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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만남] 작은 예수회

함께 삶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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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삶이 이다지도 어려운데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
언젠가 어느 명상 집에서 읽은 적이 있는 이 아름다운 글귀는 그저 그럴듯한 이야기로 지나 칠 수도 있지만, 바로 우리 이웃에서 함께 삶의 기쁨을 누리는 "작은 예수회"를 방문하게 된 오늘 새삼 그 의미를 다시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구절이다.
버스를 타고 화양동 "어린이 대공원" 앞에서 내려 맞은 편에 보이는 세종 대학교 돌담길을 따라 내려가서 골목을 꺾어 들어가니, 미리 일러준 대로 작은 예수회란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문패대신 "작은 예수회"란 현판과 대문에서 현관으로 이르는 층계대신 손잡이가 달린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 외에는 정돈된 정원과 조용한 집 분위기가 영락없는 보통 가정  집이다. 때문에 기자는 기대이상의 호기심이 일어나는 걸 억제할 수 없었다.

들어서자마자 두 명의 봉사자인 듯한 분이 반갑게 기자를 맞는다. 며칠 전에 인원 중 일부가 이사를 가느라 집안이 정리되지 않아 어지럽다며 미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미리 취재 약속을 한 스테파냐 자매 님이(이곳 사람들은 서로 영세 명을 사용함)마침 급한 일로 출타 중이라, 대신 크리스티나 자매 님과 대학생 봉사자 한 분이 기자를 안내해 주었다. 처음 건물 지하에 있는 기도 실로 안내되어 대접해온 차를 한 잔 마시며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사방 벽에 흰 커튼과 자그마한 단상 앞에 성모 마리아상이 있고 방석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차분한 기도 실은 기자로 하여금 이곳이 바로 수도적 삶을 지향하는 기도 공동체임을 한눈에 알게 했다. 두 분 중 한 분인 크리스티나 자매 님(김영호, 25세)은 작은 예수회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들어온 지 6개월 되었다며,
"주위의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살고자 하는 막연한 바램이 있었는데, 우연히 명일동에 있는 "장애자 종합 복지관" 에 봉사활동을 나가게 되면서, 이곳을 알게 되어 들어왔어요. 집에서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주님의 뜻대로 살 수 있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선택했어요." 이 일이야 말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나의 유일한 길이라는 듯 표정에서 사명감이 엿보였다. 그러나 생각보다 힘든 일들이 많을 텐데, 그런 어려움 들을 어떻게 이겨내며 또한 갈등은 없느냐는 질문에, "때로는 이곳 생활의 어려움이 자신을 지탱하기 힘들게 하지만, 이곳 분들의 애정과 함께 마음 속의 고통을 덜기 위해 기도를 하게 되면 그것들을 극복할 수 있어요." 라며 자신 있게 대답한다.
옆에 있는 다른 한 분은 이곳 봉사자는 아니고, 대학생 봉사자로(대4, 오영희) 방학을 이용해 이곳에서 며칠 머물렀는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가슴에 와 닿는 것들이 많았다며 웃음 짓는다. 우연히도 기자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선배였다. 서로 다른 방면에서 이런 일로 만나게 되는 좁은 세상이 놀랍기만 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신체가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느끼는 동정이나 연민은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드러나지 않는 장애인들의 또 다른 삶의 부분을 우리는 별로 알지 못하죠. 그런데도 그런 삶의 부분을 찾아 아낌없는 관심으로 뒤에서 수고하는 특히 이곳의 봉사자들을 보면 마음이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어요. 거의 나이가 아직 젊은 여성분들로 가장 발랄하고 사회적으로 많은 욕구가 있을 나이에 개인의 삶을 포기하고, 모든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봉사에 투신하는 삶이 존경스럽죠" 오영희씨의 말이다. 크리스티나 자매 님은 너무 추켜세우지 말라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이제 올라가 보자며 기자를 이끈다. 집안에 들어서자 마침 점심식사가 끝났는지 여러 명의 "작은 예수회" 식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관 입구 벽에 걸린 작은 게시판 위의 하루 일과표에 있는 규칙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의 하루는 어김없이 계획표에 따른다고 한다.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은 서로 서로 무리 없는 규칙을 세우고 반드시 지켜야 한단다. 봉사자들이 주로 힘든 일을 하겠지만 식구들도 모두들 팀을 짜서 돕기 때문에 이 일이 훨씬 수월하다고 한다. 일 층에 방이 두 개, 이 층에도 두 개, 부엌, 목욕탕, 부엌 뒤쪽으로 양초 작업실이 있다. 일반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대부분 생활을 꾸려가지만, 식구들 역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양초, 묵주, 미사보, 책갈피, 등을 생산해 살림에 보탠다고 한다. 기자가 취재를 하던 날도 역시 한쪽 방에서 상위에 재료들을 펼쳐 놓고 책갈피를 만들고들 있었다. 크리스티나 자매 님이 기자를 소개하자 서로 앉으라고 권하면서, 자신들이 만들고 있던 책갈피의 예쁜 그림들을 보여준다. 움직이기 불편한 몸을 사용해 최소한 할 수 있는 작업들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들이 진지하기만 하다. 가위질이 어려운 사람은 풀칠을 한다든가 하면서, 완성되어 가는 그럴듯한 예쁜 책갈피들이 상위에 쌓여간다.

