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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의 문턱조차도 장애인에게는 차별

장차법활용하기_ 차별에 대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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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어려움은 무수히 많다. 교육・취직・결혼・이사・여행 등등. 어느 것 하나 우선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쉬운 것이 없다. 하지만 모든 장애인이 가장 보편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접근’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동권의 문제도 그 근원을 찾아보면 대중교통시설에 접근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접근권이 장애인 인권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집 밖을 나갈 수 있어야 뭐든 할 수 있다

과거 장애인계를 대변해 국회에 입성한 한 국회의원이 ‘태어나서 30년 동안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는 가슴 저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설마’ 할 수도 있겠지만, 장애인에 대한 의무교육이 시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고, 이 순간에도 어떠한 도움도, 정보도 없는 장애인이 있을 수 있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나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장애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쉽게 알지 못한다. 집 밖을 나가야 사람을 만날 수 있고, 학교에 다닐 수 있고, 직장에 갈수 있다. 그렇기에 집 안의 문턱조차도 장애인에게는 넘기 어려운 장벽이 될 수 있고, 굳게 닫혀 열리지 않는 문도 차별이 될 수 있다.

 

생활 곳곳에서 접근, 이동의 문제가 화두가 되다

장애인만 겪어왔던 접근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쯤이다. 그 성과로 1997년 4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이하 「장애인등편의법」)이 제정됐다. 접근의 문제를 넘어 이동의 문제가 화두가 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고, 그 성과로 2005년에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됐다.

모든 문제가 인식의 문제라고 하고 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 접근과 이동의 문제는 특정 개인이나 일부 사회계층이 어떻게 할 수 있기보다는 사회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한 일이다. 그렇기에 장애인 접근・이동 문제는 바로 이런 법이 제정되며 변화가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 제정 이전에는 접근・이동의 문제가 운동을 주도해 왔던 장애인 중심이었다면, 법 시행을 통해서 장애인 대중도 생활 곳곳의 접근・이동의 문제는 단지 개인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개선해 주어야 할 일임을 인식했고, 이제는 문제를 토로하기 시작했다.

 

과도한 부담과 현저히 곤란한 사유, 공공기관은 피해갈 수 없다

「장애인등편의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20년이 되어가나 여전히 시설접근에 대한 장애인 차별 진정은 전체 진정사건 중 12.2%를 차지하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서 준공과정에서 편의점검이 이뤄지고 있기에 법 시행 이전의 건축물이나 법 적용을 받지 않은 대상시설, 즉 법의 사각지대가 주요대상이다.

그런데 「장애인차별금지법」은 2009년 이후에 신축, 증・개축된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이전의 건축물은 비록 「장애인등편의법」 시행 이후인 1999년 이후에 신축・증개축이 되었어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장애인 차별로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다. 다행히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의 3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조항이 있고, 인권위는 장애인의 이용이 필수적이고 개선 비용이 감당하기 어렵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는 「국가인권위원회법」 및 「장애인등편의법」에 의해 장애인 차별행위로 개선을 권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장애인이 재학 중인 학교, 장애인 이용과 접근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의 경우다. 공공기관은 공공성에 대한 책임이 큰 만큼 건축연도가 오래되고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애인 접근성 확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일정기준 미만의 소규모 공중이용시설, 편의증진법 문제

또 다른 사각지대는 일정 기준 미만의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이다. 「장애인등편의법」은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바닥 면적 300㎡(약90평)기준으로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우리 생활에 밀접한 동네 마트, 음식점, 약국 등 대부분의 소규모 상업시설이 편의시설 설치 의무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물론 경사로를 자발적으로 설치한 사장도 있고, 도로를 점유했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받고도 물러서지 않는 정의로운 사장도 있지만, 대개는 점포를 임대해서 영업하는 형편이고 법적 의무대상도 아니어서 자기 마음대로 시설물을 설치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인권위는 이제까지의 건축물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향후 신축, 증・개축되는 공중이용시설은 최소한 15평 이상이면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을 권고했다.

 

시설만 설치해놓고 관리를 못해도 장애인 차별이 될 수 있다

법에 의해 편의시설을 설치해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들도 많다. 승강기를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정지시켜 놓거나, 장애인용 승강기 안에 안내음성이 나오지 않거나, 버튼에 점자를 부착하지 않는 경우, 또 바닥면에 점자유도블록을 해두었지만 난방을 이유로 점자유도블록이 설치된 문을 아예 개폐하지 않는 경우나 장애인용 화장실에 청소용품을 잔뜩 쌓아두고 실질적으로 장애인 이용을 제한해서 진정이 제기되는 경우도 많다. 편의시설을 설치만 해놓고 관리를 제대로 못하여 실질적으로 장애인의 이용을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행위는 장애인차별에 해당한다.

 

돈이나 법보다 사람이 더 우선이다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편의시설을 충분히 설치할 수 있는데도 「장애인등편의법」을 방패로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아파트 주차장이 부족하다며 장애인주차장을 없애버린 사건이나 임시경사로 설치를 요청한 진정이 있었고, 인권위는 이것을 차별로 개선권고를 한 적이 있는데,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서 끝까지 법을 근거로 ‘못 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장애인주차장이나 임시경사로를 설치하는 데 비용이 크게 드는 것도 아닌데 이웃을 위해 그 정도도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렇듯 조사를 진행하다 보면 법도 법이지만 인식에 대한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내 가족, 내 이웃이라고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하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된다. 처음부터 장애를 가진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었더라면 진정사건으로 접수될 일도 아니고, 개보수를 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나 수고로움을 갖지 않았을 것이고, 서로 마음이 상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지 못하는 건 장애를 가진 사람이 내 가족이고, 내 직원이고, 고객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덧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인구수가 260만 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WHO(세계보건기구)는 전 인구의 10%를 장애인구로 추정하고 있는데, 사실 급속하게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경우는 WHO가 권고한 장애인구 수가 무색할 수 있다. 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법보다 사람을 더 먼저 바라보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작성자글. 이인영/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1과 조사관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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