터 전화 연락이 왔다. 주민들 중 유재민씨가
중심이 돼서 장애우 시설은 절대 못 들어온다고 주민들을 선동하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장애우 시설이 들어오면 무엇보다 땅값이 내린다는 근거 없는 낭설에 겁을 집어먹은 주민
들은 점차 건축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다.

<쑥가마라는 동네 지명이 바뀐다>
주민들은 마을에 장애우 시설이 들어오면  온 동네가 다 똥 투성이가 되고  장애우들이
고추장 된장을 다 퍼먹기 때문에 고추장 된장이 씨가 마르게 되며  아이들이 장애우들을
흉내내 자녀교육상 안 좋고  쑥가마라는 동네 지명이 병신마을로 바뀌며  땅 값이 떨어진
다는 것 등이 등대의 집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논리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주민들 반발에 두짗혔지만 이연순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예정대로 건축을
진행시켜 나갔다. 다행히 집을 지을 장소가 건축법상 60평 미만은 간단한 착공 신고로만으
로도 가능한 신고 지역이었기 때문에 건축설계사무소에 의뢰해 59.98평으로 건물을 설계,
8월1일 설계 사무소를 통해 광덕면 사무소에 필요한 서류를 접수 시켰다. 그리고 한편으로
는 어떻게든 주민들을 무마 시키고저 8월 중 마을 이장인 유태석씨를 만나 주민들을 설득
시켜 준다는 조건 하에 마을 도로 포장비 200만원을 건네주었다.
 마을 이장인 유태석씨는 돈을 받으면서 "사람 사는 곳에 사람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못 들
어오게 하느냐 염려마라 내가 설득해 주겠다고."고 분명하게 확답을 했다. 안심한 이연순씨
는 건축업자를 선정, 곧바로 건축에 들어갔다. 그런데 9월1일 견적을 뽑기 위해 인부들과
대덕리에 다녀온 이연순씨는 다음날 광덕면 사무소 담당직원인 총무계 토목기사 유재원씨로
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게 된다. 왜 신고도 안하고 건축을 하려 하느냐는 항의 전화였다.
 당연히 접수가 되었으리라고 믿고 있었던 이연순씨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화
를 끊고나서 황당한 심정으로 설계사무소에 연락을 해 어떻게 된 연유냐고 따졌다. 설계사
무소 직원은 서류를 분명히 접수시켰다고 거듭 확인했다. 면사무소 측에서 서류는 받았는데
동네 사람들 여론 때문에 처리를 안해 주는 것 같다는 것이 설계사무소 직원의 주장이었다.
 화가 난 이연순씨는 광덕면 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인 유재원씨를 찾아 "만약 집을
짓지 못한다면 서류를 반려했어야 되지 않으냐. 서류를 받아놓고 왜 없애느냐. 직무유기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유재원씨는 서류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완강하게 잡아 떼더니 자꾸 지난 얘기하지 말고 간
단한 서류니 다시 해오라고 나중에는 설득을 했다. 이연순씨는 어차피 들어가서 살게 될 것
이므로 감정을 사고 싶지 않아 그러마 라고 대답하고 분노를 누그러뜨렸다.
 9월8일 이연순씨는 토지대장, 지적도, 평면도, 토지사용 승낙서, 인감증명 등의 서류를 직
접 유재원씨에게 접수 시켰다. 그리고 광덕면 면장을 만나 협조를 부탁했다. 면장은 "나는
주민들의 진정서 들어오는게 제일 골치 아프니 진정서 들어오지 않게 절차를 밟아 들어오
라"고 이야기 했다.

<당담 공무원의 직무유기 가능성 커>
그 다음날 광덕면에서는 이장회의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정히 마을 주민들이 반대를 할 경
우 땅을 바꿔치기라도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장 회의가
끝난 후 광덕면 면장은 대덕리 이장인 유태석씨를 따로 불러 주민회의를 소집시켜 직접 주
민들 의사를 물어보라고 지시했다.
