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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친환경적인 먹거리로 미래를 설계해요.

유기농으로 꿈을 키우는 성남발달장애전환교육센터

본문

1+1=2,  4÷2=2,  2×2=4......세상에는 이런 셈만 있는 건 아니다. 더했지만, 적어지기도 한다. 물론 나누었다고 그만큼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곱한만큼 더 많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셈을 하는 곳. 바로‘성남발달장애전환교육센터’다. 흔히 자폐아라고 불리는 발달장애우 열 두 명과 사회복지사 세 명이 농사짓고, 가축을 기르면서 꿈을 만드는 곳, 잘 될까? 의심하는 사람들에게“당신, 해봤어?”라고 똘똘 뭉친 희망을 꺼내놓는 곳. 그 곳을 가봤다.

▲성남발달장애교육센터


※ 본문

▷소제목 : 발달장애우를 위한 전인교육
성남발달장애전환교육센터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율동공원 품에 안겨 있다. 공원 가운데에 있는 호수를 끼고 가장자리를 돌다보면, 센터를 발견할 수 있다. 센터 입구에는 성남발달장애전환교육센터라고 새겨진 큰돌이 서 있다.
시끌벅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19살부터 26세까지 12명 청춘들이 모여 있는 곳이므로.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어라, 뜻밖에 조용했다. 인터뷰를 약속한 황준연 사회복지사만이 난로를 피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조용하데요?”
“공 차러 갔어요. 점심 먹고 운동하러 간 거죠.”
그제서야 센터 내부를 한바퀴 휘 둘러본다. 사물함 열 두개가 가지런히 청춘들의 소망을 품고 있다. 큰 책상과 이십 여개 되는 의자가 각기 제 편안 자리에 있다. 그릇이 포개어져 있는 찬장과 씽크대도 있다. 사업장이라기 보다는 편안한 거실처럼 느껴졌다.
먼저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그런데, 전환교육이 뭐죠?”
“간단하게 말해서 직업교육이예요.”
그런데 황준연 씨는 이 곳이 직업에 대한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란다. 장애우들이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 혹은 직장 생활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함께 가르친다는 것이다. 동료들과 어떻게 지내는 게 좋은지, 작업을 할 때는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면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지.... 발달장애우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전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 그이 말이었다.

▷소제목 : 자신이 가르친 발달장애우들이 구걸하는 모습을 봐버린 특수교사
센터가 문을 연 것은 2000년 여름이다. 센터를 만든 사람은 김관양 교사이다. 그이는 현재 성남시 대원초등학교 특수반 담당 교사로 일하고 있다. 특수교육만 13년째라는 그이는 센터의 오늘을 있게 한 사람이다. 그이는 허허벌판 언덕에서 풀 뽑고, 돌 고르고, 울타리 치면서 희망을 품었다고 한다. 그러면 김관양 씨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제가 88년도에 특수교육 대학원을 졸업하고 성남시에서 자율방범대 활동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는 성남의 특수반 학생들, 그러니까, 발달장애우들이 별로 많지 않았으니까, 길에서 마주치면 금방 알지요. 방범 활동 하던 어느날,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아이들이 나한테 와서, 아저씨 돈 천원만!! 이런단 말이죠. 아, 이건 뭔가 잘못됐다. 순간 이런 생각이 확 들었어요. 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 없는 아이들의 현실에 눈을 뜨게 된 거죠. 그래서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만약 당신이 가르친 제자가 길거리에서 구걸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면? 그 모습을 봐버린 교사의 마음은 어떨까?
김관양 씨는 자신의 제자가 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 구걸(혹은 앵벌이?)을 하는 현실과 맞닥뜨린 거다. 아니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
하지만 처참했던 그 마음이 오늘 이 센터의 기둥이 되었다.
김관양 씨는 기자에게 특수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우의 경제적 자립을 바탕으로 한 독립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특수학교 또는 일반학교 특수반을 졸업한 발달장애우들이 길거리에서 헤매는 것을 해결하는 건 평교사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이어진 그이 말이다. 그이는 국가 차원에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센터가 성남이어서 그런지 지역의 특수반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다른 입사 조건은 없다. 아니 있긴 하다. 발달장애를 가진 성인이여야 한다는 것. 입사하고 싶은 발달장애우가 많을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센터 형편이 넉넉치 않아서 더 고용하기는 어렵다고 한다.“우리 센터에 발달장애우 12명 취업됐어요. 열심히 일새허 사업을 키우면, 앞으로 100명은 취업시킬 수 있을 꺼예요. ”김관양씨는 손가락 셈을 하다가 크게 웃는다.
발달장애를 가진 직원들의 일터. 그들이 성인이기는 하지만, 부모의 관심이 남다를 수 밖에 없겠다. 기자는 김관양 씨에게 장애우 부모들이 센터에 어떤 방법으로 참여하는지 물었다. 그이는“센터의 대표자는 누구도 아닌 장애우 부모예요”라고 말한다. 센터의 사업계획부터 수익금, 임금 분배까지 모두 부모가 관리한다고. 말하자면 장애를 가진 직원, 사회복지사, 부모가 생산-유통-소비, 노동-경영-소유를 함께 이루어내는 것이다.
김관양 씨는“농사를 지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어요. 만들지 않으면 쓸 수 없고, 일 하지 않으면 가질 수 없다는 것이였죠. 그리고 이것이 우리 센터 경영 철학이예요.”라고 힘주어 말한다.

