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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보장으로 장애인의 권리를 옹호하다

미국 장애인권익옹호 전문가 초청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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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노예 사건, 특수학교 내 학대 논란 등 우리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장애인학대피해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응을 위해 사회적으로도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장애인의 권익 옹호를 위해 넘어야할 산은 많아 보인다.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는 지난달 26일 미국의 장애인권익옹호 전문가 노라 바라데리안 (Nora J. Baladerian) 박사와 톰 콜먼(Tom Coleman) 변호사를 초청, 국내 장애인권익옹호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특히 학대피해 영역에서 장애인권익옹호활동을 하고 있는 국내 활동가 등 20여 명이 참여한 소규모 간담회에서는 장애인학대 및 성년후견제도에 관한 미국의 현황을 공유하고 국내 실정에 맞는 적용 방안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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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 프로그램으로 학대를 예방하다

바라데리안 박사는 미국의 심리학자로, 우연한 기회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역 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현재 미국 내에서 학대와 성폭력 피해 장애인에 대한 회복 지원과 수사과정에서 장애인 지원 및 진술지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바라데리안 박사는 센터에서 일했던 경험이 발달장애인이 겪는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친인척 중에도 시각장애, 학습장애 등 몇몇 유형의 장애를 가진 이들이 있었지만, 이들이 겪는 차별과 어려움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해보지는 못했다. 센터에서 이들을 지원하면서 일상적으로 이들이 얼마나 많은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는지, 또 학대에 쉽게 노출이 되는지를 피부로 느끼게 됐고, 특히 장애여성의 성학대 문제에 눈을 뜨게 됐다.”

여성의 권리 역시 인정받기 어렵던 1980년대 당시 미국에서는 장애여성의 성학대와 관련해 전문적으로 내용을 다루는 자리가 드물었다. 바라데리안 박사는 학대를 당한 피해 여성들의 심리지원을 진행하는 동시에 학대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1999년 미국 의회에서 발달장애아동에 대해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게 됐다. 조사를 진행한 결과 비장애아동에 비해 장애아동이 학대에 노출될 확률이 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장애아동에 대해 학대가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예방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바라데리안 박사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상황별 매뉴얼이 마련돼 있다는 것에 착안해 학대상황에서도 피해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는 단계적 계획을 마련하고, 실제 성학대 피해 아동에게 적용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과 사건이 진행되는 도중, 그리고 상황이 마무리된 후 세 가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프로그램을 가지고 교육했다. 10여 년이 흐른 뒤 교육을 받았던 한 장애아동의 부모로부터 아동이 교육받은 대로 계획에 따라 잘 행동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성폭력을 겪는 상황에서도 주변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내가 성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알림으로써, 교육을 받기 전보다 더 당당하고 자신의 문제에 있어 주도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교육 프로그램이 굉장히 효과적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체계적 프로그램에 확신을 얻은 바라데리안 박사는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저서도 출간했다. 바라데리안 박사는 “당사자의 주체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애아동과 그 가족들이 관련 지식과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자신 역시 장애아동의 학대의 위험을 줄이고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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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의사결정권 남용 경계해야

미국 인권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콜먼 변호사는 2012년 바라데리안 박사가 담당했던 사례들을 지원하면서 본격적으로 장애인 후견제도 분야의 활동을 이어갔다. 후견제란 미성년자, 치매를 가진 고령자, 정신적 장애인 등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결정을 대리하는 제도다. 콜먼 변호사는 모든 권한이 후견인에게로 가는 구조의 후견제도에서는 권력의 남용과 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실제 사례를 언급했다.

“후견제도로 인해 한 정신적 장애인이 자신의 투표권을 빼앗길 위험에 처했다. 바라데리안 박사를 지원해 법원의 여러 케이스들을 감시한 결과,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기는 62개의 비슷한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국 장애인법(ADA,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장애인에게도 투표권이 보장돼야 한다. 이 법률을 바탕으로 사례들을 모아 기자회견을 열어 정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했고, 결국 법무부에서도 받아들여 캘리포니아 주 전체에 조사명령이 내려졌다. 이제는 주의 90% 이상이 투표권을 보장받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서울에서 열린 제5회 세계성년후견대회에 참석해 발제를 맡은 콜먼 변호사는 성년후견제도의 오·남용 위험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장애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과정에 있어서 보다 철저한 감시체계와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결정권한을 후견인이 대신하기보다는, 당사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해 주도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장애인의 권한이 후견인에게 전부 이양되는 경우, 권력의 남용과 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장애인 의사결정에 있어 후견제도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

콜먼 변호사는 국내 활동가에게 전하는 조언의 메시지도 덧붙였다. “ADA가 존재하지만 이론과 현실에서의 차이가 발생하듯, 이상적인 원칙을 현실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전혀 다른 전문분야를 가진 바라데리안 박사와 내가 하나의 교차점을 가지고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시민단체에서도 풍부한 경험과 협력을 통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작성자글과 사진. 정혜란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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