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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독자가 바라본 패럴림픽 3] 88 서울 장애인올림픽 자원봉사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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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극복」「평화와 우정」「참여와 평등」을 대회의 이념으로 내걸었던 제 8회 서울 장애인 올림픽 (Paralympics)이 감동적인 열전 10일간의 경기를 마치고 막을 내렸다.
일반인들과 매스컴들의 외면 속에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제 7위라는 공적(?)을 이루어내면서 서구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였고, 겉으로나마 복지 올림픽에의 체면을 세워주었던 대회였다.
도전!
극복!
감동! 감동! 감동!........눈물,
인간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는 자리였고,
「장애인」이란 글자가 오히려 부끄러웠고, 잠실벌의 운동장이 숙연하였던, 뜨거운 심장 없이는 볼 수 없었던 경기, 경기였다.
한 다리로 높이 뛰기를 하는 선수, 그것도 한 팔 마저도 없는 선수.
눈이 보이지 않아 청각으로 소리를 듣고 공을 막아내는 골볼 선수들.
양 팔, 한 다리 없이 한쪽 다리로만 수영하는 수영선수.
모두들 열심히 하였고, 최선을 다하였다. 그들의 표정은 밝았고, 어느 모습에서나 「장애인」이란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어두웠던 이 땅에 한 촉의 불빛을 밝혀주듯이...
누가 그들을 감히 「장애인」이라고 부르겠는가?
누가 그들을 자기보다 못하다고 손짓하겠는가?

「올림픽」이 인간의 능력에 도전하고, 일반인들로 하여금 自國을 他國과 비교시켜 경쟁심을 유발하게 하고, 흥미와 재미(interest)의 대상이 되는 외부적인 外的 올림픽이라면, 이와 대조적으로 「Paralympics」은 인간의 內部的인 면을 照明한 무관심의 內的 올림픽이었다.  마치 소설의 「리얼리즘」이 올림픽에 비유된다면 「모더니즘」이 Paralymipics에 비유되듯이.
처음에 부푼 기대를 안고 자원하였던 「장애인 올림픽 자원봉사」, 지방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서울에 한 번씩 교육받으러 갈 때에는 그 만큼 하루의 수업을 빠져야 했고, 눈을 비비며 새벽 열차를 타야했다. 난생 처음 들어서는 올림픽 경기장의 우람한 모습을 보면서, 시월의 맑고 드높은 가을 하늘을 보면서, 이번 장애인 올림픽에 조그마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에서 자랑스러움과 긍지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며칠 동안의 소정의 교육을 받고, "과연 나 자신이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배운다는 마음으로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개막식.
크나큰 기대를 걸었던 나는 개막식 행사를 보고 그 기대가 너무 컸었다는 데 아쉬움을 가져야 했고, 그것은 적잖은 실망감으로 흘러내렸다. 대부분 올림픽 때의 작품을 재현하였기 때문이다. 거리마다 가끔씩 나부끼는 곰두리 마크, 시상식 때의 허전한 시상모습, 진행요원들의 경기에 대한 마음가짐, 매스컴의 보도 등이 올림픽 때와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불편한 몸을 지니고 경기에 열중하는 장애인 선수들, 그들의 모습은 밝았으며 즐거운 모습들이었다. 그들은 이러한 환경에 몸이 베어버린 것일까....
스탠드에는 자매 결연을 맺은 자선 단체나, 교회 등지에서 몇몇이 와서 응원하는 모습들이 눈길을 돌리게 하였고, 그 외에는 텅 비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유치원생에서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見學한다고 하여 몰려다녔고, 경기자체보다도 경기장 시설이나 장애인 선수 개개인에게 관심이 많은 듯하여, 「우리나라」를 생각하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시각장애인들의 경기인 「골볼」이란 종목의 경기보조를 담당하였는데,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시간이 넉넉한 편이어서 주위의 다른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지금 가장 나의 인상에 남는 경기는 절단자 선수들이 하는 「수영」과「높이뛰기」였고 뇌성마비 선수들이 달리는 모습, 그들에게서 남다른 「극복」의 의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성화는 껴졌지만, 꺼져 가는 불빛을 보면서, 나에게는 10여 일간이 다른 어떤 날들보다 커다란 배움터의 장이 되었고, 인간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길이 남을 것이다.
끝으로, 이번 Paralympics을 통하여 얻을 수 있었던 몇 가지 그 영향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장애인들도 무엇이든지 하면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 주변에는 선천적으로든 혹은, 후천적으로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좌절과 실망 속에서 벗어나, 再活의 의지를 심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봉사활동 중에 만난 어느 선수의 이야기처럼 우리들에게는 소극적인 자세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고 한 것처럼
둘째, 일반인들과 장애인들 사이에 벽을 허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무조건 장애인들을 거부하거나, 동정의 대상에 앞서 그들을 다시 볼 수 있고, 정책적인 면에나 사회적인 면에서도, 장애인 정책을 다시 한 번 검토할 수 있는 동기가 되었으리라고 본다.
장애는 사회적 현상, 즉 사회가 조장해 내는 현상이다. 한 개인의 행동이나 신체적인 증상은 사회가, 다른 사람들이, 또는 자기 자신이 자기의 증상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또는, 남과 다르다고 정의하고 명칭을 붙이는 한도 내에서만 장애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인 태도야말로 장애인들에게 커다란 벽인데 이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이번 Paralympics이 황량한 우리나라에 한 알의 씨앗을 뿌려놓고 갔다면 과연 그 씨앗이 얼마만큼의 싹을 피울 수 있을 것인지, 혹은 성장하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얼마만큼의 세월이 흘러야 하는지는 우리 모두의 자세나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작성자우순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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