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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웃 2] 형식적인 장애우 등록제 때문에 피해본 서길자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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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깜박 속을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현재의 장애우 등록제가 너무 형식적이기 때문이에요. 사기를 당한 게 무슨 자랑거리는 될 수 없지만 그렇게 허술하게 등록을 받으니 다시 종합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그 사람의 말을 믿을 수밖에 요."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하다가 기자의 간곡한 부탁에 어렵게 말문을 연 서길자(양 하지마비 장애우, 안양시 안양 4동 거주) 아주머니의 첫마디다.

아주머니의 말을 종합해 사기 당하게 된 내력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장의사를 경영하는 아주머니 가게로 말쑥한 공무원 차림의 30대 남자가 찾아왔다. 그 남자는 자신을 안양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뒤 정부시책에 따라 장애우 등록여부를 확인하러 왔다면서 등록수첩제시를 요구했다.
아주머니가 수첩을 꺼내 보여주자 그 남자는 수첩을 검토하는 척 하면서 지나가는 말로 아저씨가 요즘도 시청에 자주 드나드느냐고 물어왔다. 아주머니는 남편이 의료보험 관계 일로 시청을 자주 드나들기 때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남자는 더 나아가 아주머니가 세 들어 사는 집주인의 근황도 거론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틀림없는 사실들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그 남자는 불쑥 6월 29일부터 등록 장애우에게 혜택이 주어지는데 그 사실을 아느냐며 아주머니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의료보호, 전기, 전화세 할인, 연금이 매달 10만원 지급되는 등의 혜택이 주어진 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한 종합검진이 필요하다면서 아주머니로 하여금 종합진찰을 받기를 권하였다.

연 전에 장애우 등록을 할 때 형식적인 검진을 받지 않고 제대로 검진을 받았다면 아주머니는 결코 이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 수박 겉 핥기 식의 검진으로 등급을 받았으므로 아주머니는 그 사람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진씨라는 이 남자는 아주머니가 의료보험에 가입했냐고 물어본 뒤, 일반진찰은 20만원 의료보험 가입자는 12만원, 시청을 통하면 8만원이라고 가격을 제시하였다.
아주머니는 어떻게 수속을 밟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 남자는 자신이 수속을 대신해 주겠다면서 덧붙여 연금을 받으려면 통장을 개설해야 하는데 천 원만 주면 그 절차도 대신 처리해 주겠노라 하며 같은 안양시 비산동에 산다는 차현순이라는 장애우 처녀가 일임했다는 종합진찰 신청서류를 보여주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주머니는 솔직히 나가서 수속을 밟기가 귀찮고 그 남자의 말이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으므로 합계 팔만 천 오백원의 돈을 그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건네주면서 고맙다고 하니까. 뭐 우리가 하나요 다 위에서 시키는 거죠. 우리는 심부름만 하는 거예요. 그러더군요. 내참 기가 막혀서."
이 사기 극은 이 남자가 돌아간 뒤 한참 후 밖에 나갔다 돌아온 아주머니 남편이 동회에 확인전화를 걸어봄으로써 비로소 속았다는 내막이 밝혀지게 된다.

"나야 그렇다 치고 다른 장애우들이 걱정되네요. 그 사람하고 다니는 걸 봐서는 속았으면서도 6월 29일부터 혜택이 주어진다니까 마냥 기다리고 있는 장애우들이 있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어요"
결론적으로 이번 서길자 아주머니가 당한 사기는 정부가 장애우 등록제를 시행함에 있어서 뚜렷한 명분도 없이 형식적인 절차와 검진으로 일관함으로써 발생이 예견됐던 구조 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기범도 나쁘지만 이러한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장애우가 처한 현실을 방관만 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 또한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태곤 기자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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