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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삶2] "아우라지로 가는 길" 펴낸 소설가 김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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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삶2]

 

"아우라지로 가는 길" 펴낸 소설가 김원일

 

 

우울했던 젊은날, 문학이라는 한줄기 빛을 찾아
 "매사에 나는 자신감 없는 소심하고 우울한 사춘기를 보내고 있었다. 속으로는 증오심만 들끓고, 현실적으로는 몽상적이고 비판적인 내게 토마스만의 "행복에의 의지"는 한 줄기 구원의 빛이었다. 나는 그 짧은 소설에서 나와 유사한 병을 앓고는 병약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을 발견했다. 나는 마음의 병을 자학하거나 패배로 인정하지 말고, 그 막막한 불안을 글로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스스로에게 충고했다. 비로소 나는 어렴풋이 내 갈 길을 발견했다. "
 작가 김원일은 얼마 전 한 문학잡지에서 어머니가 바라던 교사의 길을 버리고 작가로 들어서게 된 여정을 회고하며 이 같이 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행복에의 의지"라는 한권의 책은 방황하던 한 젊은이가 소설가로 입문하게 되는 결정적인 산파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제 그 젊은이는 54세, 중진의 역량 있는 작가가 되어 큰바위 얼굴로 서 있다. 그가 지금까지 써온 "바람과 강", "겨울골짜기", "마당깊은 집", "늘푸른 소나무", "불의 제전"등 수많은 작품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고뇌하는 젊은이들에게 또 다른 살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예전에 그가 그렇게 영향을 받았듯이,
 소설가 김원일, 그는 1942년 경남 김해군 진영읍에서 태어났으며 대구에서 성장했고 영남대학교를 졸업했다. 1966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1961년 알제리아"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후 쉼 없이 중량감 있는 소설들을 써왔다. 그는 주로 4. 19, 6. 25 등 우리 민족사와 관련있는 의식 있는 소재를 심도 있게 그려왔는데,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국내 유수한 문학상들을 수상한 바 있다.

 