 그날 오후 주민들 스물 세명이 참석한 주민회의에서 땅을 판 유인상씨만 기권하고 이장인
유태석씨마저 건축을 반대한다며 도장을 찍어 스물 두 명의 주민들이 서명, 도장을 찍은 건
축 반대 진정서가 작성된다.
 9얼11일 이연순씨는 광덕면에서 보내온 한 통의 서류를 받는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건축물 착공 신고서 반려 통보
 반려 내용 : 귀하가 신청한 건축물 비허가지구 착공 신고서는 건축법에는 적합하여 처리코
저 현지 조사결과 귀하도 아시는 내용으로 반발이 있으며, 본 건축 신고에 따른 현지 조사
항복 9항(신고 건축물의 건축으로 인한 공익상, 타인의 피해여부항)목에 대한 부락 총회결
과 주민의 반대의사가 회의 참석인원의 대다수가 있으므로 본건의 처리를 위하여는 마을 주
민 연명의 동의서를 첨부하실 수 있을시에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사료되어 통보하오니 양지
하시기 바랍니다.   9.11 광덕면 총무계 유재원
 한마디로 주민들이 반대를 해서 건축을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민 동의서 없으면 건축 못한다>
 기자는 광덕면 사무소를 찾아가 유재원씨를 만났다. 본 기자의 관심은 아무래도 허가 반려
가 어떤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와 서류접수 여부를 둘러싸고 파생한 직무유기 부분에
쏠렸다.
 먼저 8월초에 설계 사무소 직원이 접수시킨 착공 신고 서류에 대해 물어보고자 유재원씨
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발뺌했다. 그렇다면 접수대장을 열람할 수 있겠냐고 하자 관계상 착
공신고서는 당일 처리하기 때문에 접수증을 안 떼어주는 것은 물론 접수대장도 기록하지 않
는다고 유재원씨는 대답했다. 결국 직무 유기 부분은 확인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허가 반려의 법적 근거에 대해 유재원씨는 얼마 전 다른 마을에 양계장이 들어오려다
주민들이 반대를 해서 들어오지 못한 사실을 예로 들며, 허가 반려가 건축법에 하자가 있기
때문이 아니며, 더욱이 건축법규상 주민들 동의서가 있어야 된다는 규정도 없지만 행정지침
9항에 저촉되어 주민들 동의서가 없으면 허가를 반려할 수밖에 없다고 알듯 모를 듯한 말
을 했다.
 기자는 건축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유재원씨 재량으로 허가를 내줄 수도
있지 않느냐고 재차 물어보았다.
 유재원씨는 주민들이 반대를 하면 절대 전축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자는 마지막
으로 혹시 문제의 마을에 유재원씨 친인척이 많이 사느냐고 물어보았다. 유재원씨는 그렇다
라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이전의 자유마저 보장 안 해주는 정부>
 등대의 집 원장인 이연순씨는 이런 식으로 자꾸 물러서면 나중에는 장애우 시설이 갈 곳이
없어질 것이라며 문제의 땅에 반드시 건축을 할 예정이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내년 3월 재
차 건축을 시도할 계획이란다.
 서두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장애우 시설이 들어서면 땅 값이 내린다는 도대체 근거 없는
루머가 아직도 이 땅에 사라지지 않고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실로 개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농촌에서까지 이렇듯 추악한 이기주의에 함몰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헌신짝 버리듯 저버린다면 장차 이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전망은 매우 어두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사건이 터질때마다 유독 장애우 시설에만 기해지는 편견으로 인한 억
압의 뒤편에는 정부의 실종된 장애우 정책이 자리하고 있음을 한눈에 읽게 된다. 인간으로
서 최소한의 권리인 이주의 권리마저 보장하지 않는 정부가 다른 장애우 정책을 실시해 주
길 기대한다는 자체가 애시당초 무리인 것이다. 공권력은 어디서 낮잠을 자는가? 고통당하
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는 정치는, 정책은 어디로 실종되었는가? 새삼 이런 물음
들이 절실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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