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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주민’이 되기 위해 손을 맞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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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뜬 기분이다. 일정을 마치고 깊어가는 저녁에 센터로 다시 들어왔다. 오늘 함께한 활동가들의 자리에 기념수건 선물을 올려놓는다. 대회 1등 트로피와 상장도 잘 보이는 곳에 꺼내놓는다. 벅차오르는 마음이다. 아직 가라앉지 않은 마음으로 센터 안을 찬찬히 걸어본다. 모처럼 만에 이곳의 공기가 충만하다. 아침부터 서두른 오늘은 활동하는 지역에서 보치아 대회가 있었다. 많은 회원들이 행사에 참석했다. 너도나도 함께하려는 회원들과 활동하는 것도 참 재미있고 즐거운데, 오늘은 그간 활동의 성과까지 내기도 해 어떤 이는 울컥거리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함께 땀 흘리며 일궈온 시간들이 참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다.

어딘가에서 소개해야 할 때 나는 ‘활동가’라고 한다. 조금 더 소개하게 되면 ‘장애운동을 하는 활동가’라고. 사회복지사로 10년을 활동하고 이곳에 와서는 7년이 넘고 있다. 학교에서 ‘사회문제’, ‘사회행동’ 이런 과목들을 배웠지만, 현장에서는 그런 문제의식이나 행동들이 오히려 문제로 인식됐다. 그런 탓에 집, 학교, 교회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살아왔던 나의 이력에는 어느새 해고, 정직, 견책, 수배, 연행, 벌금, 재판, 이런 상상도 못했던 것들이 나열돼 왔다. 본격적으로 사회복지의 일을 할 때 노동조합을 만났다. TV 속에서는 이기적인 그들로 비춰졌지만 실상은 사회공공성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었고, 시설 비리로 또 다시 현장이 들썩일 때 이용 장애인들이 우리와 함께 목소리를 내면서 장애운동과의 찐한 만남이 시작됐다. 함께 먹고, 마시고, 씻고, 자고, 이야기하고, 싸워내고, 울고, 웃고, 노래하며 부대낀 그 만남은 참으로 소중했고, 그것은 내 인생의 전환을 준 만남이 됐다.

그때 만난 언니는 우리 단체 대표가 됐고, 다른 언니들은 함께 활동하는 동료가 됐다. 지금 있는 단체는 장애를 가진 활동가들과 함께 장애를 가진 주민들을 조직하고, 지역에서 같이 활동한다. ‘장애’를 가진 것 때문에 차별받지도 대접받지도 않고 ‘그냥 주민이기’를, ‘평범해지기’를 목표로 하며 말이다. 참 소박하다 싶은데, 현실에는 무너질까 싶은 거대해 보이는 벽이 있다. 중증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 그리고 중증의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모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람들. 어쩌면 이 사회에서는 보여도 보이지 않는 아니, 보일까 치워버린 부류의 사람들이다. 우리의 실상은 터질 것 같은 억울함의 연속이었다.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 한없이 죄인이고 미안했던 것이 그랬고, 가족행사에 드러나면 안 되는 존재인 것이 그랬다. 학교에선 늘 어머니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굽실거리며 죄송하고 고마워했던 것이 그랬고, 사회에선 세금만 축내는 사람으로 취급됨이 그랬다. 그뿐인가? 50년 동안 시설에 버려진 삶이 그랬고, 활동보조가 없어 불에 탄 삶이 그랬다. 부모가 없으면 시설에 가야 하는 삶이 그렇고, 지원이 없어 시설에 갇혀 나올 수 없는 삶이 그렇다.

나와 동료들은 이러한 사람들과 함께 활동한다. 이들을 주목하고, 이들과 함께 ‘우리 여기 있다’고 알린다. 치워진 사람들의 베일을 벗기고 이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불릴 수 있도록. ‘그냥 주민’이 되고 ‘평범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손을 맞잡는다. 이들과 함께 참석한 보치아 대회. 16개 팀 중 우리 팀이 1등의 기쁨까지 누리게 됐다. 제1회 지역대회인 만큼 지역 팀이 우승한 것도 의미 있는데, 비좁은 프로그램실에서 또는 야외 농구대 앞에서 더위와 추위를 견디며, 사정사정 하며 구청식당 로비에서, 비좁은 주민센터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던 만큼 이번 우승은 그동안의 과정 때문에 더 울컥함이 있다. 또한 여러 해 권리보장 정책제안의 과정에서 마련된 첫 대회라 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우리는 이렇게 ‘그냥 주민’이 되고 ‘평범한 삶’을 꿈꾸며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맞잡은 손 꽉 쥐고, 뻗은 팔 쭉 펴 어깨에 걸고 그렇게 마을에서 만나고 마을에서 웃고 마을에서 살아간다. 천천히 즐겁게, 그렇게 함께 말이다.

작성자글. 정동은/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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