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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문제다2]장애우가 버려져야만 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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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복지시설이 태부족인 실정에서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 한 장애우를 시설에 입소시키
려다 여의치 않자 내다버린 장애우 유기사건이 발생해 물의를 빚고 있다. 무엇보다 장애우
가 마치 짐짝처럼 버려지는 현실에서 우리는 이 땅 장애우들이 처함 열악한 현주소를 한 눈
에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인권이라는 말을 꺼내기조차 부끄러운 장애우들의 고통스런 삶. 그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서는 시설 수용을 희망하는 장애우의 경우 아무 조건 없이
시설에 수용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은 이제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정부
가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장애우들의 시설 입소를 거부만 하고 있을 때 갈곳 없는 장애
우는 차가운 길바닥에 버려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장애우 유기사건, 그리
고 사실을 벗어난 과장보도로 장애우들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킨 제도언론의 작태, 무엇이
문제인지 그 내막을 알아본다
 

<언론의 과장보도, 제보자 있었다.>
지난 8월 10일 저녁 9시 MBC TV 뉴스를 시청하던 시청자들은 산후처리가 잘못돼 전신마
비 장애우가 된 김용남(여·32세 경기도 동두천시 지행동)씨 가족에게 접근해 김용남씨를
시설이 좋은 재활원에 들여보내 주겠다고 속이고 언니인 김복자씨로부터 경비로 쓴다며 돈
3백만원을 받아내 이를 가로챈 다음 김용남씨를 충북 음성군에 있는 꽃동네 정문 앞에 내다
버린 혐의로 대한신체장애자 자립회회장 이종원(53세)씨, 회원인 최방섭(46세)씨, 역시 회원
인 사상현945세)씨, 그리고 택시 운전사인 최동권(28세)씨 등이 수갑에 채워져 서울 마포경
찰서 유치장에 수감되는 장면을 지켜보며 흥분해야 했다. 같은 날, 마감 뉴스에는 이 사건을
취재한 MBC 보도국 이모 여기자가 출연 사건의 경위와 내막을 상세하게 보도하면서 이씨
등이 상습적으로 돈을 받고 장애우들을 유기한 감이 짙다고 이야기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
다.

다음날인 8월 11일 중앙일간지들은 일제히 사회면 주요기사로 이 사건을 취급 국민들의 이
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조선일보는 재활원서 장애자 유기라는 제하하에 이종원씨를 천애재
활원(원장 허원 서울 노원구 중계동 308-1) 원장으로 잘못 보도해 천해재활원측의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또한 이날 MBC라디오 정오뉴스에서는 속보로 이 사건을 취급하면서 경찰이 밤샘 조사에서
김용남씨 이외에 두 명의 피해자가 더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자립회 회장인 이씨 등이
모집책 자금책 행동대원 등 폭력조직과 유사한 조직을 만들어 장애우 유기사건을 상습적으
로 저질러 왔다는 협의를 밝혀냈으며 아울러 관계공무원들에게 뇌물까지 제공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보도를 해 대한신체장애자 자립회의 명예실추는 물론 일반
장애우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악화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러나 장애판 관
계자들에게 큰 충격을 준 이러한 MBC의 보도와는 달리 이번 사건을 저지른 당사자인 시각
장애우 서상현씨 등은 이번 사건 외에 또 다른 혐의사실을 처음부터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
었다.

11일 오후 마포경찰서 유치장에서 기자와 대면한 서씨 등은 지난밤 경찰 조사에서 다른 혐
의 사실에 대해 진술을 한 적이 없으며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것은 자신들도 처음 듣는
이야기이고, 조직을 만들어 상습적으로 장애우들을 유기 했다는 운운은 말도 안 되는 모함
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기자는 잠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서씨의 말을 믿을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만약 서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MBC가 과장보도를 했다는 말이 되는데 공신력 있는 방송이 근거
도 없이 과장보도를 했으리라고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반신반의하는 기자에게 서상현씨는 이번 사건이 드러나게 된 계기의 역할을 한 제보자의 이
름을 댔다. 제보자가 피해자인 김용남씨의 가족들 중 한 사람이리라는 기자의 예측을 뒤엎
고 서상현씨가 지목한 제보자는 엉뚱하게도 서씨의 외사촌 조카인 비장애우 이모씨) 운전
사, 경기도 동두천시)였다.

한때 신체장애자 자립회에서 서상현씨의 차를 몰며 서씨와 함께 사업을 하기도해 신체장애
자 자립회의 내막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이씨는 서상현씨와 불화가 생겨 신체장애자 자립회
를 떠났다는 것이다.

기자는 애석하게도 무제의 이모씨를 만날 수 없었다. 그의 소재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기자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MBC보도국의 이모 기자를 만나기로 하였다. 8월 12
일 정오 전날 전화로 약속한대로 여의도 MBC본사를 찾아갔지만 그날 내근을 한다고 이야
기했던 것과는 달리 이모기자는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한 시간 반을 로비에서 기다렸지만
만나기로 약속한 이모기자는 오지 않았다. 기자를 불신해서인지 아니면 제보자를 확인해 주
기 싫어서였는지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아무튼 본 기자를 기피하려고 하는 의도는 분명한
것 같았다.

