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때 일수록 아껴야죠" > 세상, 한 걸음


"어려운 때 일수록 아껴야죠"

은평재활용센터의 마이더스의 손, 이종석 전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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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과 같은 IMF시대에도 각광을 받는 사업이 있다. 바로 전국에 1백10여 군데에 운영되고 있는 재활용센터다. 그 가운데 헌 것을 감쪽같이 새것으로 바꿔놓는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서울은평재활용센터의 이종석씨(41)의 존재는 요즘 같은 시기에 단연 빛을 발하고 있다.
  "사람들이 유명제품을 가져와서는 그 회사에서 운영하는 곳에 A/S를 받으러 갔다가 도저히 고칠 수 없다고 해서 가지고 옵니다. 그렇게 그냥 중고품으로 팔려고 두고 가는 물건을 말끔하게 내가 고쳐 드리면 보람도 있고, 또 그런 물건을 어려운 이웃들이 싼 가격으로 사는 것을 보면 기분 좋지요."
  그러나 그런 보람에 앞서 고급아파트나 주택가 주변에 여전히 쓸만한 물건들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이종석 씨나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TV, 세탁기, 냉장고 등은 자그마한 부품만 바꿔 끼거나 간단히 손보면 4~5년은 더 쓸 수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용량이 큰 것으로 바꾼답시고 쉽게 버려 버리는 것이다. "그런 생각들이 바로 정신적 장애"라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2남 2녀중 장남으로 태어난 종석씨는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후 지체2급의 장애우가 되었다. 중학교를 마치고부터 자신으 앞날을 고민하다가 다니기 시작한 생산공장, 전자부품회사 등에서 익힌 전자수리기술은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실력이 모자란 것 같다는 생각에 기술전문학원을 수료하고도 TV학원을 더 다니며 실력을 쌓은 결과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라디오, TV부문에서 은상을 차지하기도 한 그는 이제는 웨만한 가전제품은 눈감고도 고칠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 있었고 95년부터 이곳 은평재활용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하루 일과는 아침 8시30분 출근해 은평구내 전화접수를 받고 무료 수거를 해오는 일로 시작된다.
  수거해온 물건을 분리한 후 저녁 7시까지 수거해온 세탁기, 냉장고, TV를 고치고 간혹 가정으로 고장수리서비스를 나가기도 한다.
  "얼마 전 막내아들에게 중고자전거를 깨끗하게 수리해서 선물을 했더니 무척이나 좋아하더라고요." 그렇게 온 가족이 재활하고 절약하는 습관이 붙어서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아주 다행스럽단다. 하지만 때때로 집안에 전부 중고만 있어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며 아내가 투정을 내기도 한다고.

  "이 일이 쉬워 보여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물건이 큰 제품을 만지다 보면 이리 저리 움직여야 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무척 힘이 들지요. 그래도 주위 동료들이 많이 도움이 되어주고 있어 참고맙게 생각합니다."
  사실 그럴 때 보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는 과정이 그에게 더 많은 스트레스를 주었다. 그런데 얼마전 구입한 중고차는 이제 여행이 취미가 됐을 만큼 그에게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다 주기도 했다.
  그가 20대에 가졌던 꿈은 전자제품을 고치는 기술자가 아니라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곳 재활용센터에서 일하다 보니 재미와 보람이 있어 이제는 자신도 어느 한 구역을 맡아 재활용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자 꿈이 되었다.
  "제 손을 거쳐간 끝난 것 같은 물건들의 수명이 늘어나 다시 유용하게 사용되는 것을 보는 보람은 다른 분들은 잘 모르실 겁니다. 그렇게 쓰레기를 줄여주니 재활용사업이 사실 지역사회 환경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오주홍 객원기자

작성자오주홍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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