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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징소리]꼭두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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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과 지방 이십여개 도시에서는 장애인을 이용한(?) 두가지 커다란 행사가 열렸다.
 그중 하나는 지난 시월 이십구일 사단법인 한국장애 자부모회(회장 이우천)가 서울 63빌딩
국제회의장에 천 오백명이 넘는 장애인 부모를 모아놓고 "부모의 의식과 자세"라는 주제로
열었던 「제6회 전국장애인 부모대회」이며, 다른 하나는 10월 25일부터 11월 3일까지 지역
감정 해소 국민운동협의회(상의임장 김지길)와 영·호남 장애인 교류추진위원회(회장 김경
채)가 "우리는 하나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오십여명의 장애인을 동원(?)해 광주, 부산, 대구,
전주등 영·호남 이십여개 도시를 휠체어로 돌며 지역감정해소를 부르짖었던 「영·호남 장
애인 국민화합대행진」이 그것이다.
 
우리가 이 두 가지 행사에 주목하는 것은 장애우부모가 장애운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
국이나 일본등의 예에서도 잘 나타나 있듯이 장애운동의 발전과 성패를 좌우 할 만큼 크고
중요하기 때문이며, 독재정권의 연장을 위해 의도적으로 조장되어 이제는 민족공동체의 존
립기반마저 흔들 정도로 그 모습이 왜곡된 소위 지역감정의 해소에 장애우가 앞장서는 것
또한 장애운동의 새로운 모습으로서 충분한 가치와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두가지 행사는 모두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고-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
못인지 모르겠지만- 정치적 음모의 꼭두각시로 전락해 버린 장애우의 현주소를 확인 시켜
준 한판 "쇼"에 불과했다.
 
먼저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화려하게 열렸던 장애우부모대회를 살펴보자. 90년 현재 전국
에 2천 5백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리고 잇다는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부모회는 역대 회장들이
모두 군 출신이거나 관변 인사였으며 이제껏 매년 단 한 차례의 장애인 부모대회를 여는 것
으로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장애인 아파트 우선분양" "2급이상 장애우 자
동차세 면세"등 많은 복지정책(?)이 마치 자신들의 건의로 이루어진 것처럼 발표하는 등 스
스로 장애우 복지에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참석자들을 속이고 있었다.
 더욱이 이들은 장애우 복지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우
리는 자녀를 키우는데 주위에서 온갖 도전과 시련에 봉착하는 경우가 허다함을 부인 할 수
없으며, 우리사회의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제반 문제로 인해 수다한 난관에 부딪쳐 상심하고
실의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나 이를 그 누구에게 탓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우리
자신을 돌이켜보고 우리 스스로 자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입장에서 과
연 자녀를 위해 얼마나 성의를 다했는가를 반문 해봐야 할 것"(이우천 회장의 대회사중 한
구절)이라는 식의 낡아빠진 부모책임론을 주장하는가 하면 이러한 부모의 역할을 실현하는
방법으로는 고작 건의 등의 한가한 방법을 택하는 등 그 정체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한편 "장애인 스스로가 장애인 환경에 대한 편견과 상이 한 시각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
을 재평가하고 막연한 기대나 뿌리 없는 예측을 불식하여 취약한 사회적 기반에 대한 올바
른 인식전환"뿐만 아니라 "복합적 원인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감정 등 정치적 측면의 해결만
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채 갈등을 해소하는 국민적 명분과 근거를 제시해 상이한 여건 속에
서도 우리 공통의 목표인 나라사랑, 국민화합, 복지국가, 민족통일의 대과업을 완수하고자
하는 역사적 공유의식을 불러 일으켜 무기력하고 허무주의에 빠진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
하고 그동안의 노력들을 평가하는 계기로서 보다 성과 있는 행사"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걸
었던 영·호남장애인 국민화합 대행진은 그 숭고한 뜻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대통령선거,
지방자치제, 국회의원 선거 등에 대비한 정권의 포석이며 장애우를 동원한 정치선전이 분명
하다.
 
우리는 모든 사건이나 현상 뒤에는 틀림없이 그러한 사건이나 현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원인이나 법칙이 있음을 알고 잇다. 따라서 지역감정이라는 정치적 음모 또한 그 원인을 제
거해야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지역감정이라는 해괴한 말은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에 처음 탄생한 말이며 그 후 계속된 군
사정권의 호남지역 차별정책으로 굳어져버린 전라도민의 정권에 대한 불신과 반감을 호도하
는 말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철저히 차별 받고 있는 전라도민과 진정으로 화합하려면 앞에
서 말한 차별 정책의 철폐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지금 우리 앞에는 4백만 장애우의 단결된 힘으로 넘어야 하는 수많은 산-법안제정,
시설비리척결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토한 사회민주화-들이 가로막고 있음에도 이러한 자신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서는 한번도 문제 제기나 투쟁의 몸짓이 없이 지역감정해소라는 정치
적 선전에 앞장서는 것은 무언가 크게 순서가 뒤바뀐 것이 분명하다.
 
이렇듯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장애우 대상 행사들이 본질을 벗어나 정치적인 목적에 이용당
하는 이유는 장애우 스스로의 무기력과 패배주의적 태도에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3년간의 끈질긴 싸움을 통해 쟁취한 고용촉진법이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정부의 무성의와 경제단체의 터무니없는 반발에 부딪혀 시행령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조직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다행히 최근 서울지역의 청년 장애우와 각 대학의 장애우 관련 동아리들을 중심으로 당면
한 법안 쟁취와 정권의 기만적인 장애우 복지정책을 폭로하는 싸움을 준비하고 있어 이에
대한 기대와 격려를 보낸다.
 
정권연장을 위해서는 국민들과의 약속마저 헌신짝 내던지듯 팽계칠수 있음을 알게 해준 민
자당의 탄생과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으로 드러난 국민에 대한 감시와 억압 등 반민중적
정권의 실상을 바로 보지 못하고 이들의 들러리로 앞장서는 한 4백만 장애우는 역사를 만들
어 나가는 민중의 힘찬 대열에 끼지 못하고 언제나 가진자의 주변을 맴도는 노예로 남게 될
것이다. <편집부>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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