▷ 소제목 : 발달장애우들과 함께 유기농 농사를 시작하다.

▲발달장애우와유기농농사

그러면 센터를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발달장애우들의 체력이 허약하다는 게 심각한 문제점이었다는 것이 사회복지사 황준연 씨 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을 하지 않고 산만 탔단다. 등산하고 운동하고...그렇게 6개월쯤 지나니까 장애우들의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또 한가지 어려웠던 것은 발달장애우들의 능력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차이가 오히려 장애우들 각자의 특성을 살려주는 출발점이 되었다고 황준연 씨는 말했다. 그래서 지금은 팀을 이루어 작업을 한다. 계산이 안되지만 짐을 잘 나르는 사람, 말은 잘 못해도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는 사람, 계산도 안되고 정리도 잘 못하지만 상추를 잘 따는 사람. 이렇게 부족한 부분은 서로 돕고, 잘하는 것은 부추기며 팀을 이루어 일한다.
“장애 때문에 시간도 더 걸리고 힘도 더 들지만, 느려도 같이 갑니다. 모두가 같이 가는 것이 중요하잖아요”황준연 씨 말이다.
센터가 자리잡고 있는 곳은 공원 땅이다. 2000년 4월부터 이 곳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데 지금은 면적이 1100평이다. 처음엔 시유지인 공원 땅을 빌려서, 200평짜리 비닐하우스 1개로 시작했다고 한다. 두 동을 더 지어 지금은 비닐하우스가 3개다. 겨울인 지금, 비닐하우스에서는, 보기만 해도 아삭한, 상추, 근대 등의 채소가 쑥쑥 올라와 있다. 비료 없이도 저렇게 잘 크는 것이 신기했다. 여름에는 토마토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특이한 것은, 이 곳에서 생산해내는 채소는 모두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작물이라는 것이다. 환경오염이 심각해질수록 많이 나타난다는 발달장애우. 그들이 친환경적인 먹거리를 사회에 내놓는 것이다.
한 가지 의문, 왜 센터는 농사를 선택했을까? 다른 일도 많은데.
김관양 씨는“1990년 특수학교로 발령 나면서 발달장애 학생들의 직업이 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동물 기르기와 농사에 주목하게 됐죠. 그 중에서도 발달장애우에게 직업과 여가, 치료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일. 바로 농사가 적합하다고 결정했던 거죠.” 하지만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농사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단다. 농사 중에서도 유기농 농사를 선택했다. 발달장애우들이 환경호르몬의 피해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친환경적인 사업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리고 김관양 씨는 점차 깨끗한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니까, 유기농 농사가 사업성도 밝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센터는 유기농 농사와 더불어 유기농 축산도 같이한다. 유기농 축산이 뭐냐면, 가축들에게 성장촉진제나 항생제 등을 먹이지 않고 공장에서 만든 사료를 주지 않는, 자연의 힘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한다. 센터 수확물인 유기농 채소를 먹이로 주는 것이다. 센터에서는 그 첫 단추로 개와 닭을 키우고 있다. 닭을 키우기 위해 따로 비닐하우스도 한 동 지었고, 지금 개집을 만들고 있는데, 시중에서 20만원은 넘게 줘야 맞출 수 있는 축사를 3만원에 만들었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센터의 하루 일과를 들여다봤다. 장애우들은 성남 수원 등지에서 한시간 이상씩 걸려서 출근한다. 9시까지 출근해서 오전에 농사짓고, 동물들 돌보고. 점심을 먹는다. 누가 밥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돌아가면서 밥을 하고 반찬 만들고 상 차려서 나눠 먹는다.
