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만난 장애우] 산재장애우 위험 속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 세상, 한 걸음


[이달에 만난 장애우] 산재장애우 위험 속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본문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나는 일도 하지 못하고 돈도 벌지 못한다.
남들 하는 말이, 나 같은 것은
작업복 쪼가리보다도 쓸모가 없다고 한다.
뒤돌아 보지 말자, 사랑야 한다.
깨무는 입술에 피는 흐르고
욕설과 눈물 속으로 뻗치는
그리움 속으로 달려오는 앞날들.
<산재통신 제4호 중에서>

60년대이래 지속되어 왔던 급속한 경제 성장의 문제점과 자본가만의 이익을 위한 저임금 구조의 정착화, 이로 인한 장시간의 노동, 낙후한 작업 시설과 열악한 작업 조건으로 인해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산업 재해의 공포와 직업병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14만 명 이상이 산재를 입었다. 이러한 산재 사고는 가진 것이라고는 자신의 노동력 밖에 없는 노동자에게 그 노동력이라는 상품마저도 아주 팔지 못하게 되는 경우와 노동력의 가치가 절하되는 경우를 만든다. 이로 인해 최저 생계 및 절대 빈곤 수준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현실에서는 산업 재해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므로 생계 자체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속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생활하던 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하면 그것조차 보상되지 않아 더욱 비참한 삶을 근근히 이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산업 재해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반민주적, 반 노동자적 경제정책이나 기업 경영 또한 그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그 속에서 노동자와 산업 재해 장애우들의 생존권은 점점 더 보장받기 힘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재 장애우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투쟁은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87년 9월에 조직된 "산업 재해 노동자 연맹"도 이러한 맥락에서 만들어져 지금 활동하고 있다. 민주화의 욕구만큼이나 뜨거운 7월 어느 날 함께 걸음은 이 "산업 재해 노동자 연맹"의 간사인 오영권씨를 찾았다.

- 산재는 언제 어떻게 당하셨습니까?
◎87년 초에 작업장에서 용접을 하다 프레스 압력으로 가스통이 터지는 바람에 간이 파열됐습니다. 한 6개월 가량 병원 신세를 지다보니 자연히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퇴원할 때 즈음에 "산업 재해 노동자 연맹"에 가입했죠.

- 대개 산재는 어떻게 당하고, 보상은 어떻게 받는지요.
◎기업주나 정부는 노동자들이 실수나 부주의로 산재가 발생한다고 떠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산재가 경기(景氣)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걸로 봐도 알 수 있지요. 호황 기에는 공단 근처 병원이 모두 산재 사고 자로 채워질 정도로 그득하고, 요즈음과 같은 불황기에는 산재사고가 현저히 줄어들어 병원에도 산재 피해자가 별로 없습니다.
산재의 근본적인 원인은 저임금과 근로 조건, 근무 환경 등에 있습니다. 안정 장치 하나 없는 프레스나 사출기 그리고 환풍기조차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지하실에서 야근에 쳘야, 특근으로 쉴새없이 장시간 중노동을 하니 산재가 발생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는 거죠.
산재 보상은 노동부에서 1차로 받고 사업주를 상대로 민사상의 보상을 받지만 그 액수라는 게 보잘것없는 거죠. 산업체라도 영세하면 그나마도 못 받기 일쑤고요
산재를 당해 병원에 가도 보험수가가 일반 환자의 절반 정도인 산재 자는 찬밥신세죠. 치료도 엉망이고요. 부당한 보상에 소송을 하려해도 까다로운 소송 절차와 진행에 나온 보상금도 이것 떼고 저것 떼면 산재 자에게는 절반 정도 밖에 안 떨어지고 해서 실제 산재 자는 소송을 겁내고 있는 형편이죠. 그 소송도 판결 후에 큰 액수가 떨어질 수 있는 사건이나 변호사가 맡지 그렇지 않은 건 변호사가 맡지도 않아요.

