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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문제다 2] 장애인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과연 누구를 위한 시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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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 분양 신청을 마친 가락동 장애인 아파트가 과연 황폐한 이 땅의 장애인 주택 정책에 새 장을 열어 주는 서곡이 될 것인지 아니면 마지못해 주는 단 한 번의 선물에 그칠 것인지, 이 아파트의 분양에 얽힌 문제점과 각 국의 장애인 주택 정책을 살펴본다."

<장애인 주택>
집(주택)은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한 가정이 출산, 육아 등 사회 구성원을 재생산하는 생활 근거지일 뿐 아니라 각 구성원의 활발한 사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휴식과 재충전의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많은 장애인들은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거부하는 유형 무형의 시설 또는 제도 장애물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주택이 지니는 의미가 일반적인 휴식과 재충전의 장소를 넘어서 생활현장 그 자체가 되기 때문에 쾌적한 주거 생활의 확보 및 영위가 더더욱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주택이 더 이상 안락한 생활을 누리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자신의 부(富)를 과시하기 위한 도구나 재산증식을 위한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해 상대적으로 경제력에서 열세에 놓인 장애인들의 생활 공간 확보를 갈수록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스웨덴, 서독, 일본 등 선진 각 국에서는 일찍부터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장애인 복지의 중요 부문으로 여겨 각종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지급 등으로 장애인용 주택 건축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장애인 주택 정책은 과연 어떠했는가?
한마디로 정책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철저한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는 상태다. 수억을 호가하는 강남 지역의 호화 아파트는 매물이 없어 아우성인가 하면 또 일부 지방의 서민 아파트는 분양이 안 돼 몇 년씩 비어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갈팡질팡하고 있는 주택 정책 담당자들이 한가하게(?) 장애인 주택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작년에 열린 장애인 올림픽 덕분에 겨우 장애인용 아파트 4백 74가구를 얻게 된 실정이다.

<빗나간 예상>
서울시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분양한 가락동 시영 장애인 아파트가 지난 2월 22일 1차 분양 때 미달됐던 10.7평형의 추가 접수를 마침으로써 4백 74가구의 분양신청 접수를 모두 끝냈다. 서울시는 당초 지난 1월 20일 분양 신청을 마감하려 했으나 모두 3백 8명만이 신청해 예상을 뒤엎고 크게 미달 됐었다.
평형별로는 14평형 2백 50가구에 2백 82명이 10.7평형 2백 42가구에는 단지 26명만이 신청했다. 이에 서울시는 종전 신청 조건 중 3급 이상의 장애인이 있는 세대 조항을 4급 이상으로 하향 조정해 2차 모집을 실시했다.
이 아파트에는 맹인용 방향 표시 블록 전자감응기로 작동되는 출입구, 각 2대와 4대의 휠체어가 동시에 탑승할 수 있는 두 대의 엘리베이터 또 2대의 휠체어가 서로 교차할 수 있는 넓은 복도 등의 공유시설과 턱이 낮은 욕조, 보조 손잡이가 달린 변기, 휠체어 사용 주부를 위해 낮게 배치된 주방기구 등 여러모로 그 동안 장애인들이 생활 속에서 부딪쳐 온 많은 어려움을 덜어주기에 충분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런 좋은 시설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장애인들이 이 아파트를 외면(?)했는지, 특히 1차 분양 때 10.7평형의 경우 2백 42가구 중 단 26가구만이 신청해 신청 율이 채 10%선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제 이러한 미달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분양조건, 절차 및 내부구조 등의 몇 가지 문제점을 알아보자.

