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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윤병조, 신우프론티어식구들, 이수연, 태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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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아내도 자원활동하다가 만났어요"


자원활동 4백 회 돌파한 윤병조씨

 

 

  장애우와 노약자의 발로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달려온 부름의 전화가 지난 6월 30일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5년째 부름의 전화에서 자원활동을 해오고 있는 윤병조(36세)씨도 지난 7월 장애우들의 부름을 받은 지 회수로 4백 회를 돌파했다.
  "운전이 제게 천직인 것 같아요. 이 일을 하기 전에 안해 본 일이 없는데 이 일처럼 편하고 즐거운 일이 없습니다."
  보통 택시 운전기사들은 새벽까지 영업을 하고 나면 피로가 쌓여 그 다음 날은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쉬는 날에도 부름의 전화에 나와 자원활동을 한다. 게다가 그는 아내도 운전자원활동으로 하다가 만났다고 말한다.
  그 날도 여느 때와 같이 윤 씨는 배효영(시각장애우)이라는 이름의 여성을 병원에 모셔다드리라는 전화를 받고 시내에 나왔다. 말수가 적고 수줍음을 잘 타는 그는 평소 손님이 옆에 앉으면 주로 듣기만 하는데, 그녀가 먼저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아픈 얘기를 하는 그녀가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것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힘들게 살아온 그녀에게서 윤병조씨는 친근함을 느꼈다. 그렇게 해서 계속 연락을 하고 데이트를 하다가 지난 4월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다. 그래서 요즘 윤병조씨는 싱글벙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에게 특별한 계획은 없다. 그저 지금처럼 꾸준히 택시원전을 하면서 부름의 전화 자원활동을 하고 싶단다. 그런 그에게서 소박하지만 여유를 갖고 사는 사람의 아름다운 향기가 났다.

 

 

 

"국내 기술로 휠체어 리프트 개발해야죠"


서울시장 표창장 받은 신우프론티어 식구들

 

 

  국내에 최초로 휠체어리프트를 소개하고 제2기 지하철 전구간에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한 (주)신우 프론티어가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 공로를 인정받아 6월 27일 서울시장 표창장을 수상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서울장애인 올림픽 개최를 준비하고 있던 정부는 서울시 지하철 내에 8대의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 당시 LG 엘리베이터 사업부에서 근무하던 정한모(45세)씨에게 그 일이 맡겨졌고, 그 일을 계기로 그는 1991년 (주)신우 프론티어를 설립해 독립했다.
  "창업을 하고 처음 1, 2년간은 실적이 없어서 무척 애를 먹었어요. 1년 동안 설치한 흴체어리프트가 2대뿐이었으니까요. 그러다가 93년 대전에서 엑스포가 열리면서 대전시내 지하보도에 흴체어리프트 30대를 설치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95년 장애우편의시설관련법이 제정되면서 제2기 지하철 전구간과 각종 문화시설 등에 흴체어리프트를 설치하게 됐죠."
  이렇게 해서 창업 6년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신우는 이제 또 다른 목표를 가지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내휠체어리프트 생사업체는 자체적으로 휠체어리프트를 생산할 기술이 없어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기술개발이 시급한 문제인데 대기업에서 이 분야에 진출하게 되면서 무리한 가격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술을 개발할 여력을 남기지 않고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데 그 피해는 소비자인 장애우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동안 외롭게 휠체어리프트업계를 이끌어온 신우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신우 프론티어가 도전을 이기고 국내 장애우의 체형에 맞는 휠체어리프트를 개발해 널리 보급하기를 기대해 본다.

 

 

 

"복지시설 종사자도 노동자예요"


사회복지노동조합연대모임 위원장 이수연씨

 

 

  "사회복지노동조합연대모임을 결성한 이유가 뭐냐구요? 노동조합이 탄압을 받을 때 공동대응을 하기 위해서죠."
  지난 6월 16일 제1대 사회복지노동조합연대모임(이하 연대모임)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수연(35)씨의 말이다. 현재 홀트 아동복지회 노동조합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 위원장은 상근간사도 없는 연대모임을 꾸려가느라 올 여름을 누구보다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있었던 토론회 "참 사회복지, 그리고 노동조합"을 계기로 출범하게 된 연대모임은 현재 사업비 부족으로 상근간사와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회의 때마다 매번 가입 노조 사무실을 돌아가면서 회의를 열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복지 종사자들도 노동자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기 위해 마련한 토론회를 "사회 복지노동조합연대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준비해 나갔죠. 그 토론회를 마치고 나서 평가회에서 이 모임을 해체하지 말고 공식적으로 출범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사회복지종사자들간의 참으로 소중하고 값진 연대의 시작이었으니까요."
  이 위원장과 그가 이끌어갈 연대모임은 앞으로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당장 해야 할 일도 너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사회복지노조들이 하나의 연맹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정립회관노동조합은 한국노총에 가입해 있고, 한빛맹아원은 민주노총 산하 사무노련에 가입해 있어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수연 위원장의 어깨 뒤에 걸린 걸개그림의 "하나되어 그날까지"라는 글씨가 그와 어우러져 유난히 눈에 띄었다.

 

 

 

"가장 인간적인 학문이 바로 사회복지학이죠"


전대협 전 의장 태재준씨

 

 

  서울대 사회복지대학원에는 대학시절 학생운동에 몸담았던 대학원생들이 일곱 명 재학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2년 제6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 의장이었던 태재준(29)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지난해 9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전공과는 다른 사회복지학을 선뜻 선택한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사람냄새가 가장 많이 나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92년 6기 전대협 의장활동을 하던 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어 3년 감옥생활을 했는데, 감옥에서 나와 남은 학기를 마치고 보니 어느새 제 나이 20대 후반이더군요. 그때 제20대를 정리하고 앞으로 사회에 나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고민하다가 사회복지를 선택하게 됐죠."
  태재준씨는 "현재 세계의 여러 나라 중에서 그나마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 주고 있는 나라가 유럽 국가고 그 국가들은 대부분 복지국가 형태를 띠고 있다"며 "유럽 국가들이 대안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사회복지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특히 "성장과 복지"라는 주제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사회복지가 자신이 전공한 경제학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때 학생운동의 핵심에 있었던 그가 바라보는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현실은 어떤 것일까? "이제 겨우 한 학기 공부를 마쳐서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사랑과 희생을 강요하는 개념의 사회복지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사회복지종사자들도 이제는 노동자라는 계급의식을 가지고 권리를 찾는데 힘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학생운동의 지도자가 아닌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진보적 생활인"으로 태재준씨는 살아가고 있다.

 

 

글/ 함께걸음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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