결국 기자는 MBC 이모기자의 확인거부에도 불구하고 앞 뒤 정황으로 미루어 이번 사건이
제보자에 의해 폭로 됐다고 나름대로 심증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데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피해자인 김용남씨 가족이 이번 사건을 제보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드러나
고 있다. 만약 김용남씨 가족이 서상현씨 등을 고발할 생각이었다면 먼저 경찰서를 찾아갔
을 것이고 이번 사건의 관할 경찰서는 서상현씨와 신체장애자 자립회가 관내에 있는 노원
경찰서이기 때문에 당연히 노원경찰서에서 이번 사건을 취급했을 것이다. 노원경찰서가 아
닌 마포경찰서에서 이번 사건을 취급한 것은 MBC보도국 이모기자가 마포 경찰서 출입기자
라는 사실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보여진다.

즉 이번 사건을 경찰에 제보한 당사자는 이모 기자라고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
련하여 신체장애자 자립회의 한 관계자(그는 최근까지 문제의 제보자 이씨와 운전교육을 같
이 받았다고 한다)는 다음과 같은 증언을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얼마 전 시내 다방에서 이씨가 MBC 이모기자를 만나 제보를 해주는
조건으로 취직을 요구하더라는 것.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개를 물 먹여 도살한 도살
장 사건도 문제의 도살장에 근무했던 이씨가 이모기자에게 제보해서 사건화 됐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MBC보도는 경찰이 확대 수사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정작 경찰은 더 이상
추가 범죄사실을 찾아내지 못해 서상현씨와 최동권씨만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사기죄로
구속하고 돈을 받았다가 돌려준 자립회 회장 이종원씨와 회원 최방섭씨는 입건만 한 채 이
번 사건을 종결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이번 사건을 취재 보도한 제도언론은 유기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
제는 외면한 채 제보자의 말만 듣고 지나친 추측 과장보도를 해 장애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을 크게 악화 시켰다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다.


<대한 신체장애자 자립회 어떤 단체인가?>
한편 이번 사건이 메스컴을 타자 세인들의 관심은 일제히 이종원씨가 회장으로 있고, 최방
섭씨와 서상현씨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대한 신체장애자 자립회(이하 자립회)가 어떤 단
체인가에 쏠렸다. 일부 언론이 이번 사건의 배후에 자립회가 깊숙이 개입했다고 보도를 했
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만도 한다. 여기서 자립회가 어떤 단체인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자립회는 지난 80년도에 서울역 앞 속칭 양동부근에 모여 살던 성인 시각장애우들과 지체장
애우들이 결성한 단체로서 85년 서울시의 남대문지역 재개발 사업으로 힐튼 호텔이 들어서
면서 근거지가 철거되자 시각장애우들은 상계동 성모자애재활원으로 거쳐를 옮겼고, 지체
장애우 가족세대 32가구 119명은 85년 화곡동 상계동을 거쳐 86년 2월 현재의 중계동
308-1번지, 천애재활원 내에 건물 한 동을 더 짓고 집단 이주했다. 애당초 3년내에 자립해
나간다는 조건하에 수용됐지만 옮길만한 거처가 없어 현재도 천애재활원 B동에 27가구 99
명의 가족세대가 기거하고 있다. 이들 중에 12가구 44명은 올해 안에 시영아파트를 특별 분
양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립회가 그 동안 생계수단으로 해온 사업으로는 청바지 물을 빼는 세탁사업(현재는 직접
운영하지 않고 업자에게 넘겨 임대료만 받고 있다) 시장에서 바닥을 기며 행상을 하는 속칭
기바리(자립회 관계자 심모씨에 따르면 수입이 많지 않아 이 행상 또한 지금은 하지 않고,
주로 구걸을 많이 나간다고 한다) 그리고 병풍 등을 제작해서 파는 사업과 학교마다 청소도
구를 납품하기도 하고, 간혹 채무 관계에 개입 빚을 대신 받아주고 수고비를 받기도 한다고
한다. 물의가 따르는 야시장을 개설해서 한 건당 3-4백만원을 받고 전문업자에게 넘겨주는
사업도 자립회에서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사업은 특히 대부분이 무허가로 이루어
지기 때문에 행정당국과 마찰이 심해 행정당국의 고발로 자립회 회장인 이씨 등이 많은 전
과를 갖게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기화로 밝혀진 회장 이종원씨의 전과는 8범
인데 실형을 산적은 없고 벌금형에 주로 처해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장애우 유기사건의 내막>
경찰 조서와 자립회 이종원씨, 서상현씨 등의 증언과 애초에 피해자인 김용남씨가 들어가려
다 실패한 천애재활원 원장 허원씨의 입장, 그리고 서씨 등에게 돈을 준 김용남씨의 언니
김복자씨의 증언을 묶어 이번 장애우 유기사건의 내막을 재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동두천에서 양계장을 경영하며 산후처리가 잘못돼 전신마비 장애우가 된 동생 김용남씨를
보호하고 있던 김복자씨는 양계장 일이 너무 바빠 동생을 제대로 돌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근에 김용남씨를 맡길만한 수용시설이 없나 알아보는 한편 주변사람들을 대상으로 김씨가
들어 갈만한 시설을 수소문해 봤지만 입소조건이 까다로워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동두천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최동권씨가 소문을 듣고 김복자씨를 찾아갔다.

