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만난 장애우] 시각장애우 발명가 김운영 > 세상, 한 걸음


[이달에 만난 장애우] 시각장애우 발명가 김운영

어두움, 그 한계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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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착 외신은 시각 장애우들의 그동안은 불편을 덜어줄 수 있는 획기적인 발명품들의 개발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시각 장애우의 입장에서 보면 가히 혁명적인 발명품들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몇몇 발명품들의 내용을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이탈리아 토리노 대학의 한 교수와 한 의료기구 생산 회사 사장은 시각 장애우들이 장애물을 피할 수 있고 교통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는 때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버스 번호와 다른 표지를 판독할 수 있게 하는 "레이더 지팡이"를 발명했다 한다. 이 발명품의 기초가 되는 것은 "적외선 눈"으로 이 눈이 각종 신호를 읽어 이 신호를 음향 신호로 청취기를 통해 시각 장애우에게 전달되는 원리라 한다.

(3월 23일자 동아일보) 또한, 프랑스에서는 시각 장애우용 소리나는 안경이 개발됐다. 이 안경의 원리를 안경에 온통 빛이 민감한 "광학 탐지기"를 붙여 자연 광선, 반사 광선을 모두 분별할 수 있도록 한 후 이를 소리로 전환해 시각 장애우가 눈앞의 물체를 구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약간 안경 두께가 두꺼울 뿐 보통 색안경과 비슷한 이 안경은 자연의 빛은 물론 물체가 반사하는 빛을 물체의 성분별로 구분하여 이를 소리로 표현하게 함으로써 안경을 쓴 시각 장애우는 바로 앞에 어떤 물체가 있다는 것을 금방 알게 돼 있다 한다.

(4월 29일자 한국일보) 그리고 미국에서는 장애우들을 위한 컴퓨터 장치가 최소한 1천 6백여 가지가 생산되고 있는데 그 중 시각 장애우를 위한 컴퓨터 장치로는 컴퓨터를 이용해 글을 읽고 쓰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선 소리내어 말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오자까지 골라내 주는 장치가 이미 실생활에 쓰이고 있단다. (5월 20일자 스포츠 서울)
대강 살펴본 정도로도 우리는 시각 장애우가 장애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시기가 곧 오리라는 예감을 감지해 낼 수 있다. 이렇듯 활발한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국내의 장애우용 발명품의 개발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특히 예로 든 시각 장애 쪽의 경우 몇몇 입지전적인 시각 장애우 스스로 개발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사회적 관심이 전무한 상태에서 행정적 배려마저 전혀 없어 예산부족으로 발명 성과마저 사장시켜야 할 형편이다. 이 달에 만난 장애우 김운영씨도(42세) 발명 제품을 생산할 1천만 원이 없어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해 낸 발명품을 실용화 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김운영씨에게서 이번 발명에 얽힌 뒷 얘기를 들어본다. 참고로 김운영씨는 이미 지난 연초 컴퓨터를 이용해 장애우용 한글 음성 점자 워드 포로쎄서(코이 워드)를 개발해 내 시사회를 가진 바 있다.

- 시각 장애우들의 불편을 덜어 줄 수 있는 획기적인 발명품들의 개발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번에 김운영씨가 개발해 낸 발명품은 어떤 겁니까?
◎제가 코이 워드를 만들고 나서 사단법인 시각 장애우 복지회 시각 장애우 용구 개발 위원장과 카톨릭 시각 장애선교회 시각 장애 용구 개발 위원회에 상임 위원으로 위촉 됐습니다. 직함이 그렇다 보니까 자연히 시각장애 용구에 대해서 더 관심이 많아지더군요. 그런 과정에서 더 좋은 시각 장애 용구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게 바로 점자 프린터라든가 버스 노선표 알아보는 장치 개발 같은 아이템을 구상하게 된 겁니다.

- 버스 노선표 알아보는 장치는 시각 장애우들이 버스를 불편 없이 탈 수 있는 기발한 발명품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설명을 좀더 해 주시죠.
◎나 스스로가 시각 장애우이다 보니까 시각 장애우들의 불편함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습니다. 시각 장애우들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사실상 다른 부분에서는 불편을 못 느낍니다.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더 편한 세상을 몰랐으니까 불편을 못 느낀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가장 큰 불편을 느끼는 것이 바로 버스와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죠. 빈차인데도 그냥 가버리면 속수무책이니까요. 그리고, 독서 행위입니다. 책 읽게 만드는 장치도 연구 중입니다만 그건 아주 먼 얘기고 가장 가까운 게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는 것인데 현재 기술적으로 가능한데 돈이 없어서 개발을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컴퓨터를 이용하다 보니까 이런 아이디어도 나온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8비트 여덟 개의 칩만 있으면 2백 5십6개의 임포메이션이 나옵니다. 여덟 개의 칩만 가지면 2백 5십 6개의 사연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지요. 거기에 한 개씩만 더해 가면 ×2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열 개의 칩이면 1천 2백 4개를 표현할 수 있어요. 열 여섯 개의 칩이면 자그마치 6만 5천 5백 3십 6가지의 임포메이션을 만들 수가 있거든요. 왜 이런 소리를 하냐 하면 쉽게 얘기해서 시각 장애우들에게 전자 계산기 같이 생긴 기계를 하나씩 나눠주고 라이터 만한 수신 장치를 전 버스에 부착해 놨을 때 가령 시각 장애우인 제가 136번 버스를 타고 싶을 때 계산기 같이 생긴 기계에다 136이라고 번호를 누른단 말이에요. 그러면 136번 버스가 와서 개 문을 했을 때 그 위치에서 백 삼십 육, 백 삼십 육, 하며 음성으로 알려준다 그 말입니다. 그러면 우리 시각 장애우들은 정확하게 버스를 탈 수 있는 겁니다.

