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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만남] 라파엘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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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위해 우리 주위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공동체"들을 방문하다 보면, 그곳에 한결같이 존재하는 사랑과 믿음의 수고들을 보게되며, 더불어 상반되는 사회의 무관심과 단절을 항상 함께 접하게된다. 지난 푸른 오월은 "청소년의 달", "가정의 달"로 여느 해와 같이 우리에게 다가왔다가 지나갔다. 그러한 오월을 앞뒤로 요사이가 가장 힘겹고 부족함뿐인 시기라고 어려워하고 있는 소외 된 우리 이웃을 우리는 감히 둘러볼 여유가 있었던가.
오늘 방문한 「라파엘 어린이집」은 그러한 우리들의 이기의 벽을 비로소 두껍다고 느끼게 한 또 다른 삶의 현장이었다.

서대문 로터리에서 쉽게 보이는 적십자 병원의 후문을 지나서 좁은 동네 골목길을 오르다 보면, 벽에 붙어 있는 화살표 안내 방향을 따라 골목 끝의 작은 간판을 찾게 된다. 「라파엘 어린이집」흡사 동네 조그만 탁아소 같이, 현관 옆에 신장 위의 작은 신발들이 이곳이 어린이 보호시설이라는 사실을 짐작케 했다. 휴일인데도 취재를 위해 수고롭게 나오셔서 기자를 맞아 준 분이 이곳의 부원장님이신 정지훈(32세, 시각장애인)씨다.

아이들 소리로 시끌벅적하리라고 예상했던 바와는 반대로 집안이 조용하다. 문 앞에서 두 명의 꼬마만이 인기척을 느끼고 신기한 듯 기자의 녹음기와 카메라를 더듬는다. 전 날 청평으로 힘겨운 소풍을 다녀온 탓으로 모두를 피곤해서 쉬느라 조용하다고 한다. 그래, 재미있었냐는 질문에 그저 웃으며 아이들을 인솔하여 한번 야외로 나가기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라파엘 어린이집」은 카톨릭 맹인 선교회 부설로 시각장애인들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이곳 어린이집과 도림동의 성인의 집으로 나뉜다. 이곳은 만 5세 이상 17·8세 미만의 중복장애 아동들 16명과 교육봉사 선생님 4분, 생활봉사 선생님 3분들로 구성되어있다. 대한민국에는 약 15만 명의 시각장애인이 있으며 그중 2∼3만이 중복장애인으로 이곳 라파엘의 집의 입소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중 특히 맹 학교 교육조차 불가능한 어린이를 위해 교육과 훈련을 시키며 더불어 보호하는 곳이 바로 「라파엘 어린이집」이다.

그러나 어느 공동체든지 안고있는 마찬가지의 문제로 좁은 환경조건 때문에 많은 입소희망자가 있어도 16명을 넘지 못한다. 이곳 어린이의 시각장애에 수반되는 중복장애 정도는 뇌성마비, 정신지체, 농 맹, 자폐증, 정서·행동장애 등인데, 아이들에게 알맞은 판결기구의 부족으로 사실상 구분하기가 난해하다고 한다. 따라서 하루 일과표에 따른 학습프로그램을 보면 "개별화 수업"이 라는 것이 있다. 이 수업은 개개인에 맞는 학습프로그램으로 한 분의 선생님 당 4명이 어린이가 개별화 수업을 받는다. 아이들을 위한 어떠한 사업내용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실상 의학적인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킨다는 것은 무리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독특한 욕구와 잠재력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계속적인 주입식 훈련으로 신변처리 능력이라도 가능하게 하여 최소한 맹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목표입니다." 라고 말씀하신다.

