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 함께 사는 세상


[사람들]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장애아동가족지원시스템 심희경

본문

 지난달 8일 저녁 7시 장애인복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새해 첫 사업으로 마련한 "장애아 교육을 위한 기본법" 설명회가 열린 남부 장애인종합복지관 강당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로 북적거렸다.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아요." 오랜만에 만난 동료, 선후배들과 인사를 나누느라고 부산한 이창우(27) 선생이 법안 설명회에 참가한 동료 교사들을 돌아보며 다소 감격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대구대학교 특수교육학과에서 정신지체를 전공하고 강원도 원주 청원학교에 발령을 받은 것은 삼년전인 지난 91년 초. 초등부 5학년 12명의 제자들과 씨름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삼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는 이창우 선생은 그동안 주어진 조건 속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교육적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오로지 1등에게만 모든 찬사가 돌아가는 우리의 잘못된 교육구조가 장애아들에게까지 그대로 적용되는 현실에 남모르는 갈등도 많이 느꼈다.
 그동안 교사들이 너무 "잠잠"했던 것 아니냐는 일부의 비난에 대해 "강원지역에도 4년전부터 전공 교사들의 모임인 강원지역특수교육연구회가 꾸려져 현장논문 발표와 친목 등 나름대로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말꼬리를 흐리는 그의 모습에서 교사 몇 사람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특수교육 현실의 두터운벽에 대한 고민은 "법을 바꾸는 것과 함께 지역에서부터 구체적인 현실 문제를 가지고 모여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그의 말대로 지극히 상식적인 방법으로 이제 조심스럽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신지체 특수학교인 원주 청원 학교는 춘천의 동원학교, 강릉의 오성학교와 함께 강원지역 5개 특수학교 중 하나로 유치부에서 고등부까지 25학급 2백여명의 정신지체아들과 35명의 교사들이 있는 "꽤 큰 편"에 속하는 학교다. 특수학교 교사의 빠듯한 월급가지고 "하숙은 어림도 없고 장가갈 밑천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학교근처에서 자취를 한다"고 계면쩍게 웃는 이창우 선생의 젊고 싱싱한 삶이 시들지 않도록 물을 주고 가꾸는 일은 그의 노력과 고민만큼 우리 모두의 "또 다른 몫"이다.

"저 재활학과 나와서 여기 취직했어요"

 "가정방문을 갔었는데 이런 일이 있었어요. 이제 열 살 난 그 아이는 "골형성부전증"으로 체내에 뼈가 부족하고 약하여 잘 부러지기 때문에 거의 누워 있어야 하는 장애가 심한 아이였어요. 부모는 그 아이에 대한 치료나 교육 문제에 대해 많은 어려움과 한계를 느끼고 있었고,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었죠. 한양대 병원의 도움으로 세 번의 수술을 거쳐 뼈 속에 쇠막대기를 심어 기어다니고 걷는 연습을 하고 수(水)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채 말을 끝맺지 못한 심희경(24)씨는 심한 중증의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집 안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인다. 집이 가난하고 장애증세에 따른 여러 가지 정보에 무지한 가족들로 인해 의료서비스나 교육 혜택은커녕 보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내팽개 쳐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장애아동가족지원시스템"은 "재가장애우 방문 서비스" 활동을 통해 재활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장애우, 장애우 가족들과 관계를 맺고 재활의지를 불러일으켜 주고 있다. 또한 장애아동가족지원시스템이 자리잡고 있고, 사회복지관조차 없는 중구 일대 빈민 지역을 대상으로 장애영·유아들에게 특수교육을 제공하고, 교육정보나 장애증세에 따른 정보를 알려주는 부모교육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인력이에요. 현재 함께 활동하는 동료들 중에 재활학과를 졸업한 사람도 있고, 특수교육을 한 사람도 있지만 이 인원 가지고는 매우 부족합니다. 재가장애우 방문 서비스에 따르는 일은 노력봉사와 민원처리 업무 등 시간과 몸을 투자해야 하는 실질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만큼 손이 많이 필요한 것이죠."
 
심희경씨는 지금 장애아동가족지원시스템과 관계를 맺고 있는 대한 체육대학 자원활동 동아리 "아나우론"("참사랑"이란 뜻일거라고 설명한다)과 빈민지역을 대상으로 무료 의료행위를 벌여오고 있는 의사들의 모임인 한 동아리와도 있는 의사들의 모임인 한 동아리와도 친분을 맺어서 함께 일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도 자원활동자들의 손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이곳에서는 자원 활동자 교육도 정기적으로 실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방문 교육에 그치지 않고 직접 장애아 조기 교실도 운영하여 빈민가정의 장애아 교육에 주력할 예정이다.
 오는 2월 한신대 재활학과를 1기로 졸업하는 심희경씨는 "대학시절 나 역시 자원활동을 하면서 관계를 맺게 된 이곳에 선배의 추천으로 직장으로까지 연결되었다"고 말하며 "아직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고 이곳에서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대한 인식이 사회전반적으로 열악한 상황이지만 "재활복지 전문가"로서의 자리를 굳건하게 다져나갈 것"이라는 다부진 포부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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