첫째, 까다로운 분양 조건
서울시가 발표한 신청 자격을 보면 특별 분양과 공개 모집의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특별분양 : 심산 장애인 복지법 제 2조의 규정에 의한 장애인이되
·88장애인 올림픽에서 3위 이상으로 입상한 서울특별시 거주 1년 이상(공고일 현재 1년 이상) 무주택 세대주로 체육부장관(보사부 장관)이 추천한자.
·국가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국가유공자 또는 유가족으로 서울특별시 거주 1년 이상 무주택 세대주로 국가보훈처장이 추천한 자.
공개모집 : 심신장애인 복지법 제 2조 (심신장애인의 기준)의 규정에 의한 장애인 중 3급 이상의 장애인이 있는 서울특별시 거주 세대로써(공고일 현재 1년 이상)무주택 세대주이되,
·세대주 또는 배우자가 장애인인 세대
·세대 원 중 장애인이 2인 이상인 세대(3급 이상 장애인 1인 포함)
이중 특별 분양으로 배정된 것이 30세 대로 일반 분양은 4백 34세대이다.
잠깐 훑어 봐도 알 수 있듯이 신청자격이 이렇게 까다롭게(?) 되어 있는 것은 이 아파트 분양에 많은 장애인들이 몰려들 것을 예상한 서울시가 미리 그 신청 율을 낮추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되는데 그 결과 터무니없는 미달 사태를 초래하게 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연 그러한 기준에 미달이 될 만큼 장애인의 수가 적었느냐 하는 점이다. 뒤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는 대다수 장애인의 경제 능력의 열세 때문이라고 본다. 더욱이 특별 분양 조건을 올림픽 3위 입상 이상의 무주택 세대주로 못박아 놓아 장애인 올림픽 성화 최종 주자로 활약했던 보람이 엄마 같은 여성 장애인은 자격 미달로 분양 신청도 하지 못했다.
불과 한달 여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비 장애인 올림픽의 입상 선수들이 받았던 찬사와 각종 포상 금 등의 영웅대접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초라한 모습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둘째 입주금 지불방법으로 본 정부의 시간
14평형 4-12층의 주택가격은 융자금 5백 50만원을 빼면 2천 1백 96만원으로 계약금은 2.1∼2.11까지 중도금은 3.2∼3.11까지 잔금은 3.2∼3.11까지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식의 지불방식은 여태까지 모든 아파트 공급에 적용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무주택 장애인을 위한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취업현황으로 보아 3급 이상의 무주택 세대주민 장애인이라면 2천만 원이 넘는 큰돈을 내고 이 아파트를 분양 받는다는 자체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정부측에서는 혹시 장애인들의 생활수준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그 정도의 재산능력이 없는 장애인들은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셋째 분양 면적을 둘러싼 시각의 차이 14평형의 예를 들어보면 분양면적은 23평이지만 전용면적은 14평으로 공유면적이 9평이나 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넓은 복도와 엘리베이터, 외부 경사로 등의 장애인용 기본시설을 거론하며 전용면적이 다소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장애인을 위한 기본시설 때문에 공유면적이 늘어나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이 모든 시설비용을 입주자인 장애인측에서 모두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은 이 아파트를 보는 정부측의 시각을 똑똑히 보여주는 것으로 이웃나라 일본을 비롯한 장애인 정책 선진국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장애인 용으로 개조할 때도 보조금 등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보면 최소한의 공공성 마저 스스로 외면하는 한낮 주택업자 적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기자는 취재 도중, 이인순씨(여, 22세)와 이일영씨 (남 42세)등 몇몇 입주신청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처음 이 아파트의 분양 소식을 듣고 대단한 기대 속에 분양 신청을 했으나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며 "보통 주택을 구입하거나 세를 얻을 경우 모델하우스로 보거나, 실제 입주할 집을 살펴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아파트는 웬일인지 처음 2∼3일을 빼고는 아파트 출입을 막아 내부를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입주신청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이는 납득할 수 없는 처사" 라고 주장했다.
다행히 아파트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는 이인순씨는 "인부들의 얘기가 전용 면적 자체도 14평이 채 안 된다고 했어요" 라며 "서울시가 장애인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했다.
이인순씨는 또 14평의 경우 "올림픽 당시 하나의 방으로 썼던 것을 얇은 벽 하나로 둘로 나누어 놓아 가구를 들여놓을 수 없게 되었다"고 불평하며 "앞으로는 우리 실정에 맞는 집이 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일형씨는 "문제는 시설이 아니다"라며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도 엘리베이터 시설이 돼 있어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다" 말하고 "중요한 것은 융자의 확대나 임대주택 형태의 분할 납부 등의 행정적인 배려"라고 주장했다.
이상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보면 이번 장애인 아파트 분양이 많은 장애인들이 기대하는 대로 정부의 획기적인 장애인 주택 정책의 전환이라든가 의지의 표명이라기보다 장애인 이용의 시설 때문에 할 수 없이 장애인에게 분양해 버리는 듯한 인상이 짙다.