이곳 아이들의 대부분은 자폐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정신지체의 한 부분으로 알려져 왔던 이 자폐증은 아이들에게 상당히 많은 정서장애를 수반시키고 있다고 한다. 주로 생후 만 18∼30개월 사이에서 발생하는 유아 정신분열증이라고도 하는 이 자폐증은 이 곳 라파엘의 집 같은 공동체 안에서는 더욱 치료해야할 힘든 교육내용의 목표가 된다. 자폐성 향을 띤 어린이는 "나"이외의 "타인"이란 개념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함께"라는 사회인식이 결핍되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자폐성향을 제거하기 위한 집단 놀이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집단놀이 시간에는 함께 노래부르기, 게임 등을 하며, 사회성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은 바로 "신변처리 훈련"이다. 스스로 옷 입고,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식사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더욱이 시각장애아동들이기 때문에 단추나 쟈크의 실제 모델들이 훈련재료로 필요하다. "교육이라는 것이 원래 성취감과 보람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선생님들의 학습계획이 그대로 진행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미 의학적 치료가 불가능한 이 아이들에게는 교육적 치료 가능성만을 바랄 수 있는데, 한 동작의 반복과 수정에도 일년씩이나 걸리는 경우가 예사 일 때 많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모두 수고로움과 인내의 작업인 것입니다." 정지훈씨의 말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규칙적인 운동이다. 가끔 병원 가는 것 외에는 외출하지 않는 이곳 아이들은 집안이 협소하기 때문에 운동기구도 마땅치 않다. 놀이기구가 들어서 있는 방 한쪽에 있는 "조깅 머신"이 그래도 아이들 운동에 한 몫을 한다. 그리고 가끔 선생님들과 함께 공원으로 산책을 가기도 한단다. 아이들의 중복장애 주원인은 뇌 손상으로 인한 것인데, 미 성숙아로 인큐베이터 안에서 키워진 영아가 인체 내와는 다른 산소 량의 차이로 시신경 장애를 일으켜 뇌 손상을 수반하게 된다고 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그런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있다. 또 하나, 국민 모두는 의무 교육의 권리가 있는데 취학통지서가 나와도 갈 학교가 없는 이 아이들은 우리에게 진정한 사회부지, 특수교육의 확대를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이곳 라파엘 어린이집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방문자들이 오길 바란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함께 인식해서 고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삼중의 장애를 가지고도 장애를 이겨내 "20세기의 기적"이라고 칭송되는 헬렌켈러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그 이후 현재까지 그녀와 같은 아홉 명의 박사가 배출되었다고 한다. 배후에 그 유명한 설리반 선생같은 교육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설리반 선생을 배출한 보스턴의 퍼킨스 맹 학교는 현재 학생 200여 명에 선생님이 6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들을 위한 체계적 조직적 교육이 뒷받침된다면 얼마든지 한국의 헬렌켈러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이곳 라파엘 어린이집을 방문하고 있는 동안 이러한 중복장애인들을 위한 정책수반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어린이들이 성장한 후에 사회로 컴백시키지 않고 계속적으로 수용방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라파엘의 집에서는 성인의 집과 이후의 양로시설까지도 장차 계획안에 들어 있지만, 그 외에 수많은 중복장애인들은 어떤가?

그들을 위해서 필요한 복지욕구를 계속 방관할 수는 없지 않은가.
라파엘 어린이집이 개원한 2년 6개월이래 어느 정도의 치료 효과를 거두고 나간 아동은 현재 여섯 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설과 환경면에서 여유가 있었다면 지금의 상태보다는 좀더 빠른 성과를 거둘 수도 있었다고 안타깝게 말한다.
후원회 기금으로 생활을 이어가는 이곳에서는 그나마 연말연시가 아닌 이맘때가 가장 힘겨운 시기라고들 한다.
장난감 의자같이 자그마한 아이들의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도리어 기자가 좋은 일 하며 수고하시는 분이라고 더 드시라는 격려를 받았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자신도 되돌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씀하시는 그곳 봉사 선생님께 감히 수고하신다는 말을 표현 못하고, 잡지가 나오면 보내드릴 것을 약속하며 라파엘 어린이집을 나왔다.

연락처 Tel : 739-7020
라파엘 어린이집
종로구 평동 13-27, 22/11

작성자황윤선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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