그때가 7월 20이었다. 최씨는 김복자씨에게 아는 아저씨가 천애재활원에 있는데 아저씨를
통해 김씨를 시설이 좋은 천애재활원에 들여보내 평생 생활안정을 시켜주는 길을 모색해 보
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그대신 경비가 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복자씨는 경비가 얼마나
필요하냐고 물어보았다. 최씨는 3백만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복자씨는 선뜻 최씨의 제의
를 수락했다.

최씨는 그 길로 서상현씨를 찾아갔다. 이러이러한 불행한 장애우가 있는데 천애재활원에 넣
어 줄 수 없느냐고 물어보았다. 서상현씨는 김용남씨의 장애 상태가 어느 정도냐고 물어보
았다. 최씨는 혼자 앉아서 밥을 먹을 정도는 된다고 답했다. 서상현씨는 그렇다면 가능하다
며 김용남씨를 데려오라고 말했다. 서상현씨는 자립회 회장인 이종원씨를 만나 밥을 혼자
먹고 화장실 거동도 혼자 할 수 있는 장애우가 있는데 사정이 딱해서 그러니 천애재활원에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서씨의 말을 들은 이종원씨는 한 번 알아보겠다고 대답했다. 이종원
씨는 천애재활원 원장인 허원씨를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했다. 허원씨는 영세민에다 단독세
대주이고, 중증장애우가 아니면 수용이 가능하니 한번 데려와 보라고 이씨의 부탁을 들어주
었다.

7월 24일 최동권씨는 김복자씨로부터 50만원을 건네 받았다. 그리고 26일 서상현씨와 함께
수락산에서 김용남씨를 인수받아 천애재활원으로 데려왔다. 이날 서상현씨는 소개비조로 이
종원씨와 회원 최방섭씨에게 각각 3십만원씩을 나눠주었다. 그러나 막상 김용남씨를 대면한
천애재활원 원장 허원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밖에 없었다. 김용남씨의 장애정도가 예
상외로 심했기 때문이었다. 보호자가 없으면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인 김용남씨를 원장 허원
씨는 도저히 받아줄 수 없었다. 결국 김용남씨의 천애재활원 입소는 좌절되었다. 이종원씨와
최방섭씨는 서씨에게서 받은 돈을 되돌려 주었다.

당장 김씨를 데리고 있을데가 마땅치 않았으므로 서상현씨는 우선 김씨를 보호자를 붙여 근
처 여관에 투숙시켰다.

7월 27일 서씨는 김복자씨로부터 나머지 돈 2백 5십만원을 받았다. 김씨를 여관에 놔두고서
상현씨는 최동권씨와 함께 퇴계원 광명재활원과 상계동 복지수녀원을 찾아가 김씨의 수용의
뢰를 했지만 수용일 불가능하다는 답변만을 들었을 뿐이었다. 다급해진 서씨에게 천주교 신
자인 친구가 충북 음성의 꽃동네를 소개해 주었다. 꽃동네는 수용되는 장애우 중 반수 이상
이 정문 앞에 버려져서 수용된다는 것이었다.

7월 29일 새벽 서상현씨와 최동권씨는 김용남씨를 꽃동네 정문 앞에다 유기하고 김용남씨가
꽃동네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본 후 서울로 돌아왔다.

꽃동네에서 김씨를 보호하고 있는 동안 서류를 만들어 정식절차를 밟아 김씨를 다른 수용시
설에 보내려 했다는 것이 서상현씨의 주장이다. 서상현씨가 김복자씨에게서 받은 300만원은
최동권씨가 수고비조와 택시비로 75만원을 갖고 그 밖의 여관비와 경비로 40만원을 쓰고,
나머지 185만원은 서상현씨가 챙긴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장애우가 버려지는 사회>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번 장애우 유기사건이 주는 충격은 무엇보다 정부가 현실을 무
시한 탁상행정으로 일관해 결과적으로 장애우 유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수용시설이
태부족인 실정에서 그나마 시설입소 조건도 지나치게 까다롭게 규정해 시설 수용이 반드시
필요한 장애우와 가족들은 할 수 없이 편법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거액의 돈을 얹어 수용의뢰를 해야 한다던가 이번 사건처럼 장애우를 내다 버
려야 하는 반인륜적 행위를 눈물을 머금고 결행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많은 장애
우들과 가족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들 앞에 정부는 언제까지 영세민이어야 하고, 단독 세대주이어야 하며, 보호자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며 느긋하게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번 사건을 지켜보며 다른 것은 다 차치하더라도 한가지 사실만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장애우가 버려지는 사회가 정부가 말하는 건강한 사회인가?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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