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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보고2]산재없는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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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없는 세상에서...

 "작은 불꽃 김성애여 그대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냉대를 뒤로하고 떠나간 김성애 산
업재해 열사의 명복을 빕니다. 김성애 열사가 걸어온 가시밭길은 혹사와 무시의 길, 슬픔과
분노의 길이었습니다.
 86년 9월12일 입사 두 달 만에 진흥요업의 유독가스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결국 몸 반
쪽을 쓰지 못하는 장애우가 되어버린 열일곱 살의 꿈 많은 소녀 김성애는 회사측의 농간과
가족의 무지함으로 자신에 대한 보상 문제가 무효화되자 자시 한번 노동자로 바로서기 위해
재활의 꿈을 키우던 산업재활원 7층 옥상에서 몸을 던져 한 줌 뜨거운 피로 차갑고 어두운
세상을 적셨다.
 지난 한해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1천7백24명이나 되고 부상노동자는 13만명을 넘어
서고 있다. 이는 날마다 다섯명의 노동자가 어디에선가 죽어가고 있으며 삽시간에 멸다섯명
이 손, 발이 잘리는 등 다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수치는 다섯명 이상 산업재해적
용 사업장의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으며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그 상황 또한 더욱 비참한 것이다.
 몇만, 몇십만의 망가진 노동자들은 각각 자신이 스스로 지고 나야하는 뒤바뀐 운명과 싸우
고 있는 것이다. 올해 마흔여섯인 광산노동자 김산식씨의 경우는 산업재해로 인해 한 가정
이 어떻게(철저히) 파괴되는가를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떠돌이 광부(개나리 봇짐)인 김씨는 막장에서 허리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되어 회사와 2천
7백만원에 합의를 보게된다. 그러나 탄가루 속에서 허겁지겁 살림을 꾸려가기에 지친 김씨
의 부인은 병든 남편의 나머지 노동의 값인 2천7백만원을 챙겨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
았다.
 김씨는 떠돌이 광부로 휴업급여도 나오지 않아 치료마저 받지 못하게 되고 열세살, 다섯
살, 아홉 살 등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 중 큰 아들이 가출을 해버리자 결국 어린자식들을 남
의집 양자로 보내고 쓸쓸히 중앙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신세가 되었다.
 이렇듯 갑자기 닥친 가장의 불행이 주는 압박감과 경제적 파탄을 이기지 못해 달아난 부인
들도 부지기수이며, 이는 환자에게 더 이상 투병할 의지를 꺽어버 려 병원 창문으로 몸을
던지게(하기도)하는 것이다.
 현재 인천지역에만 약 2만역의 산업재해 노동자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이들 중
60%이상이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물론 이들 중에서 월급이 90%가 나오는 장해보상 연급을 일시불로 받아 장사 등을 시도
해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밑천만 날리는 경우가 대다수 이다.
 현행 산업재해보험은 여러 가지 산재노동자들에게 거부당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막상재해를 당했을 때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막대한 치료비가 들게 된다는
것이다.
 산재보험법이 선진국에서 베껴온 좋은 법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산업구조와 사후처리 문제
가 다른 우리의 실정에서 제대로 운영이 안되고 있기 때문에 "뒷처리"식의 산재문제가 "예방"
차원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개정시키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안전
시설을 설치하느니 차라리 사고나면 보상해 주는 것이 싸다."는 기업주들이 존재하는 한 산
재 예방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인 것이다.
 지난해 3월 프레스 작업중 왼손 둘째 손가락을 잃은 박선동(21)씨의 경우 사업주 배모씨
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배씨는 지난해 종합소득해로 겨우 5만원을 낼 정도로 연
세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어 단 돈 1백만원에 합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노동부의 관계자는 『4인 이하의 사업장은 현재 총임금의 1천분의
15나 되는 보험료의 부담 때문에 대부분의 사업주가 산재보험 가입을 기피하고 있으며, 이
러한 영세 사업장의 산재사고를 예방하려면 국가에서 이들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뒤따라
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산업재해의 후유증으로 영구장애를 입어 장애우가 되는 숫자는 해마다 2만명을 넘
고 있으며 지난 20년간 산재로 부상을 당하는 노동자는 1백70만이 넘으며 영구장애를 입는
수자만도 40만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산재노동자는 처음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나 집중적인 치료가 끝
나면 대부분 사재병원에 수용되고 있는 실정이며 이 때문에 기혼자인 산재노동자는 가족 전
체가 재활원에서 생활하다시피 해 생활과 자녀교육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
이다.