- 실용성은 검증해 보셨습니까?
◎물론이죠. 베테랑 급 엔지니어에게 회로 얘기까지 해 주면서 이것이 가능한지 물어 봤습니다. 그 사람이 만들어 보더니 가능하다고 결론이 난 거예요. 이건 굳이 기술자가 아니라도 설명을 하면 납득이 가요. 비디오나 텔레비전의 리모트 컨트롤을 보셨지요. 거기에서 1번부터 99번까지 마음대로 채널을 조정할 수 있을 겁니다. 그걸 한 단위만 높이면 999번까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1번부터 999번까지 채널을 마음대로 선택하죠. 쉽게 이렇게 생각해 보자고요. 리모콘 원리는 어떤 음성 주파수 내지는 적외 주파수가 나가기 때문에 그것을 센서가 감지해서 TV에서 알아서 채널을 찾아주는 원리이거든요. TV에서는 저 리모콘에서 나오는 명령이 몇 싸이클을 잡으라는 것인지 알아듣는다는 얘기입니다. 그 작동 맨 마지막 부분에다 음성 IC만 하나 넣어주면 되는 거예요. 그럼 몇 번, 몇 번 얘기를 하는 거죠. 바로 여기에 착안을 한 겁니다.

- 김운영씨의 말씀대로라면 적어도 시각 장애우들이 대중 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 겪는 불편함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겠군요. 언뜻 떠오르는 생각이 이 원리를 이용하면 교통 수단 이용뿐만이 아닌 예컨대 시각 장애우의 활동상의 불편함도 해소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효율성의 확대 해석에 관해 말씀해 주시죠.
◎999번까지의 수신 장치가 있다고 가정해 볼 때, 현재 서울의 버스 노선이 과연 1번부터 999번까지 있느냐 하면 그렇지가 않죠. 약 400여 노선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럼 나머지 500여 개를 어디에 활용하느냐 하면, 기계가 나오면 그걸 가진 시각 장애우들에게 매뉴얼을 나눠줘야 할 테니 나눠줄 때 번호에 따른 효능을 따로 표시해서 일률적으로 나눠줍니다. 가령 700번 단위가 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701번은 건널목용이라는 거죠. 파란 불이 들어 왔을 때 신호가 울리는 것이죠. 또, 702번부터 725번까지는 마케팅용이라면 702번은 의류가게, 703번은 전자 제품 가게 704번은 가구 가게 이렇게 쭉 정해놓고 번호에 따라서 수신 장치를 하나씩 해당 대상에 걸어 두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면, 시각 장애우가 만약 가구를 사고 싶으면 704번을 눌러 놓고 그 상가 앞을 돌아다니다 보면 "삐", "삐", "삐", "삐" 아니면 "가구", "가구" 하고 신호가 오겠죠. 지금은 바로 옆에 자기가 사고 싶은 것이 있어도 보는 사람이 옆에 없으면 살 수 없지만 이 기계가 보급되면 혼자서도 충분히 물건을 구입할 수 있을 겁니다.

- 외국의 경우 원래 시각 장애우들의 모빌리티(움직이는 기동성)는 어떤 장치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보다 일반 비장애우에 의해서 안내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라는 것을 사회에 막 바로 반영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우리 사회의 경우 이런 당위성이 통용되지 않아 자구지책으로 이런 발명을 하신 걸로 이해되는데요. 지금 진행이 어느 단계까지 돼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기계가 완제품이 나와서 양산단계 직전까지 드는 비용을 약 1천만 원으로 잡고 있습니다. 1천만 원이면 양산 기초까지 갖춰진다는 얘기지요. 아쉽게도 저에게 예산이 없기 때문에 현재 더 이상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 그러면, 만약 정부 차원에서 예산만 지원해 준다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까? 어떻게 정부 채널에 건의를 해 보셨는지요?
◎그 간의 예로 보아 원래 관리들은 눈앞에 확실한 것을 보여줘야만 하는데 시제품을 만들지 못해서 아직 시도해 보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눈에 보여주고 나서 "이렇게 가능합니다." 해도 될까 말까 일 것입니다. "충분히 일리가 있으니 앞으로 다같이 달성될 수 있도록 연구 검토해 봅시다" 이 정도 반응만 있을 거예요.

이태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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