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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우리들의 노래 1] 거리를 나서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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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씨에 마음은 한껏 부풀어 밖으로 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상큼한 봄내음이 한결 부드럽게 느껴진다.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앙상하다고 생각했던 창문 앞 나뭇가지에는 어느새 초록의 싱싱함이 여름을 재촉이라도 하듯 하루가 다르게 풍성해지고 있다.

어느 날 이었다. 모임에 가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아파트 현관을 나섰다.
화단의 라일락꽃 향기가 인사라도 하듯 나의 코끝을 자극시켰다. 그러나 오랜만의 바깥 나들이 이어서인지 잔잔한 봄바람이 나에겐 그렇게 따뜻하게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파트단지 내의 아스팔트 길은 밤새 내린 봄비에 씻기어 깨끗하고 말끔하게 보였다. 길게 뻗은 화단 안쪽에는 많은 잔 가지들이 뽐내고 있었고 개나리나무는 촘촘히 서 있었다. 서서히 지고 있는 노란꽃잎 사이로 연초록의 여린잎은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상가의 간판들도 지난 겨울과는 대조적으로 화려한 원색으로 단장되었다.

출근시간이 훨씬 지나고 정오가 가까운 시간인데도 이날 따라 택시 정류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휠체어를 탄체로 맨 끝에 줄을 섰다. 몇 대의 택시가 앞서 있는 사람들을 태우고 떠나는 동안 내 뒤쪽에도 여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게 되었고 나는 중간 위치에 서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얼마를 기다렸을 때, 맨 앞에 서 있던 어떤 아가씨가 손짓을 했다. 택시의 문을 열고는 나에게 먼저 타라며 양보를 하는 것이었다. 순간 너무나 고마워서 감사하다는 표시를 하고 정중히 사양을 했지만 그 아가씨의 간곡함에 못이겨 결국 그 택시를 타게 되었다. 거기에 더불어 택시 기사분까지도 친절하여 나와 동행하는 봉사자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부축하여 택시에 편안히 태워주었다. 그리고 뒷 트렁크를 열어 휠체어까지도 실어 주었다. 그러는 동안 정류장에 있던 많은 시선들이 일시에 나에게로 집중이 되어 조금은 창피하고 쑥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마음속으로 너무너무 고마웠고 매우 기뻤다. 택시가 달리는 동안 잠시 그 아가씨의 예쁜 얼굴을 생각하니 차창으로 들어오는 거센바람도 훈훈하게 느껴졌다. 오후 늦게 모임이 끝나고 자원봉사자분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오랜만에 복잡한 시내 중심가에 나온 탓인지 얼핏 현기증도 날 듯 했었다. 그러나 쇼윈도우에 진열된 아름다운 의상을 바라보며, 도시의 거리를 활발하게 지나가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니 봄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것 같아, 나도 덩달아 가슴이 두근거리며 지난시절이 활동사진처럼 뇌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더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학창시절에 자주 드나들던 까페와 레스토랑의 간판들이 그 당시의 그 자리에 아직도 그대로 있었음이었다. 얼마나 반갑고 감격스러웠는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을 타보기도 했다. 지하철을 타 본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러나 막상 지하철 입구에 휠체어를 들이대고 밑을 내려다 보니 눈앞이 캄캄했다. 다행히 봉사하시는 분이 힘이 세고 층계에서 휠체어를 다룰 줄 알기 때문에 힘은 들었지만, 혼자서 나를 휠체어에 태우고 양쪽 바퀴의 브레이크를 걸고 지하철 플랫홈까지 안전하게 내려갈 수가 있었다. 긔고 종착역에 와서는 다행히 젊은 청년 몇분의 도움으로 쉽게 지상으로 올라 올 수 있었다. 많은 비용을 들여 훌륭하게 만들어 놓은 지하철에 조금만 신경을 더 썼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상에서 지하철 플랫홈까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시설이 되어 있다면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남의 도움이 없이도 혼자서 지하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어떤 교통수단 보다도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지하철은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가끔 휠체어를 타고 거리를 나서보면 단 한치도 안심하고 편하게 자나갈 수 없다. 가는 곳곳마다 높은 턱이 도사리고 있으며 웬만한 건물의 입구에는 수십개의 층계가 버티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시급한 것은 이런 장애요인들이 하루 속히 개선되고 아울러 편리한 교통수단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그러므로써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재활교육을 받아서 알맞은 직업을 선택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경제적 자립은 물론이거니와 건강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선의의 생존경쟁을 하며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바로 시작할 때라는 말과 같이 정부나 단체에서 어떤 계획이 세워질 때는 반드시 잊지말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생각하여 착오없이 시행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천대받지 않고 인간답게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이 빨리 조성되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한 분들의 이해와 협조가 절대 필요할 것이다.

작성자강신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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