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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사람들 1] "모두 내 자녀, 모두 우리 가족입니다."

우리아버지 합창단 탁계석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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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걷는 사람들]

 

"모두 내 자녀, 모두 우리 가족입니다"


우리아버지 합창단 탁계석 단장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강남대학교회,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이곳에 수십 명의 남자들이 몰려든다. 20대에서 60대까지 사업가, 교수, 변호사, 회사원, 목사, 세일즈맨 등 다들 그럴듯한 직업을 갖고 있는 걸 보면 요즈음 말하는 "명퇴족"들은 분명 아니다.
 이들은 그야말로 "노래를 위해" 모인다. 이들 모임의 정식 명칭은 "우리아버지 합창단", 지난 5월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로 모여 아버지합창단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들 합창단원들은 최근 공연이 아닌 또 다른 일을 만들었다.
  92년 창단한 이래 꾸준히 활동을 벌이고 있는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을 비롯해 "아버지 모임 전국 연합"등 전국 34개 단체 회원, 그리고 가족 3천여명과 함께 지난 10월3일 "아버지재단"을 발족했다. 그 첫 사업으로 아버지합창단이 특수학급 장애아 13명과 대부결연식을 마련한 것이다.

  "아버지합창단은   공연보다는 모여서 노래를 부르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단원들도 노래실력 자체에 대한 부담이 별로 없죠. 오히려 노래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아버지합창단 단장 탁계석씨(45. 음악평론가)는 "단원들의 가정에서 남편 귀가 시간이 빨라져서 너무 좋다. 술도 적게 마신다. 남편이 집에서 노래를 부르니까 집안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는 등의 격려 전화가 자주 걸려 온다"고 전한다.
  단원들은 매주 월요일 저녁 8시 강남대학교회에 모여 노래연습을 한다. 단원들 모두 직업이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어서 노래연습을 위해 그리 많은 시간을 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정기모임을 주말이나 휴일이 아닌 월요일로 정한 것은 왜일까?
  "직장인들은 월요일을 두려워하죠. 일에 대한 부담감, 스트레스 대문인데 정기모임을 월요일 저녁으로 잡고 나니까 단원들이 월요일을 부담없이 보내게 됐습니다. 지금은 월요일이 가장 기다려지는 요일이지요" 이러한 아버지합창단에 대한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퍼지면서 가입신청을 하는 아버지들의 발걸음이 많아져 창단할 때 17명이었던 단원이 어느새 40명으로 늘었다는 자랑을 감추지 않았다.
  단원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단원들의 노래실력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아마추어 학창단임에도 불구하고 창단한지 5개월만에 KBS빅쇼뿐만 아니라 국회의사당, 또 목동 파리공원이나 신탄진의 크고 작은 많은 무대에 섰다. "이미 12월까지 공연스케줄도 잡혀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음성을 인정받은 것일까.

탁 씨에게 가장 잊을 수 없는 무대는
  국회의사당에서의 공여니 아니었다. "비록 교회 지하실이었지만,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두 눈을 반짝이며 노래를 부른 장애우와 고아들이 함께 한 밀알선교회에서의 작은 음악회였다"고 기억한다.
  탁 씨는 그 날 한 뇌성마비 여자아이에게 장차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었다.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에요." 그 소녀는 어렵게 입술을 움직여 답했다. 그동안 아무도 자신에게 꿈을 묻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그 기억은 탁 씨에게 오랫동안 남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거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아버지합창단은 지난 10월3일 경기도 성남시 하안남초등학교 특수학급 13명과 대부결연식을 가졌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장애아들에게 담임선생님이 월급을 쪼개 라면을 사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탁 씨가 정기모임에서 이들을 돕자고 제안을 했고, 전 단원이 찬성을 해 장애아의 대부가 되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 아버지합창단은 단원 4명을 한 조로 해서 적어도 2주에 한번은 아이들을 만나러 갈 계획이다. 또 공연 수익금 중 일부를 아이들을 위해서 사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새로 맞이한 아들딸을 위해 이제부터 더 부지런히 노래하고 공연해야 한다"며 즐거운 푸념을 하는 우리아버지합창단원들 앞에서 "고개 숙인 아버지"라는 단어가 무색했다.

 

글/ 노윤미 기자

작성자노윤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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