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만난 장애우] 장애우운동 그 가능성을 믿고 싶어요. > 세상, 한 걸음


[이달에 만난 장애우] 장애우운동 그 가능성을 믿고 싶어요.

지체장애우 대학생 이희경

본문

지난 "함께 걸음" 7월호에는 "장애우 복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기사가 실렸었다. 장애우 문제 전반에 관한 장애우와 일반인의 인식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작성된 설문의 분석을 다룬 것이었다. "장애우 관", "장애우 복지정책", "장애우의 교육·취업 문제", "민주화와 장애우 문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설문의 분석 기사는 장애우와 일반인의 장애우 문제에 대한 인식 정도나 의식 수준 등을 짐작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왠지, 설문 분석에 나타난 사실들은 우리로 하여금 막연히 "그런가 보다"라는 생각만 들게 하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생각과 상황에 대한 분석 결과이다 라는 실제 감을 주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몇 개의 보기에 대한 선택의 백분율로만 나타내어지는 설문 분석 특유의 한계라 하겠으나, 아쉬움이 남는 것만은 어쩔 수 없다.
이에 11월의 "함께 걸음" "이 달에 만난 장애우"에서는 장애우 문제에 대한 견해의 특수성보다는 대표성을 띠리라 생각되는 장애우를 만나 장애우문제 전반과 장애우의 삶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를 듣고자 한다. 이의 만족을 위해서는 다양한 계층 각인의 이야기들을 모두 들어야 하지만, 사정상 이번 호에서는 "한 장애우 대학생"으로 그 범위를 제한하고자 한다. 장애를 지닌 대학생의 사회문제, 장애우 문제, 개인의 생활 등에 대한 시각, 느끼는 점, 등은 어떠한가 알아보았다.

◎학교, 학년, 성명, 나이 등을 말씀해 주십시오.
- 성심여대 국사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고, 이름은 이희경이예요. 68년도에 태어났고요.

◎학교 생활에서 장애 때문에 큰 불편을 느끼신 점은 없습니까?
- 저는 뭐 아주 큰 장애를 가진 것은 아니잖아요.(교통 사고로 한 쪽 팔에 장애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특별히 큰 불편을 느끼지는 않았어요.

◎앞으로의 진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 글쎄요..아직 졸업할 때가 안돼서 그런지 그다지 절박하게 느끼지는 안아요.
국사학과라는 과 특성상 대학원에 진학해서 학문을 계속하는 것이 좋은 데, 저는 졸업 후 취직할 때가 된다면 취직해서 일하고 싶어요.

◎장애우 대학생으로서 겪는 고민, 그리고 여자이기에 느껴야 했던 어려운 점, 등을 각각 말씀해 주십시오.
- 장애우 대학생 모두가 똑같지는 않겠지만 대개는 취업, 결혼 등이 제일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저도 예외는 아니죠. 개인적으로 취업 등을 생각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으리라 생각해요.
여성 장애우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사회 전체적으로 여성이 받는 억압..단순히 성적인 대상으로만 취급한다든지, 저임금·단순 노동의 착취 대상이 된다든지 하는 여성으로서의 억압과 장애우들이 겪는 장애우로서의 억압, 이 양자의 억압을 이중으로 받고 있어 극악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고 봅니다. 너무나 열악한 환경 탓인지 대개 여성 장애우의 경우에는 사회 참여라든가 문제 해결 같은 적극적인 모습을 찾아보기는 극히 힘들어요. 일반인이라면 통상 향유할 수 있는 결혼이나 소박한 가정생활 등의 개인적 행복에의 추구가 강하고, 이것을 얻는다면 그 나름대로의 행복에 만족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럼 이러한 장애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장애우에 대한 인식 개선이 먼저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제도 개선이 먼저 라고 생각하십니까?
- 개인들 몇몇이 장애우를 불쌍히 여긴다거나, 장애우도 같은 인간으로 모두 평등하다고 아무리 외쳐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임금 문제의 경우 자본가가 노동자를 불쌍히 여겨 돈을 조금 더 준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듯이, 장애우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바뀐다고 그 근본 문제가 해결된다고는 보지 않아요. 바로 눈앞의 일을 보더라도 "심신장애자복지법"의 개정이나 "장애우 고용촉진법"의 제정은 그냥 내버려두고 인식 개선 운운하는 장애우 복지라면 얼마나 공허하고 허구에 찬 일인지는 쉽게 느낄 수 있잖아요.
의식이 사회적 존재를 규정지을 수 없듯이, 장애우 문제도 제도 개선이 선행되어야 장애우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믿어요.

