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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집창촌에 두 장애여성이 팔려갔다

사건으로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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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 제보자와의 만남은 비밀리에 이뤄졌다. 제보자가 성매매 장소인 집창촌 출신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2003년 1월 성남장애여성성매매사건이 드러났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지적여성장애인 성매매 실상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에서도 충격이었지만, 그와 함께 우리 사회 밑바닥에서 행해지고 있는 장애인 인권 유린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더 큰 충격을 줬다. 당시 오갈 곳이 없어 사회 밑바닥 집창촌에 버려져 매춘여성으로 전락해야 했던 지적장애 여성 최아무개 양과 신아무개 양, 이 두 여성장애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당시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장애인 인권 유린 실태를 제보자가 들려줬다.

2003년 1월 22일 성남시 중동 집창촌에서 한 비장애인 여성이 탈출했다. 김모(19세) 양 이라고 불리는 이 여성은 손님의 핸드폰을 이용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구조요청을 했고, 아버지가 청소년보호위원회와 경찰에 연락해 이 여성은 바로 성남 남부경찰서에 인계됐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 양은 경찰에게 뜻밖의 부탁을 했다. “일하던 업소에 장애여성 두 명이 감금돼 있으니 이들도 구해달라”는 부탁이었다.

1월 23일 경찰의 연락을 받은 성남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서 김 양이 일하던 업소를 찾아가 한 눈에 보기에도 지적장애를 가진 것이 확인되는 최아무개 양을 구해냈다. 이어 신아무개 양도 구해냈다. 발견 당시 두 명의 장애여성은 모두 미성년자를 갓 넘긴 만 19세의 어린 나이였다.

신 양의 경우는 아버지가 재혼을 했는데, 배다른 언니의 심한 학대를 견디지 못해 가출해서 파주 집창촌 용주골을 거쳐 성남으로 팔려온 상태였고, 지적장애에다 신체마비 증세도 가지고 있었던 최 양은 부모의 비장애인 형제와 자신을 비교해 가해졌던 차별, 그리고 왕따와 교내폭력을 못 이겼다.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역시 가출해서 티켓다방을 전전하다가 안면도 유흥가를 거쳐 성남으로 팔려왔다.

경찰 조서에 따르면 그동안 두 장애여성은 성남 윤락업소에 사실상 감금된 채 최 양은 150일 동안 300회, 신 양은 80일 동안 80회의 윤락행위를 강요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견 당시 두 장애여성 복부에는 라이터로 지진 화상 흔적이 각각 네 군데나 있었다. 제보자인 김 양에 따르면, 두 장애여성 중 신 양은 빚이 260만 원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경우 윤락업소에 팔려오는 경우가 드물어 업주에게 물어봤더니 업주는 “신 양을 용주골에서 싼 맛에 데려왔다”고 했단다. 그런 다음 “두 장애여성을 만취 상태인 남성들만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강요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경찰의 반응이 의외였다. 경찰서에서 만난 한 형사는 “그 여성들을 장애인라고 볼 수 없다. 장애인등록증도 없고, 장애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경미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 왜 장애인 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경찰 조서에는 두 장애여성이 장애인라는 이유로 당한 가혹행위가 생생하게 적혀 있었다. 이어서 제보자 김 양이 전하는 두 장애여성이 집창촌에서 겪은 인권유린 내용은 지옥풍경이다.

“신 양의 경우는 저보다 3일 정도 먼저 와 있었고, 최 양은 제가 업소에 들어갔을 때 이미 업소에 팔려온 지 3개월 정도 됐다는 말을 들었어요. 두 장애여성에 대한 가혹행위는 마담이 업소에 없었을 때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제가 들어온 지 한 달 쯤 뒤에 마담이 왔는데, 처음에는 잘 대해줬어요 잘해주더니 조금씩 심하게 다루더라고요. 어느 날부터는 물건이 날아다니기 시작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심하게 마담이 두 장애여성을 때리고, 나중에는 홀에 손님이 있어도 때렸어요.

처음에는 일이 끝나고 때렸는데, 나중에는 홀에서도 막 때렸어요. 일을 끝내고 2층에 올라가면 잠도 못 자게 하고 때리고, 업소에 저와 같은 나이(19세)의 애들이 네 명 있었는데 애들이 최 양을 때리게 하려고 일부러 한두 시간 늦게 일을 끝내주는 거예요. 마담이 최 양 때문에 늦게 끝나는 거니까 올라가서 때리던지 죽이던지 마음대로 하라고 말했어요. 사실 1층에서는 우리가 서로 경쟁관계이기는 하지만, 2층에서는 아니에요. 1층에서는 마담 때문에 서로 욕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그러지만, 2층에 가서는 아까 미안하다고 서로 사과하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마담이 2층까지 올라가서 최 양을 때리라고 한 거예요.