다른 한쪽 방에도 작업을 하시는 분이 계셨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 계셨다는 보나 자매 님(윤석인, 40세)은 그림을 그린다. 어려서 심하게 앓은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인해 모든 관절이 마비되어 30년 간 누워서만 지냈다는 그 분의 허리쯤에는 누워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알맞게 설치된 이젤이 있고, 거의 완성되어 가는 그림이 놓여있다. 옆에 있는 소도구들과 유화물감, 파레트, 캔바스, 책장에 걸려있는 몇 점의 그림들을 보니 마치 작은 아뜰리에 에 초대받아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보나 자매 님은 불편한 몸에 비해 편안한 표정과 명랑한 목소리로 많은 질문에 대답해 주셨다. 이곳은 주로 장애인들로 구성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작은 예수회는 오갈 데 없는 장애인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기도 공동체로 사백만 장애인은 물론 지체가 건강한 모든 이들이 스스로 "영적" 장애인임을 고백하며, 삶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우리 모두가 하나의 공동체 됨을 목적으로 하는 곳 이예요." 라고 대답하신다. 이곳 군자동의 작은 예수회에는 지금은 자매 님들만 있다. 주로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여성들, 78세 고령의 할머니 한 분, 아이들 2명, 장애정도가 심해 누워만 계시는 분이 4명, 뇌성마비, 소아마비, 정신지체, 연탄가스 중독 후유증, 농아, 류마티스 관절염 등인 장애인과, 봉사자 5명으로 모두 32명의 식구들이 있다고 한다.

"작은 예수회"는 현재 이곳의 회장이고 화양동 천주교회의 신부님이신 박성구(요셉) 신부님이 1984년 경기도 운정에서 "사랑의 집"으로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후에 성산동에서 "작은 예수회"란 이름으로, 그리고 이곳으로 이사온 지는 2년째로 당시 17명의 가족이 이곳에서 52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이곳에 들어오고자 하는 장애인은 박성구 신부님과의 면담을 통해서 들어오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30명 이상의 공동체 규모는 집단 수용의 효과 이상은 되지 않는다는 신부님의 원래의 신념에 따라 지난 1월 17일 남자 분들 20명이 성남 형제 분원으로 옮겼다고 한다. 항상 가족적인 형태로 유지하기를 원하시는 게 신부님의 뜻이다. 이곳의 봉사자들도 한 가족처럼 명칭이 단지 "성한 식구"로 불릴 뿐이다. 친 가족 이상의 그 무엇으로 연결되어 사랑으로 감싸고 유지하는 이곳 식구들의 관계는 그저 공동체라는 집단의 형태를 떠나서 한 가족과 다름이 없었다. 따라서 이곳 생활은 즐거움이 있고, 항상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어김없이 생겨난다. 바로 그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주로 "총사"들이라고 명칭 지어진 식구들인데 언뜻 "총사"라는 말이 낯설지만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처음에 이곳에 정신지체아가 3명이 있었는데 그들을 삼총사라고 부르는데서 시작됐어요. 지금은 벌써 9명으로 늘어나 그냥 "총사"라고 부르죠. 지능이 비정상인 이유에서인지 총사 들의 엉뚱하고도 지나친 순수성(?) 때문에 우리들이 배꼽을 잡는 일이 자주 있어요."

그 한 예로 글라라(창숙)가 어느 날 만 원짜리 지폐를 철모르고 들고 다녔는데 그것이 성한 식구 중 한 분의 소지금 이어서 들켰다고 한다. (이곳 규칙으로 개인 소지금은 금지다.)글라라는 돈의 이용가치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호기심에 꺼내어 들고 다니다가 한 위반자를 적발했던 것이다. 그 외에도 항상 웃지 못할 일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기자가 마지막으로 "작은 예수회"의 자랑거리를 묻자 대답대신 모두들 빙그레 웃기만 한다.
"자랑거리가 너무 많아요. 그러나 한마디로 말하면, 이곳은 사랑이 있고 모두들 웃으며 산다는 것이죠."
기자도 그곳에 앉아 있은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서 충분히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자기 몫의 삶을 안타깝게 누리고 싶어하는 장애인들이 우리 주위의 보이지 않는 곳에는 너무나 많다. 그러나 "작은 예수회" 가족들은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은 자신의 소외문제를 우선 극복해야 하며, 자신이 먼저 도와 달라고 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그리고 "작은 예수회"는 그럴 수 있도록 아낌없이 서로 도울 수 있는 곳이라고, "일 없이도 가끔 들리세요!" 라고 인사하며 대문까지 배웅해 준 작은 예수회의 식구들을 보며, 사람들은 간단한 진실을 너무 멀리에서만 찾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직 서로 사랑하며 함께 기쁨을 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을...
취재를 마치고 "작은 예수회"를 나왔을 때는 오전 내내 내리던 비가 그쳐 있었다. 투명하게 씻긴 이 세상은 기자의 눈에는 더 이상 어려워 보이지 않았고 기꺼이 사랑할 만한 정경뿐이었다.
뺨에 부딪치는 제법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부드럽게만 느껴짐은 잠시 훈훈한 온정이 흐르는 곳에서 몸을 녹이고 가는 나그네와 같은 마음에서였을까.....

작은 예수회 연락처
133-150 서울특별시 성동구 군자동 258

작성자황윤선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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