그리고 나서 운동하고 다시 농사짓고, 채소 팔러 나가는 날이면 함께 외출을 한다.
그럼, 말이 나온 김에 센터의 1년도 같이 가볼까.
황준연 씨에 따르면 3월이나 4월에 토마토 모종을 심는다고 한다. 발갛게 키워서 6월이나 7월에 거두고 내다 판다고 한다. 물론 유기농 토마토다. 한편으로 상추 농사를 준비한다. 먼저 퇴비를 만들고, 비닐하우스에 상추씨를 뿌린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겨울. 장애우들은 벌목현장이나 공사장에서 나무를 모아오고, 겨울나기 준비를 한다. 초겨울부터는 상추를 판다. 농사짓는 중간에 짬을 내어 영화보고, 쇼핑하고, 수영하고, 등산하고, 농사 일정에 따라서 여러 가지 활동을 같이 한다.
함께 일을 하다보니 보람도 크다고 한다. 언어 장애가 있던 직원이 상추를 팔면서 말을 더 잘할 수 있게 되었고, 자폐 성향이 있던 직원도 다른 사람과 어울리면서 이제는 시선을 회피하지 않고 맞출 수 있게 되었단다. 황준연 씨는“가장 큰 보람은 말이죠. 예전에는 직업인식이 부족했던 발달장애우들이 이제는 채소가 안 팔리면 속상해하고, 많이 팔면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게 되었다는 거예요.”라고 덧붙인다.
장애우들이 채소를 직접 팔다보면 사실, 장애우라고 그냥 돈을 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럴 경우 절대 돈을 그냥 받지 않는다. 동정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로 승부하기 때문이다.
흔히 자폐아라고 불리는 발달장애우들은 특수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과 전공과 2년까지 모두 마쳐도 취업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래도 학교 다닐 때는 사회 속에 있었는데, 졸업하면 재가장애우가 된다. 다시 제자리. 따라서 발달장애우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계속 함께 할 수 있는 대책이 정말 필요하다. 그 대책 중 하나의 모델이 바로 성남 발달장애전환교육센터인 셈이다.
김관양 씨는“발달장애우는 어떻게 보면 환경오염 피해자들이에요. 비장애우들이 환경을 오염시켰으니까, 그래서 인간의 존엄성이니 뭐 그런 것 거창하게 따지지 말고, 조금씩 나누자는 거예요. 우리가 친환경적인 먹거리를 만들면, 사회가 이걸 먹고 건강해지는 거 아닙니까? 그 일에 발달장애우인 우리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저는 저희 같은 모델이 더욱 확산되어서 장애우들이 일을 갖게 되고 또 환경의 중요성도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기자는 김관양 씨에게 이 사업이 장애우 직원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기본적으로는 발달장애우들이 취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거죠. 그리고 사업장이 커지면, 후배들이 비장애우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같은 아픔을 가진 선배들을 보고 배우는 것이 중요해요. 더 나아가서 발달장애를 가진 직원들이 전환교육의 한 축을 맡아 직접 사업장을 꾸려나가게 되면 더 이상 바랄게 없는 거죠.”

▷사진/이태곤   글/최희정

 

 


 

작성자최희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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