업소에서 우리는 하루 네다섯 시간 정도밖에 못 자요. 아침 6시에 영업이 끝나는데, 8시나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연장하면서 업주와 마담이 우리한테 미안하니까 자신들에게 풀지 말고 최 양에게 풀어라 이런 식인 거예요. 최 양 때문에 늦게 끝나는 거라고 하면서 말이죠. 마담은 평소에 최 양에게 너 말 안 들으면, 네가 갈 곳은 섬밖에 없다고 협박했어요. 섬으로 팔아버리면 네가 나올 수 있겠냐고 협박한 거죠. 업소에서 최 양은 진짜 심하게 구박받았어요. 밥도 오줌 물 부어서 준 적도 있어요. 그러면 안 먹을 수가 없어요. 안 먹으면 맞으니까. 마담이 정말 술 많이 먹어서 감당하기 힘든 손님들은 다 최 양과 신 양에게 떠미는 거예요.

어느 날인가는 마담이 최 양에게 밥을 한 솥 주더라고요. 너 다른데 가서, 섬에 가서도 밥 못 먹었다는 말 할까봐 준다고 그러면서, 그런데 밥이 꿀꿀이죽 있잖아요. 그런 걸 줬어요. 모래 같은 것도 뿌려서, 그걸 다 먹으라고, 너 일 안 시킬 테니까 다 먹으라고 그런 적도 있어요.

또 어느 날은 최 양이 연애 안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시인을 안 하니까 마담이 최 양에게 벌을 서라고 했어요. “너 똥물 얼큰하게 여덟 잔 먹고 끝낼래, 아니면 계속 무릎 꿇고 맞을래” 라고 선택을 강요했어요. 최 양이 다리에 마비가 있어서 무릎을 꿇을 수가 없잖아요. 최 양이 차라리 똥물 먹겠다고 그러는 거예요. 처음에는 저보고 똥물을 떠오라고 시켰어요. 그래서 제가 보리차 물을 떠왔어요. 색깔이 비슷하잖아요. 사실 저는 마담이 정말 똥물을 떠오라는 소린 줄은 몰랐어요. 설마 그걸 진짜 가져오라는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떠온 물이 가짜인 것을 알고 마담이 이년이 누구 말을 사람 말도 아닌 것처럼 여긴다고 소리치는 거였어요. 그러더니 옆에 있던 아가씨들을 향해 누가 똥 좀 싸오라고 하더라고요. 놀란 한 아가씨가 화장실에 가서 똥물을 떠왔어요. 그리고 최 양이 그 물을 마셨어요. 그러다 토하니까 걸레로 토한 것을 닦더니 걸레를 짜서 그 물을 컵에 담아서 먹게 했어요. 이거 네가 토한 거니까 더럽다는 생각 안 하지 그러니까 마셔 하는 거였어요. 결과적으로 최 양은 그 날 똥물 여덟 컵, 오줌 물 여덟 컵을 마셔야 했어요.

경찰서에서 최 양을 만났는데, 최 양이 업소에서 절대 욕을 안 하는 아이였는데 저한테 막 욕을 하면서 집에 안 간다고 그러는 거였어요. 제가 기회는 이번뿐이라고 그랬어요. 우리 같이 나가서 포장마차도 가고, 네가 원하던 문방구 주인도 될 수 있다고, 내게 욕을 해도 좋으니까 같이 나가자고 그랬는데 마담이 무서우니까 경찰서에서 성매매도 없었고 맞지도 않았다고 부인했어요. 그렇지만 최 양이 내게 보낸 눈빛은 그렇지 않았어요. 최 양은 경찰이 자기를 다시 업소에 돌려 보낼까봐 그게 두려웠던 거예요. 상담소측에서 업소에서 짐을 찾아다 주니까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을 털어놨어요. 정말 지옥에서 빠져 나온 기분이었어요.”

당시 집장촌에서 구출해낸 두 장애여성은 가족들이 데려가기를 거부해 장애여성 보호시설로 보내졌다. 또 당시는 권익옹호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학대에 대한 구제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채 사건은 종결됐다. 이 사건은 지적장애 여성들이 가정불화 등의 이유로 가출했을 경우 상담할 곳이나 머물 곳이 없어 집창촌에 팔려가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집창촌에 얼마나 많은 지적장애 여성들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실제로 경찰은 집창촌에 대한 점검을 나가서 종업원 수만 확인하지 본인 대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두 장애여성의 경우 경찰에서 단속을 나올 경우 업주 측에서 골방에 숨기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했다고 한다.

또 당시 두 장애여성은 장애인이면서도 실제로는 가족의 방치로 장애인 등록도 돼 있지 않는 상태였다. 2003년 벌어진 성남장애여성성매매사건은 방치된 지적 장애여성 문제를 사회에 드러낸 사건이었다. 약자인 지적 장애여성들이 성매매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은 어떤 이유라도 용납돼선 안 될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편집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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