◎개선을 위해선 운동이 필요한 법인데 장애우 운동을 어떻게 보십니까?
- 장애우 운동? 잘은 모르겠어요... 학내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학생운동과 굳이 비교해 본다면, 운동의 기본적 목표인 인간 해방이랄까? 애고! 너무 거창한가? 어떠한 식으로 표현하든 그 중심 생각은 같은 것 같아요. 다만, 학생 운동은 아직까지는 한국 사회 변혁운동의 선두에 서 있고 그 역할도 전체 운동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큰데 비해 장애우 운동의 경우는 이제 시작의 단계라는 차이점이 있는 게 사실이죠. 운동은 체계적인 이론과 이를 담보할 수 있는 튼튼한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장애우 운동의 기본적인 모순이 무엇인지 운동을 어떤 식으로 풀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모습들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조직적으로는 서장연(서울 경인지역 장애인 연합회) 전지대연(전국지체부자유 대학생 연합회), 장애인총연맹 등이 있지만 전체 장애인 운동을 이끌어갈 정도로 튼튼하고 광범위한 조직으로는 보이지 않아요.

◎지금 장애우 운동의 시급한 문제는 조직의 문제라고 보시는군요?
- 그렇죠. 자본주의 하에서의 장애우는 노동력 착취의 대상에서마저 제외되어버려 기생적인 존재로 취급받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장애우 스스로는 이의 해결과 장애우 권리 쟁취를 위해 나서지도 않을뿐더러 이에 대한 최소한의 문제 의식이나 해결 의사도 희박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죠. 이는 장애우 사장이 있는가하면 길에서 구걸하는 장애우가 있는 장애우의 특수성 즉 다양한 계층적 분포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저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거죠. 이처럼 개별적이고 흩어져 있는 장애우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고, 장애우들이 의식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으로 장애우 문제를 해결해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조직은 꼭 필요하다고 봐요.

◎장애우 운동을 희경씨 자신은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우리나라의 사회 현실에서 대학에 다닌다는 것, 그래서 학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큰 혜택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특혜를 받은 입장에서는 사명감 같은 것은 아니지만 운동은 해 나가야 한다고 여겨져요. 가능하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분명히 해야 할 일이죠. 대학생이라는 특권 의식에서나 기층 장애우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오만에서가 아니에요. 자라오면서 대부분의 장애우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를 보아왔기에, 거기서 제 스스로 감당해야 했던 많은 고민과 갈등... 사람들과 나누었던 많은 얘기들..이미 알아버린 모순된 사회 구조... 때문에 이제는 뭔가 해결을 위한 행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섰기에 운동은 분명해야만 할 일이라고 말했던 거예요.
취업·결혼·부모님의 저에 대한 기대들 때문에 저도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어요. 이는 누구나 갖는 고민이겠죠. 제가 바라는 대로 되지만은 않겠지만 취업·결혼·제가 하고 싶어하는 것들은 나중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게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의미 부여하고 싶지 않아요. 여건이 안되어 취업을 하더라도 개인적인 명예와 부를 위해서는 살기 싫어요.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장애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생활하는 삶을 견지해 나가겠어요.

◎사견임을 전제로 해서, 장애우 운동이 변혁 운동의 주체 세력이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되어야 하는데...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분명 전보다는 많은 것이 이루어졌고 그 가능성도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보아요. 지금의 장애우 운동이 시작 단계인 만큼 장애우 스스로를 운동의 주체로 만드는 의식화 작업이라든가 장애우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조직의 정비 등의 과제를 하나 하나 해결하다보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장애우 운동의 모습이 만들어져 나아가겠지요.
장애우 운동이 변혁의 주체 세력이 된다? 저는 그 가능성을 믿고 싶어요.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함께 걸음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장애우든 비 장애우든 장애우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하면서 그 해결을 위해 노력해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김태완 기자

작성자김태완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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