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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이는데 어떡하라고요?

터치스크린과 장애인 접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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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은, 스마트폰의 터치 몇 번으로도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문자 입력부터 은행 업무, 각종 신청 및 등록은 물론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터치’만으로 간단하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식당이나 은행 등 다양한 공공장소에서도 ‘터치’를 통해 주문과 같은 무언가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바로 ‘키오스크’를 통해서다.

키오스크(KIOSK)란,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은행, 백화점, 전시장 등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정보단말기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는 방식이다. 동적 교통정보 및 대중교통 정보, 경로 안내, 요금 카드 배포, 예약 업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젠 주문을 받거나 업무를 수행할 인력을 따로 두지 않아도 키오스크가 있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쉽게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조작 방법만 안다면 터치 몇 번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이나 노인에게 키오스크는 결코 간단하거나 편리한 존재가 아닐 수 있다.

고백하면, 시청각장애인인 기자도 지금까지 한 번도 혼자서 키오스크 이용에 성공한 적이 없다.

 

키오스크, 무엇이 문제인가?

‘터치’를 통해 무언가를 해결한다는 것이 간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터치’를 하기 위한 화면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화면까지 손이 닿지 않는 지체장애인에게는 어려운 문제가 된다.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 비교되는 것이 현금자동입출금기(이하 ATM기)다. ATM기 역시 ‘터치’를 통해 소비자가 이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기기는 구조나 사용방법 등에 있어 확연한 차이가 있다.

먼저 사용방법의 경우, ATM기는 카드를 투입한 후 이용하지만, 키오스크는 터치스크린에서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작업한 후에 카드를 사용한다. 그리고 기기의 구조에 있어서도 키오스크는 무인 정보단말기이기 때문에, 카드를 ‘투입’하는 게 아니다. 키오스크와 연결된 별도의 카드 단말기가 오른쪽 위에 벽걸이처럼 있는 경우가 많다. 즉, ATM기와 같은 구조와 사용방법이라고 생각하고 키오스크에 접근한다면 이용할 수가 없다.

또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ATM기에는 기계에 점자가 있기도 하고, 음성으로 내용을 전달해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반면 키오스크는 아직 그러한 기능들이 제대로 갖춰 있지 않아, 음성안내나 점자 등 시각장애인의 원활한 접근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왜소증이 있는 장애인도 키오스크를 이용하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낮은 키로 인해 키오스크의 터치스크린에 나온 메뉴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 카드단말기에도 손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키오스크에서 터치스크린의 위치가 대부분 일반 성인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2월, 맥도날드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키오스크’를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 키오스크는 터치스크린 화면에 장애인을 위한 버튼을 생성하고 버튼을 누르면 휠체어에 앉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화면이 축소 또는 아래로 이동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키오스크 기계 자체가 선반 위에 놓여 있거나, 디지털 기능이 없는 곳에서는 장애인이 키오스크를 제대로 이용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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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공정아

 

장애인에겐 불편한 ‘터치’

이젠 키오스크가 정부기관이나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대학 내의 식당에 배치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식당에서 본인이 먹고자 하는 메뉴의 식권을 키오스크를 통해 발권하는 단 몇 분 몇 초의 그 짧은 시간이, 장애학생에게는 불가능한 미션이 될 수도 있다. 대학생활을 하며 활동지원, 문자통역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더라도, 식사만큼은 지원 없이 혼자 하고 싶어하는 장애학생도 분명 있을 것이다. 키오스크에 도우미를 배치하여 식권 발권을 도와주는 방법도 있지만, 장애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또한 주거시설의 공동 현관문 시스템도 ‘터치’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전자도어 형식이 늘어나고 있다. 비밀번호라는 중요한 정보를 음성으로 시각장애인에게 안내해줄 수도 없고, 비밀번호에 해당하는 숫자에만 점자 스티커를 부착해두는 것도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시각장애인 외에도, 손떨림이 있거나 터치스크린에 손이 닿지 않는 장애인에게도 많은 불편함을 주고 있다.

장애인이 ‘터치’ 자체에 대한 불편함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이용해 보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에는 ‘시간 초과’라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비시각장애인의 경우 터치스크린 화면에 나온 내용을 한눈에 알아보고 금방 해결할 수 있다. 반면 시각장애인은 어떤 내용이 나와 있는지(예를 들어 메뉴의 종류와 가격 등) 일일이 설명을 들으며 선택을 하게 된다. 미리 어떤 내용을 선택할지 결정해두었다고 해도, 정작 키오스크 앞에서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그렇게 터치스크린의 내용을 전달받고 고민하는 동안 제한시간이 초과된다. 초기화된 터치스크린을 보고 다시 시작하든지,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키오스크 이용을 포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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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모습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는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뜻이다. 이러한 배리어 프리가 인증·적용된 곳은 고령자나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용하기 편리한 곳이 된다. 이에 키오스크 등 터치스크린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에서, 고령자나 장애인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이들의 원활한 접근성 보장이 필요하다.

 

<국가정보화기본법>

제32조(장애인·고령자 등의 정보접근 및 이용 보장) ① 국가기관 등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장애인·고령자 등이 쉽게 웹사이트와 이동통신단말장치(「전파법」에 따라 할당받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기간통신 역무를 이용하기 위하여 필요한 단말장치를 말한다. 이하 같다)에 설치되는 응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보장하여야 한다. <개정 2018. 2. 21.>

②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그 서비스를 제공할 때 장애인·고령자 등의 접근과 이용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개정 2013. 5. 22.>

③ 정보통신 관련 제조업자는 정보통신기기 및 소프트웨어(이하 “정보통신제품”이라 한다)를 설계, 제작, 가공할 때 장애인·고령자 등이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 경우 장애인·고령자 등이 별도의 보조기구 없이 정보통신제품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정보통신제품이 보조기구와 호환될 수 있게 노력하여야 한다. <개정 2018. 2. 21.>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4조(정보통신·의사소통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의 단계적 범위 및 편의의 내용)

② 법 제21조제1항에 따라 제공하여야 하는 필요한 수단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각 호와 같다. <개정 2016. 8. 2.>

1. 누구든지 신체적·기술적 여건과 관계없이 웹사이트를 통하여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보장되는 웹사이트

2. 한국수어 통역사, 음성통역사, 점자자료, 점자정보단말기, 큰 활자로 확대된 문서, 확대경, 녹음테이프, 표준텍스트파일, 개인형 보청기기, 자막, 한국수어 통역, 인쇄물 음성변환출력기, 장애인용 복사기, 화상전화기, 통신중계용 전화기 또는 이에 상응하는 수단

 

현행법 체계에서도 고령자와 장애인의 정보통신서비스에의 접근성 보장에 있어, ‘웹사이트’와 ‘응용 소프트웨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와 제조업자에게도 이들에 대한 접근성 보장에 대해 노력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키오스크나 현관문의 전자도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터치스크린 시스템에 대한 내용 삽입, 키오스크 제조와 가공시 정해진 표준규격과 소프트웨어에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배리어 프리 적용 등이 가능한 내용으로 개정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패스트푸드에서는 현금이 아닌 경우는 계산대에서 주문을 받지 않고, 키오스크를 통해서만 주문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패스트푸드’라는 용어의 뜻처럼, 빠르게 주문하고 빠르게 나오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모든 사람들에게 다 적용 되는지 의문이다.

고령자도 금방 조작할 수 있고, 어떤 유형의 장애인이라도 큰 어려움없이 혼자서 터치 몇 번으로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한 터치스크린 시스템일 것이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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