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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일 저런일2]부름의전화 세돌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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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쳐다 보시나요
-부름의 전화 세돌맞이-

 …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세상에 태어나 대학교육까지 마쳤고, 동료들의 부러움
과 축복 속에서 화려한 결혼식을 올리고 귀여운 아이까지 둔 한 여자의 남편이며 행복한 가
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행복했던 가정도, 내 자식도 아내도 아무도 없는 단칸방에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되어 홀로 살아가는 어두운 신세가 되었습니다.
 내가 긴긴 무의식 상태에서 깨어났을 때는 연탄가스 중독 사고라는 악몽같은 사실의 주인
공이 되어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아내의 요구대로 모든 것을 정리해 부산으로 갔습니다. 부모님께
죄송한 생각은 있었지만 음식솜씨 좋은 아내가 새로 시작한 음식점이 번창하는 것이 기쁘기
만 했습니다.
 무엇이든지 해야겠다는 굳은 각오로 아내가 경영하는 식당 옆에 작은 가게를 차리고 담배
와 복원을 팔았습니다.
 아내의 식당도, 나의 작은 가게도 순풍에 돛을 단 듯 잘 되어 갔습니다.
 아내는 다시 서울로 가기를 주장했고 나역시 자신 만만한 모습으로 울며 떠낫던 서울 땅에
떳떳이 새로 서고 싶기도 하였습니다.
 차는 어둠을 가르며 서울을 향해 달리고 서울이 가까워질수록 설레임으로 가슴이 두근 거
렸습니다.
 새벽에 하는 어느집 앞에 다다랐습니다. 그 집 앞에 나를 내려놓으며 아내는 말했습니다.
그대 내 주머니에는 10원짜리 동전 한닢이 야박한 l 세상처럼 들어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왜 쳐다보시나요 중-

 60여년 만에 대폭우가 쏟아진 지난 9월11일 프레스센터 15층 기자회견장에서는 "부름의
전화 3돌 맞이"의 조촐한 잔치가 백오십여 장애우와 봉사자가 모인 가운데 벌어졌다.
 방송작가 방귀희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념식에서 보라색 한복 차림의 김정희 대장은
감격한 듯 다소 울먹이며 "그동안의 수많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장애가
망신거리가 되는 사회였다."고 개탄하고 그동안의 파송 사례중 전신마비 부인이 남편의 구
타와 학대에 견디다 못해 음식을 거부하고 죽으려고까지 했으나 부름의 전화를 만난 후에
다시 삶의 의욕을 되찾아 이젠 스스로 목욕을 하고 김치도 담글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며
"사회의 벽과 함께 가정의 벽부터 허물지 않으면 안무리 고용촉진법, 복지법이 있다해도 무
슨 소용이 있겠나냐"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이어 이철용의원은 축사에서 "지금 이시간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오만원씩이나 하는 마술 공
연이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꼬집고, 또한 "최근 선풍적인 관심을 끌었던 스티븐 호킹의
인간승이가 가능한 영국 복지정책의 현 주소와 우후죽순같은 장애우 복지 단체의 화려가 흰
소리만 난무하는 우리의 현실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
에서 "…부름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는 찬송가 구절처럼 사랑을 실천하는 양심
인 부름의 전화에 진심으로 감사와 부끄러움을 가눌길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정숙 애린회 회장은 "갈매기도 여행을 할 때 힘없는 갈매기를 가장 바람의 저항을
덜받는 가장자리로 배려해 줄 뿐 아니라 한 마리가 지쳐 뒤쳐지면 전체가 같이 쉬어간다."
고 하면서 "우리 사회 모두가 이처럼 같이 쉬어 갈 수 있는 여유가 아쉽다."면서 부름의 전
화 3돌을 격려했다.
 이어 이동수 대원이 87년 10월 28일 봉사자 28명으로 출발한 부름의 전화가 총 파송 1만
5천여시간, 총 파송 봉사자 4천3백77명, 의뢰 장애우 9백여명에까지 이르게 된 지난 3년을
담담하게 보고 했으나, 예정 되었던 프로그램중 축시낭독과 축가 등은 폭우로 모두 취소되
었다.
 참석한 내외 귀빈과 조촐한 케익을 자르고 우거지국을 함께 나눈 부름의 전화 3돌 맞이는
"왜 쳐다보시나요."하는 나지막하고 안타까운 외침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끝내 가슴앓이로
보낸 지난 3년의 진한 고통이 배어있는 숙연한 자리였다.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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