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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문제다2]소리없는 전쟁 산업재해

본문


"소리없는 전쟁" 산업재해

(본문)
<산재왕국의 뿌리>

 오늘도 이 땅 1천5백만이 넘는 노동자는 새벽에서 새벽으로 흙먼지와 기계의 굉음 속에서
건설하고 생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노동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운데 가장
근본적이며 삶 그 자체인 것이다.
 인간은 노동을 함으로써 의식주를 해결하고 자녀들을 양육해 이 세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
나 최초의 삶으로서의 노동, 즐거움으로서의 노동은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게 되면서부터 잉
여가치 생간을 위한 초과 노동의 강제로 즐거움이 사라진 괴롭고 지루한 "고역"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이는 비록 그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고대 노예에서 현대의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그 본질
은 같은 것이며 더욱 이 자본조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오로지 자신의 노동을 팔아야만 살아
갈 수 있기 때문에 노동력을 잃는다는 것은 곧 그의 삶 자체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한 해 프레스에 잘리고 독가스에 중독되어 일터에서 쓰러진 노동자는 모두 13만4천
여명에 이르며 이중 싸늘하게 식어 노동자의 서러운 삶을 마감한 사람이 1천7백24명, 그리
고 나머지 한 평생을 「장애우」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만도 25만5천5백36명으로 밝혀졌다.
 1962년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시작과 함께 우리 경제는 대외 의존적 수술주도형 경제개발
로 세계경제체제에 편입되었으며 천연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고도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나마 남아도는 노동력을 이용하는 길 뿐이었다.
 따라서 세계경제체제와 기업가로부터 이중의 잉여가치를 빼앗기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지속되는 한 한 인간의 삶과 노동의 현장에서 밀어내 어두운 질곡으로 몰아넣는 산업재해는
흔히 얘기하듯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인 폭력이며 필연"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산업재해는 광산, 건설, 기타제조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성 재해와 수은, 카
드륨 등 중금속. 톨루엔, 이황화탄소 등 유기용제, 기타 분진, 소음, 방사선 등에 의한 만성
적이고 점진적인 질병인 직업병을 포함해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일컫는 말이
다.
 특히 최근에는 일반 사고성재하의 증가와 더불어 현재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여러 가지 새
로운 직업병이 속속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의 산업재해가 갖는 특징은 그 발생건수가 많을 뿐 아니라 재해의 강도 또한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연도별 직업병 발생 현황 비교

산업재해(제조업, 중대 재해율)

79년부터 88년까지 10년간 총 재해자수는 1백40만명이 넘고 있으며 사망자만도 1만6천여
명 영구장애인이 된 숫자는 거의 20만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3년1개월에 걸쳐 남·북한 2
백 40만명의 사상자를 낸 한국전쟁에 비해 보더라도 그 치열하이 가히 "소리없는전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표에서 보듯 산업재해의 빈도를 나타내는 도수율 (연 노동시간수  1,000,000)은 일
본의 5~6배, 재해의 심한 정도를 나타내는 강도율 (노동 손실일수  1,000)은 일본의 10배
가까이나 되어 한번 재해를 당하면 다시 노동력을 회복하기가 어려움을 잘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이 수치는 전체기업체의 30%에 불과한 5인 이상 산재보상보험법에 가입되어 있는
기업체에서 보고된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산재의 위험이 더욱 심각한 영세업체에서 일
어난 재해와 자체 공상처리(산재보상보험법에 의해 보상하지 않고 사업체가 자체처리 하는
경우)를 모두 포함 시킨다면 실로 엄청난 숫자가 될 것이다.
 노동자가 떠 안은 산재의 책임