 현재 산업재해 노동자는 70%의 유업급여(89.4.1부터 그전 60%)를 받고 있으며, 재해를
입은 2년 후에 노동부가 판정하는 상병연금대상자는 1급 90%, 2급 82%, 3급 74% 등 중
증 장애에만 해당되고 있다. 그러나 재해정도가 가볍다 하더라도 일단 노동력을 상실한 산
재노동자는 다시 노동시장에 편입 될 수 없기 때문에 생활이 더욱 어려워져 가정파탄이 일
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86년 6월 성남에서 전신주를 옮기는 작업을 하다 감전사고로 머리, 어깨 하반신이 마비
되고 두 손을 절단한 하을용씨(35·현 전국산업재해자 연합협회 운영위원)의 경우는 24시간
보호자가 곁에 있어야하는데 사고당시 그는 1년이 넘도록 안전교육 한번 받지 못했다. 현재
의자치를 이용해야하는 사람의 계호비 22만원으로 하씨는 몇 차례나 안전교육을 하겠다고
요청했으나 노동부에서 거부하기도 했다.
 하씨는 부인이 편물일로 벌어오는 얼마되지 않는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대부분의 부
인들은 제조업, 건축 협장잡일 등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이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도 의사나 간호사들이 부모벌 되는 환자에게 반말지껄이를 한다던가 입바른
소리를 하면 강제 퇴원시키는 등 환자들에 대한 인간대접이 제대로 되고 있는 못하며 밥에
는 바퀴벌레나 머리카락이 섞여 나오는 등 위생상태도 극히 불량한 실정이다.
 이렇게 일터와 병원 사회모두에 소외당해 어려운 상활에 시달리던 산업재해 노동자들은
86년 김성애양 투신자살 사건을 계기로 산업재해보상법의 현실적인 개정을 요구하며 시위
를 벌이기도 했다. 1백여명 이상이 경찰의 제지를 뚫고 오류동까지 진출했으나 밤이 되자
전경들이 "병신들이 병원에 처박혀 치로나 받지 뭐하러 나와서 지랄들이냐"고 온갖 옥설을
퍼부으며 의자차를 탄 환자들에까지 최루탄을 쏘며 강제진압에 나서 한쪽 발이 절단되 사람
이 나머지 한 쪽 발이 부러지고, 의자차를 탄 마비환자를 끌어내려 아스팔트에 질질끌고 다
녀 엉덩이 살이 물러지는 등 20여명의 환자들이 연행되기도 했다. 산업역군, 산업전사, 무
슨 가족이라는 사탕발림에서 버림 받은 개로 전락하는 조동자의 일생.
 해마다 14만여명의 노동자를 산업현장에서 또다 른 삶의 질곡으로 밀어 넣는 산업재해는
관계전문가들이 지적하듯 근로감독의 강화, 노동조합의 작업개선 참여, 건강진단 및 작업환
경 측정제도의 구조개편, 업무상 재해범위의 확대, 그리고 보상액수의 현실화와 근본적인
재활대책 수립, 산업안전보건 전문 담당부서 설치 등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이는 바로 노
동자를 자신의 이윤의 추구를 위한 도구로 여기는 "자본의 논리"라는 높은 벽에 부딪혀 번번
히 묵살되거나 형식적인 요식행위로 남게 되는 것이다.
 『산재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천만 노동자의 꿈의 비정한 자본의 논리를 인간의
얼굴로 되돌려 놓는 노동자들의 끝없는 투쟁 없이는 결코 쟁취할 수 없는 것이다.
 『…쓰레기조차 재활용되어 쓰여 지고 있는데 사고를 다한 노동자들은 일할 의사를 갖고
능력에 맞는 직업을 찾아 사회생활에 참여하려고 합니다만 현실은 이러한 우리의 용기를 무
참히 짓밟고 있습니다.』

작성자전흥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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