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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과 햇살] "아이를 낳는데 도움이 필요해요"

출산앞둔 여성장애우 김은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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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과 햇살]

 

"아이를 낳는데 도움이 필요해요"

출산 앞둔 여성장애우

김은경씨


누군가 세상에서 아이를 낳을 때의 고통보다 더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 아픔의 시간이 지나고 아이를 안을 때 엄마가 된 기쁨보다 더 큰 것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그 기쁨을 맛보기 위해 건너야 할 산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중 형편이 어려워 도움을 요청한 여성장애우 김은경씨를 만나봤다.

 

 

늦은 나이에 얻은 임신의 기쁨, 그러나……

 

  서울 신길동에 사는 김은경씨는 작년 6월에 33세의 나이로 결혼해 노처녀라는 딱지를 뗀 아직은 새댁이다. 결혼과 함께 임신을 해서 오는 4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나이가 나이인지라 첫 아이가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임신 8주쯤 돼서 자궁근종(자궁 안에 혹이 생기는 것)이 발견됐어요.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입원을 했죠. 자궁근종이 심해지면 종양이 될 수도 있고 그러면 아이가 다칠 수도 있대요. 유산할 수도 있다고 해서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혹이 더 커지지는 않아서 수술은 하지 않았어요."
  수술은 하지 않았지만 1주일 동안의 입원비와 간병인 고용비로 고스란히 70만원이 들었다. 두 손으로 목발을 짚어야 하니 링겔병을 들고 움직일 수가 없었고, 화장실 가고 밥을 타러 가는 것도 역시 곤란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간병인을 고용했던 것이다.
  그 전에는 혼자 병원을 다녔지만 6개월부터는 몸이 무거워서 자원활동자를 구했다. 그런데 복지관에 알아봤더니 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니면 연결해주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자원활동자를 어렵게 구해도 약속을 어기는 경우가 있고 자꾸 사람이 바뀌니까 일일이 설명하기도 곤혹스러웠다.

 

 

친척도 없고 간병인 고용할 형편도 안 돼요

 

  설상가상으로 김은경씨가 이런 고통을 당하는 동안 친정이나 시댁 식구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어요. 아버지는 재혼을 하시고 저는 어머니와 살았어요. 어머니는 조그만 사업을 하셨는데 실패하시고 돈을 벌어 저를 찾으러 온다고 하시면서 저를 아는 집에 맡겼죠. 끝내 돌아오지 않아 외동딸인 저는 지금까지 혼자 살아왔어요."
  올해 75세인 시어머니는 신경통으로 움직이기 곤란하다. 다른 식구들도 직장생활을 하니 그이를 돌볼 형편은 안 된다. 두 아이의 엄마인 시누이 역시 임신 중이어서 도움을 청할 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김은경씨가 결혼하기 전까지 한 일은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내서 전화를 대신 받아주는 일이었다. 1건당 10만원 정도로 한 달 수입이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60만원이 될 때도 있었다.
  김은경씨는 혼자 살아가야 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정규과정을 밟지는 못했다. 틈틈이 독학을 해서 검정고시로 중학과정까지 마쳤다. 고등과정을 공부하던 중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지고, 중이염으로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 덕에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은 살고 봐야 하니까.
  "결혼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가톨릭모임에서 주최한 미팅에서 남편을 만났어요. 인연이 있었는지 6개월 정도 교제하다가 사람이 착해서 결혼을 했죠. 혼자 살다가 결혼하니까 의지할 데가 생겨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남편은 지체장애 5급으로 귀금속 가게에서 수공일을 한다. 그런데 직장을 옮긴지 1년 남짓 돼 아직은 보수가 많지 않다. 3월이면 아이가 태어나니까 더 절약하기 위해 남편은 지금도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성실한 가장이다.

 

 

자궁근종 수술비에 입원비까지 걱정 태산

 

  그녀는 여성장애우로서 병원을 이용할 때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토로하고 있다. "처음에 개인병원에 갔더니 고혈압에 나이가 많아서 임신중독이 될 수도 있으니 종합병원에 가서 내과치료를 받으래요. 제가 소아마비 장애가 있어서 다리가 약하거든요. 하체에 힘이 없으니 자연분만도 못하고 제왕절개를 해야 돼요. 그러니 인큐베이터도 있고 수혈도 힐 수 있는 종합병원에 다니게 됐죠. 종합병원에서도 불편한 점은 많아요. 침대 높이도 일반인 위주여서 오르내리기가 불편해요. 한 개 정도만이라도 장애우용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사소한 거지만 환자복이 짧은 치만데 장애가 있는 저는 다리를 내놓기가 신경 쓰여요. 앉아있는 것도 불편하고요. 그래서 수술복을 입고 있었더니 왜 수술복을 입고 있느냐고 간호사가 잔소리를 하더군요."
  김은경씨는 현재 종합병원에 다니고 있다. 종합병원에 다니다보니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다녀오면 초음파검사비하고 약값, 내과치료비, 접수비, 교통비까지 10만원은 족히 든다. 지금부터 이렇게 지출이 많으니 아이를 낳고서는 어떻게 살지 더 걱정이다. 병원에서는 자궁근종 수술에다 제왕절개를 하고 입원까지 하면 1백50만원 정도의 돈이 든다고 한다.
  출산하고도 한동안은 아이 예방 접종하러 병원에 자주 가야 하는데, 1주일에 2번 정도 꾸준히 와줄 자원활동자라도 해결이 되면 좋으련만. 수술비에다 간병인까지 고민하다 보면 한숨만 나온다.
  "산모가 걱정을 너무 많이 하면 아이한테도 좋지 않다던데."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김은경씨의 고민은 늘어만 간다.
  이렇게 형편이 어려운 김은경씨, 그녀에게 주어지는 정부차원의 지원은 거의 없다.
  "결혼 전에는 생활보호대상자였어요. 결혼을 하니까 거기서도 제외되고 지금은 의료보험 외에는 별 도움이 없어요."
  기독교 신자인 김은경씨 내외는 요즘 아침마다 기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도 기도를 하면서 "아이를 낳고 생활이 안정되면 우리도 어려운 사람들을 꼭 도와주겠습니다"라는 다짐도 빼놓지 않는단다.
김은경씨가 건강한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해 본다.

 

(김은경씨 연락처 844-8966)

 

글/ 노윤미 기자

작성자노윤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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