 88년 9월 송동금속(경기도 포천) 노동자 천창석씨(28)는 야간작업 중 옷자락이 고속전동축
에 감기며 기계에 끌려 들어가 내장이 터지고 살점이 갈갈이 찢기는 참사를 당했다 그해 5
월 입사한 이휴 하루 13시간 이상 동판을 깍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왔던 천씨는 사고나
나던 날도 작업원칙(3인 1조)을 무시한 회사측의 요구에 의해 혼자 작업하던 중 사고를 당
했으나 요란한 기계의 소음으로 바로 위에서 일을 하던 동료 노동자들이 비명소리 조차 듣
지 못했다고 한다.
 펄펄 끊는 쉿물과 가스 그리고 요란한 굉음 속에서 날리는 쇳가루 먼지를 마시던 천씨는
단 한 번의 안전 교육을 받은 일이 없으며 이는 바로 이 땅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주당 5백4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동 강도는 더욱 늘고
있음에도 안전설비 투자는 전체 투자의 0.01%도 되지 않으며 또한 월 14만원 이하의 기아
임금에 허덕이는 노동자가 전체 20%를 넘어 부녀자와 연소자가 노동현장에 투입되는 등
부족한 생계비용을 위해 무리한 잔업철야 등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발표한 산업재해의 원인을 살펴보면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기술적인 분류를 이용해 부주의(38.3%)나 안전작업미숙(24.5%) 등 노동자의 게으름이나 나
태 등이 산재의 원인이라며 오히려 기업주의 책임을 감싸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막상 사고를 당하면 "산업역군"등의 사탕발림에서 "폐물" "쓰레기"로 전락해 비참한 삶
을 꾸려 가고 있는 것이다.
 안양에서 금형작업을 하던 임종무씨는 야간 작업중 자신의 업무가 아닌 프레스작업을 요구
하는 회사측의 명령에 의해 프레스 작업중 왼손 손가락 4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대
강 치료가 끝나고 다시 복직을 하려는 이씨에게 회사측은 「정식 퇴사후 신입사원으로 들어
올 것」을 요구해 사실상 채용을 거부했으며, 구로공단에서 역시 프레스에 왼손이 절단된
박용주씨의 경우도 「우려 12군데나 이력서를 냈지만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거절당하
고 노점상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더욱이 법을 모르는 노동자의 약점을 이용해 산재 노동자를 민사소송 만기시효인 3년 동
안 50%이하의 임금을 주며 「다쳐서 일을 못함에도 임금을 주는 고마운 사장님」이라는
생색을 내며 시간을 끌다 일단 시효를 넘기면 가차 없이 쫓아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이
다.
 산업재해의 경제적 손실을 계산하는 방법인 하인리히방식에 의하면 88년 한 해 동안 산업
재해보험급여로 지불된 직접손실 2천9백70억을 포함한 총 손실액은 1조4천8백50억이며,
1983년의 경우 산재로 인한 노동손실일수는 2천9백56만일로 이는 5백여명이 일하는 산업
체 197개소가 1년 동안 가동을 중지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산재는 노동운동의 일차적 과제

 그러나 이러한 수치놀음과 상관없이 산재로 인해하루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난 산재노동자들
의 생활은 그동안 개인적인 절망과 좌절로 술독에 빠지거나 부인이 가출하는 등 가정파탄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으며 몇 푼 받은 보상금도 다시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상태에서 곶감 빼먹듯 몇 년 안에 바닥나 거리를 방황하게 되는 「현재 걸인의 70%
이상이 산재장애우」라는 놀라운 보고도 있다.
 산업재해 노동자회(회장 황의술)의 사무장으로 있는 이신환씨는 적당한 보상금만 타내면
더 이상 산재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며, 노조자체도 산재노동자를 노조원
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 회사 측의 분리공작에 의해 연결이 차단되고 있다.」고 밝히고
「이 모든 문제를 감시, 감독해야 할 국가는 팔장을 낀채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정부의 태
도를 비난했다.
 그동안 모래알처럼 흩어져 망가진 몸과 마음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던 산재노동자들은 86년
11월 고김경숙양(당시 19살)의 투신자살을 계기로 장애우에게도 최루탄을 쏘며 강제진압을
가하는 국가와 잔본가의 본질을 깨닫고 하나 둘씩 뭉쳐 자신들의 권익쟁취를 위해 싸우기
시작하고 있으며 산재의 문제야말로 노동운동의 제 일차적 대상임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
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몇 년간 누려온 3저 호황의 시대가 물러가고 통상압력 등 대·내외의
경제적 위기를 맞게 되자 이의 해결을 위해 산업주조와 무분별한 재벌들의 문어발식 기업확
장을 합리적 구조조정으로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노동운동탄압과 산업안전 보건법 시
행령의 유해·위험작업 축소 등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산재의 문제를 「정부·기업주의 각성이 요구된다」든지  「이들의 열악한 삶에도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라는 식의 의지만 있으면 해결이 가능한 것처럼 온정적인 시각에서
다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올리기 위해 수단방법
을 가리지 안는 자본가의 논리가 철저히 비켜지면 지켜질수록 산재는 더 크게 늘어날 수 밖
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의지"라는 것이 결국은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밥먹
는 기계" 노동자의 힘과 자본가의 힘이 맞부딪히는 전선의 다른 표현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는 이제 알았습니다. 우리 산업대해노동자들의 고통도 이나라가 민주화 될 때에만
해결될 수 있음을. 노동자야 다쳐서 죽건말건 오직 돈밖에 모르는 악덕 기업주들을 몰아내
어 밝고 명랑하게 살수 있도록 해야 되겠다는 것을 말입니다.」
 기계에 맞아 잘리고 부러진 팔·다리를 끌고 동료 노동자의 죽음을 추도하기 위해 나섰다
백골단에 머리채를 잡혀 끌려가면서 외치는 이들의 피맺힌 절규가 맑은 햇살로 되살아나는
그날은 과연 언제일까. 

작성자전흥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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