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걷는 사람들 1] 정신지체인권익실천을 위한 전국부모회 유병우 회장 > 세상, 한 걸음


[함께걷는 사람들 1] 정신지체인권익실천을 위한 전국부모회 유병우 회장

하는 사업마다 전국 처음이라니...

본문

[함께걷는 사람들]

 

정신지체인권익실천을 위한 전국부모회 유병우 회장


하는 사업마다 전국 처음이라니...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가지쯤은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당하기 마련일 것일까?
  대전에서 가장 큰 건축사무소로 손꼽히는 씨엔유의 소장으로 휘하에 20여 명의 직원들을 거느리면서 대전카톨릭대학과 같은 제법 굵직한 규모의 설계도도 맡아 오고 있는 유병우 소장. 겉으로 보기에 그는 아무런 걱정이 없는 듯한, 사회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중년 가장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런 유소장의 속내를 더 자세히 들어보면 그 역시 평생을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신장애우인 큰아들 재원씨에게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주는 일, 이것이 유 소장의 평생과업이다.

▲유병우회장

  아들만 생각하면 그도 처음에는 가슴이 답답하고 억울한 게 마치 화병을 앓은 듯 했다. 그러다 장애우부모운동가로 탈바꿈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90년도에 중증장애우시설인 "연산 성모의 마을"의 설계를 맡게 되어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본원을 둘러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기회를 통해 적절한 환경만 만들어지면 장애우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무엇보다 그곳 시설의 기반이 몇몇 정신지체장애 자식을 둔 부모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 사실은 제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일본 장애우부모운동가들이 이루어 놓은 나가사키의 시설이 그로 하여금 자식을 위해 진정으로 해야 할 아버지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깨닫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 곧 주변의 뜻을 같이하는 후원자와 부모들을 모아 「대전정서학습장애아후원회」를 설립했다. 한 푼 두 푼 모이기 시작한 후원금이 몇 년 새 8천여 만원에 달하자 96년 7월 자신 소유의 빌딩 1층에 통합교육을 받는 장애아동을 위한 「대전자립지원센타」도 문을 열었다. 그리고 정신지체아를 자꾸만 분리하려는 사회에 맞서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시키려는 부모들과 아이들을 위한 각종 지원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미처 채울 수 없는 일상생활훈련과 문화활동을 하도록 돕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지원센타는 대전지역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장애우교육기관으로 자리잡았다.

 

"재원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제게 도움말을 들려줄 선배격의 부모님들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고충을 잘 알고 있는 유 소장은 다른 부모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올바른 자식교육방법과 부모들의 역할을 일러주는 일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부모상담은 어느새 그의 부업처럼 돼버렸고, 다른 지역의 부모교육프로그램에 단골로 불려 가는 강사가 되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부모교육을 위해 타지역으로 지방출장을 떠나곤 한다.
  그가 이렇게 잘 팔리는(?) 강사가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정신지체인부모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99% 이상이 어머니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몇 안되는 아버지운동가인 유 소장은 자식교육을 아내에게만 맡겨놓고 있는 다른 아버지들이 장애자녀에 관심을 기울이고 권리찾기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데 더없이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정신지체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가장 큰 소망은 자식들이 이 사회 속에서 다른 아이들과 같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일 것이다. 이 점에 대한 유 소장의 신념은 남다르게 강하다. 절대로 아들을 사회로부터 분리시키지 않으려는 그의 열의 덕에 유치원시절에도 수없이 퇴원을 당하고 현재까지 가출경력이 1백 번도 넘는 재원씨는 일반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대전예술고등학교 미술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59명의 학급친구들 모두가 그렇지만 유난히 재원씨에게 잘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아버지로서 그저 고마운 마음에 그들을 만나 맛있는 것도 사주고 재원이의 학교생활 이야기도 듣고 싶지만 행여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이 왜곡되거나 재원이를 대하는 데 다른 의미를 두게 될까봐 참고 있다. 갖은 어려움 끝에 일반고등학교에는 입학을 했지만 재원씨의 취업이며 결혼문제도 여전히 유 소장이 풀어야 할 고민거리다. 이럴 때 그는 아직도 자신이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높음을 실감하곤 한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자각을 활동의 에너지로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실행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활동을 "생존을 위한 운동"이라고 비장하게 표현했다. 숨쉬기와 같이 "살기 위해서는 할 수밖에 없는 운동"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절박한 마음으로 추진하는 일들의 성과물에는 어찌된 까닭인지 대개 전국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일반고등학교 정원의 5%까지 특수교육진단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신지체장애학생이 입학하여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일이 그랬고, 대전지역의 공립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장애아동의 입학을 허용하도록 하는 일이 그랬다. 이전 세대의 부모들은 그럼 얼마나 절망 속에 체념하고 말았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눈에 보이고 실제로 그에게 주어지는 일은 너무도 많다. 이제 또 다시 그가 속한 「올바른 특수교육실천을 위한 대전시민연대모임」은 대전시를 상대로 조례제정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일명 "정신지체인권익실천을 위한 광역시 조례"로 불리우고 있는 이 조례는 정신지체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내용을 담아낼 것이다. 이변 조례제정운동이 성공하면 그는 그가 맡은 정신지체인권익실천을 위한 전국부모회의 부모들과 함께 이를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확대해 나갈 기대와 의지를 가슴에 품고 있다.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재원이와 또 다른 재원이가 살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글/박숙경 기자

사진/ 윤선애

작성자박숙경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과월호 모아보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8672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태호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