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 정을 나누는 사람들 > 세상, 한 걸음


[더불어 사는 삶] 정을 나누는 사람들

사진전 여는 이수용

본문

[더불어 사는 삶]

"정을 나누는 사람들"

사진전 여는 이수용

 

"고즈넉한 시선 어느 자락을 바라보고 있는가? 주름진 이마, 두 눈에 고인 물기가... 오른쪽에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장난치며 웃음소리 크게 보이는 아이들이 있고 그 옆에는 보기 좋은 금술 자랑하며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남과 여 그리고 또."
 가슴 뭉클한 진한 감동이 살아 숨쉬는 흑백 영화 속의 스틸사진 같은 한장한장의 촉촉한 장면들.


 

▲사진가이수용씨

이것은 다름 아닌 사진가 이수용(32세) 씨가 지난 3년간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전국의 70여개 사회복지 수용시설을 돌아보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 간직해 온 시설속 장애우들 삶의 이야기들인 것이다.

 광주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후 현재 문화일보 광고국 기획특집부에 근무하며 포토 저널리스트로서의 기질을 간직하고 있는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젊은 사진가이다.

 1965년 경기도 동두천에서 출생하여 비교적 자유분방한 어린시절을 보낸 이수용 씨는 청소년기부터 사진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학보사에서 일을 하며 농촌의 현실과 당시 사회적 상황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성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늘이 준 선물이라 생각하며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열애 끝에 작년에 결혼한 부인에게 사진기술의 비법을 열심히 전수해 주고 있는 그는 여행과 스키도 즐길 줄 아는 낭만파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시설 속의 장애우들을 카메라에 담을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5년 전 문화일보 광고국에 입사한 후 소외된 이웃사랑 캠페인의 일환으로 취재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촬영을 마치고 난 후 울기도 하고 그들의 모습이 아른거려 며칠씩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는 그는 3년전부터 현재까지 그 누구도 돌보지 않는 시설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노인들, 정신지체를 포함한 여러 형태의 장애우들, 재활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혼선의 힘을 다해 일하고 있는 관계자들과 자원 활동자, 이들의 참다운 삶의 모습을 따스한 시각으로 사각의 앵글에 담아오고 있다.

 "물론 그들의 소외된 실상과 열악한 환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제가 초점을 맞추고 싶은 것은 가진 자만이 웃을 수 있는 넋이 아니라 그들도 미소 지을 수 있다는 것 그들도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말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지금까지 상당수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장애우들의 모습을 비극적이고 처참하게 그려왔으며 이수용의 사진들은 비록 현실은 어려우나 미래에 대한 꿈을 간직한 그들의 모습을 긍정적이고 애정 어린 시각을 접근하고 있는 한편의 휴먼드라마 같다.

 여러 수용시설들을 돌아보며 정부차원의 시급한 대책이 절실히 요청되며 많은 사람들의 물질적, 정신적 후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그는 근본적으로 장애우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전시회라는 형식을 생각해 보았다는 이수용 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그 동안 촬영한 사진을 정리하여 그들의 시상과 열심히 사는 모습을 일반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며 그들을 불쌍하게만 여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똑같은 하나의 인격체라는 사실을 사진전을 통해서 알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타이틀로 열리게 되는 그의 첫 번째 수용시설 사진전은 장소와 후원만 받은 것을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는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택해 6월 22일 아크리스 갤러리를 시작으로 7월 중순에는 신촌 그레이스 연결 토론에 전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전시작은 총 790점.

 장기적으로는 내년 "장애인의 날"을 전후에서 장애우들의 밝은 면을 강조한 사진전을 열 계획이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함축된 멘트가 있는 사진집을 내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일관되게 진행해 나가는 젊은 사진가들이 소수에 지나지 않아 아쉽고, 비록 작은 수 일지라도 함께 모임을 갖고 연대해서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을 찍게 된 동기와 매력을 묻는 질문에 청소년기 때 설악산 대청봉에 올랐었는데 형언할 수 없는 신비한 감동과 아름다움으로 바라다 보이던 운해와, 10년 전 파고다 공원에서 회안과 아픔으로 목격되던 노인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는 것으로 대답을 대시하는 그는 자신의 찍는 행위에 대해 고민할 줄 알고, 사진이 갖고 있는 사실성과 예술성을 함축해서 표현해 낼 수 있는, 적어도 그러한 능력이 잠재되어 있는 젊은이인 것이다.

 수용시설을 돌아보며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어디였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장애우들과 자원활동자들 몇 명이서 한 가정을 이루어 생활하는 것, 가족 공동체였다고 말하는 그는 장애우들에게 대해 이론으로 무장할 기회는 가지지 못했지만 어느새 수용시설의 미래의 대체모형 중의 하나인 그룹 홈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각을 갖추고 있었다.

 이수용 씨의 지적처럼 아직까지 문화생활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 땅의 장애우들.

 이 지구상에 사진기술이 발명된 지 일백 오십년, 우리나라에 도입 된지도 일백여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생존의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다수의 장애우들이 사진예술의 대상이 아니라, 당당한 주체로서 사진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글 / 조옥 기자

 

작성자조옥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과월호 모아보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8672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태호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