왜냐하면 많은 장애인들이 "중계동에도 곧 수백 세대의 장애인 아파트가 건설 될 것" 이라는 등의 소문을 거론하며 이번의 분양을 장애인 주택 정책의 시발점으로 삼고 싶어하는(?) 눈치였으나 서울시 주택 기획과에 문의해 본 결과 담당자로부터 "그런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 는 허탈한 대답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지난 1월 31일 정부와 민정당이 보사분야의 당정협의를 갖고 "일정 규모 이상의 국민 주택기금을 지원 받는 건설업체는 2%의 주택을 장애인 용으로 공급하도록 노력한다"는 심신 장애인 복지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지만 의무규정이 아닌 권장 사항이기 때문에 있으나 마나한 조항으로 또 한번 기대에 부푼 장애인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그러면 스웨덴, 일본, 서독 등 복지선진국의 장애인 주택정책은 어떠한가. 물론 각 국의 법률체계나 융자제도 등이 천차만별이라 일률적인 기준으로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발전된 제도, 인간 위주의 정책은 향후 우리의 정책 수립에 시사하는 바 크기 때문에 여기에 소개해 보는 것이다.

<주택정책은 복지문제의 중심>
먼저 복지의 천국이라 일컬어지는 스웨덴에서는 이미 1920년도부터 주택정책을 복지 문제의 중심에 놓고 노인용 아파트 등을 건설해 왔으며 1980년 이후에는 장애인의 사회통합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비 장애인들과 끊임없이 접촉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별도로 장애인용 주택을 건립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일반 공영주택의 건축 기준을 휠체어 사용자를 기준으로 재정 하여 현관을 넓히고, 모든 턱을 제거하는 등의 가히 혁명적인(?) 정책 수행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또 한 지방자치단체와 사회 단체의 직원이 상주하는 중증 장애인 주택을 일반 주택 단지 내에 설치해 가능한 한의 접촉과 자립 생활을 도와주고 있으며, 장애인이 자신에 맞게 주택의 구조를 변경한다든지 할 때 국가에서 일정액(76년 현재 약 7백 만원)의 보조를 해 주는 등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독의 경우는 1960년부터 독일재활협회와 독일 적십자 등이 만든 「중증신체 장애인 주거」가 1967년 법으로 결정됨에 따라 그때까지 일부밖에 장애인가 사용할 수 없었던 집안의 모든 방을 휠체어로 이용할 수 있게 해 장애인이 도움 없이 자립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1974년에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정 이 기준은 현재 「주택 건축 대부금 허가」의 필요조건이 되어 몇몇 주(州)에서 시해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공주택이 주택 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스웨덴이나 서독보다는 낮은 편이다. 그러나 1973년 「자립생활을 위한 포괄원조」에 의해 주(州)에 따라 희망자가 일정 호수 이상이 되면 장애인이 우선 입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주택 규모는 5∼10호 규모의 장애인 전용 소집단 주택에서부터 건축적 장애가 없는 아파트, 임대주택 등 다양하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1960년경부터 사회복지협의회 주최로 저소득 세대나 장애인 세대에 증축, 개축, 확장 등에 필요한 일정금액을 대부해 주는 사업으로 시작해 현재 공공 주택의 경우 4급 이상 장애인이나 중증 장애인에게는 우선 입주권을 주고 있다. 또한 지체, 시각,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용 주택이 있으며 60세 이상의 노인과 독신 장애인을 위한 주택도 건립되어있다.
더욱이 장애인 자신이 주택을 증·개축 또는 신축할 때 융자나 보조를 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러한 주택을 신축 또는 임대할 사업주에게까지 융자혜택을 주어 장애인 주택 건설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기타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도 각각 1960년대 전후로 신체 장애인용 주택 기준을 발표해 자국의 실정에 맞는 적절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위에서 열거한 나라들과 우리의 현실을 비교하기에는 격세지감이 있으나 각종 사고와 질병, 노령화 등으로 날로 장애인이 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장애인을 위한 적절한 주거 공간의 확보 및 개선은 조만간 큰 사회 문제가 되리라고 본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학계 그리고 관련 사회 단체 등이 협력해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계획 수립에 착수해야 하며 여기에는 진정한 의미의 사회참여와 통합을 이루기 위해 주택 공간 내부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도로, 교통시설, 공공시설 등의 개선이 병행되어야 하리라고 본다. 장애인의 천국은 곧 비 장애인에게도 천국이기 때문이다.

작성자전홍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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