- 산재 장애우의 실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한마디로 말이 아니죠. 몸뚱이 하나로 먹고사는데, 그 몸을 다쳤으니 이젠 먹고 살길이 막막한 거죠. 산재 후 회사나 나라에서의 적절한 생계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 가정 파탄은 예사고 자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산재 당한 뒤 자살하는 사람이 일년에 50명 정도라니까 산재자의 생활이 얼마나 비참한지는 쉽게 짐작이 갈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산재 사고가 점점 더 늘어만 간다는데 있어요. 작년만 해도 산재 사고를 당한 사람이 14만 명이나 되고 그 중 평생 장애를 입게 된 사람이 2만 6천 명, 죽은 사람은 1725명이나 됩니다. 하루에 5명 이상이 작업장에서 죽어 나갔다는 거죠. 이러니 이건 작업장이 아니라 전쟁터라 할만하죠. 이 수치도 노동부 통계 즉, 5인 이상의 산업 재해 보상 보험법 적용 작업장에서의 산재 사고니까 실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죠 전국의 산재 자는 약 350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 그럼 이러한 산재에 대해 노조는 어떻게 대응합니까?
◎우리나라 노조는 산재에 대해서는 사활을 걸고 투쟁하지 않습니다. 항상 산재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다른 급한 일 때문에 이 산재 문제는 뒤로 미뤄지고 있는 상태랄 까요. 임금 투쟁이나 전체 노동자 권익 투쟁 등이 우선적인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생명·건강에는 신경을 못쓰고 있습니다. 저울질하면 노동자의 생명이 더 무겁고 시급하겠지만 전체 노동자가 공통적으로 당하는 것도 아니고 또 정부 얘기대로 실수나 부주의 혹은 재수가 없어서 산재를 당한다는 생각도 잔존하고 있어 전적으로 산재예방 및 보상 투쟁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긴, 이러한 전체 노동자 권익 쟁취 투쟁이 산재를 막고 산재 시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하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요새는 많이 자각해서 노조에 "산업안전 보건 부"라는 부서를 설립하여 활동하고 있는 노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힘있는 노조나 하지 힘없는 노조는 엄두도 못내죠.

- 그래서 이런 산업재해노동자연맹과 같은 단체의 결성이 불가피 했던 것 같군요. 산업재해노동자연맹은 언제, 어떻게 결성돼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얘기 했듯이 해마다 산업재해는 늘어가고, 산재 자의 생존은 점점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산재자의 생존권을 확보하고 민주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보다 주체적이고 조직적인 투쟁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87년 9월 27일에 이 산업재해 노동자 연맹이 결성된 거죠.
아직 모든 것이 미흡한 상태입니다. 운영은 산재를 입은 약 100여명 회원의 회비로 하고 있습니다. 활동은 산업재해자의 생존권 보장과 권익 쟁취, 산재 예방 대책 및 교육을 중점 사업으로 설정하고, 산재를 입은 사람을 찾아가 그들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이나 부당 행위를 최소화하는 일 즉, 노동부 산재 보상·치료·민사 소송 기타 노동문제에 대해 상담하고 이를 통한 조직 확대를 꾀하는 일을 하죠. 그리고 산재 자 권익쟁취를 위한 집회나 시위에의 참여 및 인력 동원, 회보「산재 통신」을 통한 의식 공유 및 확산 등도 저희들의 주요 활동 사항입니다.

- 앞으로 계획하시는 일은?
◎생계 대책 마련이 하고 있는 일이자 계획이죠. 지금은 조직 자체 내의 생계대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조직의 힘이 커야 쟁취하는 것도 많기에 "전국산업재해노동자연맹"이 될 수 있도록 각 지방에서의 조직 확산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많은 어려움이 있는 상태입니다. 산재자의 친목 적 단체는 많으나 운동 단체는 이곳 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 모두에 대한 규합이 필요하나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 본인이 산재를 입은 뒤 달라진 장애우 관이 있다면?
◎당연히 달라지죠. 장애를 입기 전에는 장애우를 대할 때 그저 안됐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는데, 이제는 결코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아요. 사실 산재자의 사회적 권리 쟁취 투쟁의 입장은 순수노동자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장애우 권익 쟁취 운동 논리와 그 맥을 같이 하는거죠.

- 끝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죠
◎노동자 산재를 당하면 성격도 많이 바뀝니다. 소극적이고 이기적으로 되어버리죠. 이러한 모습을 버리고 어려울수록 그 고통을 함께 공유하며 사로의 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모여 주었으면 해요.
그리고, 장애우를 보는 사회의 시각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더욱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고요.

김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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