자폐아 "시우"의 영혼을 통해 발견하게 되는 우리시대의 고향 "아우라지"
 작가 김원일이 최근에 펴낸 "아우라지로 가는 길"은 종전에 그가 보여주었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우선 문체가 간결하고 짧아졌다는 것인데 우리 문학사상 유래 없는 초단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집요하게 매달려온 분단과 이념이라는 민족사적 화두를 접어두고 세상에 오염되지 않은 자폐아 "시우"를 등장시켜 후기 산업사회 즉 현대 사회의 파행적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에서 할머니와 살고 있던 스무 살 가량의 자폐아 시우는 떠돌이 고물장수의 꾐에 빠져 도시로 나오게 된다. 아우라지는 "강물 등이 어우러지다"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 남한강 상류로 흘러드는 여울목, 빨랫줄처럼 걸쳐놓은 나룻줄을 당겨 나룻배가 오가는 곳, 전체 가구사가 10여호에 지나지 않은 주인공 시우의 고향이다.
 아우라지를 떠나 황량한 모래성 같은 바깥세상을 헤매게 되는 주인공은 인신매매 등 갖은 고생을 겪는다. 햇살하나 들지 않은 지하실에서 밥도 제대로 못 얻어 먹고 유해약품으로 슬리퍼 밑창을 붙이는 일을 하다 새우 잡이 멍텅구리배 일꾼으로 팔려가기도 하고 조직 폭력배 패거리에 휘말려는 경험도 한다. 그러한 시우의 역경을 통해 산업사회 도처에 널려 있는 병패 즉 폭력, 마약, 섹스, 에이즈 등 일그러진 현대인의 세상살이가 들어난다.
 고향을 떠나 살아가게 되는 시우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고향 아우라지가 떠나지 않는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을 그는 항상 갖고 있다. 그 꿈이야말로 견딜 수 없이 힘든 도시생활에서 그를 지탱해 주는 힘의 원천이 된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싫어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 남을 때릴 줄 모르고, 거짓말을 하면 머리가 아파 오는 자폐증인 시우는 드러내 놓고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한번 들은 말과 한번 본 얼굴은 반드시 기억하며 청각과 후각이 유난히 발달해 있다. 그는 생물교사로서 전교조에 가입했다가 해직된 뒤 숨을 거둔 아버지에게서 식물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으며, 식물 특히 꽃에 대해서는 각별한 애정과 지식을 갖고 있다.
 "식물이 내뿜는 산소와 향기가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는 신념을 지녔던 아버지, 그의 뒤를 이은 주인공 시우는 바깥세상으로부터 보호막 없이 노출돼 있으나 그 바깥을 향해 끊임없이 사랑의 기운을 내뿜는 식물과 같은 존재이다.
 "시우씨는 자연과 닮은 자연인 이예요. 자연과 닮은 사람은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해요."
 결국 그는 피곤하고 지친 여정을 견뎌내고 사회복지사 경주와 함께 학교는 다니지 못했지만 한 인간으로 영원한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다.
 복잡한 논리를 거부하고 시종일관 단순명료하게 그려지는 "아우라지로 가는 길"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내세우는 복잡 세련된 삶과 사유가 사실은 얼마나 거추장스럽고 허울로 가득차 있는가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장애우 문제" 심도있게 접근하는 역량있는 중진작가
"아우라지로 가는 길"에서 보여주고 있는 작가 김원일의 생동감 있는 묘사는 자폐증세를 보이고 있는 아들을 둔 현실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음은 "아우라지로 가는 길"에 얽힌 이야기. 자폐아인 아들에 관한 것 그리고 그밖에 장애우들에 대한 평소의 생각 등을 작가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 보기로 한다.
『오래전부터 나는 장애우의 의식의 흐름과 현대사회의 복잡성을 그릴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즉 장애우가 가지고 있는 정신적 환상, 현실의 되풀이, 현실문제의 복합성 등을 작품화 하고자 했는데, 마침 작년에 몇 개의 지방신문사가 합동으로 요청해 와서 연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죠. 그것이 바로 "아우라지로 가는 길"입니다. 1년 정도 연재했습니다. 20세기 초에 등장했던 비교적 어려운 의식의 흐름수법을 쉽게 바꿔 독자가 별무리 없이 접근하도록 시도했습니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장애우가 처해 있는 현실적 위치와 관심에 대한 환기 문제, 그리고 자연회복 즉 아우라지로 상징되는 오염되지 않은 땅, 장애우와 인간, 자연이 함께 살 수 있는 낙원을 그리려 한 것입니다.
 주인공이 아이큐 70정도의 자폐아이므로 일부러 문체는 간결하고 짧은 단문으로 형태를 취했습니다. 짧은 단문 안에 주어, 술어의 형태가 나타나야 하므로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었지만 역도선수 같이 무거운 작업들만 하다가 탁구 선수처럼 경쾌한 글을 써보자는 마음으로 완성했습니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글을 마무리했죠.
 아무래도 내 아들이 자폐아이므로 작품을 묘사해 나가는데 현실감이 생기더군요. 우리 애는 올해 스물 셋이고 일반학교를 졸업한 후 지금은 신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장애우인 아들을 숨길 필요는 전혀 없지만 그렇다고 아들을 내세워 소설을 쓸 생각도 없었습니다. 94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의 아들이 정신지체 장애우였는데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아이 문제를 소설로 다루어 왔다고 말했고 매스컴에서도 집중적으로 보도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요란 떨고 싶지 않았고 특히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장애아 부모들에게 아들을 내세워 지면을 장식하는 게 호사스럽게 여겨질까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아우라지로 가는 길" 외에도 그동안 써온 많은 작품들 속에서 나는 장애우들을 비중 있게 등장시켜 왔습니다. "마당깊은 집", "늘푸른 소나무" 등과 최근에 마무리짓고 있는 "불의 제전" 등이 그 예죠.
 나는 장애우들을 비하시키거나 주역을 돋보이게 하는 그러한 존재로 담고 싶지 않았습니다. 있는 그대로 그리고 당당하게 되도록이면 활력 있고 힘찬 모습으로 그릴려고 노력했죠.
 앞으로 작품을 언제까지 쓰게 될지 모르지만, 기회가 되면, 치매, 노인 문제에 관한 글을 쓸 생각은 있습니다. 치매 문제를 통해 한사람이 겪어 온 세월, 역사에 대해서 그릴까 합니다.
 아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장애우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애우 신문이나 관련 서적들은 거의 빠짐없이 읽고 있죠. 바쁘고 소설쓰기에만 전념하기 때문에 별다른 활동은 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장애우 부모들과도 유대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장애우 부모로서 나는 우리나라의 복지현실에 불만이 많습니다. 그와 관련된 시론도 많이 썼고 실제 소설에도 삽입하고 있죠. 월드컵, 올림픽 등을 개최한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복지의 수준이 어디까지 도달했냐가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늘지고 후미진 곳까지 인권과 삶의 질이 향상되어야겠지요. 특히 장애아를 둔 가정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시급합니다. 당장에 우리 애 같은 경우에도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면 어떻게 살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오염되지 않고 순진하기만 한 시우, 그리고 그 친구들, 그들도 함께 누리는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인구의 10%가 장애우들이고 사고, 병 등으로 누구나 다 장애우가 될 수 있는 현실입니다.
 어느 가정이나 마찬가지로 장애우가 있을 수 있죠. 내 가정에는 장애우가 없어 행복하다는 생각은 옳지 못합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장애우가 있는 집은 다른 일반 가정을 대신해서 사회적 책무를 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또 그렇게 생각하면 편해지죠.
 끝없는 자기 회의를 갖기 보다는 자연스럽고 쉽게 생각하고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우문학을 말할 때 장애우가 직접 쓴 글이냐, 장애우 문제를 다루고 있는 글이냐, 아니면 단순히 장애우가 작품속에서 등장하는 글까지를 포함하느냐 등 그 범주를 어디까지 넣어야 하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어쨌든 기성의 문학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장애우에 대한 대부분의 묘사는 작가가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비하되거나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대비 효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문학적 토양 속에서 자폐증 장애우를 자녀로 두고 있는 역량있는 중진 작가 김원일은 누구보다도 장애우들의 실상과 현실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끊임없이 작품속에서 끄집어내고 있다.
 이 같은 그의 외로운 노력은 일반인들의 편견을 불식시키고 장애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데 소중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

 

 

글 / 조옥 기자

작성자조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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