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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사람들 1] "경제선진국보다는 문화선진국이 되어야죠"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모임 이계준 대표

본문

 
 

[함께걷는사람들]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모임 이계준 대표

 

"경제선진국보다는 문화선진국이 되어야죠"


 

▲이계준대표

  우리 주위에는 장애우문제를 함께 풀어 나가려는 비장애우들이 많이 있다. 가족 중에 장애우가 있거나 하는 개인적인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현실적으로 여러 불합리한 상황에 놓여 있는 장애우와 함께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일을 시작하게 된 이들도 있다. 그리고 또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장애우들을 만나서 함께 길을 가게 된 사람들이 있다.
  연세대 신학과 교수 이계준(66) 목사는 후자의 경우이다. 이계준 목사는 어린 시절을 평양에서 살았는데, 역시 목사로 재직했던 그의 아버지는 사회사업가로서도 활동하셨다. 아버지가 하셨던 일 중 하나가 1930년대, 장애우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더 못했을 시절에 외국인 선교사의 후원으로 "평양농아학교"를 운영한 일이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운영하던 평양농아학교가 이계준 목사에게는 생활 속에서 장애우들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장애우를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평양농아학교가 저희 가족이 살던 집 바로 옆에 있었어요. 그래서 학교에 있는 시간 외에는 항상 장애우들을 접하면서 살았죠. 자연히 장애우들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가 없었어요. 장애우들을 바로 옆에서 매일 보는데 장애우들과 친구가 되는 건 당연하잖아요."
  그런 성장배경 때문인지 이 목사는 비장애우와 장애우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통합된 사회"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통합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름길은 항상 곁에서 장애우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우들이 사회에서 비장애우들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어야 하고, 따라서 가장 필수적인 것은 장애우들이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편의시설이 설치돼야 한다는 것이 이계준 목사의 생각이다.

  그래서 이계준 목사가 "장애인편의 시설촉진 시민의 모임(이하 장편모)"의 대표직을 맡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장편모는 작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순수 시민단체로, 현재는 건물이나 공공시설의 실태를 조사해 장애우가 활동하기 부적절한 부분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고 보완하도록 요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내년 4월에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 본격적인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장애우를 위한 편의시설 설치가 의무조항이 된다. 이에 따라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기관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도 벌일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에, 장편모에서는 법시행에 맞춰 많은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다.
  "장애우들이 비장애우들처럼 자유스럽게 다니려면 우선 휠체어를 탄 장애우나 시각장애우가 마음놓고 길거리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편의증진법이 통과됐으니까 잘못 됐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거죠. 내년이면 해당기관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니까 우리 장편모가 좀더 많은 활동을 해야죠."
  이계준 목사의 편의시설 설치활동은 장편모에만 그치지 않는다.

  연세대학교에는 장애학생동아리인 "게르니카"가 있는데, 이계준 목사가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장편모의 발대식 때 게르니카 학생들을 연결해 준 것이 계기가 돼 장애학생들이 지도교수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이계준 목사는 "게르니카의 일은 학생들이 알아서 하기 때문에 지금은 도와줄 일이 별로 없는 것 같고, 오히려 정년퇴직을 한 후에야 자신이 할 일이 생길 것 같다"고 얘기한다. 지금 게르니카 학생들이 연세대학교 내의 편의시설에 관한 조사를 하고 있는데, 조사가 끝나는 대로 학교측에 편의시설설치를 건의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때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힘이 돼주고 싶고, 비록 정년퇴직 후일지라도 학교에 재직한지 30년이 됐으니까 뒷배경이 돼줄 수 있을 게 아니겠냐"는 말에서 사려깊은 그의 품성의 폭을 헤아리게 한다.
  이계준 목사는 올해로 연세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지 30년이 된다. 이제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지만, 장애우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일은 이제부터가 더 본격적일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어떤 외국사람이 한국이나 중국은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을 거라고 내다봤다더군요. 가족주의와 유교주의의 영향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자식과 부모, 가족밖에 모르고 살잖아요. 우리나라 사회복지 수준이 저개발국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다른 사람과 같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의식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는 혼자서 해결할 수 없어요. 집단이기주의나 개인주의를 버리고 공동체의식을 갖도록 노력해 나가야죠. 이제 국민소득이 얼마냐를 따지는 경제선진국에서 벗어나 문화선진국에서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각종 모임에 나가 강연을 할 기회가 생기면 그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서비스정신을 강조하곤 한다. 기독교인의 사랑도 결국은 인간에 대한 서비스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장애우를 비롯한 약자들에 대해서 얼마나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느냐가 복지선진국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야기 끝에 이계준 목사는 함께 하는 사회에서 장애우 스스로도 자신의 권리를 찾아서 주장할 줄 알아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누군가에 의존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장애가 될 수 있고, "함께 사는 사회"에서는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 노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글/서현주 객원기자

작성자서현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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